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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독자 기술로 지상 700㎞ 우주의 벽 뚫은 누리호, ‘절반(?)의 성공’

道雨 2021. 10. 22. 10:07

우리 독자 기술로 지상 700㎞ 우주의 벽 뚫은 누리호

 

* 순수 국내기술로 개발한 우주발사체 ‘누리호’가 21일 오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힘차게 날아오르고 있다. 사진은 누리호 발사 장면 53장을 레이어 합성해 만들었다. 고흥/사진공동취재단

 

21일 오후 5시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서 우주를 향해 치솟은 누리호가, 1단, 2단 추진체를 정상적으로 분리해가며, 지상 700㎞까지 올라갔다. 누리호는 그곳에서 싣고 간 1.5t짜리 위성 모사체를 분리해냈다.

아쉽게도 위성 모사체는 예정된 궤도에 안착하지 못했다. 결국 이번 시험 발사는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그러나 성공률이 30%를 밑돈다는 첫 발사에서 이 정도면 큰 성과다. 이날 누리호의 아름다운 비행 궤적을 보는 것만으로 충분히 감격스러웠다. 개발과 발사에 참여한 이들의 노고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자주적인 우주 수송 능력을 확보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우주 발사체는 미사일과 비슷한 원리와 구조로 움직이는 까닭에, 기술 보유국들이 안보전략적 차원에서 기술 이전과 관련 물자의 수출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러시아의 기술협력으로 개발한 국내 최초의 위성 발사체 나로호를 세번의 시도 끝에 2013년 발사에 성공했다. 누리호는 2010년부터 독자 개발에 나섰다.

 

누리호는 설계에서부터 제작, 시험, 발사까지 모든 과정을 우리 독자 기술로 수행했다. 이번 발사에 이르기까지 2조원 가까운 돈을 투자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을 중심으로 300여개 민간기업이 참여하는 등, 국내 산학연 역량이 총결집해, 37만여개의 부품을 만들어 조립했다.

 

이번 시험 발사에서 3단 엔진이 예정보다 일찍 멈추는 바람에, 위성 모사체를 궤도에 안착시키지 못한 것은 아쉽다. 그러나 첫술에 배부르지 않은 법이다. 흠이 생긴 원인을 찾아 고치고 다음 발사에서 완벽한 성공을 거두면 된다.

누리호는 내년 5월 2차 발사에 이어, 2027년까지 추가로 4차례 더 발사해 성능을 입증해나갈 예정이다. 2차 발사에서는 우리나라가 세계 7번째로 1t 이상의 실용급 위성 발사 능력을 보유했음을 완벽하게 입증하기 바란다.

 

1957년 소련의 스푸트니크 1호 위성 발사, 1969년 미국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으로 이어져온 인류의 우주 개발은, 최근에는 화성에 탐사선을 보내고, 민간 우주여행 시대를 열어가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기술력은 미국이나 중국·일본에 견줘서는 아직 10년에서 20년가량 뒤처진 것으로 평가된다. 발사 능력을 입증하고, 상업적 이용까지, 그리고 경쟁력을 갖추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먼저 누리호 발사를 성공시키고, 이를 도약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 2021. 10. 22  한겨레 사설 ]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1016173.html#csidx2306004a796ee3598e579831262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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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쏜 꿈, 우주를 날았다




국내기술 누리호 ‘절반의 성공’
고도 700㎞까지 발사체 도달
더미 위성, 궤도 안착은 못해
세계 7대 우주강국에 ‘성큼

 

