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성 판사의 판결은 무(無)지성”

“용산진압은 정당했다”


국가정보원이 우익 청년들로 구성된 이른바 ‘알파팀’을 활용해 여론전의 대상으로 삼은 상대는 법원, 정당, 언론기관 등을 망라한다. 그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헌법에 의해 독립성과 신분이 보장되는 판사 개인을 향한 공격이다.

<한겨레21>이 입수한 국정원 비선조직 ‘알파팀’ 내부 자료를 보면, 국정원과 알파팀의 중간 고리 노릇을 하던 김성욱 한국자유연합 대표는, 2009년 2월17일 알파팀에 보낸 전자우편에서 “학교(국정원) 측의 의견을 전한다”며 “노노데모 소송건과 관련해 천지성 판사를 집중 비판”할 것을 지시했다.

이날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2008년 촛불집회 이후 결성된 ‘노노데모’ 등 보수단체가 광우병 소고기 위험성을 지적한 <문화방송> ‘PD수첩’을 상대로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이 기각된 당일이었다.
국정원이 천 판사를 공격 대상으로 지목한 것은, 이 사건의 주심판사인 천 판사가 당시 야권 핵심인사이던 천정배 의원(현 국민의당 의원)의 딸이라는 점을 부각해, 판결의 편향성을 문제삼으로 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국정원의 지시가 떨어지자 알파팀은 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이튿날 다음의 ‘아고라’ 게시판에 ‘천지성 판사는 편파 왜곡의 주둥이?’라는 글을 통해 “사법부가 제정신인지 묻고 싶다”며 이번 판결은 “선전선동 편파왜곡 방송을 정당화하는 반민주주의적 판결”이라는 과격한 비판에 나선다. 

민주노총,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은 노조에 대해선 더 노골적이고 원색적인 공격을 가했다.
같은 달 12일 국정원이 “당분간 민노총, 전교조 악행 비판에 집중한다”는 지시를 내리자, 한 알파팀원은 그로부터 며칠 뒤 민노총을 ‘성노총’(전국성욕노동조합총연맹)이라 비꼬며 “여성들을 같은 노동자가 아닌 오로지 성욕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조작글을 올린다.
당시 민노총은 수배중인 한 고위간부가 여성 조합원을 성폭행하려했던 사건이 터져 큰 곤욕을 치르고 있었다. 이 글은 조회수 3486건, 댓글 41개를 기록했다.


김 대표는 또 2009년 1월20일 전자우편에서 다음 아고라 자유토론방에 올린 ‘용산 진압은 정당했다!’는 글이 1만3894건의 클릭 수를 올렸다고 강조하며 “자유토론방은 좌익의 주거점이어서 보수 성향 글이 올라가면 정치방보다 반응이 뜨겁다”고, 조회수를 높이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조언하기도 했다.



김완 하어영 정환봉 <한겨레21> 기자 hah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