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2천15인 시국선언 "'재판거래' 형사처벌하라"
"더이상의 '셀프조사' 의미 없다", 전국법관대표회의 시작
변호사 2천15명이 11일 양승태 사법부의 '재판거래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와 책임자 형사처벌·징계·탄핵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사법행정권 남용 규탄 전국변호사 비상모임'은 이날 오전 서초동 서울지방변호사회관 앞에서 시국선언문을 통해 "대법원이 사법행정권을 남용해 스스로 법관과 재판의 독립을 무너뜨리고, 국민의 사법 신뢰를 저버린 정황이 드러났다"며 "단순한 사법행정권의 남용을 넘어, 조직적인 사법농단이라는 비난도 과하지 않을 정도"라고 질타했다.
이들은 이어 "법원 내에서 그런 논의가 있었다는 자체가 이미 그냥 넘길 일이 아니며, 실제 시도되었다면 그야말로 경천동지 할 일"이라며 "더 이상 사법부의 독립이라는 미명 아래, 견제되지 않은 사법권의 전횡으로 인해, 국민의 정당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 기본권이 침해받는 상황을 내버려둘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구체적으로 ▲ 미공개 문건 전면 공개 ▲ 각 문건 작성자·작성 경위·보고 및 실행 여부 등에 대한 철저한 조사 ▲ 책임자에 대한 형사처벌·징계·탄핵 ▲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이찬희 서울변호사회 회장은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도 사법부 내부에서 해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현재 사법부는 합일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내부 갈등과 분열만 가중돼 내부에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그는 "변호사로서 경험에 비춰 형사 성공보수약정이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그러니 KTX근로자 복직사건, 쌍용차 노동자해고사건, 전교조 법외노조사건 등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대법원 판결을 받은 국민은 얼마나 억울했겠느냐"고 반문했다.
위은진 변호사는 “사법부가 스스로 개혁하기를 바래왔지만, 여전히 자정의지는 없어보인다. 이제는 그 단계를 넘어서 사법권의 독립을 무참히 버리고 있다”며 “검찰은 즉각 수사를 개시하고 법원은 적극 수사에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더 이상의 셀프조사는 의미가 없다”라며 “조사에 협조하지 않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을 수사해 범죄혐의가 발견되면 기소해서 처벌받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전국법관대표회의 소속 115명의 대표판사들이 11일 오전 10시 경기 고양 사법연수원에서 임시회를 열고, 양승태 사법부 시절의 재판거래 의혹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를 정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해, 어떤 결론에 도달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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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권분립 참담, 사법적폐 청산"..시국선언·성명 잇따라
전교조 등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자택 인근서 집회
전국 교사 2만2015명 "전교조 법외노조화 철회"
로스쿨 재학생들 "진실 규명, 책임자 처벌 요구"
민변·참여연대 "유엔 특별보고관에 진정서 제출"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재판 거래 의혹 등 이른바 '사법 행정권 남용 사태'를 규탄하고, 진상 규명과 후속 조치를 촉구하는 시국선언과 성명 발표 등이 잇따르고 있다.
7일 오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쌍용자동차 노동조합, 전국철도노조 등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단위 노조는 경기 성남 수정구 양 전 대법원장 자택 인근에서 "재판 거래, 판사 사찰에 관한 실체적 진실을 철저히 규명하고, 문제가 된 판결 피해자들의 피해를 즉각 원상회복해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정권과 사법부가 거래대상으로 삼았던 재판들 대부분이 노동자의 생존권과 직결된 사건이었다는 점에서 우리는 더욱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라며 "노동자, 시민, 국민에게 적용했던 칼날과 잣대를 양 전 대법원장 등에게 그대로 적용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전국 초·중·고교 및 유치원 교사 2만2015명도 '사법적폐 청산과 사법농단 피해 회복을 촉구하는 교사선언'을 통해, 사법 행정권 남용으로 인한 피해자 구제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법외노조화 철회 등을 촉구했다.
이들은 오전 11시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사법부 독립과 삼권분립에 대해 가르쳐온 우리 교사들은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대한민국 사법 권력은 법전 대신 수첩을, 저울 대신 주판을 들고 있었던 것"이라며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사법농단 부역 세력들을 구속수사하고, 사법 적폐 청산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라고 밝혔다.
