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를 이긴 첫 나라"... 덴마크의 비결
세계가 주목... 마지막 변수 극복할 수 있을까
▲ 정치전문지 <폴리티코>(Politico) 9월 9일자 "덴마크, 코로나19 방역 규제를 모두 해제한 유럽 연합 내 첫 나라가 되다(Denmark is first in EU to lift all coronavirus restrictions)"라는 제목의 기사는 당시까지 덴마크에서 이용되던 '코로나19 패스"가 더는 필요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 폴리티코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더 이상 (우리) 사회의 결정적인 위협이 아닙니다."
정치전문지 <폴리티코>(Politico) 9월 9일자 기사에 인용된 덴마크 보건부 장관 마그누스 헤우니케(Magnus Heunicke)의 말이다. '덴마크, 코로나19 방역 규제를 모두 해제한 유럽 연합 내 첫 나라가 되다(Denmark is first in EU to lift all coronavirus restrictions)'라는 제목의 기사는, 당시까지 덴마크에서 이용되던 '코로나19 패스'가 더는 필요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음식점이나 운동 시설, 나이트클럽 등을 이용할 때 코로나19 백신 접종 증명이나 코로나19 테스트 음성 결과를 보여줘야 했던 규제가 해제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자신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이 난 경우가 아니라면, 확진자와 접촉을 했다는 이유로 자가 격리를 할 필요도 없어졌다. 학교는 정상 등교를, 직장인들은 정상 출근을 시작했다.
▲ '크리스티아니아 50주년'을 기념하는 축하 행사에 참여한 코펜하겐 시민들(2021.9.22). 코펜하겐의 크리스티아니아 지역은 1971년 9월 26일에 설립되었다. 덴마크는 9월 10일 시행 중인 나머지 코로나 조치를 해제했다. ⓒ 연합뉴스
"미래 혹은 코로나19 이전 과거로의 여행"
세계의 여러 매체들은 이 같은 덴마크의 상황을 "미래, 혹은 코로나19 이전의 과거로의 여행"에 비유하기도 했다. 흔히 말하는 '위드 코로나'를 시작한 덴마크의 여정은 지금까지 꽤 평탄하다. 코로나19 규제 해제가 시작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덴마크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월드오미터 기준으로 규제가 해제되던 9월 10일 557명, 10월 17일 591명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망자 수로, 2021년 2월 12일 이후 지금까지 하루 사망자 수 10명 이하를 유지하고 있다. '위드 코로나'와 '뉴노멀'이라는 말들이 함의하듯이, 덴마크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근절된 것이 아니다. 다만, 바이러스와 함께 사는 삶이 시작된 것이다.
덴마크의 '위드 코로나' 여정은 진행형이다. 솅겐비자인포(schengenvisainfo) 웹페이지 10월 16일 자 뉴스는 '덴마크, 여행 권고 정상화 - 코로나19 더 이상 주요 요소 아니야(Denmark Normalizes Its Travel Advice – COVID-19 Is No Longer the Main Factor)'라는 제목 아래, 10월 15일 부로 덴마크 외교부가 주민들의 해외여행에 대한 권고에 코로나19 현황이 아닌 다른 안보 요소들을 중점에 두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 솅겐비자인포(schengenvisainfo) 웹페이지 10월 16일 자 뉴스는 "덴마크, 여행 권고 정상화- 코로나19 더 이상 주요 요소 아니야(Denmark Normalizes Its Travel Advice ? COVID-19 Is No Longer the Main Factor)"라는 제목 아래, 10월 15일 부로 덴마크 외교부가 주민들의 해외여행에 대한 권고에 코로나19 현황이 아닌 다른 안보 요소들을 중점에 두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 솅겐비자인포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로 대부분의 나라들이 코로나 감염 폭발이 심한 지역에 대해 여행 자제를 권고해 왔다. 그런데 덴마크는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가, 전쟁이나 테러, 정치적 불안, 자연재해 등의 상황을 고려해 여행 경보 단계를 설정하게 된다.
