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정상회담, 전쟁의 그림자가 짙어진다
[김종대 칼럼] '우익 근본주의' 윤 정권의 위험한 도박
40년 만의 충격
노태우 정부가 출범할 무렵인 1988년, 국가 정보기관은 당시 소련이 최신예 미그-29 전투기 30대를 북한에 제공한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이 무렵은 1980년대 중반에 개발 완료된 미그-29를 막 대량생산하려던 때였다.
한국군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제4세대급 전투기가 소련군에 보급하기에 앞서 북한에 배치된다는 사실은, 한반도 세력균형을 흔드는 큰 충격이었다.
이에 노태우 정부는 집권 초기에 한국 국방예산으로는 모험에 가까운 한국형전투기사업(KFP)에 조속히 착수하기로 한다. 더불어 한국군 군제를 합동군 제도에서 통합군 제도로 개편하는 818 군제 개편과 한국군 현대화를 위한 전력증강계획을 수립하는 등, 국방개혁에 박차를 가하게 된다.
북한에 대한 소련의 군사 지원은 한국군 국방계획을 처음부터 다시 작성해야 할 만큼 큰 충격이자 변수였다. 제4세대 전투기인 F-15K가 한국군에 배치된 때가 2007년이니, 북한은 20년 가량 한국에 앞서 있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를 마지막으로, 1990년 이후 북한은 단 한 대의 전투기도 외국으로부터 도입한 적이 없다. 단지 그 이전에 도입된 구소련의 미사일과 전차, 함정을 역설계하여 모든 무기를 자체 생산하게 되는데, 그 과정은 실로 험난한 고난의 길이었다. 외부로부터의 군사 지원이 모두 끊어진 상황에서, 북한은 과거 소련의 무기를 토대로 차근차근 자주적 국방력을 구축하며 자신의 생존을 도모해 왔다.
지난 13일에 블라디미르 푸틴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러시아의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만나 북한의 위성 개발을 비롯한 제반 군사협력을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
만일 러시아가 북한에 군사 위성 개발을 지원하게 되면, 2020년대 후반에서나 한국군이 확보하게 될 군사 위성을 북한이 5년 이상 먼저 확보하게 된다. 사실상 우리가 우주 경쟁에서 북한에 패배하게 될 충격은 만만치 않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가운데 오른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가운데 왼쪽)이 13일(현지시간)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를 둘러보고 있다. 러시아 현지 매체들은 북러 정상회담이 임박했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다. 2023.09.13. 연합뉴스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 공급망 구축
이 외에도 포신에서 미사일이 발사되는 러시아의 T-80 계열의 전차 생산기술이나 극초음속 미사일과 같은 기술이 북한에 제공되는 것은, 상상하기조차 두려운 시나리오다.
미국 역시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북한의 능력이 향상되는 시나리오를 마냥 용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 충격은 약 40년 전과 비견되는 가장 심각한 수준이다.
물론 러시아가 중국에도 제공하지 않는 최신 군사기술을 북한에 제공할 것인지는 아직 의문이다. 러시아가 핵의 비확산 규범에서 일탈하면서까지 북한을 지원해야 할 이유도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지금 러시아는 전쟁 중인 국가다. 전쟁에서 이기는 것만큼 더 절박한 문제는 없기 때문에 ,러시아 자신을 위해서라도 북한과 무기 생산의 분업체계, 즉 폭력의 공급망을 구축해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이미 작년 11월부터 북한의 포탄이 바그너 용병 그룹에 제공되어, 실전에서 그 유용성에 대한 검증은 끝났다.
북한의 122mm, 152mm 포탄, 이스칸데르 미사일 등은 러시아 무기와 호환성이 뛰어나서 최적의 조합을 이룬다. 이런 포탄은 북한의 다연장 로켓 시스템을 플랫폼으로 다량의 화력을 투하하게 되는데, 2010년 11월의 연평도 포격전에서 우리도 그 실상을 직접 체험한 바 있다.
