2심 "원세훈, 선거법도 위반", 징역 3년에 법정구속
'선거법 무죄' 1심 판결 뒤엎어, MB와 朴대통령 모두 타격
2심이 1심과는 달리 지난 대선때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국정원법만 아니라 선거법도 위반했다며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전격 법정구속했다.
MB 최측근인 원세훈 전 원장 구속으로 MB 진영이 큰 타격을 받는 것은 물론, 박근혜 대통령도 또다시 정통성 논란에 휘말리는 등 거센 후폭풍이 뒤따를 전망이다.
서울고법 형사6부(김상환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선고공판에서, 공직선거법과 국정원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 전 원장에 대해, 두 혐의 모두 유죄로 판단한 뒤,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앞서 1심은 원 전 원장에 대해 국정원법 위반은 유죄로 판단하면서, 선거법 위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하면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 자격정지 3년을 선고해 '지록위마' 판결이라는 비난을 받았었다.
재판부는 특히 1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던 선거법 위반 여부와 관련, "정보기관의 정치개입 중 선거개입은 어떠한 명분으로도 정상화되거나 합리화될 수 없는 문제"라며, "이번 사건의 경우 심리전 활동을 벗어나 공직선거법을 위반한한 것"이라고 선거법 위반임을 강조했다 .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국정원의 소중한 기능과 조직을 특정 정당 반대활동에 활용했다"며, "자유민주주의를 훼손한 행동으로 엄단할 필요가 있다"며 중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또한 "원세훈 전 원장이 공직선거법에서 규정하는 특정 후보를 당선시키거나 낙선시킬 의도가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면서, "피고인들은 재판 과정에서 이 사건이 사이버활동이라는 자신들의 주관적 평가만을 강조하고 있을 뿐, 객관적 성찰을 보여주고 있지 않다"며, 반성을 하지 않은 원 전 원장을 질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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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사이버활동은 조직적·체계적 행위"
서울고법, 원심 파기하고 형량 추가... 국정원법·선거법 모두 유죄, 원세훈 법정구속
▲ 국정원 대선 개입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날 원 전 원장이 법원에 도착하자, 군복을 입은 보수단체 '애국기동단' 회원들이 만일에 사태를 대비하며 원 전 원장을 뒤따랐다. | |
ⓒ 유성호 |
[기사 대체: 9일 오후 5시 29분]
지난 2012년 대통령선거 국정원 댓글사건으로 '정치개입은 유죄, 선거개입은 무죄' 판결을 받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간부들이 항소심에선 선거개입도 유죄를 선고받았다. 1심 결과가 집행유예였던 원 전 원장은 징역 선고 뒤 법정구속됐다.
서울고등법원 형사6부(부장 김상환)는 9일 공직선거법과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의 국정원법상 정치관여죄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 전 원장에게 징역 3년에 자격정지 3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이 전 차장에게는 징역 1년에 자격정지 1년을, 민 전 단장에는 징역 1년6월에 자격정지 1년6월을 선고하고, 두 사람에 대한 형 집행은 2년간 유예했다.
이같은 결과는 선거법 위반은 무죄라고 판단한 1심 판결을 파기한 것이다. 1심은 국정원법 위반 혐의만 유죄를 인정해, 원세훈 징역 2년 6월과 자격정지 3년에 집행유예 4년, 이종명·민병주는 각각 징역 1년과 자격정지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선거법 위반 혐의도 유죄로 판단, 더 높은 형량을 선고한 것이다.
"여당 후보 확정 뒤부터 선거개입글 압도적"
1심이 국정원 심리전단의 사이버활동에 대해 대선개입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과는 달리, 항소심 재판부는 일정 시점 이후의 사이버활동은 대선개입으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2012년 8월 20일 새누리당 전당대회를 통해 박근혜 현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로 확정된 이후부터 심리전단의 활동이 대선개입 성격이 강해졌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8월 20일 이후 정치개입성 글보다 선거개입성 글이 압도적으로 많아졌다"며, "정치글과 선거글의 비중이 바뀌고, 선거글의 절대량이 현저히 증가한 것은, 심리전단의 사이버활동의 방향과 의도하는 바가 질적으로 변화한 걸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후보를 원색으로 비난하고, 좌파정부가 들어서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글도 있었던 것은, 야당과 야권 후보자에 대한 반대의사를 일관되게 개진한 걸로 보지 않을 수 없다"며, "종전까지 가장 높던 안철수 후보에 대한 반대글이 안 후보 사퇴로 현저히 줄어들었고, 이후엔 민주당 반대 글이 증가한 걸 봐선 중요한 선거 쟁점에 기민하게 대응한 걸로 보여진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이 정치개입·선거개입성 사이버 활동에 활용한 트위터 계정을 716개로 인정했다. 트위터 작성과 리트윗을 맡은 심리전단 안보5팀이 대선 관련 트위터 활동은 15만3332회, 정치 관련은 12만회로 인정했다. 심리전단 안보3팀의 위법한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물 찬반 클릭은 1214회, 댓글 및 게시물 작성은 2125회로 인정했다. 1심보다 인정 폭이 크게 넓어졌다.