위드 코로나 순항 비결
덴마크에서 '위드 코로나'가 순항할 수 있는 이유는 뭘까? 짧게 말하면, 여러 요소가 종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물론, 전문가들은 덴마크의 높은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을 꼽는다. 아워월드인데이터 기준, 10월 14일 덴마크의 백신 접종률은 2차 접종까지 마친 사람 기준 76% 선이다. 유럽연합 평균이 64%, 세계 평균이 36%인 것에 비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참고로 한국은 65.9% 선(19일 기준)이다.
그러나 백신 접종률로만 해석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10월 13일 <포춘>(Fortune)지의 '같은 백신, 다른 치명률: 왜 어떤 코로나19 지역 감염은 다른 곳보다 더 나쁠까?(Same vaccines, but different fatality rates: why are some COVID outbreaks worse than others?)' 기사의 분석처럼, 백신 접종률이 높은 나라라고 해서 상황이 모두 좋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덴마크를 포함해 독일, 영국 등의 나라들은 백신 접종을 한 뒤로 코로나19 사망률이 이전에 비해 1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지만, 이스라엘과 미국 등의 경우는 공격적으로 백신 접종 캠페인을 했음에도 사망률이 이전에 비해 절반을 웃도는 수준에 그쳤다.
<워싱턴 포스트>(The Washington Post)는 '현재로서는 덴마크가 코로나19를 이긴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했기 때문이다. (Denmark appears to have beaten covid-19 — for now. Here's how it did it.)'라는 제목의 9월 20일 자 기사에서, 그 원인을 덴마크 국민들의 보건 당국에 대한 깊은 신뢰로 꼽았다. 덴마크와 미국, 영국, 독일 등 7개국의 4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호프 프로젝트(HOPE-project)'의 설문 연구를 인용했는데, 이에 따르면 90% 이상의 덴마크 사람들이 보건 당국을 신뢰했다. 그에 비해 미국, 헝가리, 프랑스 등은 50% 전후 수준으로 신뢰도가 훨씬 낮았다. 물론 신뢰도는 더 높은 백신 접종률과 상관관계를 갖기도 했다.
기사는 그 외에도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정부 정책을 두고 양극화 현상을 보였던 여러 유럽의 국가들과 달리, 덴마크에서는 크게 분열이 없었던 점을 꼽기도 했다. 이는 덴마크의 정치인들이 의학과 전염병 모델링, 행동학 등 과학 전문가들의 자문을 따른 것이 이 같은 신뢰에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 <워싱턴 포스트>(The Washington Post) "현재로서는 덴마크가 코로나19를 이긴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했기 때문이다. (Denmark appears to have beaten covid-19 ? for now. Here's how it did it.)"라는 제목의 9월 20일 자 기사는 덴마크가 코로나19를 이긴 비결을 국민들의 보건 당국에 대한 깊은 신뢰로 꼽았다. ⓒ 워싱턴포스트
몇가지 변수
앞으로 덴마크의 뉴노멀은 어떻게 전개될까? 세계는 덴마크에 주목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앞으로 어떻게 달라질지 알 수 없고, 백신 접종률이 매우 높은 편이지만, 덴마크 내에서 아이들이나 청소년들은 아직 백신 접종을 완료하지 않은 상태다. 백신 접종 후에 충분히 면역력이 유도되지 않은 사람들이 있는 것과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백신을 접종한 사람들에게서 면역력이 약해지는 것을 감안하면, 겨울을 나는 동안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예측하기 어렵다.
덴마크 국립혈청연구소(Statens Serum Institut)는 가장 성공적인 경우, 덴마크가 12세 이상에 대한 백신 접종을 마치고 접종률 90%선을 달성하고,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사회적 활동을 자제하면 확진자 수가 증가하지 않는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백신 접종률이 증가하지 않고, 국민들의 사회적 활동이 10% 정도 증가하게 된다면, 감염 파도와 입원 환자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도 덧붙인다. 그렇게 되면 자연히 방역 규제가 다시 도입될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은 과연 독감처럼 자리 잡을 수 있을까? 아직 더 지켜볼 일이다.