올 봄부터 여름까지 이어지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소모전의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데, 지난 6월에 바그너 용병 그룹은 러시아 국방부가 포탄 지원을 소홀히 한다며 반란을 일으켰다. 용병 그룹의 프리고진 수장이 진지 앞에서 “보급을 받지 못해 전투원이 죽어가고 있다”는 격한 연설의 동영상을 게재하고, 한 달 만에 모스크바로 진격하는 반란이 일어난 장면이 아직도 생생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연간 700만 발의 포탄을 확보해야 할 러시아의 생산량은 250만 발 정도이기 때문에, 그 부족분을 채울 수 있는 나라는 비슷한 무기를 사용하는 북한밖에 없다.
미국의 이중 충격, 우크라이나와 북한
만일 북한에서 포탄이 지원되지 않으면 전선을 방어하기조차 어려운 것이 러시아 처지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작년 말과 올해 초에 북한이 무더기로 포탄과 미사일을 바다에 쏘아댄 이유도 러시아에 “우리의 무기 재고는 충분하다”는 걸 보여 주는 일종의 마케팅이었다는 느낌이다.
러시아가 약간의 기술만 지원하고, 비슷한 무기를 쓰는 북한에서 포탄과 미사일이 안정적으로 생산되고 지원될 수 있다면, 러시아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여기에 덤으로 러시아가 북한에 각종 비핵 통상무기, 즉 재래식 무기의 생산을 위한 지원을 하게 되면, 러시아에게도 큰 전략적 이점이 있다. 북한을 후방 군수 기지로 삼고, 미국이 큰 비용을 감수하게 될 소모전을 계속 수행할 여력을 갖추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이는 미국에게도 재앙이다. 이제껏 1000억 달러의 전비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미국은, 앞으로도 같은 규모의 전비를 계속 지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공화당 일각에서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을 반대하는 상황에서, 대선을 앞두고 조 바이든 대통령이 국민에게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을 말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또한 한국은 북한이 체제 생존의 새로운 활력을 되찾고 현대화된 군사 강국으로 도약하는 걸 지켜보아야 한다.
이는 1980년대의 악몽이다.
어떠한가? 이런 최악의 시나리오가 바로 눈앞에 보이지 않는가.
문제는 윤석열 정부가 이에 대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는 점이다. 한반도 지정학이 근원적으로 흔들리는 지금의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는 중국과 러시아에 최고위급 특사라도 파견하여 담판을 해야 한다.
중국과 러시아는 엄연히 우리의 수교국이다. 왜 담판을 하지 못한단 말인가.
그러나 오직 동맹에 올인하면서, 러시아를 잃었고, 중국을 잃어가고 있는 윤석열 정부이기에, 이런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있다. 이 정도라면 국가의 안위에 완전히 무능한 정부라는 뜻이 된다.
미국도 지금 “북한을 설득하겠다”고 말하고 있고,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 총리도 “김정은을 만나겠다”며, 비상한 대책을 서두르는 중이다. 중국 정부도 왕이 외교부장을 모스크바에 급파하여 라보로프 외무장관과 긴급 회동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북한과 러시아가 밀착하는 것 자체를 반대하지 않으면서도, 동북아 정세가 급격히 불안해지는 상황만은 피하고 싶다.
그런데 정작 아무 대책도 없이 말만 요란하게 하는 윤 정부는 할 일이 없다.
윤 정부는 전체주의, 공산주의와 전쟁을 선포했기 때문에 만날 처지가 아니다.
신냉전은 극우 정권의 거대한 도박판
정부는 어쩌면 북한과 러시아가 밀착하고, 그 위에 중국이 발을 담그는 삼국의 안보 공동체가 출현해도 이를 방치할 모양이다. 참으로 무책임한 정부가 아닐 수 없다. 이런 무력한 정부가 ‘글로벌 중추국가’를 외치며, 자기도취에서 빠져 현실을 보지 못하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주도하지 못하면 주도 당하는 것이 냉엄한 국제 질서다.
동맹 질서에 안주하며 작은 자기만족을 추구하는 윤 정부에게, 외교는 실속이 없이 뇌에서 도파민만 분비하게 하는 일종의 마약이다.