* 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제작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가 21일 오후 전남 고흥군 봉래면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돼 성층권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한 우주발사체 ‘누리호’가 우주 비행에서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과제를 남겼으나 모처럼 많은 국민이 환호하며 저 먼 우주를 내다본 ‘15분의 리허설’이었다.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장관은 21일 저녁 7시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프레스센터에서 ‘누리호 발사 결과 발표 브리핑’을 통해 “오후 5시에 발사된 누리호가 전 비행 과정은 정상적으로 수행됐다. 하지만 3단 엔진이 일찍 연소가 끝나 위성모사체가 고도 700㎞의 목표에는 도달했음에도 초속 7.5㎞의 속도에는 미치지 못해 지구 저궤도에 안착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발사체가 700㎞ 지점에 도달했다는 소식과 함께 ‘사실상 성공’으로 알려졌던 누리호의 성과가 좀 더 정확히 수정된 건 문재인 대통령에 의해서다. 문 대통령은 발사 1시간10여분 뒤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발사 관제로부터 이륙, 공중에서 벌어지는 두차례 엔진 점화와 로켓 분리, 페어링과 더미 위성 분리까지 차질 없이 이루어졌다. 완전히 독자적인 우리 기술이다. 다만 더미 위성을 궤도에 안착시키는 것이 미완의 과제로 남았다”고 밝혔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은 분석 결과 누리호는 3단에 장착된 7톤급 액체엔진이 목표된 521초 동안 연소하지 못하고 475초에 조기 종료됐다고 밝혔다. 부족한 46초가 누리호의 운명을 결정한 셈이다.

 

다만 누리호는 1단과 페어링, 2단의 분리까지 순조롭게 진행되고, 마지막 위성모사체 분리까지도 원활하게 이뤄져, 발사체 운용 면에서는 거의 성공한 것으로 분석된다. 2013년 발사에 성공한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발사체 ‘나로호’에 이어, 독자 개발한 한국형 발사체로 독자적인 우주 수송 능력을 상당 부분 확보했다는 의미가 있다. 나로호의 1단은 러시아에서 구입한 엔진이었다.

 

임 장관은 “항우연 연구진과 외부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발사조사위원회를 즉시 구성해, 3단 엔진 조기 종료의 원인을 정확히 규명하고, 문제점을 보완해 2차 발사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과기정통부와 항우연은 누리호 1차 발사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내년 5월19일 2차 발사를 계획하고 있다.

 

고정환 항우연 한국형발사체개발본부장은 “모든 계측된 데이터를 다 보는 데는 며칠 더 걸릴 것이다. 조기 연소 종료 원인은 3단 연료 및 산화제 탱크 압력 부족, 연소종료명령 잘못 등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지만, 텔레메트리(원격자료전송장비) 데이터를 분석해보고, 탑재된 밸브 등의 입출력 데이터를 분석해봐야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누리호 3단에는 기체공급계 밸브만 49개, 엔진공급계에만 35개의 밸브가 있다.

 

누리호는 발사 하루 전인 20일 오전 7시20분 조립동에서 이동해 제2발사대에 세워졌다. 21일에는 각종 전기·전자장비 등을 점검하고 연료와 산화제를 충전했다. 오후 4시50분께 발사자동운용(PLO)에 들어간 누리호는 10분 뒤인 5시0분에 발사됐다.

 

누리호는 이날 애초 오후 4시에 발사될 예정이었으나, 발사체와 외부 시스템 사이를 연결하는 밸브와 관련한 이상 현상이 감지돼 점검하느라 발사 시각을 한 시간 늦췄다. 하지만 오후 4시50분 자동발사 시스템으로 돌입하면서, ‘12년 프로젝트’의 첫 비행은 가시화됐다.

 

위성모사체가 비정상 비행을 함으로써, 우리나라는 7번째 실용위성 발사국 등극을 한발 앞에서 놓치고 말았다. 첫번째 발사로 대번에 성공한 네번째 국가라는 타이틀도 잠시 미뤄두게 됐다.

누리호 발사를 성공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이상률 항우연 원장은 “애초 목표를 100% 이루지는 못했지만, 중요한 부분은 거의 달성했기 때문에 성공 쪽에 무게를 두고 싶다. 연소 시간이 짧았던 부분은 이른 시간 안에 원인을 찾고 대책 수립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고정환 항우연 본부장도 “발사체 자세제어나 유도알고리즘 등 모든 발사 진행 과정이 정확하게 들어맞았는데, 마지막 3단 엔진 연소 시간이 짧아 궤도에 못 들어간 것이 아쉽다. 3단의 조기 연소 종료 원인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발사체를 우주 700㎞ 고도까지 올려보낸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며, 우주에 가까이 다가간 것”이라며 “오늘 부족했던 부분을 점검해 보완한다면, 내년 5월에 있을 두번째 발사에서는 반드시 완벽한 성공을 거두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달부터 우주산업의 질적 성장을 위해 국가우주위원회 위원장은 과기정통부 장관에서 국무총리로 격상된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1016175.html?_fr=mt2#csidx49ffa630e1dc7cf8dd3ec17c5605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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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는 99% 성공한 발사...우주로 달리는 건 시간문제"