"자유민주 지켰다지만, 정작 핵심가치 훼손"
재판부는 "국정원 직원들의 사이버 활동이 이뤄진 과정 및 체계, 직원 진술 내용 등을 면밀히 검토해본 결과, 활동 주제와 방향이 엄격한 지휘 명령 체계에 따라 전해지면, 국정원 직원들에 의해 신속 정확히 집행되고 사후보고가 이뤄진 일련의 과정이 확인된다"며, "국정원의 사이버활동은 조직적·체계적 행위"라고 지적했다.
또 국정원 심리전단의 활동에 대해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형성 과정에 국가기관이 편파적으로 개입한 것"이라고 비판한 재판부는 "종북세력에 대한 사이버심리전이라는 명분을 도대체 읽어낼 수 없었다"고 꼬집었다.
재판부는 업무지시를 통해 북한과의 연관성에 대한 근거 제시 없이 심리전 수행의 필요성을 일관되게 강조하는 등, 원 전 원장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국정원의 사이버활동은 국정원장인 피고인 원세훈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며, "엄격한 상명하복 체계에서, 직원들이 지시와 무관하게 개인적으로 일탈해 한 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 자신이 제시한 지시와 지침, 의도와 방향성을 실행할 수밖에 없는 부하직원들에게 정치적 중립의무를 사실상 지키지 못하도록 했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높다"며, "북한 및 맹목적 추종세력에 의한 심리전에 국정원이 대응할 필요는 있지만, 이 사건 사이버활동은 본연의 심리전 활동에서 벗어나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또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려고 했다지만, 정작 자유민주주의의 핵심가치를 훼손한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원세훈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한 것, 상고하겠다"
이날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을 선고하는 주문을 읽은 재판장은 원 전 원장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고 물었다. 원 전 원장은 다음과 같이 항변했다.
"저로서는, 재판과정에서 계속 말씀을 드렸지만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한 것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재판받을 것입니다."
상고 의사까지 밝힌 셈이다. 그러나 재판장은 아랑곳 없이 그 자리에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날 검은 군복과 붉은 베레모에 선글라스를 쓰고 원 전 원장의 법정 출석을 '호위'한 노년층 30여명은 재판 뒤의 경호 계획을 세우느라 분주했다. 그러나 원 전 원장이 법정구속되고 경호할 일이 없어지자 조용히 법원을 빠져나갔다.
[ 안홍기, 유성호, 박소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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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심 재판부, '윤석열 팀 수사결과'로 원세훈 잡아넣어
1심과는 달리 윤석열 팀 수사결과 대부분 증거로 채택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해 국정원법 위반만 인정한 1심 재판부와는 달리, 2심 재판부는 국정원법뿐 아니라 공직선거법도 위반한 것으로 판단, 원 전 원장에게 징역 3년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2심 재판부가 이같은 판단을 한 객관적 근거는 무엇인가.
2심 재판부는 1심 재판부와는 달리 검찰이 제출한 증거 대부분을 국정원 심리전단의 행위로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 가운데 트위터 계정 716개를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이 사용한 것으로 인정했으며 트윗한 갯수도 27만 4천800회에 달한다고 판단했다. 반면에 1심 재판부는 175개 계정 및 트윗·리트윗 글 11만여건만 증거로 인정했었다.
2심 재판부는 또한 2012년 1월1일∼12월19일까지 전파한 트윗글 27만3천192건을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국정원의 대선개입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기도 했다.
즉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2012년 8일 이전에는 정치 관련 글이 84%∼97%로 선거 관련 글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그 이후부터는 선거글이 77%로 정치글(23%)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아졌고, 대선을 앞둔 12월에는 선거글이 83%까지 치솟았다.
재판부는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뒤 대선개입글이 급증한 것을 근거로, 원 전 원장이 국정원 심리전단에 대해 대선개입을 지시한 것으로 판단해 원 전 원장을 전격 구속한 것이다.