*** 참고로 덴마크의 인구는 우리나라의 1/9 정도인 약 580만명이므로, 인구 비례로 계산하면 우리나라가 훨씬 잘 이겨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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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맞고 마스크 벗은 영국..."벼랑 끝" 하루 5만 감염·사망 최다
의료체계 부담·백신효과 저하
변이 등장에도 방역규제 철폐
* 하루 5만명 확진에도… 런던, 마스크 벗고 심야 파티 - 지난해 3월 이후 문을 닫았던 나이트클럽이 재개장한 1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중심가에서 가장 힙한 클럽 중 하나로 꼽히는 ‘더 피아노 웍스’에서 젊은이들이 활짝 웃으며 춤을 추고 있다. 영국에서는 델타 변이로 코로나19 일일 확진자가 5만명을 넘어서는 와중에도 코로나19 관련 규제가 완전히 폐지된 이날 0시 이후 수많은 젊은이들이 ‘자유의 날’ 파티에서 마스크 없이 춤을 추며 밤을 보냈다. 런던 AP 연합뉴스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 영국이 일찌감치 마스크를 벗었지만, 하루 5만명이 감염되고 사망자 수 역시 지난 3월말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영국 보건장관은 20일(현지시간) 하루 10만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미접종자들과 부스터샷 대상자들의 접종을 촉구했다.
사지드 자비드 영국 보건장관 장관은 이날 “코로나19 대유행이 끝나지 않았다”며, 그러나 겨울 확진자 증가에 대비한 ‘플랜 B’는 아직 도입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자비드 장관은 봉쇄 해제로 인해 하루 확진자가 10만명 이상 나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 정부 통계에 따르면, 영국에서 백신을 1차 이상 접종한 비율(12세 이상)은 86.0%, 접종 완료율은 78.9%에 이른다. 그러나 이날 집계된 영국내 신규 확진자는 4만9139명으로 8일 연속 4만명 이상을 기록했으며, 지난 19일에는 3월초 이후 가장 많은 223명이 사망했다. 인구가 6800만명인 영국의 일일 확진자수 주간 평균은 4만4145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올해 7∼10월에 발생한 확진자 수만도 300만 명에 달한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다른 질병 등으로 병원 치료를 대기 중인 환자 수는 570만명으로, 영국이 자랑하는 국민보건서비스(NHS)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중고등학생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고 있다.
- 매년 열리는 노스 이스트 알몸 수영(the North East Skinny Dip)의 참가자들이 19일(현지시간) 영국 드루리지 만의 해변을 걷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영국은 지난 7월부터 마스크 쓰기 규제를 완화하고, 모임 인원제한을 없애는 ‘위드 코로나’ 정책을 도입했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여전한 위험 요인이라면서도, 영국이 “가장 자유로운 사회 중 한 곳”으로 남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실제로 영국 국민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고 느슨한 방역 규제를 만끽했다. 영국의학저널(BMJ)에 따르면, 2차까지 백신 접종을 완료했어도 그 면역 효과가 약 6개월 이후 크게 약화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영국이 세계에서 가장 먼저 백신 접종을 시작해 더 오랜 시간이 흐른 만큼, 그 효과가 미약해졌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델타 플러스’로 불리는 변이가 최근 영국 내 신규 확진의 약 8%를 차지하는 것을 두고 긴급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영국 의료인 단체인 국민보건서비스연합의 매슈 테일러 회장은 “지금은 벼랑 끝이다. 엄청난 행운이 따르지 않는다면 앞으로 3개월 이내에 심각한 위기에 빠질 수 있다. 지금 당장 플랜B에 그 추가 대책까지 도입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의 크리스티나 페이즐 교수도 “확진자 수가 늘고 입원도 꾸준히 늘고 있다.학교에서는 감염 통제가 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즉각 플랜B로 돌입하고, 백신 접종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영국 축구대표팀의 유로2020 16강 진출이 확정되자 시민들이 환호하고 있다. 영국은 5월 말 술집과 음식점의 실내 영업을 재개하는 등 사회적 거리두기를 대폭 완화하면서부터 확진자가 빠르게 늘었다. 이날 영국의 일일 확진자는 1만명대를 기록했다. 2021.06.23 로이터연합뉴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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