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군 의혹(정치, 선거 개입)

‘종북’까지 들먹이며 ‘집단 탈북’ 꼭꼭 숨기는 이유

道雨 2016. 6. 21. 11:02

 

 

‘종북’까지 들먹이며 ‘집단 탈북’ 꼭꼭 숨기는 이유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집단 탈북’을 둘러싼 국가정보원의 행태가 도를 넘고 있다.

 

앞서 법원은 국정원이 보호 중인 북한 식당 종업원 12명이 자유의사로 입국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21일 심문에 이들을 출석시키라고 국정원에 통보했다. 국정원은 19일 탈북자들 대신 변호사를 출석시킬 것이라고 한 신문을 통해 밝혔다.

 

국정원은 “종업원들을 법정에 세우란 건 북한 주장에 놀아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신문에는 이번 심문을 청구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북한 주장을 대변한다는 따위 비난도 실렸다.

법에 따른 정당한 절차마저 ‘종북’으로 모는 무지막지한 선동이다.

기관지인 양 국정원을 대변하는 모습도 보기 흉하지만, 법원의 결정마저 태연히 무시하는 국정원의 방약무인한 행태는 더욱 걱정된다.

 

집단 탈북을 둘러싼 의혹은 애초 국정원이 자초한 것이다.

정부는 종업원들의 입국 다음날인 4월8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이들의 입국 사실과 신분 정보를 밝혔다. 북한 당국이 누군지 알 수 있었을 것이니, 탈북자의 인권이나 북한 가족들의 안전은 애초 안중에 없었던 셈이다.

충분한 조사도 없이 이례적으로 서둘러 공개했으니, 4·13 총선을 겨냥한 것이라는 의심을 받을 만했다. 근무지를 떠난 지 이틀 만에 입국한 것도 국정원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어서, ‘기획 탈북’ 의혹이 강하게 제기될 수밖에 없었다. 북한이 ‘남쪽의 납치’라며 가족들까지 내세워 국제적인 여론전을 펼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도 국정원은 지금껏 자세한 경위설명도 없이 무대응으로 일관하면서, 탈북 종업원들을 꼭꼭 숨겨두는 데만 급급하다.

국정원의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에서 두 달간 조사받으면 하나원에서 남한 정착 교육을 받는 게 일반적인데도 이들만 유독 하나원에 보내지 않기로 했고, 주기적으로 탈북자들을 면담해온 국책 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연구원들의 설문조사 요청까지 거부했다. 급기야 종업원들의 법정 출석까지 막았다.

무엇이 켕기길래 이렇게 철저히 외부와 차단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법원이 탈북 사건에서 인신보호 구제 청구를 받아들인 것은, 법의 사각지대였던 국정원의 탈북자 관리에 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

‘기획 탈북’ 의혹이 아니라도 국정원이 탈북자를 간첩으로 조작해낸 사건도 진작에 있었던 터다.

국정원은 ‘종북몰이’ 뒤에 숨으려 할 게 아니라, 이제라도 투명한 자세로 의혹 해소에 협조해야 한다.

 

 

[ 2016. 6. 21  한겨레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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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탈북’ 종업원들 하나원 안 보낸다

 

13명 모두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에서 6개월간 수용 예정…통상 1~2개월 그쳐 ‘이례적’
국정원, 통일연구원 연구자들 설문조사조차 거절…21일 법원 심리에도 불출석시키기로

 

 

집단 탈출 북한 해외식당에서 일하다 집단 탈출해 7일 국내에 들어온 탈북민 13명이 얼굴을 마스크로 가린 채 어디론가 이동하고 있다. 이 사진은 통일부가 언론에 제공한 것인데, 이 장면이 언제 어디에서 촬영된 것인지는 통일부도 모른다고 밝혔다.  통일부 제공
* 집단 탈출 북한 해외식당에서 일하다 집단 탈출해 7일 국내에 들어온 탈북민 13명이 얼굴을 마스크로 가린 채 어디론가 이동하고 있다. 이 사진은 통일부가 언론에 제공한 것인데, 이 장면이 언제 어디에서 촬영된 것인지는 통일부도 모른다고 밝혔다. 통일부 제공

 


 
중국 저장성 닝보 소재 북한식당에서 4월 초 ‘집단탈북’해, 현재 국가정보원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옛 합동신문센터)에 70여일째 머물고 있는 남성 지배인 1명과 여성 종업원 12명을, 정부가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하나원)에 보내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는 일반적인 탈북자들의 정착지원 과정과 다른 이례적인 조처다. 국가정보원은 또 국무총리실 산하 통일연구원 소속 북한인권 연구자들의 이들에 대한 면담 신청을 관례와 달리 거절하고, 집배원의 법원 관련 서류 전달마저 두차례 거부하는 등, 철저하게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정원 관계자는 20일 “13명 북한식당 종업원 등을 하나원에 보내지 않고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에서 6개월간 수용하기로 했다. 정착교육도 보호센터에서 받는다”고 밝혔다.

국정원과 수사기관은 탈북자를 최장 6개월까지 보호센터에서 합동신문할 수 있지만, 이는 위장탈북이나 간첩 혐의 등 의심스런 부분이 많을 경우다. 대개 탈북자들은 1~2개월 보호센터에서 조사를 받은 뒤 통일부 산하 하나원에 보내져 12주간 남한 정착 교육을 받게 된다.

이번 13명은 이미 정부가 ‘집단탈북’이라고 공개했기에 합동신문을 70일 넘게 벌일 까닭이 없다. 하나원 관계자는 4월 하순께 “북한식당 종업원 13명은 6월 초 보호센터에서 나와 하나원에서 정착교육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들을 보호센터에 6개월간 수용하는 것은, 이례적 ‘집단탈북’ 공개에 따른 ‘기획탈북’ 의혹의 확산을 막기 위해 외부 접촉을 차단하려는 의도라는 게 여러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예컨대 국정원은 이달 초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북한인권연구센터의 이들 13명에 대한 설문조사 요청도 거절했다. 통일연구원은 격주로 보호센터 탈북자들을 면담조사하는 등 연간 200명가량을 조사해왔다.

 

앞서 국정원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법원에 접수한 인신구제청구서 부본을 법원 명령에 따라 집배원이 여성 종업원 12명한테 직접 송달하려는 시도도 5월30일 두차례 거부했다. 담당 집배원은 이튿날 국정원 연락을 받고서야 청구서 부본을 이들 12명한테 전달할 수 있었다. 이때도 국정원 관계자는 집배원한테 ‘종업원들과 관련해 함구하라’고 요구했다.

 

국정원은 2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비공개 인신보호구제 심리에도 13명을 출석시키지 않기로 결정했다. 국정원 관계자는 “13명 대신 소송대리인을 법정에 참석시키기로 했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이례적으로 인신보호구제 관련 소송대리를 법무법인 태평양 소속 변호사 3명한테 맡겼다.

 

정부와 국정원은 이들을 비공개 법정에조차 출석시키지 않는 이유로 북한 가족들의 ‘신변안전’을 들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탈북자 비공개 원칙을 스스로 어기고 이들의 ‘집단탈북’을 즉시 언론에 공개한 사실 등에 비춰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자신이 탈북자이기도 한 한 탈북자지원단체 관계자는 “입국 3개월이 돼가는 시점까지 이들을 비공개 법정에조차 내보내지 않는 것은 기획탈북 의혹을 감추려는 시도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