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리스트’ ‘블랙리스트’ 배후에 역시나 국정원
국가정보원이 여전히 사찰과 공작에 관여하고 있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수사 과정에서 국정원이 보수우익단체들에 자금을 지원하는가 하면,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문화체육관광부에 전달한 사실도 확인했다고 한다. 화이트리스트와 블랙리스트에 국정원이 모두 개입한 셈이다.
댓글 사건으로 원세훈 전 원장이 구속되는 등 곤욕을 치르고도, 여전히 불법적인 ‘정치공작’을 벌이고 있는 사실이 확인된 이상, 철저한 수사로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조직도 확 뜯어고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병기 전 원장은 최근 특검 조사에서 “국정원의 민간단체 지원은 옛날부터 해오던 일”이라며 “내가 원장 시절에도 했고 지금도 하는 것으로 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청와대가 20여개 보수우익단체들에 주요 대기업에서 거둔 68억원을 지원하면서 관제시위에 동원해온 사실은 특검 수사 결과로 공개된 바 있다.
원세훈 전 원장 재판에서도 국정원 직원들이 시민단체와 언론기관으로 가장한 세력을 동원해, 시위는 물론 출판물 발행까지 배후조종하며, 공작을 벌여온 사실도 드러났다.
‘어버이연합 등을 동원한 박원순 서울시장 규탄 집회’나 ‘보수단체를 활용한 세월호 유족 맞대응 집회’ 계획 등 문건으로 확인된 것도 한둘이 아니다.
블랙리스트 역시 국정원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크다. 국정원이 이미 2013년 하반기에 ‘예술위의 정부 비판 인사에 대한 자금지원 문제점 지적’이란 제목으로 청와대에 보고서를 보냈다고 한다.
조현재 전 문체부 1차관도 ‘진보 좌파 지원에 대해선 규제해야 한다’는 취지의 국정원 보고서를 봤다고 증언한 적이 있다.
이병호 국정원장이 헌법재판소를 담당하는 조직의 정보 수집 행위는 시인하면서도 “사찰이라면 도청이나 미행 그런 게 있어야 하는데 절대 그런 일은 없었다”고 주장한 것은 이들의 불법 불감증을 잘 드러내주는 사례다.
그동안 국정원의 불법 공작이 폭로된 적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럼에도 제대로 단죄된 적이 없으니 여전히 불법 행동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불법이 만성화된 조직 자체를 과감하게 도려내고 새로 태어나게 하지 않으면, 이 괴물 조직은 계속 활개 치고 다니며 정치공작을 벌일 것이다. 이번에는 검찰이 제대로 밝혀야 한다.
[ 2017. 3. 9 한겨레 사설 ]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785709.html#csidx501c61dbf37e2b297a01e8851819ae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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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기 전 원장 “국정원, 보수단체에 돈 댔다” 실토
특검서 “예전부터 해오던 일…지금도 한다고 알고 있다” 진술
국정원법엔 ‘국정원장·직원들 정치활동 관여행위 금지’ 명시
국정원 “제기된 의혹만으로 답변하기 힘들다”
박근혜 대통령이 20대 총선을 하루 앞둔 지난해 4월12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황교안 국무총리(왼쪽)와 이병기 당시 비서실장(전 국가정보원장)과 함께 참석하고 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병기 전 비서실장으로부터 ‘국가정보원이 보수단체에 지원금을 댔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병기 전 국가정보원장한테서 ‘국가정보원이 보수단체에 지원금을 댔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8일 확인됐다. 특검팀은 지난 1월2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과 관련해 이 전 원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한 뒤 그를 소환해 조사한 바 있다.
특검팀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2014년 7월부터 2015년 2월까지 국정원장을 지낸 이병기 전 비서실장은 지난 1월 특검 조사에서 국정원의 보수단체 지원과 관련해 “우리와 뜻을 같이하는 단체에 대한 (자금) 지원은 예전부터 해오던 일이다. 기조실장한테 그런 내용에 대해 보고받았지만, 계속 그런 지원이 있어왔기 때문에 국정원장이 굳이 터치할 입장은 안 됐다”고 밝혔다.
국정원의 보수단체 자금 지원 의혹은 그동안 여러 차례 제기됐지만, 전직 국정원장의 진술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이 전 실장은 또 “내가 (국정원장으로) 있던 시절에도 지원을 했고, 지금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상세한 (지원) 내역에 대해선 말하기 어렵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실장은 구체적으로 어떤 단체에 지원했는지도 밝히지 않았다.
