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호, 조선 선비의 자존심」(한정주 지음)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근·현대사 인물들의 호(號) 소사전
* 김구 : 백범(白凡) : ‘백정(白丁)과 범인(凡人)’에서 각 한 글자씩 취함.
독립운동가이자 민족 지도자로 대한민구 임시정부 주석을 지냈다. 해방 이후 남북 분단을 막고 자주적 통일국가 수립에 앞장서다, 반공 우익 세력의 사주를 받은 안두희에게 암살당했다.
백범(白凡)이라는 그의 호는 감옥에 갇혀있던 1913년에 지어진 것으로, ‘가장 미천한 신분인 백정(白丁)에서부터 평범한 보통 사람인 범인(凡人)에 이르기까지 모두 자신과 함께 애국심을 가진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소원을 표시한 것.
* 김대중 : 후광(後廣) : 그가 태어난 고향마을인 전남 신안군 하의면 ‘후광리(後廣里)’ 지명에서 취함.
제15대 대통령. 인권과 민주주의의 상징으로 한국 현대사는 물론 20세기 세계사에 남는 거목이 됨.
* 김동인 : 금동(琴童) : ‘이름[金東仁]과 같은 소리를 가진 한자[琴童人]’에서 취함.
「감자」, 「배따라기」 등을 통해 우리나라 근대문학 초기에 단편소설의 양식을 확립한 작가이다. 자연주의, 사실주의, 탐미주의, 민족주의 등 다양한 경향의 작품을 썼고, 특히 직선적이고 간결한 문체와 단편소설의 양식적 완결성을 추구했다.
처음 그는 자신의 한자 이름인 ‘金東仁’과 같은 소리가 나는 ‘금동인(琴童人)’을 아호로 썼다가, 人 자를 빼고 琴童을 호로 삼았다.
* 김성수 : 인촌(仁村) : 김성수가 태어난 전북 고창군 부안면 인촌리 ‘인촌마을’ 이름[仁村]에서 취함.
동아일보의 창업주이자, 해방 이후 최대의 우익 정당인 한국민주당 창당을 주도한 정치가. 일제강점기 때 물산장려운동과 민립대학 설립 운동 등 민족계몽운동에 참여하기도 했으나, 1930년대 말엽 이후 일본 군국주의에 적극 협력해 학병제와 징병제를 고무·찬양한 전력 때문에 ‘친일 반민족행위’를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대구에 살던 문화예술계의 노대가였던 서병오의 권유에 의거, 고향 마을 이름인 仁村을 아호로 삼음.
* 김수환 : 옹기 : 세상의 온갖 것을 담는 그릇인 옹기처럼 되겠다는 의미.
가톨릭 성직자로 우리나라 최초의 추기경이다. 그의 할아버지는 1866년 병인박해 때 순교했고, 부모 또한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다.
한국 가톨릭의 역사에서 ‘옹기’는 매우 특별한 상징적 의미가 있다. 조선 후기부터 박해를 피해 산으로 숨어 들어간 가톨릭 신자들이 대부분 옹기 아니면 숯을 구워서 팔아 생계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순교자 집안 출신인 김수환 추기경의 부모님 역시 옹기 장사를 했기 때문에, 그에게 ‘옹기’는 곧 박해 속에서 지켜낸 신앙심의 상징물이자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이 담긴 대상물이었다. 또한 세상의 온갖 것,다시 말해 오물(汚物)조차 담는 그릇이 ‘옹기’여서, 평생 낮은 곳에 임하며 가난하고 소외받는 사람들과 함께 했던 그의 삶과 철학에도 어울리는 호였다.
* 김영삼 : 거산(巨山) : ‘거제도(巨濟島)와 부산(釜山)’에서 각 한 글자씩을 취함.
제14대 대통령.
태어나고 자란 원래 고향인 巨濟島와, 학교를 다니고 제2의 고향이자 정치적 고향인 釜山에서 각각 한 글자씩을 취하였다.
* 김원봉 : 약산(若山) : ‘산과 같은’, ‘산처럼’. 산처럼 단단하고 우뚝하게 솟아 일제에 맞서 싸워야 한다.
독립운동가. 1919년 만주에서 아나키스트 계열의 독립운동 단체인 의열단을 조직하고, 단장이 되어 항일 무장 독립 투쟁을 지휘했다. 1938년에는 중국 국민당 정부의 협력을 받아 ‘조선 의용대’를 편성해 일본군과 싸웠고, 1944년에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광복군의 부사령관으로 국내 진공 작전을 준비하기도 했다. 해방 이후에는 좌우 합작 운동에 적극 나섰으나, 좌우 합작이 무산되고, 남한만의 단독정부 수립이 본격화되자, 월북해 남북제정당사회단체 연석회의(남북협상)에 참석했다. 그 후 북한에 남아 북한 정부의 여러 요직을 역임했으나, 1958년 김일성의 연안파 제거작업 때 함께 숙청당했다.
* 김정식 : 소월(素月) : ‘소산(素山)에 떠 있는 달’
본명인 정식보다 아호인 김소월로 더 많이 알려진 20세기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최고의 서정시인.
그의 본가가 있던 고향마을(평북 정주군 곽산면 남단동) 뒷산인 남산봉(진달래봉)을 좋아했는데, 이 남산봉의 옛 이름인 ‘소산(素山)’의 지명과 그곳에 떠 있는 달의 풍경을 자신의 호로 취함.
* 김종필 : 운정(雲庭) : ‘구름과 정원’
박정희와 함께 519 군사 쿠데타를 주도한 군인이자 정치가.
“구름은 만물에 없어서는 안 되는 자연이고, 정(庭)은 대지(大地)를 뜻한다. 양 다리를 버티고 서서 이 고마운 구름을 맞는다는 뜻이다.”
자신의 선친 아호가 ‘운암(雲岩)’이어서, 거기에서 ‘운(雲)’ 자를 취한 것.
