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군 의혹(정치, 선거 개입)

국정원 전 직원들 “박원순 제압문건 국정원이 작성한 것 맞다”

道雨 2016. 8. 1. 16:40

 

 

 

 

꼬리 잡힌 국정원의 ‘박원순 문건’ 작성 의혹

 

 

 

 

2013년 5월 <한겨레>가 입수해 공개했던 ‘서울시장의 좌편향 시정운영 실태 및 대응방향’이란 제목의 문건(일명 ‘박원순 제압 문건’)을 국가정보원에서 작성한 게 사실이라고 1일 시사주간지 <시사인>이 보도했다.

<한겨레> 보도 당시부터 ‘국정원 작품’이라는 의혹이 매우 짙었는데, 수년이 지난 뒤에야 비로소 정치공작의 꼬리가 잡힌 셈이다. 그런데도 검찰은 이 사건을 ‘국정원과 관계없다’며 종결 처리해 버렸다니 어이가 없다.

 

당시 보도를 보면, 이 문건엔 박원순 서울시장을 흠집내기 위해 국가기관과 보수단체, 전경련 등을 총동원해 다양한 정치공작을 펼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구체적으로 검찰과 경찰은 박 시장 관련 고소·고발사건을 철저하게 수사하고, 보수단체와 경제단체들은 박 시장의 ‘좌편향 정책’을 비난하는 성명을 내거나 집회를 열어야 한다는 내용 등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직후인 2011년 11월24일 작성됐다고 표시된 문건엔 국정원 2차장 산하 부서에서 생산했음을 뜻하는 고유 표지가 담겨 있었다. 그래서 공개 직후부터 ‘국정원 문건’이라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됐지만, 검찰은 2013년 10월 ‘국정원의 기존 문건과 글자 폰트나 형식이 다르다’며 사건을 종결했다. <시사인> 보도는 이런 검찰의 결정이 잘못됐음을 보여준다.

 

박원순 시장은 야당의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야당 출신의 서울시장을 음해하기 위해 국정원이 나섰다면 이는 매우 중대한 정치개입 행위가 아닐 수 없다. 더구나 국정원 댓글 사건처럼 이번 사건도 유야무야 넘어간다면, 앞으로 선거에서 국정원이 또다시 심각한 정치공작을 벌이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정보기관이 국민 신뢰를 잃으면 활동 기반을 송두리째 잃는 거나 마찬가지다. 이번 사건의 진실을 명백히 밝히고, 사실이라면 책임자를 엄중 처벌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검찰은 권력형 비리를 제대로 수사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는 게 이번에 다시금 확인됐다. 전직 국정원 직원들이 언론사에 털어놓은 내용을 검찰이 밝혀내지 못했다는 건 지나가는 개도 웃을 일이다.

그렇다면 국회가 나서야 한다. 청문회든 국정조사든 ‘국정원 정치개입’을 뿌리뽑을 방안을 국회는 하루빨리 검토하고 실행해야 할 것이다.

 

 

[ 2016. 8. 2  한겨레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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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전 직원 "박원순 제압문건, 국정원 것 맞다"

"국정원 것 아니다"라던 검찰 궁지 몰려, 공안기관 개혁여론 급확산

 

 

 

지난 2013년 5월 <한겨레>가 입수해 공개했던 <서울시장의 좌편향 시정운영 실태 및 대응방향(박원순 제압 문건)>이란 문건이, 검찰의 수사결과와는 달리 국정원 문건이라는 국정원 전 직원의 증언이 나와, 공안기관 개혁론이 급확산되는 등 일파만파의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2013년 공개된 '박원순 제압 문건'에는 “경총·전경련 등 경제단체를 통한 비난 여론 조성”, “자유청년연합·어버이연합 등 범보수진영 대상 박 시장의 시정을 규탄하는 집회·항의방문 및 성명전 등에 적극 나서도록 독려”, “저명 교수·논객, 언론 사설·칼럼 동원” 등 박 시장을 압박하는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담겨 있었다.

