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터 버블’ 언급한 재판부, “이낙연은 간첩” 가짜뉴스 유튜버에 징역형
법원이 지난해 4·15 총선을 앞두고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기소된 유튜버에게 징역형을 선고하면서, 일부 개인방송 진행자들의 ‘가짜 뉴스’ 유포 폐해를 경고했다. 의정부지법 형사13부(재판장 정다주)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유튜버 ㄱ(47)씨에 최근 징역 6월을 선고했다고 14일 밝혔다.
판결문을 보면, ㄱ씨는 2019년 7월부터 유튜브를 통해 개인방송을 진행했다. 여러 회사 영업사원으로 근무했던 ㄱ씨는 처음에는 자영업자 권익을 주제로 방송했으나, 지난해 4·15 총선에 맞춰 정치 관련 내용을 다뤘다.
ㄱ씨는 총선을 두달가량 앞둔 지난해 2월 승용차를 타고 이낙연 당시 예비후보의 선거사무실 앞까지 간 뒤, 차 안에서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실시간으로 개인방송을 진행했다.
방송 도중 ㄱ씨는 제보를 받았다며, 이 후보가 국무총리 시절 작성한 방명록 사진을 화면에 띄웠다. 방명록 사진에는 ‘위대했으나 검소하셨고, 검소했으나 위대하셨던, 백성을 사랑하셨으며, 백성의 사랑을 받으신 주석님의 삶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고 부끄러워집니다. 2018. 9. 26. 대한민국 국무총리 이낙연’이라는 글귀가 적혀있었다.
그는 이를 근거로 이 후보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충성을 맹세한 것이라고 단정했다. 시청자들이 ‘진짜냐’고 묻자, ㄱ씨는 “한참 전 내용인데 그걸 모르셨구나”라며, 사실로 확인된 내용인 것처럼 설명했다. “빨갱이”, “간첩”, “주사파” 등 자극적인 단어를 쏟아낸 이날 방송 시청자 수는 2만7천명에 달했다.
그러나 해당 방명록은 이 후보가 국무총리 재임 중이던 2018년 9월21일, 쩐 다이 꽝 전 배트남 국가주석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베트남을 방문했다가, 호치민 베트남 초대 주석의 생가를 찾아 남긴 글로 확인됐다.
ㄱ씨는 세월호 사건을 두고서도 “좌파 기획 침몰이 맞죠”라고 말하고, 이 예비후보 선거사무실에 출입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대깨문(대가리가 깨져도 문빠) 어머님들, 돈 받고 움직이는 거 같아요”라고 발언했다.
재판부는 이런 점 등을 지적하며, 유튜브 같은 동영상 공유 서비스의 추천 기능 부작용으로 ‘필터 버블'(filter bubble)과 ‘에코 체임버'(echo chamber) 현상을 우려했다.
필터 버블은 개인성향에 맞춤 정보를 제공해 비슷한 이용자가 편향된 정보에 갇히는 현상을 말한다. 에코 체임버는 비슷한 성향끼리 소통한 결과 다른 사람의 정보와 견해를 불신하고 자신의 이야기만 진실로 느끼는 현상이다.
재판부는 “필터 버블과 에코 체임버의 폐해로, 가짜뉴스의 폭증, 더 심각하게는 자신의 기존 지식과 다른 정보는 무조건 가짜뉴스로 치부하는 태도가 증가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특히 대중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높은 정치적 사안에서 그 정도가 심하고, 이는 우리 정치 현실을 극단주의와 혐오주의의 장으로 인도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온라인 콘텐츠를 통한 가짜뉴스는 그로 인한 개인적·사회적 피해가 막심하지만, 특성상 일단 전파되고 나면 마땅한 대응 방안이 없다”며 “결국 사후 엄격한 사법적 심사·검토를 거쳐 위법하면 처벌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다만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는 것은 경계했다. 재판부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견해' 표명의 자유를 의미하는 것이지, 정치적인 이유로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것에 대한 자유까지 포함하지는 않는다”며 “기성 정치인에 대한 일반 시민의 비평과 비판의 기회는 보장되고 활성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면, 음모론의 양산, 포퓰리즘 정치인의 득세, 자유민주주의 제도의 붕괴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area/capital/982890.html?_fr=mt2#csidx5735058a27c86538cc6cbc94461a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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