* 김좌진 : 백야(白冶) : ‘백의민족’이 심신을 ‘단련해[冶]’ 일제의 침략에 맞서 싸워야 한다.
독립운동가. 무장 독립 투쟁을 중시해, 독립군의 훈련과 조직에 전념했다. 1920년 독립군을 지휘해 일본군을 대파한 청산리 대첩의 맹장으로 크게 명성을 떨쳤다. 당시 상하이의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김좌진 부하 600명과 홍범도 부하 300여명이 일본군 1,300여 명을 격살”하였다고 보고될 만큼, 일본군의 피해는 막심했다.
‘야(冶)’는 대장간에서 쇠를 풀무질하고 두드려 강철로 만드는 것을 뜻하는 한자. 白冶는 우리 민족을 강철과 같이 단단하게 만들겠다는 김좌진의 매서운 각오를 나타냄.
* 김창숙 : 직강(直岡), 심산(心山), 벽옹(躄翁) : ‘올곧고 꺾이지 않음’, ‘마음을 산처럼 不動함’, ‘앉은뱅이 늙은이’
유학자이자 독립운동가, 교육자. 조선 선비의 불굴의 정신과 지조를 보여준 유림(儒林)의 거목.
을사조약이 체결되자, 이완용 등 매국노 오적을 참형하라는 「청참오적소(請斬五賊疏)」를 올려 선비의 기개를 드러냈다. 3·1운동이 일어나자, 전국 유림을 규합하여 독립을 호소하는 진정서를 작성해 상하이로 망명한 뒤, 파리에서 개최되는 만국 평화 회의에 제출한 이른바 ‘유림단 사건’을 주도했다. 상하이의 영국인 병원에서 체포되어 조선으로 압송된 후, 14년 형을 받고 대전 형무소에서 복역하였다. 옥중 투쟁과 잔혹한 고문으로 두 다리를 못 쓰게 되어, 형 집행정지로 출옥하였다.
<동아일보>(1957년 4월 12일자)에 기고한 「심산(心山)의 변(辯)」
“나의 별호는 직강(直岡), 심산(心山), 벽옹(躄翁) 세 가지가 있는데, 지우(知友)들이 심산(心山)이라 부른다. 直岡이라 함은 내 나이 13세 때 나의 선인(先人)께서 나를 경계하는 뜻으로 소거리(所居里 ) 앞산의 우뚝 솟은 봉우리를 가리키시며 말씀하시되, ‘네 호를 直岡이라 지어주노니, 네 일상 저 산을 우러러보고, 모든 일에 반드시 힘써 올곧고 꺾이지 않는 直岡의 호에 부끄럼이 없게 하라’ 하시었다. 내 先人의 훈계를 명심하여 항상 실추할까 근심하였다. 心山이라 함은 내 나이 사십 되던 해에 맹자의 ‘사십부동심(四十不動心)’이란 말씀에 깊이 느낀 바 있어 自號를 心山이라 하였는데, 心 자에 山 자를 붙인 것은 山은 不動物이니 마음이 不動함을 가리킨 것이다. 내 일찍 광복 운동에 종사하여 10년 해외에서 많은 고초를 겪었으며, 9년 옥중에서 참혹한 고신(拷訊) 끝에 필경 앉은뱅이가 되었으나, 내 혁명에 불타는 마음은 조금도 동요하지 아니하였다. 躄翁이라 함은 내 출옥한 후 한 친구가 나를 문위(問慰)하고 웃으며 말하되, ‘군의 호를 벽옹(躄翁)이라 함이 어떠냐’ 하였다. 나도 웃으며 ‘아주 좋네. 아주 좋아’라고 벽옹(躄翁)으로 자처하며 살았다.”
* 김해경 : 이상(李箱) : 일본인들이 ‘이씨’라는 의미로 ‘이상’이라고 부른 데서 비롯됨.
28세의 젊은 나이에 요절한 탓에 많은 작품을 남기지 않았지만, 시 「오감도(烏瞰圖)」와 단편소설 「날개」만으로도 20세기 한국 문단을 뒤흔든 천재 시인이자 소설가. 본명인 김해경보다 필명이자 아호인 ‘이상(李箱)’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원래 이상은 1929년 경성고등공업학교 건축과를 졸업하고 조선총독부 내무국 건축과 기사로 근무했던 건축기사였다. 이상이라는 필명이자 아호도 이 무렵 갖게 되었는데, 그가 건축 현장에서 일할 때 일본인들이 ‘이씨’라는 의미로 ‘이상’이라고 부른 데에서 ‘이상(李箱)’이라고 한 것이다. 세상 사람들이 나를 무엇이라고 부르든, 어떻게 보든 나는 상관하지 않겠다는 듯한, 이상 특유의 삶에 대한 태도가 드러나 있는 필명이자 아호이다.
* 문익환 : 늦봄 : ‘늦게 찾아온 봄’
목사이자 시인이면서, 재야 민주 투사이자 통일 운동가. 유신 독재 치하인 1976년 ‘3·1 구국선언’에 참여해 투옥된 이후, 민주화와 남북통일을 위해 평생을 바쳤다.
늘그막에 시인의 길에 들어섰다고 해서 ‘늦봄’이라는 지어 썼다.
* 박수근 : 미석(美石) : ‘아름다운 돌’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로 꼽힐 만큼, 평생 한국적이 storco와 감성이 짙게 배어 있는 그림을 그렸던 서양화가. 특별한 스승을 두지 않고 독학을 통해 향토적인 미감과 토속적인 서정성을 서양화의 화폭에 담아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
우리나라의 옛 석물들을 좋아해, 그것이 간직하고 있는 아름다움을 조형화하는 데 힘을 썼다. 아름다움을 표현한 美 자와 거친 돌을 표현한 石 자가 오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美石’이라는 호처럼, 박수근의 그림은 순박하고 거칠며 투박한 것처럼 보이면서, 동시에 향토와 민중의 삶이 담고 있는 아름다움을 예술적이고 독창적인 회화미로 표현해내고 있다.