또 "양승태 대법원은 법외노조 관련 재판을 정치적 흥정의 대상으로 삼았다. 고등법원의 법외노조 통보 효력정지 결정을 뒤엎는 재항고인용이 청와대와 대법원 모두의 이익이라는 계획을 세우고, 판결 시점까지 설정했다"라며 "불법적인 국정농단의 결과라고 이미 수차례 드러난 전교조 법외노조화를 즉각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사법농단에 따른 피해자들의 명예를 회복하고, 피해를 보상하기 위한 특별법이 제정돼야 한다. 심각한 피해에 대해서는 법 제정 이전에 긴급한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라면서 "거짓을 가르칠 수 없는 우리 교사들은 민주주의의 완성을 위해 학생들과 함께 당당한 민주시민으로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전교조는 오후 3시 서울역에서 약식 집회를 진행하고 청와대까지 행진, 오후 4시30분에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법외노조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연 뒤, 정부에 의견서를 전달하겠다는 방침이다.
법학전문대학원 재학생 313명등은 사법농단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공동 성명을 냈다. 이들은 오전 11시 대법원 동문 앞에서 성명을 발표한 뒤, 사법 행정권 남용 사태의 진상을 규명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삼권분립이라는 국가의 헌법적 원칙을 위협한 엄중한 상황 속에서, 국민들의 사법권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지 않기를 바라기도 어려운 일일 것이다"라며 "그럼에도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관련 책임자들은 문건을 '기억이 나지 않는 자료'라고 치부하면서 혐의를 일축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법원 판례들이 법의 논리와 사실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 권력자들의 입맛에 맞게 짜 맞춰지는 것이라면,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공부와 앞으로 걷고자 하는 길은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라며 "관련 법관들에 대한 엄밀한 수사와 그 결과가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문제가 된 판결들은 재심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며 "법원과 정부는 앞으로 사법부 내부의 문제를 담당할 특별 기관을 설립하는 등 사법부 독립을 지키기 위한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도 오전 서초구 민변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유엔 특별보고관에 진정서를 제출했음을 밝히고, 국제사회 및 정부의 대응을 촉구했다.
이들은 "이 사안에 대해서 국내에서 많은 논의가 있는데, 대법원에서 전향적 움직임이 없고, 검찰은 수사를 안 하고 있고, 정부의 움직임도 없었다"며 "이렇게 심각한 상황에서 유엔 특별보고관 진정 절차를 통해 국제 사회에 이 문제를 알리고, 정부의 책임있는 자세를 촉구하기 위해 진정서를 제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은 지난 5일 조사보고서에 인용된 90개 파일과 인용되지 않았던 8개 파일 원문을 공개했다.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설립을 위해 '재판 거래'를 시도하려 했다는 의혹에서 나아가, 상고법원 판사 임명권을 대통령 의중대로 하겠다는 등 추가 내용이 드러나 파문이 계속되고 있다.
【서울=뉴시스】심동준 기자 =
s.w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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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사법부, '상고법원 반대' 판사 재산까지 뒷조사
'영장없는 체포' 등 영장제도도 법무부 협상카드로 검토 정황
양승태 사법부는 상고법원 도입 반대를 주도하는 판사를 설득하려고, 광범위하고 집요한 압박 수단을 동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외부기고를 했다는 이유로 법관윤리강령과 겸직허가 위반 여부를 조사하는가 하면, 현직 판사인 사촌형을 통해 설득에 나서고, 재산관계까지 샅샅이 뒤진 것으로 드러났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이 불거진 계기가 된 차성안 판사(41·사법연수원 35기)에 대한 양승태 사법부의 끈질긴 뒷조사 정황이, 5일 법원행저처가 추가 공개한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문건을 통해 명확하게 드러났다.
시작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015년 8월 6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오찬에서 상고법원 도입에 대해 면담을 하고 난 직후였다. 이 면담을 계기로 상고법원 도입에 대한 기대에 부풀었던 양승태 사법부는, 차 판사가 그해 8월 11일 법원내부통신망에 상고법원 반대글을 올리자 비상이 걸렸다.
차 판사의 글은 상고법원 도입으로 심리불속행제도가 폐지되면, 하급심 판단이 더 자주 뒤집힐 가능성이 높아져, 사실심 충실화에 반하게 된다는 내용이었다.
판사들이 차 판사의 글에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대법원이 추진하는 상고법원 도입보다는 법관 수를 대폭 증원하는 방향으로 재판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가까스로 청와대를 설득한 양승태 사법부는 이처럼 법원 내부 구성원의 반대에 부딪히자, 상고법원 도입에 협조하도록 차 판사를 설득하기로 했다.
설득작업에 나선 이는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이었다. 임 전 차장은 법원행정처 심의관에게 차 판사를 설득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도록 지시했다.
