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보수 우익 세력은 국정교과서가 자유민주주의 이념을 지키기 위해서 꼭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기본적 가치 질서와 이념을 정리해놓은 것이 헌법입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헌법은 국정교과서에 대해 어떻게 말하고
있을까요?
헌법재판소의 판례 중 국정교과서에 대한 사례가 있는데, 교육법(구) 제157조에 관한 헌법소원이었습니다. (89헌마88)
당시 헌법소원을 낸 청구인은 중학교
국어교사로, 자율적인 중학교 국어 교과서를 집필하고 출판하려고 모색 중이었습니다. 그러나 교육법 제157조에 따라 중학교 국어교과서는 ‘1종도서’
(종류가 하나 뿐인 국정교과서를 의미)로 정해져 있어, 원천적으로 다른 교과서의 출판이 불가능했습니다. 청구인은 1종도서로 규정된 법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1992년 11월 12일 결정문에서 청구인의 헌법소원을 기각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우리나라 교과서제도가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의 정신에 입각해서 바람직한 제도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복지국가의 원리에 의해 수학권의 보호와 사회 공공의 이익 증진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범위 내에서 교육내용에 대한 결정권을 포함하기
때문에 위헌이 아니라고 하면서, 국정제가 위헌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그 제도가
교육이념과 교육 현실에 비추어 볼 때 가장 합리적이고 바람직한 제도냐 하는 문제는 별개의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즉
위헌은 아니지만, 결코 좋은 제도는 아니라고 헌법재판소가 말한 셈입니다.
헌법재판소는 교과서의 국정제도가 국가가 교과서를 독점하는 체제이니 만큼, 검·인정제도 보다도 훨씬 교과서 발행방법이
폐쇄적이라 할 수 있고, 그것이 개방되고 있는 자유발행제도와 비교할 때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나올 수 있다고 결정문에서 밝혔습니다.
첫째, 학생들의 창의력 개발이
활성화되지 않고 경우에 따라 저해되거나 둔화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오늘날과 같이 급변하는 세계정세와 일신하는
첨단과학기술, 폭증하는 각종 지식과 정보의 홍수 속에서 당면한 개인적·사회적 문제를 신속·적절하게 해결함에 있어서는 각자의 창의력의 개발이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러한 사고력을 길러주는데 있어서는 무엇보다도 교과서의 내용이 그러한 방향으로 집필되어야 하겠지만 다양한 사고방식이
수용될 수 있도록 교과서 발행제도가 개방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교과서가 국가에 의하여 독점되면 그러한 교과서를 통해 양성되는
학생들의 사고력을 획일화·정형화하기 쉽고 따라서 그것을 학생들의 다양한 사고방식의 개발을 억제하게 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둘째, 상황변화에 능동적·탄력적으로
대처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국정이건 검정이건 교과서 발행에 국가가 직접 관여하게 되면 교과서에 수록된 내용을 획일적·통일적으로
교육하는데 있어서는 편리하고 효과적일 수 있겠지만 새로운 상황변화가 생기더라도 기존의 결정사항을 혁신하고 변경하는 것보다는 이를 그대로 답습해서
시행하는 것을 선호하는 공직사회의 풍토 때문에 교과서 내용의 자발적 수정이나 혁신은 용이하지 않으며 거기에는 스스로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환언하면 교과서의 국정제가 계속되는 한, 현상의 변경보다는 현상의 유지를 바라는 관료적 타성에서 기인하는 교과서내용의 경직성은 쉽사리 시정되거나
극복되기 어려우며 특히 교과서에 대하여 행정부가 필요 이상의 강력한 통제권과 감독권을 갖고
있어 고위관료나 정치가들의 견해나 영향이 강하게 작용된 경우에는 더욱 어렵다는 것이다.
