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권 댓글공작, 기무사가 기획했다
2008년 6월 청와대 보고서에
‘비노출 특수팀 운영’ 등 건의
‘비노출 특수팀 운영’ 등 건의
기무사령부가 2008년 6월4일 청와대에 보고한 여론조작 공작 보고서의 표지. 이철희 의원실 제공.
이명박 정권 시절 국가정보원, 경찰, 국방부 등 권력기관의 전방위적 댓글 공작을 국군 기무사령부(기무사)가 최초로 기획했음을 보여주는 문건이 나왔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1일, 기무사가 이명박 정부 출범 3개월여 뒤인 2008년 6월4일 청와대에 보고한 에이(A)4 3장짜리 문건을 <한겨레>에 공개했다.
‘참고자료(6.4 청와대 보고)’라는 제목의 이 문건에서 기무사는 국정원·경찰청·합참·기무사 등 ‘기관별 사이버 인력’ 현황을 일별한 뒤 ‘비노출 특수팀 운영’을 건의했다.
“좌익세(력)의 반정부 선전·선동에 대응, 정부 지지 여론 확산”을 특수팀의 임무로 설정하고, △좌익성향 기사·칼럼에 대응하는 성명·논평 게시 △세미나 등을 통한 홍보 및 좌파 불법행위 비판 △새로운 엔지오(NGO)를 만들어 대학생 교육·조직화 등 단계별 활동을 제시했다.
기무사는 이 조직의 운영과 관련해 “정부의 직접 지원(은) 지양”하고 “정부 광고 및 용역 알선 등 간접지원”해야 한다며 보안을 강조했다.
또 “인터넷상에서 좌익세와 이념·사상 전쟁을 벌일 수 있는 전투적 미디어”를 설립해 “특수 민간팀 운영과 병행”해야 한다고 보고했다.
기무사는 특수팀 팀장으로는 “좌익 추적 전문 프리랜서 기자”라는 김성욱씨를 추천했다. 김씨는 이후 국정원이 2008년 12월부터 2009년 9월까지 수천만원을 지원한 민간 여론조작 조직 ‘알파팀’의 팀장을 맡았다.
‘비노출 특수 민간팀’이었던 알파팀의 기획자는 기무사였고, 국정원은 실행자였던 셈이다.
기무사령부가 2008년 6월4일 청와대에 보고한 ’비노출 특수팀’ 운영 방안. 이철희 의원실 제공.
지금까지 이명박 정권 시절 권력기관을 동원한 ‘댓글’ 여론조작은 당시 청와대와 국정원이 주축이 돼 움직인 것으로 알려졌을 뿐, 최초 기획이 어떻게 이뤄졌는지는 명확하게 밝혀진 바 없다.
이번 기무사 문건은 국정원(당시 김성호 원장)이 2008년 말부터 댓글공작팀인 ‘알파팀’을 꾸리고, 2009년 원세훈씨가 국정원장에 취임해 댓글 공작을 본격 지휘하기에 앞서, 기무사가 여론조작 계획의 밑그림을 청와대에 제공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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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 촛불’ MB 위기 때 기무사 앞장서 ‘여론공작’ 설계
이철희 의원, 청와대 보고문건 공개
촛불시위 한달 넘게 지속되자, “반정부 선동 대응” 아이디어 보고
‘좌파방송’ 모니터링·우파매체 기고 등, 민간팀 임무와 단계별 예산 명시
당시 기무사 방문한 청와대 비서관, “너무 잘하고 있다…VIP에 보고할 것”
촛불시위 한달 넘게 지속되자, “반정부 선동 대응” 아이디어 보고
‘좌파방송’ 모니터링·우파매체 기고 등, 민간팀 임무와 단계별 예산 명시
당시 기무사 방문한 청와대 비서관, “너무 잘하고 있다…VIP에 보고할 것”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일 <한겨레>에 공개한 국군 기무사령부(기무사)의 2008년 6월4일 청와대 보고 자료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 동안 정권 차원에서 자행된 여론조작 공작의 뿌리를 가리키고 있다.