 

[Weekend Interview] 누리호 1호기 제작 최전선 이원철 KAI 수석연구원

 

* 이원철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수석연구원이 위성이 장착되는 누리호 3단부 페이로드 어댑터(Payload Adapter)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 수석연구원은 "볼트 하나하나에 피와 땀이 영근 결정체가 날아올랐을 때 현장에서 모두 눈물을 글썽였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 KAI]

 

'제발.'

지난 21일 오후 4시 59분 56초,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 1호기 1단부에 장착된 4개의 75t급 엔진이 연기를 피어내고 불꽃을 내뿜기 시작했을 때,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선 종교가 없는 이들마저 빌었다.

엔지니어들은 만감이 교차했다. '발사가 성공하기를' '내가 담당한 부분에서 문제가 생기지 않기를'. 아파트 15층 높이(47.2m)의 발사체가 이륙→1단 분리→2단 점화→페어링 분리→2단 분리→3단 점화를 거쳐, 마침내 저 멀리 점으로 사라지고 나서야 엔지니어들은 안도했다. 3단 엔진이 계획보다 46초 빨리 꺼지면서 위성 모사체를 궤도에 안착시키는 데는 실패했지만, 이번 시험 발사에서 목표 과제로 삼았던 99%는 성공했다고들 여겼다.

 

나로우주센터 조립동에서 누리호 2호기의 전기 하니스(전장용 배선) 장착 작업을 하다 온 이원철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발사체생산팀 수석연구원(48)을 지난 27일 영상 인터뷰로 만났다. 이 수석연구원에게 누리호 1차 발사를 지켜본 소회를 묻고, 완벽(完璧)에 완벽을 기하고도 하늘에 성공을 기도해야 하는 엔지니어의 속마음을 들었다.

 

―발사 '카운트다운'을 들으면서 무슨 생각이 들었나.

▷엔진이 점화되는 순간, 합격 발표를 기다리는 수험생 같았다. 요샛말로 하면 심장이 쫄깃했다. 제가 담당한 전기 하니스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면 발사 전체에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발사체가 불꽃을 내뿜었을 때 기분은.

▷불꽃이 참 아름다웠다. 함께한 작업자분들이 특히 감격했다. 볼트 하나하나에 피와 땀이 영글었다. 그 결정체가 날아올랐으니 눈물을 글썽일 수밖에 없었다.

―3단 엔진이 46초 일찍 꺼졌다.

▷3단 엔진이 정지했다는 소식을 듣고 생각이 복잡했다. '뭐가 문제였을까. 혹시 내가 작업한 부분에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닐까.' 갖가지 시나리오를 떠올렸다. 발사조사위원회에서 조사하고 나중에 결과가 나오면 2호기 발사 때는 문제가 없도록 보완하는 게 목표다.

―이번 발사에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은.

▷누리호 체계 총조립을 수행한 입장에서 보면, 75t급 엔진 4기를 클러스터링한 1단부 엔진과 추진체 탱크의 성능이 문제없이 작동했다. 목표 고도에서 1~3단 각 단, 페어링, 위성 모사체 등이 정상적으로 분리됐다. 700㎞ 고도까지 성공적으로 비행했다는 게 가장 큰 수확이다.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를 어떻게 받아들이나.

▷성공이냐 실패냐를 이야기하는 것은 시의적절하지 않다. 누리호는 이제 막 첫걸음마를 한 어린아이와 같다.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를 보고 잘했다, 못했다 얘기하지는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는 달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누리호 발사는 99%의 성공을 거뒀다고 생각한다. 첫 발사 만에 100% 성공을 거둔 사례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다. 첫 발사 때 이륙을 못하는 경우도 있다. 엔진이 점화되고 발사체가 폭발하는 일도 있다. 누리호는 제대로 날았다. 위성 모사체가 목표 고도에 도달하지 못했을 뿐이다. '첫술에 배부르랴'라는 말이 있듯이 처음부터 완벽한 결과를 바라는 것은 욕심이다.

