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독
1984년 애플은 광고 하나를 내보냈다.
한 여자가 경비원들을 뿌리치고 강당에 들어가, 빅브러더 영상 화면을 향해 망치를 던진다. 스크린이 깨지자 로봇처럼 서 있던 노동자들이 깨어나 움직인다.
이때 “(개인용 컴퓨터인) 매킨토시를 소개합니다. 1984년이 ‘1984년’(조지 오웰 소설)이 되지 않은 까닭을 알게 될 것입니다”라는 슬로건이 따라 나온다.
23년 뒤 패러디 동영상이 인터넷에 등장했다.
빅브러더 대신 화면에 등장한 힐러리 클린턴은 “모든 문제에 대한 정확한 입장을 계속 말씀드리려 합니다”라고 하며, 의지력을 잃은 채 좀비처럼 앉아 있는 사람들을 내려다보고 있다.
이때 애플 광고처럼 한 여자가 강당에 들어와 망치를 던진다. 스크린이 산산조각 나고 사람들은 최면에서 깨어난다. “2008년에 여러분은 ‘1984년’과는 다른 결과를 볼 것입니다. 버락오바마닷컴”이라는 문구가 이어진다.
동영상은 오바마 캠프가 아닌 익명의 누리꾼(네티즌)이 만든 것이다. 하지만 정치 컨설턴트계에서는 ‘전자민주주의’를 표방하며 텔레비전이라는 신기술을 앞세워 세계 정치계를 쥐락펴락했던 1세대 정치 컨설턴트의 시대가 저물고 있음을 상징하는 메타포로 취급한다.
197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미디어를 동원한 새로운 정치 기법을 각국에 퍼뜨린 소여 밀러는 컨설턴트사 가운데 으뜸이었다. 소여 밀러는 1986년부터 대통령 당선 때까지 김대중과 함께 일하기도 했다.
소여 밀러 그룹은 ‘알파독’이라 불렸다. 알파독은 망보는 개들 가운데 상황을 통제하는 우두머리 개를 말한다.
이미지 정치를 추구한 그들은 네거티브 전술을 쓰고, 스핀 닥터(여론조작 전략가)를 고용하기도 했다.
투표소에 가기 전 혹시 한국형 알파독에 물리지 않았나 한 번쯤 돌아볼 일이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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