해당 문건은 박 시장이 2011년 10·26 보궐선거에서 승리한 직후 국정원에 의해 작성된 것으로 알려졌고, 이에 민주당 국정원사건 진상조사특위는 2013년 5월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 9명을 국정원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검찰은 그해 10월 "해당 문건과 국정원 생산 문건을 비교 감정한 결과 완전히 다른 문건"이라며 사건을 각하처분했다.

그러나 1일 발매된 <시사인>은 커버스토리 <전 국정원 직원들의 ‘자백’, 박원순 공작>을 통해 국정원 전 직윈이 "국정원에서 작성된 문건이 맞다"고 증언했다고 보도했다.

국정원 전 직원은 심지어 "문서에 나온 그대로 기획하고 실행했고, 어버이연합에는 국정원 퇴직자 모임의 한 간부를 통해 자금을 대고 관리했다"는 자백까지 했다.

<시사인>은 "'박원순 공작'은 지난 2009년 원세훈 국정원장 취임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며 "유력 대선주자인 박 시장을 흠집내서 여론을 악화시켰으며, 원 원장이 이를 주도했다"고 보도했다.

보도를 접한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소문으로만 떠돌던 ‘박원순 죽이기’의 실체가 사실임이 분명히 드러났다"며 "유신시절에나 있을 법한 ‘공작정치의 망령’이 다시 살아났음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며 국정원을 맹질타했다.

이 대변인은 이어 "국민들은 이미 2012년 대선에서 국정원이 어떤 일을 했는지 잘 알고 있다. 치열한 글로벌 정보전에서 국익을 지키는 일은 등한시 한 채, 오로지 정권 만들기에 눈이 멀어, 민의를 왜곡하고 권력의 뜻만을 쫓는 행태를 반복한다면, 국정원은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차원의 청문회 개최를 통해서 정보기관의 헌정질서 파괴행위에 대해서 엄하게 책임을 묻고, 다시는 이 나라에서 추악한 정치공작이 발붙일 수 없도록 재발 방지를 위한 국정원 개혁 작업에 박차를 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나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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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전 직원들 “박원순 제압문건 국정원이 작성한 것 맞다”

 

 

 

 

박원순 서울시장. 한겨레 자료사진
박원순 서울시장. 한겨레 자료사진

 

<시사인> 1일 보도

 


“국내정보 분석국서 작성” “어버이연합에 자금 대고 관리”
더민주 “공작정치 망령 부활…전모 밝히겠다”

 

 

2013년 <한겨레>가 입수해 공개했던 국정원의 ‘서울시장의 좌편향 시정운영 실태 및 대응방향’(박원순 제압 문건)이 “국정원에서 작성된 문건이 맞다”는 전 국정원 관계자들의 주장이 나왔다. 검찰은 이 문건에 대해 “국정원이 작성한 문건으로 보기 힘들다”고 잠정결론을 내린 채 사건을 각하 처리 한 바 있다.

 

시사주간지 <시사인>은 복수의 전직 국정원 핵심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박원순 제압문건이 “국정원에서 작성된 문건”이라고 1일 보도했다. 국정원의 한 핵심 관계자는 “문서를 작성한 곳은 국내정보 분석국”이라며 “비밀코드 넘버까지 적혀 있어서 국정원 문서가 아니라고 부인할 수도 없다. 실제 국정원에서는 박 시장에 대해 이 문서에 나온 그대로 기획하고 실행했다”고 <시사인>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국정원 핵심 관계자는 또 “(박원순 제압문건의) 내용대로 어버이연합에는 국정원 퇴직자 모임의 한 간부를 통해 자금을 대고 관리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김미화 탈북어버이연합 대표는 이날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국정원 퇴직모임 간부라는 사람이 대체 누구인지도 모르겠다고 한다. 아는 인물도 없고, 어버이연합과 관련된 보도 내용은 전혀 사실 무근이라고 하더라”며 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의 말을 대신 전했다.