* 박영종 : 목월(木月) : ‘나무와 달‘
조지훈, 박두진과 함께 청록파(靑鹿派) 시인으로 불리며, 20세기 한국 시단을 빛낸 시의 거장.
소월 김정식과 영랑 김윤식의 계보를 잇는 향토적 서정성이 강한 시를 썼다. ‘북쪽에는 素月, 남쪽에는 木月’이라고 할 만큼 시적 감각과 감성을 글로 표현하는 데 뛰어났다.
박영종이라는 본명보다 박목월로 더 알려져 있다. 평소 자신이 좋아했던 시인인 수주(樹州) 변영로의 호에서 수(樹)자와 같은 뜻을 갖는 목(木)자를 취하고, 다시 素月 김정식의 호 소월(素月)에서 월(月)자를 취해 ‘목월(木月)’이라고 지었다고 한다.
친일 문학 연구전문가인 임종국 씨가 자신의 저서 『친일문학론』(민족문제연구소 발행)에서, 일제 강점기 때 끝까지 지조를 지키면서 단 한 편의 친일 문장도 남기지 않았다고 밝힌 15명의 문인(文人) 중 한 사람이기도 하다. 여기에서 15명의 문인은 “윤동주, 변영로, 오상순, 황석우, 이병기, 이희승, 조지훈, 박목월, 박두진, 박남수, 이한직, 홍노작, 김영랑, 이육사, 한흑구” 등이다.
* 박정희 : 중수(中樹) : ‘우주의 가운데 뿌리박은 나무’
군사 쿠데타를 일으켜 초헌법적으로 권력을 장악하고, 제5·6·7·8·9대 대통령을 지내며, 무려 18년간이나 군사정권을 유지했던 독재자.1972년 유신헌법으로 무소불위의 권력 기반을 다지고, 종신 독재를 획책하다가, 1979년 10월 26일 중아정보부장 김재규의 권총에 살해당하였다.
김종필의 경향신문 인터뷰(1967. 2. 10) : “어느 한학자가 ‘중수(中樹)’라는 호를 박대통령에게 지어 드렸는데, 그 뜻은 우주의 가운데 뿌리박은 나무”. ”박대통령은 호를 받아만 두고 쓰지 않는다.”
* 박종화 : 월탄(月灘) : ‘긴 여울에 비치는 달’
시인이자 소설가. 『금삼(錦衫)의 피』, 『홍경래』, 『여명』, 『여인천하』, 『임진왜란』, 『세종대왕』 등 역사소설을 주로 썼다.
박종화는 달을 좋아하는 마음이 컸다. ‘월야(月夜)에 강심에 배를 띄워 물에 어리비치는 달[月]을 탐하고, 긴 여울[長灘]에 이르러 다시 灘자를 얻어 자신의 호를 월탄이라고 하였다.’ <동아일보>(1934. 3. 25)
* 박태준 : 청암(靑巖) : ‘푸른 바위’
포항제철(현 포스코의 전신)의 창업자이며, 김대중 정부 때 국무총리를 역임.
그는 삼성그룹의 창업자인 이병철을 존경했는데, 이병철은 자신의 호인 ‘호암(湖巖)’에 빗대어 ‘청암(靑巖)’이라는 호를 지어줬다고 함.
* 방정환 : 소파(小波) : ‘잔물결’, ‘작은 물결’. 자신이 하는 일이 어린이들의 마음에 잔물결을 일으켰으면 좋겠다는 뜻으로 지음.
아동문학가이자 독립운동가. 1923년 우리나라 최초의 아동 잡지인 <어린이>를 창간하고, 첫 어린이 운동단체인 ‘색동회’를 창립했으며, 5월 1일 최초의 ‘어린이날’행사를 개최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해방직후인 1946년 5월 5일을 ‘어린이날’로 공식 지정했다.
* 변영로 : 수주(樹州) : ‘나무같이 신선하고, 고을같이 넓이가 있고 싶다’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도 깊고 불붙는 정열은 사랑보다도 강하다”로 시작하는 유명한 시 「논개」의 작자.
‘일제 강점기의 지식인 중 지조를 지킨 몇 안 되는 문인’ 중의 한 사람.
<동아일보>(1934. 4. 5)에 기고한 「나의 아호(雅號) 나의 이명(異名)」에 자신이 수주(樹州)라는 아호를 갖게 된 이유를 다섯 가지 들었다. 위에 있는 것이 넷째 이유이고, 다섯째 이유는 자신의 출생지는 아니지만 선영(先塋)이 있기 때문에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부평(富平, 지금의 부천시)의 옛 이름이 수주(樹州)였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 서정주 : 미당(未堂), 궁발(窮髮) : ‘미래’, 불모지인 ‘북극의 땅‘.
20세기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최고의 시인 중 한 사람이다. 일제 강점기인 1942년 7월 매일신보에 ‘다츠시로 시즈오’라는 일본 이름으로 평론을 쓴 것을 시작으로, 일본 제국주의를 찬양하고 조선인의 징병·징용을 독려하는 일련의 친일 작품들을 남겨, ‘친일 반민족 행위자’라는 오명을 남겼다.
서정주의 첫 호는 궁발(窮髮)으로서, 窮髮은 『장자남화경(莊子南華經)』 「외편(外篇)」에 나오는 말인데, ‘북명불모지지(北溟不毛之地, 나무와 풀이 나지 않는 북극 지방의 땅)’을 가리킨다. 서정주는 이 말이 일제 때의 상황과 너무나 잘 맞아 떨어져서 窮髮이라는 호를 썼다고 한다.
그리고 해방이 되고 난 후에는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 아호가 필요할 것 같아서, 어떤 선배와 의논하다가 미래를 내다보고 세계무대도 생각해서 ‘未堂’이라는 호를 짓게 되었다고 한다.
