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8월 6일, 중앙일보는 1면에 <북한 석탄 밀반입 의혹 선박 최소 8척>(성지원 기자)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습니다.
중앙일보는 유엔 안보리 제재 대상인 북한산 석탄을 실은 선박들이 우리 항구를 수십 차례 오갔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인 2018년 8월 13일 중앙일보는 다시 <북 석탄 반입 선박 4척 입항금지.. “제재 뚫린 뒤 뒷북”>(유지혜, 이근평 기자)이라며 관련 기사를 또다시 보도합니다.
그러나 중앙일보의 보도는 오보였습니다.
중앙일보의 오보가 어떻게 나왔는지 하나씩 따져보겠습니다.
보고서 왜곡과 외신 검증 없었던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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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기사에 나온 인포그래픽. 이미지만 보면 마치 사실처럼 보이지만, 오보였다. ⓒ중앙일보 |
중앙일보의 보도는 세 가지 단계로 시작됩니다.
우선 3월에 발행됐던 UN 대북 제재위원회 산하 유엔 전문가 패널 보고서와, 미국의 소리(VOA)라는 미국 외신, 자유한국당의 주장입니다.
먼저 유엔 보고서를 보겠습니다.
보고서에는 북한산 석탄을 실은 선박이 국내에 들어왔다는 내용이 확실하지 않았습니다. 보고서 문장을 보면 ‘확인된다면(If confirmed)’이라고 나옵니다.
영어를 잘하지 못하더라도 IF가 가정법이라는 사실은 대부분 알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확인된 사실은 그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보고서를 처음 인용해 보도한 곳은 미국의 소리입니다. 7월 17일 함지아 기자는 <유엔 “북한 석탄, 한국서 환적”…석탄세탁에 한국 이용 확인>이라며 오보를 냅니다.
참고로 <미국의 소리>는 미국 연방정부가 운영하는 국제방송으로 정부 기관지라는 평을 받기도 합니다.
자유한국당은 북한 석탄이 한국에 들어왔다는 오보만 믿고, 선박들이 북한 석탄뿐만 아니라 정유 등을 북한에 실어 날랐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정확한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관련 선박들이 한국에 입출항했다는 내용만이 근거였습니다.
오보로 시작된 가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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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언론의 오보를 토대로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 온 국민청원 ⓒ청와대 홈페이지 화면 캡처 |
보고서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은 언론 탓에 정쟁의 대상까지도 됐습니다. 특히 자유한국당은 북한석탄대책TF라는 조직까지 만들었습니다.
당시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북한산 석탄이 유엔제재를 위반하면서까지 들어왔다는 것은, 정부의 묵인 없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마치 문재인 정부가 북한과 거래를 했다는 식으로 말하기도 합니다.
북한 석탄이 국내에 들어왔다는 오보와 자유한국당의 주장은, 카톡 등을 통해 극우 보수층과 노인 층에 확산됐습니다. 심지어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특검을 요구하는 국민청원까지 올라왔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내용을 보면, 문재인 정부를 북한의 앞잡이, 북한 대변인이라는 비난이 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보수 언론의 오보를 기초로 작성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수십 건이 넘는 오보, 그러나 정정보도는 단 한 건에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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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석탄 오보에 대한 중앙일보의 정정기사 ⓒ중앙일보 PDF |
12월 14일 중앙일보는 <바로잡습니다>를 통해, ‘유엔 전문가 패널 보고서에도 북한산 석탄이 선박에 환적됐다고 하지 않았다며 이를 바로잡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북한산 석탄 오보는 중앙일보뿐만 아니라 조선일보, 동아일보도 냈습니다. 보도량을 보면 조선일보는 69건, 중앙일보는 49건, 동아일보 49건 등입니다.
백 건이 넘는 오보가 나왔지만, 정정보도는 중앙일보 단 한 건뿐이었습니다.
문재인 정부를 가리켜 안보는 생각하지 않고 북한과 거래하거나 막대한 돈을 퍼주고 있다는 식의 가짜뉴스가 여전히 나오고 있습니다. 아직도 북한산 석탄이 한국에 들어왔다고 믿는 사람도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를 근거 없이 비난하고 가짜 뉴스를 확대 재생산되는 배경에는 조중동의 오보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유튜브에서 보기: [오보의 역사] 북한 석탄 밀반입 의혹 선박 최소 8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