 

박원순 제압문건이 국정원 문건이라는 보도가 나오자, 더불어민주당 쪽에선 “유신시절에나 있을 법한 ‘공작정치의 망령’이 다시 살아났음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국회 차원에서 반드시 이 문제를 다뤄 다시는 정보기관에 의한 정치공작이 이땅에 재발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박 시장을 향한 공작의 전모를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관련 기사를 공유하며 “아, 민주주의여! 목 놓아 웁니다. 진실만이 민주주의를 살릴 수 있습니다”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재계단체와 저명 교수와 논객, 언론(사설·칼럼)은 물론 자유청년연합과 어버이연합 등 민간 극우보수단체들을 활용해 박 시장에 대한 비난 여론을 조성하게 하는 등의 계획이 적힌 이 문건은 2013년 5월 <한겨레>의 지면을 통해 공개된 바 있다.

 

당시 민주통합당(지금의 더불어민주당)은 이 문건을 바탕으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 9명을 국정원법과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하지만 검찰은 같은 해 10월 “국정원의 기존문건과 글자 폰트나 형식이 다르다”며 사건을 각하한 바 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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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국정원 문건 진상규명 못하면 내년 대선서 반복될 것"

"피땀 흘려 만든 민주주의, 국정원 인질 되게 할 순 없어"

 

 

 

 

박원순 서울시장은 2일 국정원 전 직원들이 ‘박원순 제압 문건’이 국정원의 것이라고 증언한 것과 관련, “우리가 그동안 피땀으로 만들어 온 민주주의를 그야말로 국정원의 인질이 되게 할 수는 없다”고 국정원을 질타했다.

박원순 시장은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너무 참담한 심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그야말로 70, 80년대 독재정권 시절 불의의 시대로 완전히 돌아선 것이고, 명백한 민주주의 파괴고 헌정질서 파괴”라며 “만약에 이번 기회에 우리사회가 확실하게 이 문제를 진상규명을 하지 못하고 넘어가면, 아마도 내년 대선에서도, 또 저 아닌 다른 정치인 에게 똑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설마 그런 일이 또 벌어지겠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이른바 어버이연합이라는 곳이 저를 상대로 19번이나 집회를 한다든지, 또 사실 방송의 경우에도 ‘박원순에 대해서 흠집을 내는 기사를 자꾸 내보내라’. 그런데 저는 ‘양심상 하기 어렵다’고 저한테 와서 고백한 그런 방송사 기자도 있었다”라며 “그리고 실제로 그동안 제가 출연하기로 되어 있다가 취소가 된다든지 녹화된 방송조차도 불방되는 그런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2013년 5월 진선미 더민주 의원이 공개한 국정원 문건을 검찰이 무혐의 처리한 데 대해서는 “뭐 국정원을 제대로 조사했겠나”라고 힐난한 뒤, “무엇보다도 그 문건이 국정원에 작성된 게 맞다라는 핵심 직원들의 증언이, 이 문건이 국정원에 작성됐다는 하는 것을 확인해 주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문건에 나온 그대로 실행되고 있다는 게 중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비단 박원순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아직 밝혀지지 않은 음지에서 얼마나 많은 민주주의 파괴 행위, 국민 감시행위들이 펼쳐지고 있겠나. 명색이 서울시장인 저한테까지 이렇게 했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이번에 정말 진상조사단이 꾸려지고 청문회가 실시돼야 한다, 그래서 국정원 개혁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제가 참여연대 시절부터 주창했던 것이 이른바 공수처다. 왜냐하면 이게 셀프개혁이라는 게 본래 될 리가 없지 않나”라며 “그래서 국정원 또 국회, 사법부 이런 쪽 아주 고위권력기관들을 수사하는 독립적으로 수사하는 그런 기관들이 만들어져야 된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길 수는 없죠”라며 공수처 신설을 촉구했다.

 

 

 

나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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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정원 직원들의 ‘양심선언’ 박원순 공작

국정원이 박원순 서울시장(오른쪽)에 대해 지속적으로 ‘정치 공작’을 벌였다고 전직 국정원 관계자들이 증언했다. 유력 대선 주자인 박 시장을 흠집 내서 여론을 악화시켰다. 이들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이를 주도했다고 밝혔다.

 

 

 

국가정보원이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해 ‘정치 공작’을 벌였다는 증언을 복수의 전직 국정원 관계자들로부터 확보했다.

원 전 원장의 핵심 측근이었던 국정원 관계자는 “박원순 공작은 2009년 원세훈 국정원장 취임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원 원장이 직접 지휘하다시피 했다”라고 <시사IN> 취재진에 증언했다.

