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카카오 대표 개인비리 캐라 지시했나?
[김영한 비망록] ‘감청영장 거부’ 이후 이석우 대표에 ‘보복’ 지시 정황… 제3자 명예훼손 개정도 관여했을 가능성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통신상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조치들이 대거 추진돼왔는데, 그 배경에 청와대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사이버사찰 논란 이후 “감청영장 협조 거부”를 선언한 카카오에 보복을 한 정황도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언론개혁시민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은 8일 기자회견을 열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남긴 비망록(업무일지) 내용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정황을 폭로했다.
비망록에 따르면, 청와대는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하고 비판하는 게시물을 주시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을 통해 대응했다.
2014년 8월27일에는 “다음 아고라: 음란성 패러디 삭제- 검색어 조치”라는 메모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패러디물을 삭제하고, 관련 검색어가 뜨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라는 내용으로 보인다.
9월23일 “VIP 7시간 관련 – 주름수술설 (사이버수사팀)” 메모 역시 청와대가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비판 게시물을 주시하고 있다는 점이 드러난다.
▲ 김영한 비망록에 담긴 2014년 10월2일 메모.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비판 게시물을 주시해온 청와대가 당사자의 직접 민원이 있어야만 게시물이 삭제된다는 점을 알게 됐다. 공교롭게도 이듬해 제3자의 민원만으로도 명예훼손성 게시물을 삭제할 수 있는 심의규정 개정이 추진됐다. 자료=진보네트워크센터 |
청와대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통해 제3자의 신고만으로도 게시물 삭제가 가능하도록 심의규정 개정을 추진한 정황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4년 9월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에 대한 모독적인 발언이 도를 넘고 있다”고 말했는데 이를 전후로 대응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4년 9월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에 대한 모독적인 발언이 도를 넘고 있다”고 말했는데 이를 전후로 대응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보인다.
2014년 8월26일 “다음 아고라- 방심위 통신분야 인적구성”메모가 쓰였으며, 10월2일에는 “방심위- 피해자 본인신청이 있는 경우에만”이라는 메모가 쓰였다. 다음 아고라에 올라오는 게시물에 대응하기 위해 방통심의위에 문의한 결과, 본인이 직접 신청을 하지 않는 한 게시물 삭제를 할 수 없다는 점을 알게 된 것으로 보인다.
공교롭게도 이후 방통심의위는 심의규정 개정 논의를 시작했고, 이듬해 7월 제3자의 신고만으로도 명예훼손성 게시물을 삭제하도록 하는 통신심의 규정 개정안을 상정해 논란이 됐다.
공교롭게도 이후 방통심의위는 심의규정 개정 논의를 시작했고, 이듬해 7월 제3자의 신고만으로도 명예훼손성 게시물을 삭제하도록 하는 통신심의 규정 개정안을 상정해 논란이 됐다.
당시 야당추천 심의위원들과 시민사회단체의 강력한 반발로 논의가 미뤄지다, ‘공인을 제외하는 것’으로 대상을 축소해 도입됐다.
청와대가 감청영장에 협조하지 않은 카카오의 동향을 지속적으로 주시하고, ‘보복’까지 한 구체적인 정황도 있었다.
2014년 10월1일 당시 정진우 전 노동당 부대표가 카카오톡 압수수색 등 사이버사찰을 폭로하자, 대대적인 사이버망명이 일어났다. 이석우 카카오 대표(현 중앙일보 디지털총괄)는 10월8일 공식사과를 하고, 수사기관의 카카오톡 감청 요구에 협조하지 않을 것을 선언했다.
이 시기부터 이석우 대표를 언급하는 메모가 많다.
“이석우 대표 대응-검토 후 발표토록”(10월14일) “내일 서울고지검 국감-이석우대표(10월15일)” “이석우 대표, 실시간 감청 불가, 대응”(10월16일) 등이 대표적이다.
▲ 2014년 10월 이석우 카카오 대표가 검찰의 카카오톡 감청영장에 불응할 것을 선언한 이후 청와대는 개인비리와 카카오 사업의 문제점 등을 빌미로 보복을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 자료=진보네트워크센터. |
구체적인 보복방식도 언급됐다.
11월12일 “다음카카오 동향“ 메모가 쓰였고, 이틀 후 이석우 대표 이름을 언급하면서 ‘개인정보보호’,‘개인비리’,‘온라인뱅킹 대행’이라는 메모가 쓰였다.
이석우 대표에게 보복하기 위해, 카카오의 사업과 개인비리 등을 수사하라는 지시가 내려진 것으로 보이는데, 실제 12월 이석우 대표는 카카오가 아동음란물 유통을 방치했다는 혐의로 수사를 받았고,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사이버사찰 논란과 카카오의 감청영장 거부 이후, 청와대는 카카오에 감청장비를 직접 설치할 수 있도록 법안을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
10월15일 메모에는 “입법-당정-법무부(카톡 감청)”라는 내용이 있고, 실제 카카오 등 포털사 감청장비 설치를 골자로 하는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온라인 여론을 조작한 정황도 다수 포착됐다.
6월28일 메모 “전교조 조퇴투쟁- NAVER 댓글 비난이 대세“는 청와대가 포털 댓글을 주시하고 있는 점이 드러난다.
이어 “7월9일 통진당 전 간부 국보법 실형선고 건- 홍보가 되도록 인터넷이라도“(7월9일)와 “카톡 등 건전한 의견 유포 증가 추세. 좌파들 위기 의식 ⇒ 활용토록“(8월31일)에 따르면, 카카오톡, 인터넷 댓글 등을 통해 청와대가 여론조작을 위한 행동에 나섰음을 시사한다.
실제 청와대 뉴미디어실 소속 직원들이 정부에 우호적인 여론을 만들기 위해 SNS, 카카오톡 등을 활용한 정황을 JTBC가 보도한 바 있다.
실제 청와대 뉴미디어실 소속 직원들이 정부에 우호적인 여론을 만들기 위해 SNS, 카카오톡 등을 활용한 정황을 JTBC가 보도한 바 있다.
▲ 김기춘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은 인터넷방송에 대해서도 대응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해부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아프리카TV를 적극적으로 심의했으며 구글, 페이스북 등 해외 사업자들의 국내지사 관계자들을 불러 인터넷방송 문제점 개선을 위한 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자료=진보네트워크센터. |
인터넷 방송에 대한 규제를 추진하는 대목도 있다.
비망록에 따르면 김기춘 비서실장은 2015년 1월6일 “인터넷 방송 피해 多-신고, 규제가능성 검토-제도화”라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방통심의위는 아프리카TV 등 인터넷방송에 대한 적극적인 심의를 벌였고, 최근에는 이은권 새누리당 의원이 인터넷방송을 규제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금준경 기자 teenkjk@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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