* 손재형 : 소전(素筌) : ‘향기나는 소질(素質)을 가짐’
소전체(素筌體)라는 자신만의 독특한 한문 서체와 함께 예서(隸書)와 전서(篆書)를 바탕으로 한 한글 소전체(素筌體)를 창안한 현대 서예의 거장. 문인화도 잘 그렸다.
우리 문화재 수집에 힘을 기울여, 일본에서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歲寒圖, 국보 제180호)를 찾아온 것으로 유명하다.
소(素) 자는 희고 결백하다는 뜻과 바탕 곧 소질(素質)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고, 전(荃)자는 향초를 뜻한다.
* 신채호 : 단재(丹齋) : 정몽주의 ‘단심가(丹心歌)’에서 취함.
독립운동가이자 역사학자. 일본의 식민사관에 맞서 조선의 역사를 바로 세우고 알리는 것이 곧 독립운동이라고 생각해 민족주의적 사관에 입각한 연사 연구와 저술 활동에 힘썼다. 그 대표 저서가 『조선상고사(朝鮮上古史)』이다. 무장 투쟁을 통한 자주적인 독립 쟁취를 중시해 아나키스트 단체인 의열단의 독립선언문인 ‘조선혁명 선언’을 쓰기도 했다. 아나키스트 독립운동의 핵심 지도자로 활동하다가 1928년 일본 경찰에 체포된 후 10년 형을 선고받고, 여순 감옥에서 옥고를 치르다 숨졌다. 평생 일제 치하에서는 머리를 숙일 수 없다면서, 비록 온몸이 다 젖을망정 고개를 숙이지 않고 뻣뻣이 선 채로 세수를 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그의 호 ‘丹齋’ 역시 오직 조선의 자주 독립에 온 마음을 쏟았던 불굴의 투쟁 정신과 관련이 깊다. 고려에 끝까지 충절을 지키다 죽임을 당한 정몽주의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쳐 죽어/ 백골이 진토 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임 향한 일편단심(一片丹心)이야 가실 줄이 있으랴” 라는 「단심가(丹心歌)」에서 취한 호가 丹齋였다.
* 심훈(심대섭) : 백랑(白浪) : ‘하얀 물결’
독립운동가이자 소설가. 일제 강점기 때 ‘브나로드’ 운동을 촉진하는 농촌 계몽소설인 「상록수」의 저자로 유명하다. 심대섭이라는 본명보다 심훈이라는 필명으로 더 잘 알려짐.
중국 유학 당시에 달밤에 뛰노는 전당강(錢塘江)의 물결을 보고 낭만적 기분으로 지은 것.
* 안중근 : 도마 : 가톨릭 세례명인 ‘토마스’의 한자식 발음이 ‘도마’.
1909년 10월 26일 만주 하얼빈 역에서 조선 침략의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를 권총으로 쏘아 죽인 독립운동가.
황해도 해주에서 태어난 안중근은 17세 때 아버지를 따라 가톨릭 신자가 되었다. 가톨릭 신부에게 세례를 받았는데, 그의 세례명이 ‘토마스’였고, 이 토마스의 한자식 발음이 ‘도마’이다.
* 안창호 : 도산(島山) : ‘산처럼 우뚝 솟아 있는 섬’
교육자이자 독립운동가. 독립협회, 신민회, 흥사단 등의 단체에서 항일 활동을 주도했다. 24세 때 인천항을 출발해 유학길에 오른 안창호는 미국으로 가는 뱃전에서, 태평양의 망망대해 한복판에 우뚝 솟아있는 하와이의 웅장한 모습을 보고, 크게 느낀 바가 있어서, 자신의 호를 도산(島山)이라고 지었다.
망망대해를 떠돌아다니다가 우뚝 솟아 있는 하와이를 만났을 때 사람들이 큰 희망을 갖게 되는 것처럼, 미국에서 다시 조선으로 돌아가면 자신도 사람들에게 큰 희망이 되겠다는 각오와 다짐이 서려 있는 호이다.
1937년 6월 ‘동우회(同友會)’ 사건으로 체포되어 투옥 중, 12월에 병이 위중해져 보석으로 나왔으나, 다음 해 3월 사망했다.
* 양주동 : 무애(无涯) : ‘끝없는’, ‘가없는’
고시가(古詩歌)인 향가의 해독과 고려 가사의 주석에서 독보적인 업적을 이룩한 국문학자. 1942년 간행된 『조선고가연구(朝鮮古歌硏究)』는 우리나라 최초의 향가 25수 전편에 대한 해독서로 국문학사에 길이 남을 대 저작이다.
“나는 가없는 것을 좋아한다. 바다를 사랑하고, 하늘을 사랑하고, 가없는 사랑을 사랑하고, 가없는 뜻을 사랑한다. 그러므로 자호를 无涯라고 하였다.” <동아일보>(1934. 3. 21)
* 여운형 : 몽양(夢陽) : ‘꿈속의 태양’ ‘꿈속에서 본 태양’
독립운동가이자 정치가. 1919년 상하이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임시의정원 의원과 외무부 차장으로 활동했다. 1936년 조선중앙일보사 사장으로 재임할 때,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한 손기정 선수의 가슴에 새겨진 일장기를 지우고 신문에 실은, 이른바 ‘일장기 말소사건’을 주도해 민족혼을 일깨우기도 했다.
여운형의 어머니가 태양이 이글거리는 꿈, 치마폭에 태양을 받는 꿈[태몽]을 꾸고 낳은 아이가 여운형이었기에, 그는 어머니의 태몽에서 호를 취하였다.
* 염상섭 : 횡보(橫步) : ‘옆으로 걷는다’
소설가로 자연주의 및 사실주의 문학의 거장으로 불린다. 대표작으로 『만세전(萬歲前)』, 『삼대(三代)』 등이 있다.
육당 최남선이 <시대일보> 기자로 있을 때 어떤 화가가 게를 그렸는데, 이때 함께 있던 주종건이라는 기자가 ‘옆으로 걷는다’는 뜻의 ‘횡보(橫步)’라는 화제(畵題)를 칠판에 쓰면서, 거의 언제나 술에 취해 비틀비틀 게걸음 걷는 염상섭의 호로 붙여주었다고 한다.
