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못된 버릇, 이번엔 반드시 뜯어고쳐야
국가정보원의 불법 활동 흔적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국정원 직원들이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이사 선임 과정에 개입해 사실상의 사상검증을 벌였다는 주장이 제기된 데 이어,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과 삼성 합병 과정에 개입한 정황도 특검이 포착했다고 한다.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대법원장 사찰 문건에 이어 국정원의 불법적인 움직임이 거듭 확인되고 있는 것이다.
대선 댓글공작으로 전 국민의 비난을 사고도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이 ‘괴물 조직’을 이제는 손봐야 할 때가 됐다.
한국출판인회의 윤철호 회장은 최근 “문체부 산하 출판진흥원 이사 선임 때 국정원 직원들이 직접 후보를 인터뷰했다”며, 2012년 1기 이사회 이래 3기까지 이사 후보들의 성향을 국정원이 직접 조사했다고 폭로했다.
2기 이사회 후보로 추천됐던 조재은 양철북 대표는 “국정원 직원이 찾아와 학생운동 전력을 묻고, ‘청와대에서 후보자 이념 부분을 분명히 하라고 해 기준이 까다로워졌다’며, 양해를 구하기까지 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이 청와대 지시를 받고 사상검증을 한 셈이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수사 과정에서도 문체부 공무원들과 국정원 정보관들이 주고받은 문자메시지와 진술 등을 통해 국정원이 개입한 단서가 잡혔다고 한다.
‘진보 좌파 지원에 대해선 규제를 해야 한다’는 국정원 보고서를 봤다는 조현재 전 문체부 1차관의 증언에 비춰봐도 블랙리스트 작성에 국정원이 개입했을 가능성은 크다.
특검팀은 4일 이병기 전 국정원장 집을 압수수색한 데 대해 “비서실장 재직시 블랙리스트 관련 여부를 확인하려는 것”이라며 “국정원 개입에 대한 수사 확대 여부는 결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정원의 블랙리스트 작성 개입은 그 자체로 불법일 뿐 아니라 국기문란에 해당한다. 국정원이 정보를 제공하면 청와대가 이를 토대로 문체부에 블랙리스트를 내려보내는 구조가 작동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적극적으로 수사해야 한다.
국정원이 공작정치의 행동대로 나선 사실은 이미 ‘어버이연합 등을 동원한 박원순 시장 규탄 집회’나 ‘보수단체를 활용한 세월호 유족 맞대응 집회’ 등 문건으로 확인된 것만 여럿이다.
불법 공작을 엄히 단죄해 국정원의 못된 버릇을 이번에는 반드시 뜯어고쳐야 한다.
[ 2017. 1. 5 한겨레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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