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 세월호 공기 주입 첫 회의부터 '쇼'였다
ㆍ김석균 청장 등 간부들 참사 후 3일간 5차례 형식적 논의
ㆍ압축기 용량·종류 세부 논의는 전무해 ‘청 보고용’ 정황
ㆍ결국 소형 공업용 투입 시늉만…유족 “고의적 의무 방기”
세월호 참사 당시 선내 공기주입 작업이 논의 단계부터 부실하게 진행된 정황이 확인됐다. 해경 주요 간부들의 회의는 형식적이었다. 회의 결과는 실제 효과가 거의 없는 공기압축기 사용으로 이어졌다.
6일 경향신문이 해경 관계자들의 검찰 진술조서,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진술서 등을 분석한 결과, 김석균 해양경찰청장 등 해경 간부들은 세월호 참사 직후부터 2014년 4월18일 공기주입 전까지 총 다섯 차례 회의를 했다. 참사 당일 오후 3시40분 첫 회의가 열렸다. 마지막 회의는 2014년 4월18일 오전 2시45분 시작됐다. 공기주입 회의에 투입한 시간만 3시간45분이었다. 짧게는 10분, 길게는 1시간20분 동안 열렸다. 참석자는 김 해경청장, 김수현 서해지방해양경찰청장, 이춘재 해경 경비안전국장, 김문홍 목포해양서장 등이다.
이들은 업체 선정, 잠수사 가이드라인 설치, 구조방안 등을 논의했다. 공기압축기의 용량·종류 선택 등 세부적인 논의가 이뤄진 기록이나 증언은 찾을 수 없다. 참사 당일 오후 8시30분부터 10분 동안 이뤄진 2차 회의에서 “세부 사항은 추후 수중 전문업체와 협업해서 진행토록 조치”라는 결론만 내렸다.
부실 논의는 결과로 나타났다. 1차 특조위는 2016년 9월 “세월호 공기주입은 청와대 보고용 쇼였다”는 조사결과를 내놨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4년 4월17일 참사 현장에서 김 전 해경청장에게 세월호 선내 공기주입을 당부했다. 김 전 해경청장은 2014년 4월18일 오전 유족들이 모인 진도체육관에서 “금방 들어온 소식인데, 현 시각부터 공기가 투입되기 시작했다”고 알렸다.
해경은 민간업체 관계자의 부실 작업도 제어하지 못했다. 민간업체 관계자들 사이에 “용량에 상관없이 아무 공기압축기나 일단 투입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 소형 공업용 공기압축기가 현장에 투입됐지만 해경은 이를 막지 못했다. 특조위는 이 소형 공기압축기로 세월호 내 공기를 주입해 실효성이 없었다고 했다. 공기압축기엔 공업용 오일이 사용됐다.
특조위는 해경이 공기주입이 쉬운 조타실에 공기압축기를 연결해놓고, 탑승객들이 많이 모인 3층 식당칸에 공기를 넣은 것처럼 발표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희생자 고 박수현군 아버지 박종대씨는 “수차례 회의를 해놓고 공기주입 시늉만 했다는 건 이해할 수 없는 결과다. 해경 간부들의 고의적 의무방기가 아닌지 의심이 간다”고 말했다. 박씨는 경향신문의 진술조서 등 분석을 도왔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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