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사람과 바둑판
‘나쁜 사람’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전 체육국장(현 문체부 2차관)과 진재수 전 체육정책과장(현 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 사무처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탈탈 털렸다.
2월 대통령 탄핵심판, 8월 공판 과정에서 불거진 ‘바둑판 논란’은 당시 권력의 치졸함을 잘 보여준다.
노태강 국장의 방에서 나온 바둑판엔 조훈현 9단(현 자유한국당 비례대표 의원)의 서명이 있었다. 조 9단이 한국기원 이사이던 시절, 기원 실무자가 문체부에 기념품으로 전달했다고 한다. 당시 문체부 기획실장은 문제의 바둑판을 담당 부서인 체육국장 방에 갖다 두도록 했다. 그 뒤에 부임한 노태강 체육국장은 먼지를 뒤집어쓴 채 구석에 있는 바둑판을 그대로 방치하는 수밖에.
기습감찰로 사무실을 턴 민정수석실 공직기강팀 요원은 뜻밖의 전리품 바둑판을 발견하곤 득의양양했다. 노 국장 등 ‘나쁜 사람들’로 지목된 이들이 대한승마협회 감사 보고서를 최순실의 의도와 다르게 만들어,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 직후였다.
모철민 전 교육문화수석은 탄핵심판 변론 때 “바둑판 같은 선물을 받는 등 공무원 품위에 문제가 있다”고 노 전 국장을 겨냥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탄핵심판 의견서에서 “노 국장이 문제가 있었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 변호인단 역시 지난달 법정에서 바둑판 이야기를 꺼냈다.
그사이 가문비나무 바둑판은 최고급 비자나무 바둑판으로 등급이 격상돼 있었다.
바둑판을 받은 당사자도 아니요, 바둑도 안 두는 노 전 국장은 ‘돌아버릴 지경’이었을 거다.
진재수 전 과장은 “청와대 보고서에 ‘조심해야 할 인물’로 적은 (최순실 측근) 승마협회 전 간부가 곧바로 ‘섭섭하다’고 전화를 해와, ‘나는 끝났구나’라고 직감했다”고 최근 증언했다. 그리고 그 예감은 적중했다.
바둑판이 어이없어할 비선권력의 후안무치다.
김창금 스포츠팀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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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sports/sports_general/809472.html?_fr=mt0#csidx16648422d47f3e681f68e4724166c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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