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 "재판 거래, 고발 않지만 수사는 협조"
대국민담화문 통해 "고발·수사의뢰 없다" 방침 밝혀
현직 법관 13명 징계 절차.."검찰 수사시 협조할 것"
"미공개 문건 포함해 모든 인적·물적 조사자료 제공"
김명수 대법원장이 15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재판 거래' 의혹 등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관련자들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될 경우 협조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관련자 중 현직 판사들에 대한 징계 절차에는 착수하지만, 전현직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고발이나 수사의뢰 등 형사 조치는 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대국민담화문을 통해 "이미 이뤄진 고발에 따라 수사가 진행될 경우, 미공개 문건을 포함해 특별조사단이 확보한 모든 인적·물적 조사자료를 적법한 절차에 따라 제공할 것"이라며 "사법행정의 영역에서 필요한 협조를 마다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날 대국민담화문은 지난달 31일 형사 조치 관련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힌 지 15일만에 내놓은 것이다.
김 대법원장은 "비록 최종 판단을 담당하는 기관의 책임자로서 섣불리 고발이나 수사 의뢰와 같은 조치를 할 수는 없지만, 재판을 거래 대상으로 삼으려 했다는 부분에 대해 의혹 해소가 필요하다"며 "앞으로 수사 또는 재판을 담당하는 분들이 독립적으로 오로지 법관 원칙에 따라 진실을 규명해 나갈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고등법원 부장판사 4명과 지방법원 부장판사 7명, 판사 2명 등 13명의 법관에 대해 징계 절차에 회부하겠다고 전했다. 징계 절차가 완료될 때까지 일부 대상자들에 대해서는 재판업무 배제 조치를 하겠다고 했다.
또 특별조사단이 확보한 모든 인적·물적 조사자료를 영구 보존할 것도 지시했다.
앞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은 지난달 25일,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추진했던 상고법원 등 사법행정에 반대하는 판사들의 동향을 파악하고 판결을 거래나 흥정의 수단으로 삼으려 한 흔적이 발견됐다며, 사법행정권을 남용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다만 국제인권법연구회 축소 압박과 관련해 직권남용죄 해당 여부는 논란이 있고, '재판 거래' 의혹은 실제 실행되지 않아 뚜렷한 범죄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관련자들의 형사상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고 설명했다.
후속 조치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면서, 김 대법원장은 지난달 31일 대국민담화문을 통해 법원 안팎의 의견을 들은 후 관련자들의 형사상 조치를 최종 결정하겠다고 공표했다.
한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지난 1일 기자회견을 열고 "재판에 부당하게 간섭하거나 관여한 바가 결단코 없다"며 "정책에 반대하거나 재판에 특정한 성향을 나타낸 법관에게 편향된 조치를 하거나 불이익을 준 적이 전혀 없다"고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서울=뉴시스】강진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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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로 넘어간 '재판거래 의혹'.. 대법관 13명 "근거없다" 반발
김명수 대법원장, 사실상 수사 요구
이에 대법관들은 “재판 거래 의혹은 근거 없다. 국민에게 혼란을 주는 일이 계속돼서는 안 된다”고 반발했다. 법조계에서는 재판 최종심을 하는 대법관들이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검찰을 압박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서울중앙지검 18일 사건 새로 배당
검찰이 규명해야 할 의혹은 크게 세 가지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직 중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사건 등의 재판을 청와대와 거래하려고 한 의혹
△ 법원의 체포 및 구속영장 발부 권한을 대정부 협상 카드로 쓰려고 한 의혹
△ 진보 성향 판사들 동향 파악 및 대응 의혹이다.
검찰 수사의 정점은 이 같은 의혹들에 양 전 원장이 개입했는지를 확인하는 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법원행정처의 의혹 관련 문건들을 작성하거나 문건 내용을 실행에 옮기도록 직접 지시했는지, 만약 그렇지 않다면 문건 작성 경위를 알고 방조 또는 묵인했는지 등을 따져볼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를 위해 당시 법원행정처 처장과 차장, 실장, 심의관 등 판사들을 소환 조사해야 한다. 또 재판 거래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법원행정처 관계자들과 일선 법원 재판부 간 통화나 면담 기록을 확인해야 한다. 수사 필요에 따라 법원행정처나 의혹에 연루된 고등법원, 지방법원의 판사실을 압수수색할 수도 있다.
검찰 내부에는 김 대법원장 지시로 의혹을 조사했던 법원 특별조사단의 보고서 내용만으로도 의혹에 연루된 법원행정처 관계자들에게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보는 의견이 우세하다.
특별조사단은 법원행정처의 문제가 된 문건의 내용이 실행된 경우를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지만, 실제 이행되지 않았더라도 문건을 작성한 과정 자체가 법 위반에 해당될 수 있다고 보는 검사가 많다.
예를 들어 2015년 10월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원세훈 사건 환송 후 당심(서울고법 2015노1998호) 심리 방향’ 문건에는 당시 이 사건 재판장 및 주심판사와 각각 통화한 내용이 정리돼 있는데, 이 통화를 해 문건을 만들도록 지시한 법원행정처 관계자에게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를 맡게 된 서울중앙지검은 이번 주말 동안 논의를 거쳐 18일 사건을 새로 배당할 계획이다. 시민단체 등이 고소 고발한 사건 10여 건은 현재 공공형사수사부에 배당돼 있다. 검찰 안팎에선 특별수사부가 맡아서 수사를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본격적인 수사는 다음 주초 검찰 검사장급 이상 인사가 마무리된 뒤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 “재판 거래 없어” vs “의혹 해소해야”
김 대법원장의 수사 협조 결정 직후, 고영한 선임대법관 등 대법관 13명은 입장문을 통해 “재판의 본질을 훼손하는 재판 거래 의혹에 대해 근거 없는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밝혔다. 또 “대법원 재판의 독립에 관해 어떠한 의혹도 있을 수 없다는 데 견해가 일치됐다”고 강조했다.
“개인적 믿음과는 무관하게 재판을 거래의 대상으로 삼으려 하였다는 부분에 대한 의혹 해소도 필요하다”고 한 김 대법원장의 판단을 반박한 것이다.
이에 대해 김 대법원장은 퇴근길에 취재진에게 “사법행정의 총책임을 맡고 있는 대법원장과 일선에서 직접 재판을 맡고 있는 대법관님들의 걱정이 표현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면서도 “사법 개혁 조치와 의구심 해소에 대해 저와 의견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법원 내부 해결을 주장해 온 고위직 판사들은 검찰 수사가 사법부의 독립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우려한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한 부장판사는 “법원 내에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인데, 검찰 수사를 받아들이면서 일을 더 키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의혹에 대한 고발이나 수사 의뢰를 주장해온 일부 소장 판사는, 김 대법원장의 수사 협조 결정이 미온적이라는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한 지방법원의 판사는 “사법 불신 여론이 팽배한데, 이 정도 후속 조치로도 충분하다고 보는 것인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김윤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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