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 현재 기술로는 불가능하다
'곧' 온다던 자율주행차, 100년 되도록 안 오는 이유
▲ 2016년 테슬라는 공장에서 생산된 자사의 모든 차량에 완전 자율주행(Full self-driving)을 가능하게 하는 하드웨어를 탑재하겠다고 발표했다. ⓒ 테슬라
자율주행은 뜨거운 관심을 받는 기술분야입니다. 2000년 후반 이래 첨단 산업국들이 대거 이 분야에 뛰어들었고, 여기에는 당연히 한국도 포함돼 있습니다. 한국은 손꼽히는 자동차 생산국일 뿐 아니라, 첨단 디지털 장비와 통신 분야에서도 높은 수준의 기술을 갖춘 나라이니까요. 여기에 이웃 국가인 중국과 일본을 비롯, 자동차 산업으로 잔뼈가 굵은 미국, 독일, 프랑스, 스웨덴 등의 나라들이 자율주행 기술개발에 적잖은 재원을 쏟아 붓고 있습니다.
자율주행 기술이 최근에 개발되기 시작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만, 사실 꽤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무인자동차'가 첫 선을 보인 게 거의 100년 전이니까요. 1926년 12월 8일, 위스콘신 주 밀워키에서는 '스스로 달리는 자동차' 시연회가 열렸습니다. 밀워키는 할리데이비슨을 탄생시킨 전통적인 공업도시로, 20세기 초까지 현재의 실리콘밸리 같은 명성을 누렸던 곳이기도 합니다. 당시 행사를 보도한 <밀워키 저널센티널>은 "유령자동차, 도시를 달리다"라는 제목과 함께 이런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오늘 '유령 자동차'가 밀워키의 거리를 누빈다. 이 자동차는 운전자 없이도 시동을 켜고, 클러치를 밟고, 운전대를 좌우로 틀고 경적을 울릴 뿐 아니라, 길모퉁이에 숨은 경찰을 골탕 먹일 수도 있다.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겼던 이 자동차는 사실 '자율주행'보다 '원격조종'에 가까웠습니다. 하지만 몇 년 뒤 1939년 뉴욕세계박람회는 '향후 20년 뒤의 세상'이라는 테마로, 본격적인 '자율주행차'를 제안합니다. 1960년이 오면 차가 알아서 도로를 다니리라는 예언이었지요. 이 아이디어를 내놓은 사람은 '미국의 레오나르도 다 빈치'로 불리는 노먼 벨 게디스로, 그는 도로 아래 전자기장 장치를 심어 자동차를 제어한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 1939년 자율주행차는 뉴욕 세계박람회에서 '향후 20년 뒤의 세상'이라는 테마로 공개됐습니다. 전자장치가 설치된 도심지 도로 위를 달리는 자율자동차 모형이 보입니다. ⓒ GM
눈앞에 펼쳐질 마술 같은 미래에 사람들이 흥분한 것은 당연했습니다. 자율주행시대를 '코앞에' 둔 1956년, <라이프>지에는 흥미로운 광고가 실렸습니다. 자율주행 자동차 안에 가족이 타고 있는 모습입니다. 운전석에 아버지가 앉아 있기는 하지만, 운전대에는 관심도 없는 양 뒤돌아 앉아 보드게임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삽화 아래에는 이런 설명이 쓰여 있습니다.
이제 전기가 대신 운전합니다! 미래에 당신의 자동차가 전기 고속도로를 달리게 될 날이 올지 모릅니다. 차의 속도와 운항은 도로에 내재된 전기장치에 의해 제어될 것입니다. 그러면 고속도로는 안전해질 것입니다. 전기의 힘으로 말이지요! 이제 교통체증도, 교통사고도, 피곤하게 운전할 필요도 없는 세상이 열리는 것입니다!
▲ 1956년 미국 잡지에 수록된 광고 속에 묘사된 자율주행차의 모습입니다. 사람들은 100년 가까이 '자율주행차가 곧 실용화된다'는 말을 들어 왔습니다. ⓒ 라이프
여기서 '전기'를 '인공지능(AI)'으로 바꾸면 구글(웨이모), 테슬라, 우버 등이 지난 10여 년 동안 쏟아낸 홍보자료와 별 차이가 없습니다. 자율주행에 사운을 걸어온 신생 기술 업체들이 한결같이 약속해온 것도 '사고 방지, 정체 해소, 안락한 여행'이었으니까요. 50년대 사람들이 '자율주행'에 보인 관심과 열정도 현재 우리에 뒤지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자율주행차의 원년'이 될 1960년 입성을 코앞에 둔 1958년에는 극적인 '돌파구'까지 열립니다. 20년 전 뉴욕세계박람회를 후원했던 제너럴모터스(지엠)가 자율주행자동차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한 것입니다.
