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 국정화

한민구 국방장관 "군, 교과서 집필 참여", 역사학계 경악 "군인 정훈교재 만드나"

道雨 2015. 11. 6. 12:56

 

 

 

군사독재로 얼룩진 역사를 군이 서술하겠다니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한 정부가 교과서 집필에 군까지 참여시키려 한다니 말문이 막힌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5일 국회에서 “군에서 교과서 집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이 국정 교과서 근·현대사 집필에 ‘군사’(군 역사) 전문가가 참여할 것을 시사한 바 있지만, 전쟁사 등에 조예가 깊은 민간 학자라면 몰라도, 군이 직접 교과서를 쓴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 그런데 한 장관의 말에 따르면, 그런 일이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정말로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나 육군사관학교에 소속된 이들이 역사교과서 집필에 참여한다면, 교과서에 군의 시각이 그대로 투영될 게 뻔하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만으로도 세계적인 놀림감이 되고 있는데, 이런 사태까지 벌어진다면 우리나라는 더욱 괴상한 국가로 낙인찍힐 수밖에 없다. 군국주의나 전체주의 국가가 아닌 이상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국정 교과서 대표 집필자로 참여한 신형식 이화여대 명예교수마저 정치·경제·사회 분야 학자의 집필 참여는 긍정하면서도 “군사 전공자는 잘 모르겠다”고 선을 그었을까.

 

특히나 우리나라 현대사는 쿠데타와 군사독재 등 군의 악행으로 얼룩져 있다. 군이 제게 주어진 임무를 배반한 채 정치에 개입하고 군 출신 독재자들이 장기집권 음모를 획책하며 민주주의를 말살한 오욕의 역사다. 군사정권의 어둠을 벗어난 게 겨우 20년을 조금 넘었을 뿐이다.

군이 역사 서술에 참여한다면, 이러한 현대사의 진실이 제대로 조명될 리 만무하다. 또 6·25와 같은 전쟁사에 국한하더라도, 양민학살의 비극 등 역사의 명암이 균형 있게 서술되리라 기대하기 힘들다.

역사의 준엄한 평가를 받아야 할 군이 평가자의 위치에 서는 주객전도가 일어나는 셈이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전쟁에 대해 교과서에 정확한 내용을 담는 건 좋다. 하지만 이는 전공 학자들이 학문적으로 훌륭한 연구 성과를 내고, 이를 교과서 집필진이 충실히 종합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또 군에서 독점하고 있는 정보가 있다면 집필진에게 성의껏 제공하면 된다. 이는 검정 교과서 체제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국정 교과서라는 억지에 이어 군의 집필 참여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연출된다면 ‘군정 교과서’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될 것이다.

이는 국정 교과서 집필진의 이념적 편향성에 대한 일반적 우려보다 훨씬 더 심각한 문제다.

정녕 이 정부는 군사독재의 향수에 젖어 사리분별을 잃은 것인가.

 

 

 

[ 2015. 11. 7  한겨레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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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군이 교과서에 개입한다니 슬슬 무서워져"

"긴급조치 나올지도 모르겠다", "역사는 총칼로 쓰는 게 아니다"

 

 

 

정청래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은 6일 한민구 국방장관이 국정 국사교과서 집필에 군이 참여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역사는 곧은 펜으로 쓰는 것이지 총칼로 쓰는 것이 아니다"라고 질타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충격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예전에도 국방부는 전두환 정권을 미화하도록 요구하고, ‘5.18민주화항쟁’ 당시 공수부대 민간인 살상서술에 대해 항의하는 등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면서 당시의 구체적 사례를 열거했다.

정 최고위원에 따르면, 2008년 6월 국방부는 4.3사건을 좌익의 반란으로 규정하고, 전두환 정권을 미화하는 등 한국근현대사 교과서의 내용을 대폭 바꿀 것을 요구하는 공문을 당시 교과부에 보낸 적이 있다.

당시 국방부는 4.3사건에 대해 대규모 좌익사건의 반란진압 과정 속에, 주동세력의 선동에 속은 양민들도 다수 희생된 사건으로 기술하도록 요구했다.

또 ‘전두환 정부는 권력을 동원한 강압정치를 하였다’는 한 출판사의 교과 내용을 ‘전두환 정부는 민주와 민족을 내세워 일부 친북적 좌파활동을 차단하는 여러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고 바꾸도록 요구했으며, 전두환 정부의 강압정치와 저항이라는 단락의 제목은 전두환 정부의 공과와 민주화세력의 성장으로 수정하도록 요청했다.

또 박정희 전 대통령을 다룬 ‘헌법위에 존재하는 대통령’이라는 교과서의 단락제목을 ‘민족의 근대화에 기여한 박정희 대통령’으로 바꾸도록 요구하기도 했다.