* 오상순 : 공초(空超) : 애연가였기에 담배의 ‘꽁초나 골초’와 발음이 비슷한 ‘空超’라고 지음.
시인. 본명인 오상순보다 담배꽁초나 골초에 빗대어 지었다는 ‘空超’라는 호로 더 유명함. 그는 세상의 근심과 걱정을 잊게 해준다고 해서 담배를 ‘망우초(忘憂草)’라고 부를 만큼 소문난 애연가였다. 하루에 담배 10갑에 200여 개비의 담배를 피웠다고 함.
* 유치환 : 청마(靑馬) : 환상 속의 말인 ‘푸른 말[靑馬]’
1939년에 발간한 시집 『청마시초(靑馬詩抄)』에 실려 있는 대표작 「깃발」로 큰 명성을 얻었다. 도도하고 웅장하며 거침없으면서도 격조 높은 시작(時作)으로 20세기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시인이 되었다.
“나는 무척 말을 좋아하였다. 짐승 중에서도 단려(端麗)하고 늠름하고 그러면서도 어질고 슬프고 지적(知的)인 어딘지 사람 같은 말! ... 靑馬는 실재하지 않는 환상의 말이요, 인간 운명을 상징하는 존재의 실루엣으로 친 것이다.” 「靑馬의 辯」 : <동아일보>(1957. 4. 25)
* 윤보선 : 해위(海葦) : ‘바닷가의 갈대’는 바람에 휘날려도 꺾이지 않는다.
4·19 혁명으로 이승만 정권이 붕괴된 후 실시된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당선되어 제4대 대통령이 되었다가, 다음해 5·16 군사쿠데타로 대통령 직에서 물러났다. 그 후 두차례 대통령 선거에서 야당 후보로 나서 박정희에 맞섰으나 패배했다.
상해에서 독립운동을 하던 중 영국으로 유학을 떠날 때, 스승인 신규식이 해위(海葦)라는 호를 지어 주었다. 바닷가의 갈대는 비록 가냘프고 연약해 보이지만, 아무리 매서운 태풍이 불어도 꺾이지 않고, 거센 파도가 몰아쳐도 꺾이지 않는다. 이역만리 영국에 가서 어떤 고난과 역경을 만나더라도, 바닷가 갈대의 강인한 생명력을 본받아 굴복하지 말고 꿋꿋하게 살아 나가라는 뜻.
* 윤봉길 : 매헌(梅軒) : ‘매화’의 기상과 절개를 닮으라.
1932년 4월 29일 중국 상하이 홍구 공원에서 열린 조선 침략의 원흉 일왕(日王)의 생일 행사장에 폭탄을 투척하는 의거를 단행한 독립운동가.
매헌(梅軒)이라는 호는 그의 스승 성주록이 지어주었다. 매섭고 차가운 눈보라를 견뎌내고 꽃을 피우는 매화의 기상과 절개를 닮으라는 뜻과, 사육신인 매죽헌(梅竹軒) 성삼문의 충의를 본받아 올곧게 살라는 마음이 담긴 호.
* 이광수 : 춘원(春園) : ‘봄의 정원’
우리나라 최초의 현대 장편소설인 무정을 발표한 이후, ‘현대소설의 아버지’라 불릴 만큼 한국문학사에 큰 족적을 남겼으나, 나중에는 친일 매국 행위에 앞장섰다. 한국전쟁 때 행방불명되었으며, 최근 들어 1950년 북녘 땅 끝 국경지대인 만포에서 병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됨. 평북 정주가 이광수의 고향이다.
봄은 번성함을 상징하고, 정원은 함축의 뜻을 표현한다고 하며, 겉으로 드러나는 ‘번화함’과 안으로 간직하는 ‘함축’의 미학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호이다.
* 이병기 : 가람 : ‘강이나 호수’를 뜻하는 순우리말.
국문학자이자 시조 시인. 1942년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옥고를 치른 독립운동가이기도 하다.
“온갖 샘물이 모여 가람이 되고, 가람의 물이 나아가 바다가 되므로, 가람은 샘과 바다의 사이에 있는 것으로, 첫째 그 근원이 무궁하고 끝도 무궁하니 영원하고, 둘째 이 골짜기의 물과 저 골짜기의 물을 합해 진실로 떳떳함을 이루니 완전하고, 셋째 산과 들 사이에 끼여 땅을 기름지게 하니 조화롭다. 이 세 가지의 뜻을 붙여 호를 ‘가람’이라고 했다.”
* 이병철 : 호암(湖巖) : ‘호수와 바위’
삼성그룹 창업자.
호수마냥 맑은 물을 잔잔하게 가득 채우고, 큰 바위마냥 흔들리지 않는 준엄한 사람이 되자는 의미.
* 이승만 : 우남(雩南) : ‘우수현(雩守峴의) 남쪽’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 자유당 일당독재와 장기집권을 획책하다, 1960년에 일어난 4·19 혁명으로 대통령에서 물러난 뒤, 하와이로 망명해 그곳에서 사망했다.
황해도 평산에서 태어났으며, 3세 때 부모를 따라 서울로 이주했다. 11세 때 남산 아래 도동 우수현(雩守峴)으로 이사해, 21세 때 배재학당에 입학해 영어와 신학문을 배우기 전까지 서당을 다니며 한학(漢學)을 배웠다.
젊은 시절을 보내며 청운의 꿈을 품었던 도동 우수현의 지명을 취해 우남이라고 자호함.
* 이원록(이활) : 육사(陸史) : 수인번호였던 ‘육십사(六十四)’에서 소리를 그대로 취함.
