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조작 유죄’ 확정, 검찰과 국정원은 달라졌나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에서 증거를 조작한 국가정보원 직원들이 29일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간첩으로 조작됐던 유우성씨에게는 무죄가 확정됐다.
대공수사기관인 국정원이 증거를 조작해 간첩을 만들어낸 이 사건은, 국정원의 존립 기반을 뒤흔들고, 국가의 형사사법체계를 위협한 매우 중대한 사안이다.
국정원은 ‘탈북자 출신의 서울시 공무원 간첩’이라는 그럴듯한 포장으로 기소한 유씨가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자, 2심에서 이를 뒤집으려 문서를 여럿 위조하면서까지 증거를 만들어냈다.
조직 보호를 위한 것이라고 자위했겠지만, 그런 행위야말로 국가보안법 위반이고, 헌법에 어긋나는 범죄다. 국가의 형사사법 기능을 매우 심각하게 방해한 것이어서 매우 엄하게 처벌해야 마땅하다.
대법원이 증거조작에 가담한 국정원 직원들의 형량을 1심보다 높인 원심 판결을 확정한 것은 그래서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그에 앞서 검찰이 이들에게 국가보안법의 무고·날조죄 대신 그보다 법정형이 훨씬 가벼운 형법상의 모해증거위조죄를 적용한 것은 명백한 ‘봐주기’다.
기소 당시 법무부 장관으로 국가보안법의 권위자라는 황교안 국무총리가 쓴 책에는 “국가보안법상 날조죄가 형법에 우선하여 적용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런데도 검찰은 한사코 가벼운 죄를 적용했다. 뻔히 위조가 의심되는 조작 문서를 증거라며 그대로 법원에 제출해, 조작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검찰이 일부러 그런 게 아닌지 묻게 된다.
그런 검찰이 지금은 국정원의 증거조작을 밝혀내고 무죄 판결을 이끌어낸 변호사들에 대해 집요하게 징계를 시도하고 있다. 유씨에 대해서도 오래전 기소유예한 사건을 다시 들춰내는 등 괴롭히고 있다. 반성은커녕 보복에만 열중하는 꼴이다.
국정원이 위법·탈법적인 잘못된 수사 관행을 바로잡고 환골탈태했는지도 의문이다. 국정원은 증거조작 사실이 들통난 뒤에도 이를 ‘물타기’하려고 비밀 정보를 언론에 흘리는 등 잘못을 거듭한 바 있다.
지금도 그런 습성이 여전하다면 국정원이 존립할 이유가 없다.
[ 2015. 10. 30 한겨레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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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유우성, 간첩 아니다", 고개숙인 국정원
최승호 "국정원의 간첩조작, 대법원에 의해 확인됐다"
대법원이 29일 국가정보원의 증거조작으로 간첩으로 몰린 유우성(35)씨에 대해 간첩이 아니다라는 확정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1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이날 유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단지 여권법·북한이탈주민보호법 위반, 사기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2천565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유씨는 북한 보위부 지령을 받고 탈북자 정보를 북측에 넘기는 한편, 신분을 위장해 탈북자 정착지원금을 부당 수급하고 여권을 발급받아 행사한 혐의 등으로, 국정원에 의해 2013년 2월 구속기소됐다.
그러나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고, 이어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던 지난해 2월 국정원의 증거조작 사실이 들통났다.
검찰의 수사결과, 증거조작은 국정원 직원들과 중국 국적 협조자가 공모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국정원 김모(49) 과장과 권모(52) 과장, 이모(56) 전 대공수사처장, 이인철(50) 전 선양(瀋陽) 총영사관 영사, 김모(63)씨 등 협조자 2명을 모해증거위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유씨의 간첩 혐의를 벗기는 데 큰 역할을 했던 <뉴스타파>의 최승호 PD는 대법원 확정판결후 트위터를 통해 "대법원이 유우성씨에게 국보법 무죄를 선고했습니다"라면서, "국정원의 간첩조작이 대법원에 의해 확인됐습니다"라고 의의를 강조했다.
김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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