이날 <한겨레>는 국정원에 보수단체에 자금을 지원한 게 맞는지, 지원했다면 어떤 근거로 자금을 준 것인지 등을 물었으나, 국정원 관계자는 “제기된 의혹만으로 답변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국정원이 민간 보수단체에 대한 자금을 지원한 것은 논란의 소지가 클 것으로 보인다. 국가정보원법(제9조)을 보면, 국정원장을 포함한 직원은 정당이나 정치단체에 가입하거나 정치활동에 관여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그런 만큼 국정원이 아무리 정보기관이라고 하더라도 민간 보수단체에 어떤 규정을 근거로 자금을 지원했는지 밝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국정원이 이명박 정부 때부터 보수단체의 활동을 지휘해온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지난해 4월 열린 ‘국정원 댓글사건’의 주범인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파기환송심 공판에서 검찰은 “국정원 심리전단 소속 직원 박아무개씨가 보수 우파단체를 지원하고 지도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당시 검찰이 공판에서 밝힌 내용과 <한겨레>가 입수한 재판기록 등을 종합해보면, 국정원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부터 2년간 약 7곳의 보수단체와 접촉하며 보수단체가 신문에 내는 의견광고에 개입하는가 하면, 이들이 벌이는 1인시위와 전단지 배포 계획까지 관여했다. 국정원은 이런 활동이 특정 보수매체에 보도될 수 있도록 직접 부탁했고, 보도된 기사들은 다시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 등을 통해 인터넷에 전파되도록 했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785711.html?_fr=mt1#csidx326e47b9abc1607ab32103871ef0d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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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별도의 블랙리스트’ 제작, 문체부 내려보냈다
특검, 국정원도 명단 작성·전달 확인
국정원 직원 “직접 문건 전달” 진술
문체부 담당과 오간 문자도 확보
명단엔 주로 야당쪽 활동 관여한 이들
문체부 ‘청와대판 명단’과 별도 관리
정보업무와 무관 ‘권력유지’에 동원
공공기관 인사 개입 등 정황도
검찰 “탄핵심판 결과 관계없이 수사”
지난 3월7일 오전, 서울 서초구 국가정보원 앞에서 `박근혜 퇴진과 시민정부 구성을 위한 예술행동위원회', `박근혜 퇴진 비상국민행동', `광화문 캠핑촌' 회원들이 블랙리스트 사태와 관련해 국가정보원의 공작정치를 규탄하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청와대와 별도로 국가정보원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명단을 만들어 문화체육관광부에 내려보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안전보장과 관련되는 정보·보안 및 범죄수사를 담당하는 국정원이 본래 직무에 벗어나 박근혜 정부의 권력 유지에 동원된 셈이다. 국정원은 특검 수사 초기인 지난 1월부터 블랙리스트 작성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8일 특검팀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특검팀은 국정원이 작성한 ‘블랙리스트 명단’을 확인하고, 국정원 직원을 불러 조사하는 과정에서 ‘문체부에 (국정원 작성) 문건을 전달해달라는 요청을 받아서, 할 수 없이 문체부에 제공해 지원을 배제하라고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특검팀은 이 과정에서 국정원 직원과 문체부의 블랙리스트 담당자 사이에 오간 문자메시지도 확보했다.
특검팀은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정권 비판적인 인사들이 일부 빠지는 일이 생기자, 청와대가 국정원도 자체 명단을 만들어 문체부에 전달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대한 촘촘하게 반 정부 인사들을 걸러내기 위한 조처였다는 것이다.
문체부는 청와대뿐만 아니라 국정원에서 블랙리스트 명단을 받았으며, 청와대에서 보낸 명단과 지시사항은 알파벳 ‘B’(비)로, 국정원에서 보낸 내용은 ‘K’(케이)로 표시해 관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국정원 블랙리스트에 오른 사람들은 주로 야당 쪽 정치활동에 관여한 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국정원이 문예계 동향 파악을 넘어, 문화 관련 공공기관의 이사 선임 등에 관여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국정원은 2년마다 새로 뽑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이사 후보들의 성향을 직접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출판진흥원 2기 이사 후보였던 한 출판사 대표는 <한겨레>에 “국정원 직원이 찾아와 과거 학생운동 전력을 묻고 ‘이번에 이사가 되기 어렵겠다’고 말했다. 청와대에서 후보 이념을 분명히 하라는 지시를 했는데, 나를 최종 후보로 올렸다가는 자신이 문책당할 수 있다고 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이 문화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공모사업 선정에 관여한 정황도 드러났다. 문화예술위의 2016년 공모사업 선정 내부 문건을 보면, 국정원을 지칭하는 케이라는 글자와 함께 ‘연극, 무용 분야는 해당 없음’ 등이 적혀 있었다.
법조계에서는 국정원의 이런 행위가 위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정원법에는 ‘정치 관여 금지’ 조항뿐 아니라 국정원장 등이 직권을 남용해 다른 기관·단체 또는 사람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해서 안 된다(제11조)고 규정돼 있다.
한편, 박영수 특별검사팀으로부터 ‘국정농단’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헌재 탄핵심판 결정과 관계없이 수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검찰 특별수사본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박 대통령 탄핵정국과 관계없이 수사를 하느냐’는 질문에 “그래야 하지 않겠느냐. 넘어온 사건을 안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번주까지 자료 검토를 끝낸 뒤 다음주께 참고인 소환 등 본격 수사에 나설 방침이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785710.html#csidx5e551a8ad541264b6d081dbcd9b4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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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국정원의 정치공작, 여타 독재국가가 울고갈 정도"
"'정권 보위대'로 전락한 국가정보기관 더이상 존재가치 없어"
정의당은 9일 이병기 전 국정원장이 국정원의 보수단체 자금 지원을 실토한 것으로 알려진 것과 관련, "댓글조작, 블랙리스트, 관변단체 통한 여론조작까지 국정원의 정치공작 수준은 여타 독재국가가 울고 갈 정도"라고 질타했다.
한창민 정의당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박근혜 정권의 '대국민 사기극' 선봉에 국정원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국정원의 행태는 딱 박근혜 정권의 민낯"이라며 "박근혜정권은 공작으로 시작해서 공작으로 막을 내리는 정권이라는 오명을 벗어날 수 없다. 세계적인 망신"이라고 비난햇다.
그는 "'정권 보위대'로 전락한 국가정보기관은 더 이상 존재가치가 없다. '정치공작소' 국정원은 박근혜 정권과 함께 퇴장해야 한다"며 "정의당은 ‘불법공모집단'인 국정원을 해체하고, 국민을 위한 정보기관이 새롭게 태어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별렀다.
최병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