―한국은 실패에 관대하지 못하다. 현장에서 느끼는 압박감은 얼마나 큰가.

▷압박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우리나라 개발 문화를 보면, '결과는 성공적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다. 우주발사체 개발은 도전과 탐험의 과정이다. 실패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우주 발사 서비스의 선두주자인 미국 스페이스X도 여러 번 실패했다. 실패가 쌓여야 문제점을 보완하고 결국 성공할 수 있다. 시간과 돈과 인력이 계속 투자된다면, 한국이 해외 우주선진국들을 곧 따라갈 수 있다.

 

―고흥에서 지낸 지 얼마나 됐나.

▷2016년부터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로 들어와 체계 총조립 작업을 하고 있다. 대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에 있다가 나로도로 내려간다고 하니 집사람과 부모님께선 나로도가 과거에 귀양지였다는 사실을 떠올리고는 제가 무언가를 잘못해서 가는 줄 알았다(웃음). 오해는 풀렸다. 누리호 발사 장면을 보고 가족들이 특히 기뻐했다. 집에는 주말에만 다녀온다.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이 그렇게 지낸다.

―누리호 개발 최일선에 투입됐을 때 심경은.

▷제가 올해 KAI에 입사한 지 만 20년이다. 그동안 항공기 개발에도 참여하면서 많은 도전적인 과제를 수행했다. 우주발사체는 지구를 벗어나는 물체다. 우주발사체 분야에 참여하는 것은 '우주(宇宙)'라는 신세계를 탐험하기 위한 준비 단계다. 우리나라에서 우리 기술로 우주발사체를 제작해 발사할 수 있게 된다니 매우 기뻤다.

―실제 현장에서 마주한 벽은 예상보다 높았을 텐데.

▷우주발사체 개발 현장에선 선생님도 없고 교재도 없다. 맨땅에 헤딩하듯 해왔다. 해외 우주선진국들은 우주발사체 개발 기술을 극비로 다루고 있다. KAI가 참여하고 있는 체계 총조립 부문에 대해 주관기관인 항우연은 개발에 참여하는 인원을 경력자로 뽑아달라고 했다. KAI는 여러 경험을 가진 분들 중 경력이 10년 이상인 자를 선발했다. 특히 1단 추진제탱크 제작 부문은 대형 구조물을 다뤄야 하고, 정밀한 용접 기술을 요하기 때문에, 조선업에서 잔뼈가 굵은 인원을 선발해 제작을 수행했다. 각 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이들이 모였기에 기술적인 어려움에 부닥쳤을 때도 숙련자들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노하우로 시행착오를 극복했다.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며 겪는 시행착오란.

▷센서가 밀집하고, 배관과 전기 하니스가 복잡하게 몰린 구조체를 조립하다 보면, 작업자의 손은커녕 공구조차 들어가지 않아 조립 작업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다. 이 문제는 작업자 각자가 아이디어를 내고 노하우를 모아 특수공구를 직접 만들어서 해결했다.

―우주 발사체 제작은 한 치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다.

▷작은 실수 하나가 결함을 낳는다. 결함은 발사 실패라는 엄청난 결과로 이어진다. 각 과정별 조립 작업은 진행 단계별로 확인하고 또 확인한다. 자동차는 운행 중 문제가 있으면 세워서 고칠 수 있지만, 우주발사체는 엔진에 한 번 불이 붙으면 더 이상 손쓸 수 없다. 지상 작업을 완벽하게 했더라도 실제 우주발사체가 대기권 밖으로 나가는 동안 어떤 예상치 못한 영향을 받을지도 알 수 없다. 완벽에 완벽을 기하고도 성공을 100% 장담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작업자들은 최상의 컨디션과 최고의 집중력을 유지하기 위해 서로를 챙긴다.

―현장에서 암묵적인 '금기어'가 있다면.

▷암묵적인 금기어는 없다. 단지 모두를 긴장하게 하는 말이 있다. "어디선가 소리가 난다." 발사체는 원통형이다. 회전시키면서 작업한다. 소리가 나면 안 되는데 어디선가 무언가가 굴러다니는 소리가 나면 다들 깜짝 놀란다.