요컨대 앞서 '강골 특수부검사' 윤석열 국정원 대선개입 특별수사팀장이 안팎의 거센 압력에도 불구하고 집요하게 파헤친 국정원 대선개입의 증거들을 2심 재판부의 김상환 부장판사가 전폭 수용하면서 원 전 원장 구속을 이끌어낸 셈이다.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도중에 징계를 받고 한직으로 좌천된 윤석열 검사가 누구보다 이번 판결을 반길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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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법 “국정원 조직적 대선개입”…선거부정 ‘단죄’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9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원 불법 대선 개입 의혹 사건’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1심에서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던 원 전 원장은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
원세훈, 선거법·국정원법 모두 유죄…
징역3년 자격정지 3년 법정구속
선거 개입 아니라는 1심 뒤집혀
국가정보원 심리전단 직원들에게 조직적 대선 선거운동을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64) 전 국정원장이 항소심에서 공직선거법 위반죄까지 인정돼 법정구속됐다. 법원이 원 전 원장에 대해 지난 대선에서 국정원을 조직적 선거운동에 동원했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어서 선거 부정 논란과 함께 정치적 파장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법 형사6부(재판장 김상환)는 9일,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 70여명에게 인터넷에 정치·선거 개입 글을 올리도록 지시한 혐의(국가정보원법·공직선거법 위반)로 불구속 기소된 원 전 원장에게 징역 3년과 자격정지 3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대선에 개입했고, 이를 원 전 원장이 지시한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2012년 8월20일 새누리당 대선 후보로 박근혜 대통령이 확정된 이후 대선 국면이 본격 전개됐는데, 이때부터 민주당이나 문재인·안철수 경선 후보에 대한 비방 글이 급증하고 그 내용도 선거 쟁점에 대응되도록 바뀌었다”며, 2012년 8월21일부터 투표일인 12월19일까지의 국정원 심리전단 활동을 선거법 위반행위로 규정했다.
재판부는 2012년 1~12월의 심리전단의 정치 개입 활동을 국정원법 위반으로 판단하고, 이 가운데 2012년 8월21일 이후 활동(찬반 클릭 1057건, 댓글·게시글 101건, 트위트·리트위트 13만6017건)은 선거법 위반행위로도 판단한 것이다. 1심이 증거로 인정하지 않은 국정원 직원 전자우편 파일도 증거로 삼아, 국정원이 불법적으로 올린 것으로 인정된 트위트·리트위트 글 수도 11만3600여건에서 27만4800여건으로 대폭 늘었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들은 국정원의 소중한 기능과 조직을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 반대 활동에 활용했다”며 “국가기관이 사이버 공론장에 직접 개입해 일반 국민인 양 선거 쟁점에 관한 의견을 조직적으로 전파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원 전 원장은 심리전단 조직 규모를 확대·강화하고 그 활동을 독려했다는 점에서 궁극적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 사건 자체의 엄중함에 비례하는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1심은 국정원 심리전단 활동은 불법 정치 개입이라며 국정원법 위반죄는 인정했지만, 특정인의 낙선 또는 당선을 위한 능동적·계획적 선거운동은 아니라며 선거법 위반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원 전 원장에게는 당시 징역 2년6월, 자격정지 3년에 집행유예 4년이 선고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같은 혐의로 기소된 이종명(58) 전 국정원 3차장과 민병주(57) 전 심리전단장에게는 각각 징역 1년, 자격정지 1년에 집행유예 2년과 징역 1년6월, 자격정지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판결이 나오자 새정치민주연합은 “사필귀정”이라고 말했으나, 새누리당은 “매우 유감”이라며 국정원에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하는 선에서 입장 표명을 자제했다. 청와대는 아예 공식 논평을 내놓지 않았다.
참여연대는 논평을 내어 “국민의 상식에 부합하는 판결이며 민주주의와 정의를 바로 세우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평했다. 이어 “18대 대선이 불공정했고 박근혜 대통령의 민주적 정당성상 흠결이 사법적으로 확인됐다. 박 대통령은 국가기관의 불법 대선개입의 수혜자임이 분명해졌으니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책임있는 조치를 내놓으라”고 촉구했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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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개입’ 밝히려 한 이들은 좌천, 막은 이들은 승승장구
왼쪽부터 채동욱 전 검찰총장, 송찬엽 서울동부지검장, 황교안 법무부 장관, 조영곤 변호사 / 한겨레 자료사진 |
“선거법 적용” 채동욱 총장 사퇴
송찬엽 공안부장 승진 탈락 뒤 사표
수사팀 ‘공중 분해’…힘겹게 공판 유지
“적용 반대” 황교안 ‘최장수 장관’ 재직
‘외압’ 전 조영곤 지검장 로펌 변호사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등의 대선 개입(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항소심에서 유죄로 인정되면서, 관련 수사를 사실상 방해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검찰 수뇌부는 곤혹스러운 처지가 됐다.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남아 있지만 사실심이 끝난 만큼, 수사 검사들을 좌천시키는 등 노골적으로 수사를 방해한 법무부·검찰 수뇌부는 ‘청와대 눈치를 보느라 망신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황 장관은 2013년 6월 수사팀이 원 전 원장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구속해야 한다는 의견을 올리자 “법률가의 양심”까지 언급하며 이에 반대했다.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은 수사팀 의견대로 공직선거법 적용을 밀어붙였고, 이를 둘러싼 법무부와 대검찰청의 갈등은 <한겨레> 보도로 세상에 알려지기도 했다.