정 최고위원은 더 나아가 "군이 국정교과서에 개입한다고 하니 슬슬 무서워진다"면서 1974년 박정희 대통령의 긴급조치 선포를 거론한 뒤, "앞으로 국정교과서에 대해서도 반대하는 세력에 대해서 긴급조치가 나올지도 모르겠다"고 힐난했다.

그는 "유언비어의 날조 유포 금지, 이러한 금지행위의 선전․선동 및 방송보도출판 등 전파행위 금지 등 이렇게 유신헌법에 대해 입도 뻥긋하지 못하게 하는 긴급조치를 선포하고, 이를 어길 경우 비상준법회의에서 15년 이하 징역, 15년 이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선포한 바 있다"면서 긴급조치 내용을 설명한 뒤, "군이 국정교과서에 개입한다고 하니, 국정교과서 반대에 대한 이러한 강압적인 조치가 나올지도 모르겠다. 슬슬 무서워지려 하고 있다"고 거듭 박근혜 정권을 비꼬았다.

추미애 최고위원도 "군과 비전문가 정치권력이 개입해서 국정화 되면 기막힌 상황이 올 것"이라면서 "예를 들면 제주4.3, 많은 양민이 학살됐던 사실을 이 사건 이후 비밀자료였던 미군정보 당국이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그것을 오랫동안 독재통치를 강화하며 그 진실을 덮어왔던 것을, 최초의 정권교체를 한 정부(DJ정부)에서부터 밝혀낼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것들이 다시 파묻히게 될 것 같아서, 정말 기막힌 상황 올까봐 제가 잠을 못 자겠고, 우리 국민이 피켓을 들며 잠을 못자고 있다"고 가세했다.

 

 

최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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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구 국방장관 "군, 교과서 집필 참여"

 

역사학계 경악 "군인 정훈교재 만드나"

 

 

 

기사 관련 사진
한민구 국방장관이 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참석해 질의를 듣고 있다. 이 자리에서 한 장관은 새누리당 국회의원의 질문에 "군에서 교과서 집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협조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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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구 국방부장관이 "군에서 교과서 집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협조하고 있다"고 5일 국회에서 밝혔다.

이날 오후 속개된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기호 새누리당 의원이 "일본 지배 하에 있던 시절에 독립군의 활동, 이것도 교과서에 잘못된 부분이 상당 부분이고 4.3 사건에 대해서도 실제로 우리 군이 아주 폄하되어 있고, 6. 25 전쟁에 대해서도 실질적으로 일부 잘못 기술돼 있고 월남전에 대해서도 그렇다. 이번에 교과서 작업을 하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묻자 한 장관이 위와 같이 답했다.

이 발언은 중고교 역사 국정교과서 집필을 총괄하는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이 "정치·경제·헌법학자들은 물론 6·25 전쟁과 관련해서는 군사 전공자도 참여하도록 하겠다"고 말한 뒤 하루 만에 나온 발언으로, 실제 양측의 교감과 협조가 상당 부분 진척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역사학자들은 "군을 참여시키겠다는 것은 학생 교과서가 아닌 군인용 정훈교재를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역사교과서 집필진에 역사학자들이 아닌 다른 연구자들을 참여시키는 것은 국내외에서 전례가 거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군의 집필 참여는 상상을 뛰어넘는 일"

하일식 연세대 교수(사학과)는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군이 집필에 참여하는 교과서는 학교용이 아니라 군대 작전본부용 정훈교재에나 어울리는 것"이라면서 "국편(국사편찬위원회)이 '국민정신을 개조하고 민족주체성을 확립하려는 위쪽의 방침'에 휘둘리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우려했다. 또한 하 교수는 "근현대사의 경우 역사학자들을 찾기 어려우니까 이 같은 일을 벌이는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김육훈 역사교육연구소장은 "백보 양보해 군의 입장을 대변하려면 국방부가 교과서 검수과정에서 의견을 개진하면 될 일인데, 전쟁 상황도 아닌데 집필에 직접 참여한다니 상상을 뛰어넘는 일"이라면서 "역사교과서는 역사학자들이 쓰는 것이 국제사회의 상식이며, 실제로 70·80년대 국정교과서도 정치·경제학자들을 집필에 참여시킨 사례를 찾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준식 역사정의실천연대 정책위원장도 "지금 국편의 태도는 수학자들에게 화학교과서를 쓰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면서 "아무리 역사학자들이 자기들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이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정치·경제학자 참여는 일본 우익 역사교과서들 뿐"

역사교과서에 정치학자나 경제학자를 참여시킨 사례는 일본에서 '후소샤 교과서와 그 이후 나온 우익 역사교과서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일본교과서에 정통한 이신철 성균관대 동아시아역사연구소 연구교수는 "검정체제인 일본의 고교 역사 교과서는 30여 개의 출판사에서 내고 있는데 대부분 역사학자들이 집필진으로 참여하고 있다"면서 "정치학자 등을 참여시킨 경우는 후소샤 교과서와 그 이후 나온 우익교과서들 뿐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 편집ㅣ최은경 기자

 

 

[ 윤근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