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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료만 3659만원 내는 유치원에 찬성한다는 건가

道雨 2021. 2. 22. 11:34

수업료만 3659만원 내는 유치원에 찬성한다는 건가

 

[주장] 민병희 강원도교육감 비판한 강원교총... 국제학교에 대한 입장 밝혀라

 

 

 

▲  강원교총은 보도자료에서 민병희 강원도 교육감이 공직선거법 위반 1심 판결에 대해 공식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지난 16일 춘천지방법원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민병희 강원도 교육감에 대해 벌금 70만 원을 선고했다. 강원도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강원교총)는 같은 날 보도자료를 통해 민 교육감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민병희 교육감은 작년 3월 기자간담회에서 당시 미래통합당 김진태 예비 후보의 국제학교 설립 공약이 허위라고 말했다. 검찰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직위를 이용해 선거에 개입하려고 했다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법원은 선거 개입 혐의는 유죄로 인정했으나 "계획적으로… 보이지 않고, 선거에 영향을 미친 정도도 크지 않다"라며, 벌금 70만 원을 선고했다. 민 교육감은 재판부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교육감의 직무 범위 안에 있는… 고유권한인 내용에 대해서 발언하는 것이 유죄로 인정된 부분에 대해서는 유감"이라고 밝혔다.

강원교총은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춘천지법의 이번 판결은 교육감의 선거법 위반 혐의를 인정한 것"이라며 "공식적으로 정중히 사과해야 할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교육감의 정치지향적 자세에 대해서도 반성을 촉구하며, 다시는 이러한 비교육적 행위가 재발되지 않도록 책임감 있는 행동을 보여주기를 바란다"라고 했다.

강원교총은 보도자료에서 민 교육감의 발언이 "비교육적 행위"라면서도, 사건의 발단이 된 국제학교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이미 쟁점이 된 국제학교 설립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지, 국회의원 후보자의 공약에 대해 교육감이 말할 수 있는지도 무시할 수 없는 문제다.



대다수 일반 국민과 상관없는 학교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국제학교는 어떤 학교이며, 교육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 학교인지가 더 중요하다. 교육적 의미를 따지지 않고 '비교육적 행위'라고 규정하는 것은 모순이다. 

보통 국제학교라고 부르는 학교 유형은 외국교육기관, 국제학교, 외국인 학교 세 가지다.

첫째, 외국교육기관은 '경제자유구역 및 제주국제자유도시의 외국교육기관 설립·운영에 관한 특별법'에 의해 경제자유구역에 주로 만들어지는 학교다. 인천 송도 채드윅 국제학교와 대구 국제학교가 여기에 해당한다. 모두 국내 학력이 인정되는 학교이다. 내국인 입학 허용 비율은 재학생의 30% 이내인데, 20% 범위에서 확대할 수 있다.



둘째, 국제학교는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에 의해 운영되는 학교이다. 제주영어교육도시 안에 4개 학교가 운영 중이다. 모두 국내 학력이 인정된다. 외국인 학교나 외국교육기관과 다르게 내국인 입학 허용 비율에 제한이 없다. 국제학교는 국내외의 영리법인도 설립할 수 있다.



셋째, 외국인 학교는 '초·중등교육법'에 근거하여 국내에 머무르는 외국인 자녀나 외국에서 살다가 귀국한 내국인 교육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학교다. 내국인 입학 허용 비율은 외국 교육 기관과 마찬가지로 재학생의 30~50%이다. 외국인 학교 가운데 현재 국내 학력이 인정된 학교는 없다.

명칭의 혼용과 근거 법령의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국제학교 설립과 폐지 권한은 교육감에게 있다. 이들 국제학교는 겉으로 보면 외국인 교육이나, 오랜 기간 외국 생활로 국내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내국인 교육이 목적이다. 대다수 일반 국민과 상관이 없는 학교다.

그런데 왜 국회의원 후보는 국제학교 설립을 공약으로 내세웠을까? 투표권이 없는 외국인들을 위해서 그랬을 리는 없다.



국제학교는 자사고와 특목고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일부 계층의 요구와 맞닿아 있다. 국어와 사회 과목을 1주일에 2시간씩 이수하거나 연간 102시간 이상 이수하면 학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 내국인 입학도 허용된다. 외국교육기관과 국제학교에 특권계층이 관심을 보이는 이유다. 국제학교 설립은 '일반 사람'과 구별되기를 바라는 특정 계층을 향한 애정 표현으로 사용되는 단골 메뉴 가운데 하나다.



극소수 특권층을 위한 귀족학교

 

▲  학력이 인정되는 6개 국제학교의 학비 현황이다. 유치원생 수업료만 연간 2000~3600여만 원에 달한다.
  

 
국제학교는 한마디로 귀족학교다. 학력이 인정되는 6개 학교 가운데 학비가 가장 낮은 KIS 제주(한국국제학교 제주 캠퍼스) 유치원생 수업료가 연간 2000만 원이 넘는다. 송도에 있는 채드윅 국제학교는 3659만 원에 이른다. 입학금이 보통 300만 원이며 기숙사비가 2300만 원이 넘는 학교도 있다. 학비 4000여만 원을 내는 유치원생에 5800여만 원을 부담하는 고등학생이 다니는 학교다.

대학 학비와 비교해보면 왜 국제학교를 귀족학교라고 부르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각종 대학 정보를 알려주는 교육부 '대학알리미'에는 전국 대학의 등록금 현황이 올라와 있다. 등록금이 가장 비싼 곳은 이화여대 의학 계열이다. 2020년 기준으로 연간 1289만 6천 원이다. 엄청나게 비싼 금액이지만, 채드윅 국제학교 유치원 수업료의 1/3 정도에 불과하다.

강원교총은 보도자료에서 "교육감이 사법처리된 것은 강원도 교육계의 갈등과 불행을 스스로 자초하는 것"이며, "피해는 고스란히 교육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제학교는 절대다수 일반인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학교이다. 극소수 특권층을 위한 귀족학교이며, 상대적 박탈감과 상실감만 안겨주는 괴물일 수 있다. 이런 학교 설립에 대해 말하지 않고 침묵하는 것이야말로 '교육계의 갈등과 불행을 자초'하는 일이다. 교육 공공성을 파괴하고 교육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국제학교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그 피해는 대다수 학생과 학부모에게 돌아갈 것이다.



국제학교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기계적 중립을 강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강원도에서는 2013년과 2014년 동해안경제자유구역청을 중심으로 강릉 지역에 국제학교를 설립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하지만 도민들의 반대로 백지화됐다. 국제학교 설립 추진으로 또다시 많은 사람에게 고통을 주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이 기회에 강원도교육청과 민병희 교육감은 '모두를 위한 교육'이라는 초심을 다시 새기기를 바란다. 국제학교 못지않게 특권학교로 비난받는 강원도 내 자립형사립고와 특목고를 폐지하는데 앞장서는 것이 한 가지 좋은 실천 방법이다.

 

김홍규(platau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