사실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적 밀착을 견제할 적임자는 중국이다. 막상 중국이 그 역할을 수행하지 않는 것은, 지난 8월 18일의 한미일 정상회의가 사실상 중국을 견제하는 집단방위 동맹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중국을 포위하고 압박하고 있다는 위기의식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중국이 왜 미국의 이익에 맞게 북러 밀착을 견제하고 나서겠는가. 오히려 북러의 밀착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것이 과거 소련과 중국이 서로 갈등하던 냉전과 지금이 다른 점이다.
지난 30여 년간 가혹한 제재로 북한을 압박하는 미국의 대북 정책은 실패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러시아가 북한에 대한 제재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북한에 해준 것으로 보여진다. 이는 북한에 대한 포위망 구축이 불가능하며, 어떤 제재도 통하지 않는다는 점을 말해 준다.
만일 북한과 미국 간에 대화가 재개된다면, 북한은 미국에 제재를 철회하고 적대시 정책도 포기하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다시 대두될 예방공격론
미국이 북한의 요구에 응할 수 없다면, 미국 내에서 북한에 대한 예방공격, 즉 클린턴 정부 시절의 영변 정밀폭격과 같은 선제공격을 주장하는 강경파에 힘이 실릴 것이다. 이에 부응하여 윤석열 정부는 미국에 전술핵무기의 한반도 배치를 강력히 요구하고, 배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여당과 보수 일각에서 다시 독자적 핵무장론을 점화할 것이다.
이런 상황이 올해 말과 내년 초에 조성된다면, 내년 총선은 안보 논쟁에 크게 좌우된다.
지금도 국민의힘 일각에서 북한의 러시아 포탄 제공에 대응하여, 우리도 전차와 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하자는 강경 정책이 분출되는 중이다. 한반도 냉전을 유럽으로 수출하는 남북 경쟁이 나타날 위험이 있다는 얘기다.
이와 같은 일련의 상황은 국내적으로 “공산주의 반국가세력 척결”을 외치는 극우통치, 국제적으로 폭력을 수출하는 군사국가 한국의 이미지를 고착시킨다.
1950년에 우리가 세계 냉전을 수입해 참혹한 전쟁을 겪었다면, 전쟁 이후 70년 만에 우리는 전쟁과 냉전을 수출하는 나라로 변모했다.
남과 북은 우크라이나에서 사실상의 한국전쟁 시즌2를 벌이는 중이다. 우리의 살상 무기가 머나먼 곳에서 누군가의 생명을 빼앗게 되는 상황은, 평화를 구축하지 못한 한반도가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지 못하는 초라한 면모를 드러낸다.
격변하는 주변 정세는 전쟁과 폭력을 수출하면서 극단으로 치닫는 우익 근본주의 정권의 도박판이다. 어쩌면 이 점이 대만 해협보다 한반도를 위험에 처하게 만드는 환경이자 조건이 된다.
우리에게는 확장억제력이라는 마약이 필요한 게 아니라, 평화억제력이라는 보약이 필요했다. 입에 쓰다는 이유로 보약을 멀리한 결과, 이제는 전쟁의 그림자가 성큼성큼 다가오는 진동 소리를 우리는 듣고 있다.
그 폭력의 파장은 정확히 우리 국민을 노린다.
김종대 매의 눈mindle@mindlenews.com
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https://www.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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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러 밀착, 중국 몸값 올려…한·미·일 '도움' 요청
북한에 러시아 위성 기술 전수, 미국의 진짜 걱정
대중 관계 악화 자초한 윤 정부, 메시지 오락가락
북·러 군사협력, 중국에도 부담…왕이 내주 방러
조선중앙통신 "조·러 역사에 새로운 전성기 열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정상회담이 있은 지 나흘이 지났지만, 중국 정부는 사실상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마오닝 외교부 대변인이 회담을 앞둔 12일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 지도자의 러시아 방문은 북러 사이의 일"이라고 논평한 게 전부다. 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러시아와의 관계는 북한의 최우선 과제"라고 말한 데 대한 중국의 입장을 물어도, 마 대변인은 13일 똑같은 논평을 내놓았을 뿐이다.
이는 북·러의 움직임을 시시각각 추적하며 대응하는 미국의 태도와는 사뭇 대조적이다.