 

국정원 정치개입 의혹 사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박원순 공작의 일부가 드러나긴 했다.

“(서울시장 재보선) 선거 기간에 트위터·인터넷 등에서 허위사실 유포. 확실하게 대응 안 하니 국민들이 그대로 믿는 현상 발생. 악의적 허위사실은 선거에 미치는 영향 막대. 선거가 끝나면 결과 뒤바꿀 수 없기 때문에 우리 원이 역할을 제대로 해줘야 함. 특히 종북 세력들이 선거 정국을 틈타 트위터 등을 통한 허위사실 유포로 국론 분열을 조장하므로, 선제적 대처해야 함(2011년 11월18일 서울시장 재보선 이후 원장님 지시 강조 말씀).”

 

원 전 원장이나 국정원은 재판 과정에서 이 같은 활동이 일관되게 심리전단 고유의 업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번에 <시사IN>이 취재한 전 국정원 간부들은 원 전 원장의 지시로 박원순 공작이 이뤄졌다고 증언했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연합뉴스</font></div>이명박 전 대통령(왼쪽)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오른쪽)은 박원순 서울시장을 적극 견제했다.
ⓒ연합뉴스
이명박 전 대통령(왼쪽)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오른쪽)은 박원순 서울시장을 적극 견제했다.

 

 

다음은 원세훈 전 원장 핵심 측근의 증언이다.

 

2009년 4월, 국정원장에 취임한 뒤 원세훈 원장은 원장 비서실 직원은 물론 국정원 1, 2, 3차장과 기조실장이 참석하는 회의 때마다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를 성토했다. 요지는 이렇다.

‘박원순은 종북 좌파의 거두다. 철저히 흠집 내라. 돈은 얼마가 들어도 좋다. 지쳐 나가떨어질 때까지 멈추지 마라.

이 같은 지시에 처음엔 국정원 안에서도 어리둥절했다.”

 

국정원 간부들은, 박원순을 제압해야 한다는 신임 국정원장의 지시에 왜 어리둥절했을까?

또 다른 전 국정원 고위 관계자는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박원순 희망제작소 이사가 만든 ‘아름다운재단’에 매달 월급을 기부할 정도로 친분이 있는 사이로 국정원 직원들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박원순을 제압하라고 하니 처음엔 영문을 잘 몰랐다”라고 말했다.

 

국정원 직원들은 원세훈 전 원장의 지시에 이명박 대통령의 뜻이 실렸음을 직감했다. 이때부터 국정원 직원들은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에 대한 사찰에 들어갔다.

박원순 변호사도 사찰을 감지했다. 이렇게 해서 2009년 6월 박 변호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국정원 사찰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자 국정원은 그해 9월 박 변호사를 상대로 “국가정보원이 민간인 사찰을 하는 것처럼 보이게 해 국가정보원 및 정부의 명예를 훼손했다”라며 서울중앙지법에 2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원고는 대한민국 정부, 피고는 박원순 변호사였다.

 

원세훈 전 원장의 핵심 측근은 “애초부터 말이 안 되는 소송이었다. 국정원 내 법무팀도 처음에 승소 가능성이 낮다며 소송에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원세훈 원장은 이들을 크게 호통쳤고, 결국 국정원은 박원순 상임이사에게 2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라고 말했다.

 

박원순 변호사가 국정원으로부터 소송을 당하자, 주진우 <시사IN> 기자는 당시 박 시장을 인터뷰했다. 당시 주 기자는 MBC <생방송 오늘아침>에서 인터뷰 코너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박 변호사 인터뷰 후반부에 원세훈 원장을 비판했다.

이 방송이 그대로 나간 뒤 주 기자의 인터뷰 코너가 폐지됐다. 이에 대해 국정원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국정원 여론팀과 MBC 담당 IO(정보관)가 움직여 그 코너를 폐지시켰다. 국정원 상층부의 생각이 강경했다”라고 말했다.

 

 

“MB가 촛불집회 배후로 박원순 지목”

 

그렇다면 이명박 대통령과 원세훈 국정원장은 왜 박원순 변호사를 제압하려 했을까?

