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 국정화

국정 역사교과서 추진 당장 중단해야

道雨 2016. 4. 28. 10:38

 

 

 

국정 역사교과서 추진 당장 중단해야

 

 

 

박근혜 대통령은 26일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간담회에서, 황당한 현실인식으로 또 한번 국민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그중에서도 국정 역사교과서를 계속 밀어붙이겠다고 밝힌 것은 문제가 심각하다.

야3당이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중단시키겠다고 밝히고 있는 터에, 이를 고집하는 것은 학교 현장에 극심한 혼선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어차피 길어야 ‘1년짜리’가 될 국정 교과서를 밀어붙이는 것은 역사에, 그리고 자라나는 세대에게 큰 죄를 짓는 일이다.

 

박 대통령은 역사교과서에 대해 “지금과 같은 교과서로 배우면 정통성이 북한에 있기 때문에 북한을 위한, 북한에 의한 통일이 될 수밖에 없다”는 등 궤변에 가까운 주장을 폈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우리의) 경제발전에 대해 반노동적이고 잘못된 걸로” 돼 있다는 등, 기존 교과서를 문제투성이인 것처럼 매도했다.

 

 

이날 박 대통령이 밝힌 내용은, 채택률 0.1%로 국민들에 의해 극단적인 편향 교과서로 낙제점을 받은, 뉴라이트 성향의 교학사 교과서의 논지와 일맥상통한다.

이날 간담회를 통해, 국정 교과서를 밀어붙인 몸통이 바로 대통령 자신이었음도 재확인된 셈이다.

 

야3당이 국정 교과서 폐기 방침을 공언하고 있을 뿐 아니라, 현장의 교수·교사들도 대거 집필 거부 및 불복종 선언을 함으로써, 국정 교과서는 이미 교과서로서의 신뢰와 생명력을 잃은 지 오래다.

교육부가 약속과 달리 도둑질하듯이 밀실에서 진행하고 있는 것 자체가, 교과서 국정화가 얼마나 정당성을 잃은 것인지 잘 보여준다.

 

통상 2~3년 걸리는 것을 1년 만에 뚝딱 해치우겠다고 할 때부터, 친일·독재를 미화해 결국 대통령이 아버지에게 바치는 ‘가족을 위한 교과서’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중간검증이나 여론수렴 과정도 생략한 채, 임기 안에 끝내도록 밀어붙이는 것을 보면, 대통령을 위한 교과서라는 예상이 맞아떨어지고 있다.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부터는 한국사가 필수과목이 된다는 점에서, 국정과 검정을 오락가락할 경우 수험생들에게도 큰 혼란이 우려된다.

대통령 한 사람의 개인적인 집착 때문에 자라나는 세대에까지 불이익을 초래한다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정부가 국정 교과서 추진을 계속하겠다면, 야3당이라도 서둘러 중단을 위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

 

 

 

[ 2016. 4. 28  한겨레 사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