미국은 북·러 정상회담이 개최되기 며칠 전부터 선제적으로 관련 정보를 '언론'에 흘려 두 나라의 위험한 거래를 경고했고, 개최 이후에도 지속해서 경고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
정상회담에서 북한은 러시아에 포탄과 미사일 등 재래식 무기를 제공하고, 그 대신 러시아는 위성 발사 로켓, 핵잠수함 관련 기술을 넘기는 게 아니냐는 관측들이 많았다. 두 정상의 회담 장소가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였던 점도 그런 관측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회담 후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김정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기간에 군사 관련을 포함한 어떤 협의에도 서명하지 않았으며, 그럴 계획도 없다"고 부인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구 진영의 잇따른 추가 제재 경고를 의식해, 대외 발표 과정에서 일단 수위를 조절했음 직하다.
러시아의 대북 위성 기술 전수가 미국의 진짜 걱정
당연히 미국은 믿지 않는다. 이런 러시아의 '설명'에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5일 브리핑에서 "그들이 말하는 어떤 것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우린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정은) 방문 전이나 후나 러시아에 대한 북한의 무기 공급 관련 대화가 진전돼 왔고, 계속 진전되고 있다는 게 우리 관점"이라고 덧붙였다.
이 발언만 보면, 설리번은 러시아에 대한 북한의 무기 제공을 뭣보다 경계하는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미국이 진짜 우려하는 것은 북한에 대한 러시아의 위성 발사 로켓 기술 전수다.
북한은 군사 정찰위성을 지난 5월과 8월 두 차례 쏘아 올렸으나 실패했다. 아직은 로켓 운반 기술을 완벽하게 갖추지 못했다는 증거다. 다음 달에 3차 발사를 예고한 상태다.
하지만 북한이 장차 러시아의 위성 발사 로켓 기술을 확보한다면 사정은 완전히 달라진다. 군사 정찰위성을 갖추게 됨은 물론이고, 위성 기술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도 적용 가능하다는 점에서, 앞으로 미국 본토 전역을 사정거리에 두는 ICBM을 갖출 수 있어서다. 그럴 경우 미국은 북한에 대한 통제력을 잃는다. 그런 최악의 상황은 막아야 하는 게 미국의 숙제다.
북한의 대러 무기 제공 여부도 신경 쓰이지만, 그것은 유럽에서 더 민감하게 여길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유럽 국가들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기약 없는' 장기화를 뜻하기 때문이다. 20개월 가까이 우크라에 대한 막대한 재정적, 군사적 지원을 하면서, 나라마다 각종 경제·사회적 문제가 불거지는 '전쟁 피로감'이 커지고, 이것을 틈타 극우세력이 세를 확장하고 있다.
북·러 밀착, 중국 몸값 올려…한·미·일 '도움' 요청
북·러의 밀착은 중국의 전략적 몸값을 높여주고 있다. 최근 미국이 △ 군사동맹을 향한 8·18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 △ 조 바이든 대통령의 인도 방문과 쿼드(미·일·인도·호주 4자 안보협의체) 강화 △ 중국의 육·해상 실크로드 '일대일로'에 맞선 인도-중동-유럽 간 에너지 수송로와 디지털망을 잇는 '경제회랑' 구상 △ 바이든의 베트남 국빈 방문과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격상 등을 통해 중국 봉쇄망 강화에 여념이 없었으나, 북·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 결의와 다수의 국제 제재는 북한과의 무기 거래와 군사협력을 금지하고 있다. 그래서 실제로 북한과 러시아가 재래식 무기와 위성 기술 교환 등 군사협력에 나설 경우, 미국은 두 나라에 대해 더욱 가혹한 제재를 가할 것을 경고하고 있다.
이때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의 도움이 필요함은 물론이다. 북·러를 완전히 '고립'시킬 수 있어서다. 설리번 보좌관은 "북한 문제와 관련해 중국과 러시아를 같은 범주로 보지 않는다. 러시아는 한 걸음 나아갔기 때문"이라면서 "우리는 안보리 결의안 이행과 관련해 중국이 책임을 다할 것을 기대한다고 중국 측에 계속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중국에겐 미국 등 서방 진영의 압박 속도와 강도가 완화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정부, 한·중 관계 복원 물꼬…메시지 아직 오락가락
미국이 바뀌니 윤석열 정부의 대중 태도에도 변화가 느껴진다. 윤 대통령은 뉴델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인 지난 10일 중국의 리창 총리와 회동했다.