시인이자 독립운동가. 무장 항일투쟁을 중시했던 독립운동 단체인 의열단에 가입하여 활동하다, 24세 때인 1927년 ‘조선은행 대구지점 폭파사건’에 연루되었다는 혐의로 일본 경찰에 체포되어 수감생활을 했다. 처음 대구 형무소에 투옥되었을 때 수인(囚人) 번호가 ‘육십사(六十四)번’이어서 일본인들이 ‘육사(六四)’하고 불렀는데, 그 소리를 그대로 취해 자신의 호를 육사(陸史)라고 하였다.
‘대륙을 품은 역사’라는 의미를 갖고 있어, 담대했던 그의 기상과 웅장한 포부를 감지할 수 있다.
* 이은상 : 노산(鷺山) :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경남 마산 고향마을 뒷산인 ‘노비산(鷺飛山)’에서 취함.
자유시와 시조 창작을 병행하다가 1930년대 말 경부터 시조시인으로 본격적인 시작활동을 했다. 평이하면서 서정적인 데다가 감미로운 운율까지 갖추고 있는 그의 작품은 가곡과 잘 어울려 <고향생각>, <가고파>, <성불사의 밤>, <금강에 살어리랏다>, <동무생각> 등, 오늘날까지 온 국민이 애창하는 수많은 노래를 탄생시켰다.
<동무생각>에 나오는 ‘청라 언덕’ 역시 노비산 기슭에 자리하고 있는, 어린 시절 그가 뛰놀던 언덕 이름.
* 이응노 : 고암(顧菴), 죽사(竹史) : ‘고개지(顧愷之)처럼 위대한 화가가 되라’, ‘대나무처럼 청정하게 살라’
전통성과 현대성, 동양과 서양을 아우르는 독창적인 세계를 구축해 세계적으로 큰 명성을 얻은 한국화가.
1922년 나이 19세 때 해강 김규진의 문하에 들어가 서예와 묵화를 배웠다. 특히 대나무를 잘 그려서 명성을 얻었고, 스승이 그에게 대나무처럼 항상 청정하게 살라는 뜻으로 ‘죽사(竹史)’라는 호를 지어 주었다. 30세가 되던 1933년에는 규원 정병조 선생이 고암(顧菴)이라는 호를 지어주었는데, 중국 동진 때의 대화가인 고개지(顧愷之)처럼 역사에 남을 위대한 화가가 되라는 뜻으로, 그 이름에서 ‘고(顧)’ 자를 취한 것이다.
* 이중섭 : 대향(大鄕) : ‘무엇인가의 시조(始祖) 혹은 원류가 되는 곳’
가난과 이산(離散)의 고통 속에서도 열정적인 예술혼과 독특한 회화 세계를 구축해, 박수근과 함께 한국 근대 서양화를 대표하는 거목으로 뽑힘. 41세의 젊은 나이에 사망.
이 호는 이중섭의 어머니가 지어 주었다고 함.
* 이희승 : 일석(一石) : “나는 ‘한 개의 돌’에 지나지 않는 존재이므로 一石으로 결정하였다.”
국어학자이자 국문학자. 1930년 조선어학회에 들어가 ‘한글 맞춤법 통일안’과 ‘표준어 사정’ 작업을 주도했다. 1942년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일본 경찰에 검거되어, 함흥 형무소에서 해방을 맞은 독립운동가이기도 하다. 해방 이후 줄곧 국어 연구와 사전 편찬에 전념했다. 1961년에 발간된 그의 「국어대사전」은 국어학 연구 분야의 획기적인 업적이다.
“단사(丹砂)를 갈더라도 그 빛은 빼앗을 수 없는 것처럼, 돌 역시 깨뜨려도 그 단단함만은 뺏을 수 없기 때문에 그 뜻을 취해 一石이라고 하였다.”
* 장면 : 운석(雲石) : 하늘에서 가장 웅장하게 움직이는 ‘구름’과,
4·19 혁명 후 내각제로 헌법을 개정한 이후 들어선 민주당 정권의 수반인 총리가 됐으나, 5·16 군사 쿠데타로 실각함.
* 장택상 : 창랑(滄浪) : 초나라 시인 굴원의 「어부사(漁父詞)」 ‘창랑가(滄浪歌)’에서 취함.
‘창랑의 물이 맑으면 나의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이 흐리면 내 발을 씻겠다’
미군정 아래에서 수도 경찰청장 등을 역임하며, 반공과 좌익 색출이라는 미명하에 친일 경찰들을 대거 등용하는 한편, 1948년 남한의 단독 정부 수립과 동시에 초대 외무부 장관으로 취임했다. 제헌국회가 제정한 ‘반민족 행위 특별 조사 위원회(반민특위)’의 친일 청산 작업을 무력화시키는 데 앞장섰다.
* 전형필 : 간송(澗松) : 깊은 ‘산골의 물[澗]’과 ‘소나무.
일제 강점기 때 민족의 얼과 혼이 담긴 문화유산을 지키는 것이 곧 민족의 자존심을 지키고 민족의 앞날을 개척하는 것이라는 정신으로 자신의 전 재산을 투자해 수많은 문화재를 수집했다. 이종사촌 형인 소설가 월탄 박종화와 스승이자 당대 최고의 문화비평가요 감식가였던 위창 오세창과의 인연으로, 일찍부터 일제의 민족문화 말살 정책에 맞서 우리나라 고유의 문화유산과 문화재를 지키는 일을 독립운동의 일환으로 여겼다. 1938년 서울 성북동에 최신식 미술관인 ‘보화각(葆華閣)’을 세웠다. 전형필이 세상을 떠난 이후 그이 호를 따 ‘간송미술관’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간송(澗松)’이라는 호는 그의 스승인 위창 오세창이 지어 주었는데, 흰 두루마기를 입은 전형필의 모습이 ‘깊은 산속에서 흐르는 물’과 같다고 해서 ‘산골 물 간(澗)’ 자를 취하고, 『논어』 「자한(子罕)」편에 나오는 ’세한연후 지송백지후조(歲寒然後 知松柏之後凋, 날씨가 차가워진 다음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늦게 시든다는 것을 안다)‘에서 송(松)자를 따와 지었다고 한다.