해당 심의관은 차 판사가 동료 판사들과 주고받은 메일 등을 입수해, 8월 18일 '차성안 판사 게시글 관련 동향과 대응 방안'이라는 문건을 작성해 임 전 차장에게 보고했다.
이 심의관은 문건에서 상고법원에 대한 충분한 검토를 마친 차 판사를 설득하려면 법원장이나 지원장 등 선배법관을 통한 논리적 설득이 필요하다고 보고했다.
차 판사의 사촌 형인 차문호 부장판사를 동원해 설득하는 방안이 시도됐다. 하지만 차성안 판사가 상고법원 도입에는 법관 대폭 증원에 대한 논의가 빠져있다며 반발하면서 실패로 돌아갔다.
이후 차 판사가 오히려 법원 내부통신망 뿐만 아니라 언론기고를 통해 상고법원 도입을 반대하는 등 활동 폭을 넓히자 임 전 차장의 대응은 설득에서 압박으로 급선회했다.
임 전 차장의 지시를 받은 법원행정처 심의관은 '차성안 판사 시사인 칼럼 투고 관련 동향과 대응 방안' 문건에서 차 판사의 외부기고가 법관윤리강령에 위반되지 않는지를 검토했다.
검토결과 '법관의 품위나 공정성, 자기절제, 균형잡힌 사고를 일탈했다고 평가하기 어려워 법관윤리강령 위반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결론이 났다.
임 전 차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법원 윤리감사관실을 동원해, 차 판사의 외부기고가 판사의 겸직허가 규정을 위반한 것이 아닌지도 검토했다.
하지만 윤리감사관실도 판사가 겸직허가를 받지 않고 외부기고한 사례가 많아, 차 판사에게만 이를 적용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 법관윤리 위반이나 공정성 유지의무 위반,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려 임 전 차장에게 보고했다.
이후 차 판사에게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던 임 전 차장은 이듬해 4월 6일 다시 윤리감사관실을 통해 차 판사의 재산관계를 뒷조사하는 무리수를 둔다. 차 판사의 연도별 재산 총액을 그래프로 작성하는 등 재산관계에 특이사항이 존재하는지를 파고 들었지만 별다른 문제점을 발견하지는 못했다.
이에 대해 임 전 차장은 특별조사단에 "차 판사가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판사를 오래하지 못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재산관계를 검토해보라고 지시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특별조사단은 임 전 차장의 진술은 믿기 어려우며, 차 판사에 대한 뒷조사 차원에서 재산관계를 검토한 것으로 보인다고 최종 결론 내렸다.
피해 당사자인 차 판사도 특별조사단의 조사결과 발표 다음날인 지난달 26일 자신의 SNS를 통해 "형사소송법상 공무원이 직무상 범죄를 발견하면 고발할 의무가 있다"며 "특조단이 형사고발 의견을 못 내겠고, 대법원장도 그리 하신다면, 내가 국민과 함께 고발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 법원행정처가 공개한 문건에는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체포·구속·압수수색 영장 제도나 사법정책의 차원에서 법무부·검찰에 유리한 방안을 협상 카드로 내민 정황도 드러나 있다.
양승태 대법원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면담 이후 작성된 'VIP 면담 이후 상고법원 입법추진 전략' 문건에는 박 전 대통령이 상고법원 도입 협의 파트너로 법무부를 지목하자, 법무부가 관심을 둘 만한 '빅딜(Big Deal)' 카드를 제시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당시 법원행정처는 사법부가 수용할 만한 방안으로 '영장 없는 체포 활성화 및 체포 전치주의(구속을 위해 체포가 선행되는 제도) 도입', '체포 후 계속 신병 확보 필요성 등 심사', '기소 전 보석제도와 함께 영장항고제 도입' 등을 제시했다.
디지털 증거 압수수색 절차를 효율화하고 공안사건 등에 증거능력 인정 특례를 확대하는 등 검찰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검사를 보임시켜 조직 확대에 도움을 주겠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법원행정처는 법무부와 협상 과정에서 청와대에서 중재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인물로 이명재 민정특보를 지목하고, 주요 고비에서 성의있는 협상 태도를 촉구하거나 법무부·민정수석의 반발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 분석하기도 했다.
여론몰이로 법무부 등을 압박하기 위해 조선일보 등 이른바 '메이저 언론사'의 기사를 활용하고, 법률안 처리를 위해 법사위원장이나 중량급 의원의 도움을 요청한다는 전략도 기획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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