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350cm '그 놈', 금강은 시궁창이 되었다
[10만인 현장리포트-금강에 살어리랏다③] 보트 위에서 띄우는 편지
금강 보트 탐사보도팀 : 김종술, 이철재, 정대희, 김병기
- ▲ 24일 오후 충남 서천군 연꽃단지 인근 금강에 발생한 녹조에 돌을 던지자 곤죽이 왕관모양을 보이며 튀어 오르고 있다. ⓒ 이희훈
이명박근혜' 대통령님, 이 사진 어떤가요? 금강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녹색 왕관'입니다.
<오마이뉴스> 10만인리포트 팀이 24일 하루 동안 보트를 타고 금강을 누비면서 찾아낸 '희귀한 현상'입니다. 비단결 같이 흐른다고 해서 이름 붙은 금강이 이렇게 변했습니다. 녹조 곤죽에 돌을 떨어뜨렸더니 기막힌 모양이 연출되더군요.
시궁창 냄새 풍기는 '녹색 강'
흐르지 않는 강. '녹색강' 금강에선 썩은 내가 진동했습니다. 물 속에서는 시궁창 냄새를 풍기는 큰빗이끼벌레가 숨쉬고, 물 위에 걸쭉한 녹조가 '떡'처럼 떠서 금강을 점령해가고 있습니다.
이뿐이 아니죠. 4~5m 물 속 바닥은 시커먼 뻘입니다. 그 속에 시궁창에서나 볼 수 있는 시뻘건 것들이 꿈틀대고 있었습니다. 금강은 '실지렁이 밭'이었습니다.
4대강 사업을 불도저처럼 밀어붙이고, 국회 예산안을 날치기로 통과시키면서 한몸이 되었던 '이명박근혜' 대통령님. 지금부터 당신들을 위해 만든 아주 특별한 '금강 보고서'를 생생한 사진과 동영상으로 엮어서 보여드리겠습니다. 24일 금강을 탐사하면서 페이스북으로 생중계했던 것들입니다(☞ 페이스북 생중계 바로 가기).
24일 아침, 쌍신공원에 도착한 취재진은 입이 떡~ 벌어졌습니다. 큰빗이끼벌레가 죽은 나무에 덕지덕지 붙어서 자라고 있었습니다. 물 속에 들어가 길이를 재어보니 길이가 무려 3m 50cm에 달했습니다. 한 개의 작은 개체들이 다른 개체에 엉겨 붙어서 한몸을 만든 것입니다. 시궁창 냄새가 진동해 오래 들고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 ▲ 24일 오전 충남 공주시 공주보 상류 1키로미터 지점에서 확인한 큰빗이끼벌레가 3미터가량 되는 나무에 줄지어 붙어 있다. ⓒ 이희훈
금강, 사실상 '공기 제로' 지대
충격적인 그림을 당신들에게 보다 자세하게 보여드리려고 잠수까지 했지만, 수중촬영은 결국 실패했습니다. 깊은 곳도 아니었는데, 불과 10cm 앞도 내다볼 수 없었습니다. 대신 수면 위에서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그놈'들에게 다가가 겨우 수중 영상을 촬영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 동영상을 보여드립니다.
- ▲ 저질토에서 꿈틀거리는 실지렁이. ⓒ 김병기
더 황당했던 것은 10여 차례 시료를 채취했는데, 한 번도 빠짐없이 실지렁이들이 나왔다는 겁니다. 흙을 퍼담는 채취기의 면적은 25㎝×25㎝. 시커먼 뻘 흙 속에 새빨간 실지렁이들이 많게는 대여섯 마리가 꿈틀거렸습니다.
시궁창에서나 볼 수 있는 실지렁이 외에 다른 생명체를 찾아볼 수 없다는 사실에 더 놀랐습니다. 이 실지렁이는 환경부도 수질오염 지표종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보트를 타고 금강탐사 취재팀과 공동조사한 정우혁 충남연구원 물환경센터 책임연구원도 "지금의 뻘 상태는 담수 후 30년 정도 지난 것처럼 보인다"면서, "지난해만 해도 시료 채취할 때 실지렁이를 거의 보지 못했는데, 지금 조사해 보니 오염 농도가 상당히 높고 부패되어 있다는 게 확인됐다"고 말했습니다.
'이명박근혜' 대통령님, 이 손 한 번 보아주실래요?
- ▲ 24일 오후 4대강 사업 이후 금강 실태 취재에 나선 김종술 <오마이뉴스> 시민기자가 충남 서천군 금강하굿둑 부근에서 곤죽 상태인 녹조에 손을 담가 보고 있다. ⓒ 권우성
녹색 페인트를 뒤집어 쓴 게 아닙니다. 충남 서천 금강에 손을 한 번 담갔더니 김종술 기자의 손이 이 모양이 됐습니다. 이곳에선 녹조가 끓고 있었습니다.
그 상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궁금하신가요?
수면 위에는 녹조가 창궐했고, 그 아래로 내려가자마자 칠흑같은 어둠이었습니다. 녹조 때문에 물속에 산소공급이 차단됐습니다. 현장에서 39초 동영상에 생생하게 그 모습을 담았습니다.
하늘에서 본 금강
실감이 나지 않나요? 이번에는 비행기를 태워드리겠습니다. 무인기가 하늘에서 찍은 금강의 모습입니다. 당신들은 당신들의 손으로 한 일이 믿기지 않겠지만, 4대강 사업을 한답시고 보를 세워서 비단결처럼 은빛으로 반짝이던 금강에 녹색 페인트를 퍼부은 겁니다.
금강 보트 탐사보도 첫날의 마지막 코스는 새들목이었습니다. 금강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하중도입니다. <오마이뉴스>가 보도한 뒤에 환경단체가 나서고 시민들의 지지로 지켜낸 곳이기도 합니다. 하루종일 금강의 죽음을 목격한 취재팀은 이곳에서 희망을 발견했습니다.
희귀조류인 아물쇠딱따구리가 서식했고 삵의 흔적도 발견했습니다. 원앙새 가족이 물 밖으로 고개만 빼꼼히 내민 우스꽝스런 광경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늠름한 자태로 나무 위에서 새들목을 내려다보는 한 쌍의 황조롱이가 눈앞에 나타난 순간엔, 얼음이 됐습니다.
그리고 내려다 본 발 밑, 기생초와 개망초, 이름을 알 수 없는 꽃들이 어우러져 새들목을 형형색색 물들이고 있었습니다. 한가롭게 그 꽃밭을 누비며, 사진을 찍는 여자들의 표정도 밝았습니다.
- ▲ 금강의 마지막 남은 하중도, 새들목에서... ⓒ 박용훈
- ▲ 새들목에서 본 황조롱이. ⓒ 박용훈
장마가 북상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비가 올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25일에도 보트를 타고 아픈 금강을 누빕니다. 이를 페이스북(☞ 생중계 보기)으로 생중계 할 예정이오니 기대해 주시기 바랍니다.
○ 편집ㅣ이준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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