전 국정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2008년 촛불집회에 놀란 MB(이명박 전 대통령)가 참여연대가 연관된 진보적 시민단체가 촛불집회에 많이 참여했다는 점을 들어 그 배후로 박원순을 지목했다.”

또 다른 전 국정원 직원은 “원세훈 전 원장은 박원순 시장과 함께 참여정부 시절 복지부 장관을 지낸 유시민씨와 가까운 사람들도 전부 스크린하도록 지시하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시사IN 윤무영</font></div>
ⓒ시사IN 윤무영

 

 

당시 박 변호사는 시민운동 일선에서 물러나 희망제작소와 아름다운재단 관련 활동만 벌이던 상태였다. 촛불시위 배후로 지목되기에는 무리가 많았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전 국정원 고위 관계자의 설명이다.

“원세훈 원장은 국내정보수집국 정보를 잘 믿지 않았다. ‘원장 자리는 원내 정보뿐 아니라 밖에서도 정보가 들어오는데, 확인하면 국정원 첩보는 50%가 가짜더라’는 말도 했다. 실제로 외부 보수 인사들 중심의 특보단을 꾸렸는데, 이들로부터 박원순씨가 야권에서 가장 유력한 대권 주자라는 말을 듣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싹을 잘라야 한다고 보았다.”

 

“국정운영 방해를 좌시해선 안 된다(2012년 5월18일 원장님 지시 강조 말씀)”라는 원세훈 전 원장에게 “종북 세력 척결과 국정 성과 홍보는 별개의 사안이 아니었다(2012년 6월15일 원장님 지시 강조 말씀)”.

원 전 원장은 국정에 반대하면 종북 세력으로 보았고, 그 배후로 시민사회 단체를 이끌었던 박원순 변호사를 지목한 셈이다.

 

하지만 원 전 원장의 의도는 빗나갔다. 국정원 사찰이 오히려 박원순 변호사가 정치권에 진출하도록 하는 계기를 만들어줬다.

박원순 시장은 <시사IN>과 인터뷰하면서 “내가 서울시장에 출마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국정원의 무도한 사찰이었다”라고 말했다(18~19쪽 인터뷰 참조).

 

국정원은 박원순 변호사를 상대로 낸 명예훼손 소송에서 2010년 9월 1심부터 패소했다(2012년 3월 대법원은 상고심에서 박 시장 손을 들어주었다). 소송에서 잇달아 지자 원세훈 원장은 보수 언론을 동원해 박 변호사를 압박하라고 지시했다. 효과가 없자 담당 IO(정보관)가 인사 조치되기도 했다.

원세훈 전 원장의 핵심 측근은 “재판에 지면서 여론이 나빠지자, 원세훈 원장은 박원순 관련 언론 보도 대처가 미흡했다는 이유로 금** 여론팀장에게 책임을 물어 지방으로 좌천시켰다”라고 말했다.

 

국정원의 박원순 공작은 2011년 서울시장 재보선에서 박 변호사가 당선된 뒤 더욱 거세졌다.

원세훈 전 원장의 핵심 측근은 “박 시장이 전임 이명박 서울시장 시절의 비위를 들춰낼까 봐 원세훈 원장이 신경을 썼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고 여겼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전 국정원 고위 관계자도 “원 전 원장은 박원순 시장의 정책에 대해 거의 모두 종북 좌파 정책이라고 공격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유우성 사건)도 ‘박원순이 채용한 간첩’이라는 콘셉트를 만들기 위해 둔 무리수였다”라고 말했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시사IN 조남진</font></div>2009년 ‘희망과 대안’ 창립식에서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소란을 피우자 행사장을 빠져나오는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시사IN 조남진
2009년 ‘희망과 대안’ 창립식에서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소란을 피우자 행사장을 빠져나오는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복수의 전 국정원 직원들 증언에 따르면, 원세훈 전 원장은 ‘디테일’에 강했다. 즉, 세밀한 부분까지 일일이 지시하며 직접 챙겼다고 한다.