깊은 산속에서 흐르는 물과 같이 맑고 깨끗한 풍모와 더불어, 사시사철 변함없이 푸르른 소나무와 같이 지조와 절개의 정신을 잃지 않기를 바란 스승의 마음이 담겨있는 호.
* 정주영 : 아산(峨山) : 자신의 고향마을인 강원도 통천군 송전면 ‘아산리(峨山里)’ 지명에서 취함.
현대그룹의 창업자. 가난한 농군의 아들(6남2녀 중 장남)로 태어났다. 84세인 1998년 6월, 이른바 통일 소 500마리를 직접 이끌고 판문점을 넘어 북한을 방문하여 세계적인 뉴스가 되었다. 두 차례에 걸쳐 총 1,001 마리의 소를 북한에 제공.
* 조병옥 : 유석(維石) : 『시경(詩經)』에 나오는 ‘절피남산(節彼南山, 높이 솟은 저 남산) 유석암암(維石巖巖, 바위가 첩첩이 쌓여 있네)’에서 취함. 우뚝 솟은 산에 첩첩이 쌓여있는 거대한 바위처럼 살겠다는 웅대한 포부와 의지가 담긴 호.
정치가. 미국 유학 시절 한인회와 흥사단 등의 단체에서 독립운동을 했고, 귀국 후에는 좌우합작으로 설립된 항일조직인 신간회의 재정 총무를 역임했다. 광주학생운동, 수양동우회사건 등으로 옥고를 치렀다.
해방 이후 보수 우익 정당인 한국민주당 창당을 주도했고, 미군정청의 경무부장을 역임했다. 한국전쟁 이후 반 이승만 진영에 서서 반독재투쟁을 이끌었다. 1960년 야당인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어 이승만과 맞서다가, 대통령선거를 1개월 앞두고 병으로 사망했다. 반공을 명분으로 친일파 경찰들을 다시 채용해, 친일 청산 작업을 방해한 전력으로 비판받고 있다.
광주학생운동의 배후 조종자로 일본 경찰에 체포되어 감옥 생활을 하던 때, 벽초 홍명희 등과 사서삼경을 숙독하고 통독하다가 이 호를 갖게 되었다고 한다.
* 조동탁 : 지훈(芝薰), 지타(芝陀) : ‘지초(芝草)의 향기’, 성스러운 풀인 ‘지초가 자라는 벼랑(산등성이)’
박목월, 박두진과 함께 한국 현대 시단을 대표하는 ‘청록파’ 시인. 대표작 「승무(僧舞)」
“내 호가 처음에는 지타(芝陀)였지. 마침 여학교 훈장(경기여고)으로 갔는데, 내 호를 말했더니 학생들이 얼굴을 붉히더군. 그래서 곰곰이 생각하니, ‘지타’라는 호야 아주 고상하지만, 성과 합성하니까 발음이 ‘조지타’가 되는데, 걔네들이 내 호에 다른 무엇을 연상했나봐. 그래 할 수없이 지훈(芝薰)으로 고쳤어.”
원래 ‘상서로운 풀인 芝草가 자라는 벼랑(산등성이)’이라는 뜻의 ‘지타(芝陀)’를 호로 썼는데, 경기여고의 교사로 지내던 시절 ‘조지타’로 불리는 것이 이상한 오해를 불러 일으켜서, 할 수 없이 ‘지초의 향기’라는 뜻의 ‘지훈(芝薰)’으로 개호(改號)했다는 것이다.
* 조중훈 : 정석(靜石) :
한진그룹의 창업자이자 대한항공의 회장을 지낸 기업가.
그의 선친이 지어준 호로서, ‘정중동(靜中動) 동중정(動中靜) 속에 조화를 이룬 돌’의 정신을 잊지 말고, 정석(靜石)의 참뜻으로 ‘인간다운 인간’이 되라는 뜻이 담겨 있다.
어려서부터 생각이나 행동이 너무 크고 지나치게 동적(動的)이라서, 경계하는 의미로 지어줌.
* 주시경 : 한힌샘, 한흰메 : ‘한힌샘’은 ‘하얀 샘’ 또는 ‘맑은 샘’, ‘크고 맑은 샘’을 뜻하는 순우리말.
‘한흰메’는 ‘크고 하얀 산’이라는 뜻으로 태백산(太白山)의 순우리말이다.
국어학자이자 독립운동가. 한글 연구와 보급을 통한 민족 계몽 운동으로 일제에 항거했다. 근대 국어학과 한글 연구에 크게 공헌했다.
* 주요한 : 송아(頌兒) : 언문인 ‘송아지’와 같은 발음을 가진 한자 글자[頌兒]를 취함.
우리나라 근대 문학사상 최초의 자유시로 평가받는 「불놀이」의 작자. 상하이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기관지인 <독립신문>의 기자로 활동하기도 했으나, 1937년 ‘수양동우회’ 사건 이후 친일파로 변절해, 조선문인보국회 및 여러 친일 어용 단체의 간부를 역임했고, 일제의 침략 전쟁에 학병으로 지원할 것을 독려하는 연설 등에 적극적으로 나섬.
해외 방랑시에 춘원 이광수가 ‘송아지’에서 한자를 취해 ‘頌兒’라는 호를 지어줌.
* 최규하 : 현석(玄石) : ‘검고 신묘한 돌’
박정희 대통령 시해 당시 국무총리로서, 대통령 권한대행을 거쳐, 제10대 대통령이 되었으나, 1979년 12·12군사 쿠데타에 의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대통령 직을 사임했다.
‘현(玄)’은 ‘검다, 깊다’는 뜻과 함께, ‘심오하다, 신묘하다’고 해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엇인가를 상징하기도 하며, ‘고요하다’고 해서 침묵과 정적의 태고적 상태를 의미하기도 한다. 석(石)은 어떤 상황에서도 움직이지 않는 단단한 바위를 뜻한다.