작년 11월 프놈펜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한 이후 10개월 만이다. 한·중 관계는 파국 직전이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관련해 중국의 책임 있는 역할을 요청했다.
일단 중국은 올해 한국이 의장국인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를 지지했다. 최근 윤 정부의 관계 개선 움직임에 굳이 찬물을 끼얹지는 않고 응하되, 윤 정부의 말이 아니라 행동을 보겠다는 게 중국 정부의 자세다. 특히 대만과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간섭'을 금지선으로 여기고 있다.
올해 서울서 열릴 한·중·일 정상회의에 시 주석이 직접 참석할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은 시 주석의 방한에 대해 "외교적으로 풀겠다. 올해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기대하셔도 괜찮을 것 같다"고 말해, 한·중 관계 개선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윤 정부는 중국에 일관된 관계 개선 메시지를 내지 못하고 있다. '쿼드 가담' 의사를 표명한 장재복 주인도 대사의 인도 현지 신문 인터뷰, 중국과 가까운 서해상에서 진행한 한미와 캐나다 해군의 연합 군사훈련, '한·일·중' 표현 등에 중국은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중국 당국을 대변하는 관영 글로벌 타임스는 14일 논평을 통해 "한국은 한편으로는 중·한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계속해서 중국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가 중·한 관계 관리를 원한다면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8일 사설을 통해선 윤 대통령의 '한·일·중' 표현과 관련해 "윤석열 정부는 일본에 친화적인 태도를 표현하는 데 신경 쓰고 있지만, 한국과 주변에서 의구심과 반대를 불러일으키고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고도 했다.
'친일 본색' 윤 정부는, 그동안 불러오던 한·중·일 3국의 '순서'를, '한·일·중'으로 공식화해 중국보다 일본을 중시한다는 의지를 밝혔으나, 12일 국무회의에선 윤 대통령이 '한·중·일 정상회의'라고 표현해 혼선을 빚기도 했다.
북·러 군사협력, 중국에도 부담…왕이 내주 방러
북·러 밀착이 미국과 동맹국의 반중 전선을 다소 흔들어 놓고 있지만, 중국에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두 나라의 밀착은 뭣보다 이들 나라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약화로 이어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위성 기술과 재래식 무기 '거래'로 압축되는 북·러 군사협력은, 실행된다면 중국에도 상당히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북한의 무기 제공은 우크라 전의 장기화로 이어지면서, 조속한 평화적 해결을 추진하는 중국의 정책 기조와 다르고, 러시아의 위성 기술 제공은 북한의 핵·미사일 무력 완성을 도와, 한반도의 현상 유지와 비핵화라는 중국의 이익에 배치되기 때문이다.
존 들러리 연세대 교수(중국학)는 뉴욕타임스에서 "이런 모든 일이 베이징의 문간에서 벌어질 것"이라며 "그러나 중국의 통제나 영향력 밖에 있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들러리 교수는 김정은과 푸틴은 양자 관계를 강화함으로써 "(북·중·러) 3자 관계를 주도하는" 중국으로부터 더 많은 자율성과 지렛대를 찾을 만한 까닭이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외교 수장인 왕이 중국공산당 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이 다음 주 모스크바를 방문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만나 북·러 정상회담 내용에 관해 설명을 들을 것으로 예상된다. 푸틴 대통령을 접견할 가능성도 크다. 중·러 간 무슨 대화가 오갈지 주목된다.
한편, 지난 13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던 김정은 위원장은 △ 15일 유리 가가린 전투기 공장(하바롭스크주 산업도시 콤소몰스크나아무레) △ 16일 크네비치 공군 비행장(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 국제공항 인근)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 참관 △ 16일 전략핵잠수함 등을 태평양함대(블라디보스토크) 방문 등, 핵심 군사 시설 시찰에 집중해왔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17일 김 위원장의 블라디보스토크 방문을 전하면서 "조·러(북·러) 두 나라 관계 발전의 역사에 친선 단결과 협조의 새로운 전성기가 열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유 에디터yooillee22@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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