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미, 대결 아닌 대화 물꼬 트는 데 온힘 쏟을 때
미국 새 대북정책 ‘실용적·단계적’ 접근
북한, 한반도 긴장 높이는 행동 말아야
한-미 정상회담서 북한 끌어낼 대책을
* 미국이 대북정책 검토를 끝냈다고 밝히자, 북한은 2일 ’우리와 전면대결을 준비하고 있다는 신호’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사진은 4월30일 평양 거리에서 이뤄진 청년전위들의 결의대회 행진 모습이다. 연합뉴스
한반도 정세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정책 검토를 끝냈다고 밝히자마자, 북한은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남쪽에 대해서도 대북전단 살포를 이유로 ‘상응 행동’을 검토하겠다고 위협했다. 미국의 새 대북정책이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지 못하고 오히려 군사적 긴장을 높이는 쪽으로 작용한다면 걱정스러운 일이다. 남·북·미 모두 대결 아닌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 온 힘을 기울일 때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30일(현지시각)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검토가 완료됐다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의 새 대북정책은 전임 트럼프 행정부의 ‘일괄타결’(그랜드 바겐)이나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와 달리, ‘실용적이고 단계적인 접근’을 추구한다고 미국 언론들은 평했다. ‘정상 간 직접 대화’에 무게를 두진 않지만, 북한이 모든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하기 전엔 경제제재를 풀 수 없다는 전임 행정부 기조에 비해선 한결 유연한 접근으로 보인다.
이런 미국의 태도가 북한 기대엔 훨씬 못 미치는 것일 수 있다. 북한은 2일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 명의의 담화에서 “미국의 새 대조선정책 근간이 무엇인지 선명해진 이상, 우리는 부득불 그에 상응한 조처들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북한이 가장 중요시하는 ‘체제 안전보장’ 문제에서 분명한 언급을 하지 않은 것이나, 미 국무부와 의회가 북한 인권을 중시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북한 지도부를 자극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북한이 강경한 어투로 미국을 비난하고 나선 건 너무 성급한 행동이다. 협상 주도권을 잡기 위한 샅바싸움 목적이라 해도, 이런 식의 강경 발언은 불필요한 긴장을 높이면서 오히려 서로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쪽으로 작용하기 쉽다. 특히 오는 21일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 간의 첫 한-미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그런 만큼 북한은 한-미 간 조율 과정을 지켜보며 신중하게 처신하는 게 바람직하다.
북한이 ‘상응 행동’을 예고한 만큼, 미사일 발사 등 무력시위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특히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맹비난하며 ‘상응 행동’을 언급한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 북한이 미국을 직접 겨냥하진 않는 대신 남한을 겨냥한 무력시위를 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데, 어떤 도발이든 한반도 평화를 해치고 대화의 문을 여는 데엔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다.
한국과 미국은 오는 21일 정상회담에서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낼 수 있는 유연하고 현실적인 방책을 마련하길 바란다. 가령 협상 시작 전이라도 ‘인위적 정권교체를 추구하지 않겠다’는 식의 메시지를 보내는 게 하나의 방안일 수 있다.
지금 한반도는 다시 군사적 대결 국면으로 가느냐, 아니면 대화와 협상의 장으로 나가느냐 갈림길에 서 있다. 남·북·미 모두의 자제와 노력이 절실하다.
[ 2021. 5. 3 한겨레 사설 ]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993542.html#csidx3f8d432ce03b6d1a39dae06c611ff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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