셋째,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이념과
모순되거나 역행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자유민주주의는 각 개인으로 하여금 위로부터 일방적으로 결정된 내용에 무조건
추종 또는 순응하도록 하는 것보다는 자율과 참여에 의하여 그들 스스로 결정하고 그 결정의 결과에 대하여 책임을 질 줄 알도록 하는 것을
중시하는데, 교과서 문제에 있어서 중앙정부의 일방적인 결정에 의하여 획일화를 강제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기본이념에 부합하는 조처라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넷째, 교사와 학생의 교재선택권이 보장되지 못하고, 그 결과 교과용도서의 개발이
지연되거나 침체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과거에는 출판사가 영세하고, 학자들의 학문적 연구도 활발하지 못한 시대도 있었기 때문에, 국가에 의한
교과서의독점이 합리화될 수 있었겠으나, 오늘날은 능력있는 출판사도 많아졌고, 학문적 연구도 왕성하여, 교과서 발행에 대한 문호를 개방한다고 하더라도
우려될 것이 없다는 것이다.
요컨대 우리 사회의 폭넓은 생활수준의 향상과 보다 양질의
교육문화를향수하고자 하는 국민적 욕구를 해결하기 위하여서는 국가가 더 이상 교과서를 독점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다섯째, 교과서 중심의 주입식
교육 내지 암기식 교육이 행하여지기 쉽다는 지적이다.
원래 교과서에 수록되는 내용은 집필자의 사상, 철학, 가치관,
지식의 소산이라 할 수 있기 때문에 집필자의 성분이나 성향에 따라 똑같은 표제에 대한 집필의 결과가 판이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교과서를
국가가 독점하게 되면 교과서의 내용에 수록되어 있는 것은 무조건 정당한 것이라는 것이 전제되고 또 강조되어야 할 것이고, 그 결과 교과서 중심의
주입식 교육 내지 암기식 교육이 행하여지기 쉽다는 것이다.
즉 교과서에 수록된 것 이외에는 전부 배척하는 풍토가 조성되어 가치관의 경직화가
초래되고, 인문·사회과학에는 정답이 복수로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할 때, 학생 스스로 연구하여 정답을 찾아내는 기풍은 진작될 여지가 없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한 현상은 일교과일책주의(一敎科一冊主義)일 때 더욱 심화될 수 있으며, 특히
국가가 교과서의 편찬에 있어서 공교육 담당자로서의 우월적 지위만을 앞세워, 적정하고도 공정한 태도를 견지하지 못할 때, 그 폐단은 훨씬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국정교과서가 암기 중심의 교육으로 창의력이 결여되며, 정치인과 관료에 의해
자유민주주의 기본이념에 위배되기 때문에 폐단이 많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지금 문제가 되는 역사교과서의 국정화에 대해서도 ‘국사의 경우 어떤 학설이 옳다고 확정할 수 없고,
다양한 견해가 나름대로 설득력을 지니고 있는 경우에는 다양한 견해를 소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국정제보다는 검인정제를, 검인정제보다는 자유발행제를 채택하는 것이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고 있는 헌법의 이념을 고양하고 아울러 교육의 질을 제고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오히려 자유발행제가 대한민국 헌법 이념에 맞다고 했습니다.
2013년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원은 ‘한국사 교과서를 둘러싼 논쟁과 해법’이라는 보고서에서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중시하고, 세계적 흐름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국정제는 예외적·보충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헌법재판소에 의해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국정제가 반드시 유지되어야 할 필연적
이유가 있는지, 그리고 국정제가 교과서제도에 대한 지나친 국가 관여를 초래하여 과잉금지원칙 위반인 것은 아닌지 등에 대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대한민국의 가치와 이념을 규정하고 있는 헌법을 판단하는 헌법재판소와 집권 여당의 정책보고서에서 국정교과서의 폐해를
지적하고, 자유발행제로 가야 한다고 했는데, 왜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교과서를 고집하고 있을까요?
대한민국 대통령이 헌법과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해야
하는 역사적 사명을 역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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