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부자 증세’ 하는데, 우리는 ‘부자 감세’라니
[워싱턴=AP/뉴시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워싱턴 미 의사당에서 첫 상·하원 합동의회 연설을 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고소득자에 초점을 맞춘 ‘부자 증세’를 공식화했다. 우리도 코로나로 인한 재정적자 확대와 양극화 심화를 고려할 때, 고소득자와 대기업에 대한 부자증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런데도 여야를 가리지 않고 종합부동산세를 줄여주는 등 ‘부자 감세’에만 관심을 보이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바이든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각) 취임 이후 첫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1조8천억달러(약 1993조원) 규모의 ‘미국 가족 계획’을 발표했다. 교육·보육 등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면서 미국의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장기 투자계획이다. 3∼4살 프리스쿨과 2년제 커뮤니티 칼리지를 공교육에 포함하겠다고 약속했다. 최대 12주의 유급 육아휴직과 병가를 보장하고, 어린이 보육 가정에 대한 3천달러(약 332만원) 이상의 직접 세액공제도 신설하기로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부자증세를 통해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소득 상위 1%인 ‘슈퍼 부자’의 연방 소득세율을 37%에서 39.6%로 인상하기로 했다. 또 주식 등의 투자 수익에 매기는 자본이득세의 세율을 수익이 연 100만달러 이상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20%에서 39.6%로 올리기로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재계와 1% 최상위 부자들이 공정한 몫을 부담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우리도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해 재정지출을 확대하면서 국가채무가 늘어났고, 사회 양극화도 심해졌다.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들은 코로나 대응과 불평등 완화를 위한 재원 마련 방안으로 부자증세를 권한다. 더불어민주당의 몇몇 의원들과 정의당이 증세론을 제기하고, 부자증세 성격의 사회연대특별세 신설을 제안했지만 진전되지 않고 있다.
보수언론은 “정부가 재정을 방만하게 운용해놓고 이제 와서 부자증세 타령”이라고 공격하지만, 터무니없는 억지다. 코로나 극복을 위한 재정의 적극적 역할은 비단 우리뿐 아니라 세계 주요 국가들의 공통된 선택이다. 더구나 우리는 선진국보다 국가채무가 적고, 증가폭도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다.
정부와 국회가 증세 논의를 피하는 것은 우리가 처한 현실에 맞지 않는 것은 물론 세계적 흐름에도 반한다. 선거에 미칠 유불리만 따지는 근시안적 시각에서 하루속히 벗어나야 한다. 장기 재정 수요와 불평등 심화에 대한 냉철한 고민을 바탕으로, 지금이라도 증세 논의를 진지하게 시작하기 바란다.
[ 2021. 4. 30 한겨레 사설 ]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993251.html#csidxf080ced2fa9a49d9a98bf307c4338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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