* 최남선 : 육당(六堂) : ‘남두육성(南斗六星)’에서 취함.
초기에는 독립운동의 한 지류인 민족 계몽 운동가로 조선의 역사·문화·풍속·전적(典籍) 등을 새롭게 발굴해 소개·보급하는 데 크게 공헌했다. 춘원 이광수, 벽초 홍명희와 함께 조선의 3대 천재라고 불릴 만큼 저술과 학식이 뛰어났다. 그러나 1930년대 말부터 일제에 적극 협력하고, 징병을 독려하는 등, 반민족 친일 행적을 보였다.
천문학에서 ‘북두칠성(北斗七星)’에 대칭하는 별자리로 ‘남두육성(南斗六星)이 있는데, 자신의 이름 남(南) 자에 의거해 육성(六星)을 취해 육당(六堂)이라 하였다. - 「육당(六堂)의 변(辯)」, <동아일보> 1957. 4. 26
* 최현배 : 외솔 : ‘홀로 서 있는 소나무’ 성삼문의 시조에서 그 뜻을 취함.
국어학자이자 독립운동가. 1942년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투옥되어 옥중에서 해방을 맞았다. 한글학회 이사장으로 취임해 국어 교재와 국어사전 편찬을 주도했고, 한글 가로쓰기 등의 큰 공적을 남겼다.
사육신 성삼문의 시조 ‘이 몸이 죽어가서 무엇이 될고 하니/ 봉래산 제일봉에 낙락장송 되었다가/ 백설이만건곤할 제 독야청청하리라.’
‘온 세상이 눈으로 뒤덮일 때 오히려 홀로 우뚝 솟아 더욱 푸른빛을 발하는 소나무’처럼 단종의 왕위를 무력으로 찬탈한 세조에게 항거한 성삼문을 본받아, 자신도 조선의 주권을 무력으로 강탈한 일제에 맞서 싸우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담겨 있는 호.
* 피천득 : 금아(琴兒) ‘거문고를 잘 타는 어머니의 아이’
수필의 정수를 보여준 한국 수필 문학의 거장.
‘琴兒’라는 호는 춘원 이광수가 지어줌. 피천득은 일곱 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열 살 때 어머니를 잃었던 까닭에 유독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이 컸는데, 특히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 각별했다고 전해진다. 그의 어머니가 거문고를 잘 탔다는 이야기를 들은 이광수가, 어머니의 아이처럼 맑게 살라는 뜻을 담아 지어줌.
* 한용운 : 만해(卍海), 만해(萬海) : ‘부처님의 만덕(萬德)과 길상(吉祥)이 바다와 같다’, ‘부처님의 만덕과 길상이 바다처럼 가득하다’
승려이면서 독립운동가이자 시인. 3·1운동 때 민족 대표 33인 중의 한 사람으로 독립 만세 운동에 앞장섰다.
卍海, 萬海는 승려 신분이던 그의 법호(法號)임. 홀로 수행해 깨달음을 얻는 삶보다는, 불교의 대중화와 독립운동 등 현실 참여에 힘썼던 한용운의 정신이 깃들어 있다.
* 함석헌 : 바보새 : 알바트로스 또는 신천옹(信天翁)이라고도 불리는 새. 청빈(淸貧)의 상징으로 여겨짐.
무교회주의 기독교 사상가이자 민중운동가. <사상계>에 글을 발표하면서 반독재 투쟁과 각종 정치적·사회적 문제에 대해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냈다. 5·16 군사 쿠데타 이후 박정희 군사 독재 정권에 정면으로 맞서 싸웠고, 특히 1970년 <씨알의 소리>를 창간해 반외세·반독재 민주화 투쟁과 자주적 통일운동, 노동자·농민·도시빈민 등 민중적 목소리를 대변하는 데 앞장섰다.
“신천옹(信天翁)이라 이름한 이유는 이놈이 날기를 잘해서 태평양의 제왕이라는 말을 들으면서도 고기를 잡을 줄은 몰라 갈매기란 놈이 잡아먹다가 이따금 흘리는 것을 얻어먹고 살기 때문에 바보새라고 합니다.”
먹이를 좇아 탐욕스럽게 덤벼드는 뭇 새들과는 달리, 자신이 먹을 수 있고 또 먹을 만큼만 물고기를 잡기 때문에, 예부터 청빈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새이다.
* 현진건 : 빙허(憑虛) : ‘비어 있는 것, 혹은 아무것도 없는 것[虛]에 마음을 둔다[憑]’
단편소설의 형식을 개척하고, 한국 리얼리즘(사실주의) 문학의 기틀을 마련한 소설가이다. 자전적 소설인 「빈처(貧妻)」와 「술 권하는 사회」, 「운수 좋은 날」 등의 대표작이 있다.
‘憑虛’는 궁핍과 곤궁을 벗하고 살았던 그 나름의 가난과 빈곤의 철학이 배어 있는 호.
* 홍명희 : 벽초(碧初) : ‘조선 최초의 에스페란토 인’. 푸를 벽(碧) 자는 에스페란토를 상징하는 청록색을 의미하며, 평화를 상징함. 홍명희는 조선어를 말살하고 일본어를 강요하는 1920년대 일제 치하에서, 국제어를 표방한 ‘에스페란토’의 보급과 확산을 하나의 항일 투쟁이자 민족 해방 운동으로 보았다. 일제의 언어 제국주의에 맞서 에스페란토를 보급하고 확산하는 운동의 선각자이자 선구자가 되겠다는 뜻을 담은 호.
독립운동가이자 장편 역사 소설 『임꺽정』의 저자. 해방 이후 좌익 계열의 조선문학가동맹 중앙집행위원장으로 활동하다가, 좌우합작과 남북통일을 위해 개최된 1948년 남북제정당사회단체 연석회의를 계기로 월북했다. 북한 정부 수립 후 내각 부수상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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