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만기출소 '흑금성', "이제 내 입은 자유다"
취재진의 질문에 "공권력 조직적으로 개입…. 진실 말할 것"
▲ 20여년 동안 직업군인과 대북 특수공작원(암호명 흑금성)으로 일했지만, 북한에 국군 작전계획을 넘긴 혐의(국가보안법 상 간첩)로 기소돼 징역 6년형을 받은 박채서씨가 31일 오전 대전교도소에서 만기출소했다. 박채서씨가 31일 오전 출소한 뒤 마중나온 가족들과 포옹하고 있다.
ⓒ 이종호
암호명 흑금성. 대북공작원으로 인정받던 그였다. 그랬던 그가 2010년에는 정반대로 북한에 군 기밀정보를 넘긴 혐의로 수감됐다. 박채서(62)씨. 대북 공작원에서 대남공작원으로 '극과 극'의 인생유전을 보인 그가 대전교도소에서 31일 만기출소했다. 6년 만의 외출이다.
박씨는 이날 7시 30분 대전교도소 정문에 모습을 드러냈다. 교도소 정문을 나서는 걸음걸이는 다부져 보였다. 박씨는 기다리고 있던 그의 부인과 딸 등 가족들을 한참 동안 껴안았다. 이어 "무사히 잘 나왔다", "미안하고 고맙다"고 말하며 눈물을 훔쳤다.
박씨는 군 정보기관에서 장교로 복무하다 1993년 전역한 뒤 당시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의 대북 공작원으로 또 다른 인생을 시작했다. 그는 공작원으로 북한에 침투해 북한 관련 고급 정보를 수집, 보고해 실력을 인정받았다. 북의 최고위층과 대면하기도 했다.
1998년, 북풍 사건에 대한 수사로 대북공작원이었던 그의 정체가 공개됐다. 국가기관이 스스로 대북공작원의 신분을 드러내, 더는 활동할 수 없게 된 것이다.
2010년. 국정원은 그가 이후 중국에서 개인 사업을 하던 중 북한 공작원에게 포섭돼 국군의 작전 교리와 야전 교범 등 군사자료를 전달(국가보안법 위반)하는 간첩 행위를 했다며 검거했다. 'A급 대북공작원'이었던 그가 정말 북한공작원에 포섭돼 간첩 행위를 한 것일까?
박씨 "지금 알려진게 전부 아니다, 회고록 집필 중"
박씨는 가족들과의 짧은 해후 직후 작정한 듯 취재진의 질문에 답했다. 그는 출소 심경에 대해 "지난 6년 동안 치욕의 생활을 해왔다"며 "가족들은 간첩의 아내로, 간첩의 자식으로 전락했다"고 토로했다.
이어서 "6년 독방 생활로 국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도리를 다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간첩으로 낙인찍힌 후 마음을 봉인하고 살았다"며 "하지만 이제 내 입은 자유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그동안 자신이 겪은 일과 관련해 "지금 알고 있는, 알려진 게 전부가 아니다"라며 "진실은 감출 수 없고 국민은 알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는 "세계 어디에도 비밀공작원을 공개하고 (간첩 누명을 씌워) 가두는 곳은 없고 국익을 위해서도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거듭 "국가가 비밀 공작원을 보호하거나 구출하지 않으면 누가 국가의 이익을 위해 희생하겠느냐"는 말로, 자신이 간첩 행위가 아닌 국익을 위한 공적 활동을 했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공권력이 의도를 갖고 조직적으로 부당하게 개입했다"며, "사실이 밝혀지면 깜짝 놀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누가, 어떤 의도로 자신을 간첩으로 몰았는지에 대해서는 "우선 마음을 추스른 후 시간이 나는 대로, 기회가 닿는 대로, 아는 한도 내에서 천천히 말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대북관계 노하우를 담은 회고록도 집필 중"이라며 "분풀이가 아닌 국가의 이익에 도움을 주는 차원으로 써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날 운전면허 자격을 취득하기 위한 행정 절차를 밟는 일로 진실 밝히기 첫 행보를 시작했다.
▲ 20여년 동안 직업군인과 대북 특수공작원(암호명 흑금성)으로 일했지만, 북한에 국군 작전계획을 넘긴 혐의(국가보안법 상 간첩)로 기소돼 징역 6년형을 받은 박채서씨가 31일 오전 대전교도소에서 만기출소했다. 박채서씨는 31일 오전 출소한 뒤 기자들과 만나 "진실은 감출 수 없고 국민은 알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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