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그분’의 정체와 히틀러식 공세
<한국일보>는 18일 대장동 사업자인 김만배·정영학씨 간 대화가 담긴 이른바 ‘정영학 녹취록’을 분석한 결과, 김씨가 지난해 2월4일 “저분은 재판에서 처장을 했었고, (…) 그분이 다 해서 내가 원래 50억을 만들어서 빌라를 사드리겠다”라며, ‘그분’을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또 검찰은 수사를 통해 ‘그분’을 A 대법관으로 특정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힘은 ‘그분’이 이재명 후보라는 의혹을 집중 제기해왔지만, 정작 다른 사람이었음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애초 ‘그분’ 논란은 지난해 10월9일 <동아일보>가 정영학 녹취록에 김만배씨가 “천화동인 1호가 내 것이 아닌 것을 잘 알지 않느냐. 그(천화동인 1호 배당금) 절반은 ‘그분’ 것이다. 너희도 알지 않느냐”고 말한 내용이 들어있다고 보도하면서 불거졌다.
당시 동아일보는 녹취록을 입수해 확인하지 못한 채, “대화 녹취록에 이 내용이 있다고 한다” 식으로, 취재원도 불분명한 간접적 전언 형식을 취했을 뿐이다.
이걸 갖고 국민의힘은 ‘김씨가 그분이라 부를 인물은 나이가 자신보다 어린 유동규씨 정도가 아니라 이재명 후보일 수밖에 없다’며, 이 후보가 대장동 실소유주임이 드러났다고 공격했다.
윤 후보는 동아일보 보도 사흘 뒤 “이재명 지사는 본인이 ‘그분’임을 고백하고 특검 수사를 자청, 심판을 받아야 한다”며 “이런 상황인데도 이 지사는 거짓을 진실로 둔갑시키려 괴벨스식 선동을 반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녹취록 속 그분은 이재명 후보가 아니라고 명확히 밝혔지만, 윤 후보와 국민의힘은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은 지난해 10월14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검찰이 확보한 녹취록 다른 부분에 ‘그분’이라는 표현이 있지만, 그 부분이 언론에서 말하는 인물(이재명 후보)을 특정한 것은 아니고, 다른 사람을 지칭하는 표현이다. 정치인 ‘그분’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며칠 뒤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 국감에서 ‘그분’ 의혹을 집중 제기했다. 윤 후보는 지난해 12월28일 이 후보를 “중범죄가 확정적인 후보”라고 거칠게 공격했다. 지난 11일 열린 2차 티브이(TV) 토론에서도 “대장동에서 나온 8500억원이 도대체 어디로 흘러갔느냐”며 연루 의혹을 거듭 제기했다.
선거전에서 상대 후보의 의혹을 파고 드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근거가 분명해야 한다. 이번처럼 ‘카더라’ 보도를 부풀려 악의적 프레임을 씌우는 것이야말로 ‘괴벨스식 선동’과 하등 다를 게 없다.
윤 후보는 지난 18일에도 현 여권이 “히틀러처럼 남이 하지도 않은 걸 뒤집어씌운다”고 원색 비난했다. ‘그분’ 공세에 비춰보면, 윤 후보 자신에게 그대로 돌아가야 할 말 아닐까 싶다.
손원제 논설위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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