양쪽은 결국 원 전 원장 등에게 공직선거법은 적용하되 구속영장은 청구하지 않고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타협’했다.
하지만 그 직후인 9월 석연치 않은 배경을 업고 채 전 총장의 혼외자 의혹이 언론을 통해 제기됐고, 결국 채 전 총장은 검찰을 떠나야 했다. 채 전 총장을 보좌했던 핵심 참모들도 좌천됐다. 선거법 적용에 찬성했다가 고검장 승진에서 탈락한 뒤 최근 옷을 벗은 송찬엽 당시 대검 공안부장(현 서울동부지검장)이 대표적이다.
2013년 10월 수사팀이 국정원 트위터팀 직원 3명을 체포하면서 수사는 큰 전환점을 맞는다. 당시까지 드러난 인터넷 댓글로는 원 전 원장의 선거 개입 의도가 다소 불확실했으나, 검찰이 추가로 밝혀낸 수십만건의 트위터 글은 국정원이 대선에 노골적으로 개입하려 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은 3명을 체포하겠다는 윤석열 수사팀장에게 “야당 도와줄 일 있느냐. 나 사표 내거든 하라”며 막았다. 이후 윤 팀장은 직무 배제와 정직 1개월 징계를 거쳐 대구고검으로 좌천됐다. 윤 팀장과 함께 수사와 공판을 이끈 박형철 부장검사도 대전고검으로 좌천됐다. 또 단성한 검사는 대구지검으로, 김성훈 검사는 광주지검으로 발령나 수사팀은 사실상 공중분해됐다.
검찰 조직에서 사실상 ‘찬밥’ 신세가 된 이들은 원 전 원장 등의 재판이 열릴 때마다 서울로 올라와 재판을 맡았다.
반대로 정권의 정통성과 관련된 민감한 수사에서 수사를 방해한 이들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윤석열 팀장에 의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외압 사실이 폭로된 조영곤 전 지검장은 사임 뒤, 몇 손가락 안에 드는 굴지의 로펌인 화우의 대표변호사로 옮겼다.
공직선거법 적용과 구속영장 청구를 막고 수사팀을 공중분해한 황교안 장관은 현 정부 최장수 장관으로 재직중이며, 박근혜 대통령의 신임을 바탕으로 차기 국정원장·비서실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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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 재판장 김상환 부장판사는 누구?
SK 횡령사건 항소심서 형량 높여
대림자동차 해고엔 무효 판결도
1심 ‘선거법 무죄’ 선고 이범균 판사는
최근 고등법원 부장 승진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을 법정구속한 서울고법 형사6부의 재판장 김상환(49·사법연수원 20기) 부장판사는 원칙에 입각해 단호한 판결을 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김상환 부장판사. |
김 부장판사는 지난해 에스케이그룹 횡령사건 공범으로 기소된 김원홍씨의 항소심에서 징역 3년6월을 선고한 원심보다 형을 가중해 징역 4년6월을 선고했다. 앞서 2012년 불구속 재판을 받던 신삼길 전 삼화저축은행 명예회장에게 징역 6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하면서는 “스스로에 대한 재판을 멈추지 말라”며 울먹이기도 했다. 부산고법 민사부 재판장으로 재직하면서는 대림자동차 근로자 해고 사건에서 해고가 정당하다는 원심을 뒤집고 해고 무효 판결을 하기도 했다.
대전 출신으로 대전보문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김 부장판사는 1994년 부산지법 판사로 임용된 뒤 헌법재판소 파견,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 등을 거쳤다. 2013년 고등법원 부장판사(차관급)로 승진해 부산고법에서 1년 근무하다가 지난해 서울고법으로 발령이 나면서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맡게 됐다.