지금까지 국가기관을 동원한 여론조작은 ‘이명박 청와대’와 국가정보원의 합작품으로 추측됐지만, 이번 문서는 시점과 내용상 그 ‘원작자’가 군사보안과 방첩 활동을 주임무로 하는 기무사였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기무사가 ‘비노출 특수 민간팀’을 운용하자는 아이디어를 보고한 2008년 6월4일은 이명박 정권으로서는 위기의 순간이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결정에 항의하는 국민들의 촛불 시위가 한 달 넘게 지속되며 정점을 향해 가고 있었고, 그날 치러진 재·보궐 선거에서 여당인 한나라당은 기초단체장 9곳 중 1곳에서만 당선자를 내는 참패를 당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촛불집회에 나온 1만명의 촛불은 누구 돈으로 샀고 누가 주도했는지 보고하라”며 배후를 강하게 의심하고 있었다. 또 촛불집회를 통제하지 못하던 국정원과 검찰의 ‘무능함’을 이 대통령이 강하게 질책했다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런 순간에 기무사는 “좌익세(력)의 반정부 선전·선동에 대응, 정부 지지 여론 확산”을 위한 ‘비노출 특수 민간팀’이라는 아이디어를 청와대에 보고했다. 답답함을 느끼던 이 대통령의 가려운 곳을 긁어준 셈이다.
기무사는 △KBS·MBC 및 좌파매체의 반정부 선동방송 모니터링 △좌파 대응 논리개발, 온·오프라인 확산 △우파매체에 기사·칼럼 게재, 우파단체 명의 자료 배포 △각종 미디어(동영상·음악·만화)로 재가공 뒤 확산 등 민간팀의 구체적인 임무도 명시했고, 단계별 연간 예산까지 곁들였다.
기무사령부가 2008년 6월4일 청와대에 보고한 ’특수 민간팀’ 운영 방안. 이철희 의원실 제공.
이 문건은 이명박 정권 여론조작 기획의 시점을 기존의 추정보다 20일 정도 앞당기고 있다. 지금까지 검찰 수사와 기관별 자체 조사로 확인된 여론조작 범죄의 시작점은 청와대에 홍보기획관실과 국민소통비서관실이 신설됐던 2008년 6월24일이다.
국가기관을 동원한 여론조작이 기무사의 자발적 댓글 공작에서 시작됐다는 증언도 있다. 기무사 사정에 밝은 군 관계자는 “2008년 촛불 당시 기무사가 자체적으로 댓글 작업을 했다. 당시 청와대 비서관이 기무사를 방문해 이런 내용의 보고받고 ‘기무사가 너무너무 잘하고 있다’며 ‘청와대에 가서 브이아이피(VIP·대통령)에게 보고하겠다’고 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이런 흐름에서 기무사의 문건이 생산되고 청와대에 보고됐을 가능성이 크다.
이번 문건의 공개로 기무사의 정치관여 행위에 대한 수사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밝혀진 기무사의 정치개입은 청와대의 지시로 2009년 300여명의 요원들을 댓글 공작에 투입시킨 ‘스파르타’ 활동 정도다.
청와대 지시에 따라 소극적으로 움직이는 것으로 보였던 기무사가 정치공작의 주인공이었을 가능성이 커진 만큼, 누가 기무사의 여론조작 기획을 지시했는지 밝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 초대 기무사령관은 19대 국회의원을 지낸 지낸 김종태씨다.
이철희 의원은 “이쯤 되면 기무사의 정치개입은 일부 구성원의 일탈이 아니라 조직 디엔에이(DNA)가 아닌지 의심해봐야 한다”며 “관련자 처벌, 인적쇄신 등 재발방지를 위한 대대적인 부대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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