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3일 노회찬 의원이 사망하기 이틀 전인 7월 21일 <조선일보>는 “노동자 대변한다면서 아내의 운전기사는 웬일인가요”라는 제목으로 이혜운 기자의 칼럼을 올렸습니다. <조선일보> 이혜운 기자는 노회찬 의원의 드루킹 관련 사건을 비판하면서 “아내 운전기사까지 둔 원내대표의 당이 ‘노동의 희망, 시민의 꿈’이라고 볼 수 있을까”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이 기사는 오보이자, 허위 왜곡 보도였습니다. 정의당에 따르면 노회찬 의원의 부인은 전용 기사를 둔 적이 없습니다. 노회찬 의원이 세상을 떠나고 난 뒤에도 <조선일보>는 오보에 대한 정정 보도를 하지 않다가, 무려 3주가 지난 8월 11일에야 ‘바로잡습니다’라는 형식으로 관련 오보를 사과했습니다.
사람이 죽었는데도, 여름철 휴간 때문에 늦었다?
<조선일보>의 정정보도는 토일섹션인 ‘why?’가 2주간 여름 정기 휴간 때문에 3주 뒤에야 실렸다고 합니다. 그러나 사람이 죽었다면, 토일 섹션에 상관 없이 즉시 오보를 정정했어야 합니다. 그것이 고인의 죽음에 대한 예의이자, 언론사와 기자가 가져야 할 최소한의 직업윤리입니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조선일보>의 정정보도는 정의당의 요구에 따른 것이며, 기사를 쓴 <조선일보> 이혜운 기자는 지난달부터 취재에 응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정정보도문이 실린 지면에 버젓이 등장한 오보
▲고 노회찬 의원 정정보도문이 실린 <조선일보>의 8월 11일자 지면. < 조선일보>는 김동길 에세이에도 오류가 있어 ‘바로잡습니다’를 통해 사과를 했다.
8월 11일 <조선일보>가 올린 고 노회찬 의원 정정보도가 실린 지면에는 황당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바로잡습니다’ 위에 실린 기사가 또다시 오보였습니다.
<조선일보>는 “8월 11일 ‘why?’ 2면에 실린 김동길 인물 에세이의 ‘피카소를 흠모했던 화가, 北 허위 선전 믿고 그린 ‘게르니카’에 분노’에서 ‘게르니카’를 ‘한국에서의 학살’로 바로잡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피카소의 ‘게르니카'(1937년)는 스페인 내전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고, 한국인의 학살을 다룬 작품은 ‘한국에서의 학살'(1951년)이었습니다. <조선일보>는 ‘편집 제작상 제목 실수’라고 밝혔지만, 여전히 오보에 대한 무감각한 태도를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봐야 합니다.
오보는 크게, 정정보도는 작게
▲ 5월5일 <조선일보> 토일 섹션 ‘why?’와 정정보도문이 실린 5월 12일 지면
<조선일보> 토일섹션 ‘why?’의 오보는 지난 5월에도 있었습니다. 5월 5일 <조선일보>는 ‘보수 단체 ‘향군’이 남북 정상회담 날 文 대통령과 악수한 까닭은?’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김진호 재향군인회장이 민주당에서 한나라당으로 당적을 옮겨 대선에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차례로 지지했다”라고 보도했지만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김 회장이 두 대통령을 지지한 것은 맞지만, 당적을 옮긴 건 아니었습니다.
5월 5일 보도한 기사의 크기와 5월 12일 ‘바로잡습니다’의 정정보도 크기를 비교하면, 왜 정정보도문은 저렇게 작지라는 의문이 듭니다. 오보 기사만큼 정정보도문도 똑같은 크기로 보도하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합니다. 왜냐하면 한번 보도한 기사를 되돌리기도 어렵거니와, 사람들의 잘못된 인식을 바꾸려면 더 많은 지면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공식적인 정정보도문 등은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네이버 뉴스 섹션에 실린 <조선일보>의 고 노회찬 의원 관련 보도. 정정보도문이 나왔지만, 네이버 고침기사 정정 모음에는 나오지 않았다.
네이버 뉴스로 올라 온 기사 중에 정정보도가 있는 경우 ‘고침기사 정정,반론, 추후 보도 모음’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8월 14일 오전까지도 <조선일보>의 고 노회찬 의원 관련 정정보도문은 올라오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조선일보>의 기사는 네이버 뉴스에 노출되고 있습니다. 기사에 [정정내용 있음]이라고 하지만 포털 뉴스 송고 제약 등을 위해서는 오보에 대한 통계와 책임 등을 공식적으로 남겨 놓을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어느 언론사가 얼마나 오보를 생산했는지 시민들에게 널리 알림으로써 언론사의 신뢰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합니다.
시민들은 “언론 오보가 가짜뉴스보다 나쁘다”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영향력이 큰 언론이 생산하는 오보가 훨씬 파급력이 크기 때문입니다. 언론 오보는 ‘사실을 오인했다’라는 정정보도 문구로 끝날 일이 아닙니다. 오보를 낸 기자와 데스크는 물론, 언론사에 책임을 무는 광고 제한, 포털 송고 제한 등의 경제적 제도적 장치가 필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