앞서 원 전 원장의 1심에서 선거법에 무죄를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 재판장 이범균(51·연수원 21기) 부장판사는 양승태 대법원장의 전속 재판연구관 출신이다. “정치개입이지만 선거개입은 아니다”라는 그의 판결을 두고 수원지법 김동진 부장판사는 “(출세를 위한) 지록위마 판결”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2013년 간첩 혐의로 기소된 유우성씨에게 무죄를 선고해 주목을 받기도 한 이 부장판사는 최근 법원 인사에서 차관급인 고등법원 부장판사로 승진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재판장 “선거개입은 최고 주권자 국민위에 군림하는 행위”
판결문 통한 준엄한 질타
“자유민주주의 지키려 했다지만 정작 그 핵심가치 훼손”
“국가기관의 선거개입, 그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 안돼”
“불법적 활동 엄정히 단죄, 자기점검·통제 계기로 삼아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을 법정구속한 김상환 서울고법 형사6부 재판장은 ‘양형 이유’를 설명하면서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려 했다지만, 정작 자유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를 훼손한 것이 명백하다”고 준열하게 꾸짖었다. “(대선개입을 통해)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을 왜곡하고, 정당과 정치인들에게 부여한 평등한 자유경쟁의 기회를 침해한 것이다. 이로써 대의민주주의의 정신을 훼손하였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국정원의 권력 남용과 이를 사법적으로 통제해온 역사를 6쪽에 걸쳐 언급했다.
국정원은 이번 사건에서 문제가 된 2012년뿐 아니라, 국가안전기획부 시절인 1992년에도 ‘부산 초원복집 사건’ 등을 통해 선거개입 사건에 여러 차례 연루됐다. 그 뒤 안기부 정보활동 범위를 국외정보 및 국내보안정보로 제한하고, 전체 직원들에게 정치관여를 금지하는 내용으로 안기부법이 개정됐다.
특히 재판부는 국정원이 2007년 권력을 남용해온 ‘암흑의 역사’를 반성하는 의미로 작성한 ‘과거와 대화, 미래의 성찰’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직접 인용해 깊은 반성과 성찰을 요구했다.
재판부는 국정원이 과연 잘못된 과거를 진지하게 반성했는지를 물었다. 재판부는 이 보고서에 나오는 “선거에서 중립을 지켜야 할 정보기관의 불법적인 선거개입은, 정치적 독립성을 지켜야 할 정보기관이 존립 근거를 스스로 훼손하고, 최고 주권자인 국민 위에 군림하는 행위이다”, “정보기관의 정치개입 중에서도 선거개입은 그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되거나 합리화될 수는 없는 문제다”라고 쓰여 있는 대목을 적시한 뒤 “국정원이 이러한 거울(보고서) 앞에 서서 과연 자신들 활동의 적법성과 합리적인 우리 국민들에게 어떻게 이해될 것인지를 진지하게 따져 보았는지 극히 의문이다”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국정원의 인터넷 여론조작이 정치를 왜곡하는 폐해를 낳았다는 점도 짚었다. “국정원의 소중한 기능 및 조직 중 일부를 사실상 특정 정당이나 정치적 입장에 대한 반대 등의 활동에 활용함으로써,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마련된 선거운동의 주체, 시기, 선거운동원의 제한, 비용의 규제 등에 관한 다양한 제한 규정을 사실상 모두 어긴 것과도 다름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안기부가 국가정보원으로 이름을 바꾼 1999년 이후 국가정보기관의 선거개입 의혹이 큰 논란이 된 경우가 거의 없어 국정원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축적되어 가던 시점”에 이번 사건이 벌어졌다며 엄벌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국정원 활동의 밀행성, 보안성이라는 보호막 뒤에 숨어 유사한 활동이 계속될 위험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판결문 말미에 <논어> ‘위정’ 편에 나오는 “나와 다른 생각을 공격하면 (자신에게) 손해가 될 뿐”이라는 뜻의 ‘공호이단 사해야이’(攻乎異端 斯害也已)를 인용하면서 “국정원은 누구보다 이를 지켜야 할 국가기관인데도, 헌법상 정치적 기본권인 국민의 생각과 의견을 심리전의 대상으로 삼아 이를 강행했다”고 했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 편집자 주.
‘공호이단 사해야이’(攻乎異端 斯害也已) :
정통학문(유학)이 아닌 잡설(이단)을 공부한다는 것은 결국 자신에게 해로움이 될 뿐이라는 뜻으로 해석하는게 옳을 듯 하다.
국정원으로서는 자기의 기본 임무(국가 안위를 위한 정보 수집)를 망각하고, 불법적인 행위(정치개입, 선거개입 등)를 함으로써, 결국 국정원 자신에게 해를 입혔다는 뜻으로 봄이 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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