원 전 원장은 이명박 서울시장 시절 행정부시장을 지내 서울시가 ‘친정’이나 다름없었다. 그는 박원순 시장을 겨냥해 대구·경북(TK) 출신인 국정원 직원 김**·손**을 차출해 서울시를 담당하게 했다. 또 이들을 통해 직접 서울시와 관련한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원 전 원장의 핵심 측근의 증언이다.

“박 시장이 당선됐어도 서울시에는 원세훈의 ‘빨대 공무원’이 수두룩했다. 원 원장이 시청 주변에 가서 그들에게 자주 밥을 샀다. 박원순 시장 1기 시절 서울시 고위 공무원들 가운데 원세훈 국정원장 직보 라인도 있었다. 또 원 원장이 일부 국장에게 수시로 직접 전화해서 박 시장과 관련한 정보를 묻기도 하고 필요한 사항을 지시했다. 박 시장이 당시 서울시장 업무를 제대로 하기 어려운 분위기를 국정원이 만들어나갔다.”

 

국정원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원세훈 전 원장의 서울시 공무원 영향력을 모친상 빈소 풍경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2013년 2월19일 캐나다에서 거주하던 원세훈 원장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원세훈 원장은 출국해 캐나다 밴쿠버 현지에서 장례를 치렀다.

귀국한 원 전 원장은 국내에서도 비공개로 조문객을 받았다고 한다.

“원세훈 원장의 남현동 자택에서 사흘간 모친 영정사진을 걸어두고 문상객을 받았다. 원세훈 사람으로 분류되는, 서울시 고위 공무원들과 국장들이 줄줄이 찾아왔다.”

 

원 전 원장은 보수 단체·언론·학자들을 끌어들여 박 시장 흠집 내기에 나섰다. 또 서울시와 업무 연관이 있는 정부 각 부처에 파견된 국정원 요원에게 박 시장의 정책에 비판적인 여론을 조성할 수 있는 보고서 작성을 독려했다고 한다.

 

 

어버이연합이 19차례나 서울시청 앞에서 시위

 

박원순 공작은 국정원 내부에서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공식 문서를 통해서도 확인된 바 있다. 2013년 당시 민주당 진선미 의원은 ‘서울시장의 좌편향 시정운영 실태 및 대응방향’이라는 A4 용지 5장짜리 문건을 공개했다.

2011년 11월24일자로 작성된 이 문건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 이후 세금급식 확대, 시립대 등록금 대폭 인하 등 좌편향·독선적 시정 운영을 통해 민심을 오도, 국정 안정을 저해함은 물론 야세 확산의 기반을 제공하고 있어서 면밀한 제어방안 강구 긴요”라고 밝힌 뒤, 이어서 “아직 박 시장의 시정 운영에 대한 명확한 긍정·부정 여론이 형성되어 있지 않아 현 시점에서의 어설픈 견제는 역풍만 초래할 가능성이 다분. 명백한 불법·편법 행태에는 즉각 대응하되, 편파 독선적 시정 운영은 박 시장에 대한 불만 여론이 형성될 때까지 자료를 수집 축적하고 있다가 적기에 터뜨려 제압하는 등 단계적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라며 공작 전략을 담았다.

 

“감사원 감사 등을 통해 관련 예산 집행 실태 철저 점검” “여당 소속 시의원(28명)들에게 시 예산안에 대한 철저한 심의를 독려” “자유청년연합·어버이연합 등 범보수 진영 대상 박 시장의 좌경사 시정을 규탄하는 집회·항의 방문 및 성명전 등에 적극 나서도록 독려” 등 구체적인 전술도 담겼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연합뉴스</font></div>2013년 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국정원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공작 문건을 폭로했다.
ⓒ연합뉴스
2013년 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국정원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공작 문건을 폭로했다.

이에 대해 국정원은 지금까지 내부에서 작성한 문서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검찰도 국가정보원의 문건과 글자 폰트나 형식이 다르다며 국정원 공식 문건이 아니라고 결론 내린 바 있다.

하지만 복수의 전 국정원 핵심 관계자들은 “국정원에서 작성된 문건이 맞다”라고 증언했다.