1960년에 열린다던 자율주행 시대
과학잡지 <파퓰러사이언스>는 시험 중인 자율주행차 사진을 실어 열기를 한층 높였습니다. 시험장 도로를 질주하는 자동차 운전자의 두 팔은 허공에 떠 있고, 입가에는 환한 웃음이 걸려 있었습니다. 하지만 1960년에도 자율주행 시대는 열리지 않았습니다. 그저 '곧 나온다'는 이야기만 무성했지요.
1960년 <뉴욕타임스>는 전자통신회사 알시에이(RCA)와 지엠이 공동개발한 자율주행 기사를 1면에 싣고는 "15년 뒤 완전자율주행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썼습니다. '2~3년 안에 완성된다'고 주장해온 오늘의 기술업체나 언론보다는 차라리 신중한 태도를 취한 셈입니다.
▲ 뉴욕타임스는 1960년에 개발돼 시험중인 자율주행차를 소개하며 '15년 뒤면 상용화 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 NYT
이후에도 비슷한 광고와 홍보성 기사가 이어지다가, 1970년대에는 컴퓨터가 카메라 영상을 분석해 차를 운행하는 현대적인 자율주행 시스템이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반세기 지난 현재까지도 자율주행은 여전히 '꿈'으로 남아 있습니다. 지금도 이렇게 말할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완전 자율주행 시대 '곧' 온다."
물론, 시간은 상대적인 개념입니다. 칼 세이건이 말했듯, 우주의 역사가 1년이라면, 현대 인류의 역사는 10초가 채 안 되니까요. 그렇다면 앞으로 얼마만큼의 유구한 세월이 흘러야 이 '곧'을 보게 될까요? 자율주행차 기술에 어떤 한계가 있기에 '내년에 나온다', '올해 나온다'는 장담이 수년째 이어지다가 최근 잠잠해진 것일까요? 저는 두 개의 글을 통해 이 질문에 답해 보려 합니다.
저는 '기술의 사회적 형성'이라는 주제로 박사를 받았고, 현재 미국 대학에서 디지털 기술과 매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주로 기술의 사회, 경제, 문화적 측면을 다루지만, 디지털 기술의 작동 원리와 프로그래밍을 강의하기도 합니다. 기술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면 사회 내에서 기술이 진화하는 방식이나 영향을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기술의 역사를 살펴보면, 신기술은 언제나 비현실적인 전망과 함께 등장합니다. 이후 조정 과정을 거치며 차분해지는 '냉각기'가 찾아오지요. 음반, 전화, 라디오, 텔레비전, 인터넷이 모두 이런 과정을 거쳐 사회에 정착했습니다. 음반이 발명됐을 때, '전문가'를 자임하던 사람들은 '이제 책은 사라질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눈 감고도 들을 수 있는데 번거롭게 글을 읽을 필요가 있느냐는 이유였지요.
라디오가 발명되자 이들은 또 나서서 '신문이 사라진다'고 주장했습니다. 텔레비전이 보급되기 시작하자 '라디오 종말론'과 '영화 종말론'이 유행했습니다. 인터넷은 우리가 아는 거의 모든 매체의 소멸을 예고하며 등장했지만, 대중화한 지 25년이 지난 뒤에도 전통매체들은 여전히 우리 곁을 지키고 있습니다.
▲ 자율주행차 ⓒ 오토헤럴드
'곧' 열린다던 자율주행 시대, 왜 계속 미뤄질까
'허풍'이 새로운 기술과 함께 등장하는 것은 놀랍거나 새로운 현상이 아니지만, 최근의 기술 낙관론은 과거와 좀 다른 양상을 띠고 있습니다. 업체들이 투자자를 확보하고 주가를 높이기 위해 비현실적 전망을 유포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자율주행은 복잡한 하드웨어뿐 아니라, 알고리즘 구조, 딥러닝, 패턴 인식 등의 소프트웨어에 대한 지식 없이는 기술에 대한 합리적 평가를 하기 어렵습니다.
그 결과 언론매체는 기업의 홍보성 보도자료를 그대로 베껴 보도하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학계 전문가들이 비판적 평가에 가장 적합하지만, 이런 역할은 전문성과 상관없이 언론에 얼굴 비추기 좋아하는 사람들 몫이 되곤 합니다. 이들은 허술한 지식으로 칼럼과 책을 쓰고, '4차 산업혁명'처럼 정치화한 기술담론을 홍보하며 공직에 나서거나 국가사업에 참여합니다. 이런 환경에서 일반인이 합리적 지식을 얻기 어려운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자율주행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킨 주장 하나를 꼽자면 "교통사고의 90% 이상이 인간의 실수 때문에 발생한다"일 것입니다. 이는 매우 단순한 논리로 이어졌는데, 교통사고가 부주의나 실수로 일어난다면, 사람을 기계로 대체하면 사고가 자취를 감출 것이라는 결론이었습니다. 기계는 한눈을 팔거나 졸지 않으니 '인간적 실수'도 범하지 않으리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럴 듯해 보이지만, 이 논리는 절반이 비어 있습니다. 인간의 실수만 언급하고 있을 뿐, 사람들이 사고를 내지 않는 대부분의 운전 시간에 발휘하는 탁월한 역량은 고려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역량을 넘어서는 기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람의 역량부터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사람들은 실제로 얼마나 자주 치명적 사고를 낼까요?