누리호 개발모델(EM)을 개발할 때였다. 1단 부분을 회전시키는데 '텅텅텅' 소리가 났다. 외관상으로는 원인을 찾을 수 없었다. 항우연에서 소리를 시각화하는 특수카메라를 가져왔다. 알고 보니 발사체를 잡아주는 고정 장치와의 높낮이 차이 때문에 나는 소리였다. 그 소리가 발사체로 전달되다 보니 크게 들렸다. 높낮이를 조절하니 '텅텅텅' 소리는 사라졌다. 이곳 사람들은 '텅텅텅' '달그락', 이런 소리를 싫어한다(웃음). 작업자들은 늘 "마무리 단단히 했느냐"고 묻고 또 묻는다. 작업 공정에 대해 모든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했느냐는 뜻이다.

―과거로 돌아가도 누리호 개발 최일선에 참여하겠는가.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누리호 개발 사업의 기획 단계부터 참여하고 싶다. 기획이 잘돼야 개발 과정이 성공적으로 진행된다.

―'이 일을 택하길 잘했다'고 느낄 때는.

▷해외 우주선진국들이 우주발사체를 날리고, 행성을 탐사하는 모습을 보면서 참 부러웠다. 누리호 1호를 발사하고 나서는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혹시 우리 세대가 우주 개척에 나서지 못하더라도 다음 세대는 꼭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누리호 발사 장면을 보고 엔지니어를 꿈꾸는 후배 세대에게 조언한다면.

▷우리는 과거 인류가 꿈꿔왔던 우주여행이 가능한 시대를 살고 있다. 대한민국 독자적 기술로 인공위성을 개발하고, 발사체를 쏘아올릴 수 있게 됐다. 이런 사실을 기억하고 과학자·엔지니어의 꿈을 키워나가면 좋겠다. 작년에 신입사원 채용 과정의 서류전형에 참여했는데, 우주 분야 지원자들이 써낸 희망부서를 보니 90% 이상이 우주발사체 분야로 오고 싶다고 했다. 빨리 사업이 확장돼 새로운 인재들이 늘어나면 좋겠다.

―2차 발사는 내년 5월 19일. 200여 일 남았다.

▷누리호 2호기는 3단부에 위성 모사체(1.3t)와 성능검증위성(200㎏)이 탑재된다. 나머지는 1호기와 똑같다. 현재 누리호 2호기의 3단부는 조립이 완성된 상태다. 1단부와 2단부 조립이 진행 중이다. 개발 일정에 맞춰 체계 총조립을 마치겠다. 1호기에서 발견된 문제점을 잘 보완해 2호기는 완벽하게 만들겠다.

―독자 기술로 만든 발사체에 담긴 의미는.

▷우리나라 땅에서 쏠 수 있는, 우리 기술로 만들어진 우주발사체가 완성된다면, 필요시 언제든지 인공위성을 자력으로 쏘아올릴 수 있다. 우리나라 인공위성 기술은 일정 궤도에 올랐지만, 우주발사체는 늘 해외 것을 써야 했다. 우리 기술로 만들어진 우주발사체가 완성된다면, 우리나라 위성뿐 아니라 다른 나라 위성도 대신 쏘아올릴 수 있는 발사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누리호 개발은 달이나 화성 탐사의 기초가 된다는 의미도 있다.

―누리호 프로젝트가 종료된 이후의 목표는.

▷현재 정부에선 한국형 발사체의 임무 다각화와 산업 생태계 육성을 위한 '한국형 발사체 고도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KAI가 명실상부한 국내 유일의 항공우주체계종합업체로 성장하는 데 일조하고 싶다.

▶▶ 이원철 수석연구원은…

1973년 경남 창원에서 태어났다. 1997년 동명전문대 전자과에서 산업전문학사 학위를 받은 뒤 창원대 제어계측공학과에서 공학학사·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올해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만 20년 근무한 그는 경공격기(XKT-1) 무장제어시스템 개발, 한국형 기동헬기(KUH·수리온) 항전체계 개발, 다목적실용위성(KOMPSAT) 3호·5호 비행 소프트웨어 검증 시스템 개발 등에 참여했다. 2014년부터는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 체계 총조립과 누리호의 '혈관'인 하니스 인터페이스 설계를 맡고 있다.

 

 

[문광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