원세훈 전 원장의 핵심 측근 인사는 “문서를 작성한 곳은 국내정보분석국이다. 부서 비밀코드 넘버까지 적혀 있어서 국정원 문서가 아니라고 부인할 수도 없다. 실제 국정원에서는 박 시장에 대해 이 문서에 나온 그대로 기획하고 실행했다”라고 말했다.

이 핵심 측근 인사는 “문서 내용대로 어버이연합 등 보수 단체가 서울시 정책에 대해 종북 좌파 정책이라고 규탄하는 시위와 항의 방문을 하도록 지원했다. 어버이연합에는 국정원 퇴직자 모임의 한 간부를 통해 자금을 대고 관리했다”라고 증언했다.

 

2011년부터 지금까지 박원순 시장에 대한 어버이연합의 항의 시위는 19차례 진행됐다. 어버이연합과 국정원의 커넥션 의혹은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에서 일부 드러났다. 탈북자 단체 관계자 김 아무개씨가 어버이연합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고, 중국으로 건너가 유씨가 간첩임을 입증하는 대화 녹취와 사진 등을 수집해 국정원에 제출했다고 법정에서 증언한 바 있다.

 

문건에는 또 검찰과 경찰에 대해서는 ‘서울시장 선거 과정에서 고소·고발된 사안에 대해 철저한 수사 및 처벌과 서울시정 운영에 대한 사정활동 강화’를 주문했다.

이에 대해 원 전 원장의 핵심 측근은 “원세훈 원장은 최장수 임기를 기록할 정도로 대통령이 전폭적으로 신임하는 실세 원장이다 보니, 다른 부처에도 영향력이 막강했다. 예를 들면 검찰총장과 경찰청장도 새로 임명되면 원세훈 원장과 만났다. 그때마다 두툼한 봉투가 건너갔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전직 경찰청장은 “신임 인사차 원 전 원장을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봉투를 받은 적은 없다”라고 부인했다.

 

원세훈 전 원장의 지시에 따라 심리전단은 2012년 대선에 적극 개입했다. 이때 대선에 출마하지 않았던 박원순 시장도 공격 대상이었다.

예를 들면,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은 ‘박원순은 협찬 대마왕이고, 안철수는 코스프레 대마왕(2012년 9월5일)’ ‘박원순은 협찬의 진수를, 안철수는 뻥튀기의 진수를 보여줬다(2012년 9월7일)’ ‘박원순은 종북 세력 싱크탱크 희망제작소, 종북 세력 자금줄 아름다운재단, 종북 세력 양성소 참여연대를 만들었고 그 세력을 안철수에게 올인할 것이다(2012년 10월22일)’ ‘박원순 부친이 악질 친일파. 위안부를 모집한 것은 천하가 아는 사실이다(2012년 11월11일)’ 등 트위터 활동을 했다.

 

2013년 박근혜 정부 이후 원세훈 원장이 물러났지만, 박원순 시장에 대한 국정원의 견제 기조는 그다지 변하지 않았다고 국정원 전 직원들은 증언했다.

전 국정원 고위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원 전 원장 시절 국정원 안에 만들어진 감시 견제 체계를 활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서울시장 자리는 유력한 차기 대권 후보이며 국무회의 참석 필수 요원이라서 야당 소속 서울시장의 입지는 늘 경계 대상이다”라고 덧붙였다.

 

진선미 의원이 공개한 박원순 제압 문건에 작성자로 기재된 추** 팀장은 현재 국내정보 파트 국장을 맡고 있다. 그는 박근혜 정부 인수위원회를 거쳐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근무하다 국정원에 복귀해 핵심 보직을 꿰찼다. 추 국장의 인사만 봐도 박근혜 국정원의 박원순 시장 견제 기조를 읽을 수 있다.

 

<시사IN> 취재진은 원세훈 전 원장의 반론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또 국정원 측은 “국정원에서는 박원순 문건을 만든 일도 없고, 서울시장을 상대로 어떤 공작도 하지 않는다”라고 공식 견해를 전해왔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시사IN 이명익</font></div>2015년 6월8일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박원순 시장 비판 집회를 하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2015년 6월8일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박원순 시장 비판 집회를 하고 있다.

 

 

 

정희상·주진우 기자 | webmaster@sisa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