미국 기준으로, 운전자는 평균적으로 주행 거리 1억 6천만 킬로미터마다 한 건의 치명적 사고를 일으킵니다. 한국의 경우, 2017년 기준으로 주행거리 1억 킬로미터당 1.55명의 사망사고가 발생했지만, 매년 큰 폭으로 감소해 올해는 역대 최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교통사고 감소율을 고려하면 한국의 치명사고율은 미국 통계에 근접하게 됩니다.
운전자가 일년에 1만 5천킬로를 주행한다고 가정하면, 만 년 넘어 한 번씩 치명적 사고를 낸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사람들은 대부분의 경우 훌륭히 운전을 해내는 셈입니다. 인공지능 분야의 거장인 스튜어트 러셀 버클리대 교수는 자율주행의 성취가 어려운 이유가 바로 이 '가혹한 기준'에 있다고 말합니다. 사람을 넘어서기는커녕, 사람 수준에 도달하기조차 쉽지 않다는 것이지요.
▲ 도로안전보호협회(IIHS)는 자율주행이 실용화 된다 해도, 교통사고를 크게 줄이지 못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그동안 업계가 제시해 온 전망이 얼마나 현실적 근거가 결여된 것이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 Car & Driver
99.99% 완벽한 자율주행 자동차도 사람보다 위험
비록 운전자 개개인은 '만 년마다 한 번 치명사고'를 내지만, 사회 전체로 보면 교통사고 사망자는 결코 무시할 수 없습니다. 한국의 운전자가 3천만 명이 넘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1년에 3천 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다는 계산이 나오고, 실제로 그렇습니다. 이 비극적인 죽음을 막기 위한 노력은 당연히 계속돼야 합니다. 하지만 가장 효과적이고 현실적 대안이 사람을 운전석에서 몰아내는 것일 수는 없습니다.
뉴욕대학의 게리 마커스 교수는 신경과학 전문가인 동시에 머신러닝의 대가로, 우버의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자율주행 기술 앞에 놓인 기술적 장벽을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고 강조합니다. 현재 개발중인 자율주행차는 입력된 지도와 라이더 센서가 그려내는 3차원 영상을 토대로 운행합니다. 이 기술의 가장 큰 한계는 인간 운전자와 달리, 다른 운전자의 행동을 이해할 능력이 결여돼 있다는 점입니다.
마커스 교수는 자율주행 개발사들이 시스템에 데이터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한계를 극복하려 하지만, 이 방식으로 대도시에서 운행 가능한 자율주행 차를 만들 수 없다고 말합니다. "99.99%의 정확도에 도달한다 해도, 이 수치를 실제 운전 상황에 대입하면 사람이 운전하는 것보다 훨씬 위험하다"는 것입니다. 도심지 도로에는 예측불가능한 변수가 무수히 널려 있기 때문입니다.
▲ 운전은 단순히 도로를 따라가고 장애물을 피하는 이상의 판단, 이해, 예측 능력이 필요합니다.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대한 대처능력도 필수적입니다. 이는 자율주행 기술이 쉽게 나오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해 줍니다. ⓒ 강인규
현재 미 당국은 '오토파일럿'을 켠 테슬라 자동차가 경찰차, 소방차, 구급차를 추돌한 사고를 조사 중입니다. 사고 내용을 보면, 자율주행 기술이 지닌 한계가 뚜렷이 드러납니다. 물론, 사람도 사고를 일으키지만, 비상등을 켜고 사이렌이 울리는 대형차를, 그것도 주차 상태에서 들이받는 경우는 매우 드문 일이기 때문입니다. 운전은 단순히 도로를 따라가고 장애물을 피하는 것 이상의 판단, 이해, 추론 능력이 필요한 일입니다.
구글의 웨이모는 가장 진전된 자율주행 시스템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웨이모의 자율주행 택시가 최근 벌인 소동은 자율주행의 미래에 또 하나의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습니다. 자율주행 기술개발에 목을 매던 우버와 리프트가 최근 슬그머니 자율주행 개발부를 매각해 버린 것 역시, 자율주행의 미래가 순탄치 않다는 점을 말해 줍니다.
그렇다면 언제쯤이나 완전한 자율주행 기술을 보게 될까요? 다음 기사에서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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