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부자 감세와 경제 폭망의 이중주

道雨 2024. 4. 4. 10:23

부자 감세와 경제 폭망의 이중주

 

 

 

집권 2년새 대기업·부자 챙기느라 세수펑크 70조

폐기된 낙수효과 내세우다 총선 다가오자 딴소리

윤 "감세 서민용", 최부총리 "투자 위한 감세" 강변

성장률 1.4% 추락…25년 만에 일본에 추월 당해

무역수지 세계 200위 꼴찌 수준…북한에도 뒤져

경제폭망 주범들 텃밭 출마에 편법 총선 지원도

 

 

[편집자 주] 4·10 총선에서 윤석열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민심이 들끓고 있다. 대한민국을 '눈 떠보니 후진국' '다시 헬조선'으로 만든 범인을 응징하려는 것이다.

'이채양명주'라는 조어도 등장했다. 이태원 참사에서 '이',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에서 '채',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의혹에서 '양',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씨의 명품(디올) 가방 수수 사건에서 '명', 주가조작(도이치모터스) 사건에서 '주' 자를 끌어온 것이다. 투표소로 향하면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다섯 가지 죄목이다.

그러나 어디 그뿐이랴.

집권 만 2년도 안 돼 정부의 거버넌스(통치시스템)를 통째로 무너뜨리는 데는 훨씬 더 많은 실정과 비정이 작용했다. 정권의 무도함과 무능, 무책임이 한 덩어리로 뭉쳐져 빚어낸 것들이다.

<시민언론 민들레>는 그 중에서 12개를 뽑아 선거 전날까지 시리즈로 내보낸다. 


 

 

* 참여연대, 양대노총, 민달팽이유니온 등 노동·시민단체로 구성된 '재벌부자감세 저지와 민생·복지 예산 확충 위한 긴급행동' 관계자들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재벌·부자 감세 중단과 민생·복지 예산 확충을 촉구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2022.10.19. 연합뉴스


 

 

이번 총선의 승패를 가를 최고로 중요한 이슈는 누가 뭐래도 경제다. 온 국민의, 모든 유권자의 먹고 사는 문제가 달렸기 때문이다.

경제 지표 가운데 망가지지 않은 것을 찾기 어려운 지경이다. 우리나라 경제를 이토록 성한 구석이 없을 정도로 망친 원인은 여럿이지만, 굳이 제일 중요한 하나를 꼽으라면 '부자감세'를 빼놓을 수 없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부터 줄곧 매달려온 재정정책은 부자감세뿐이라는 평가가 있을 정도이다.

윤석열 정부는 집권하자마자 마치 준비라도 하고 있었다는 듯이, 2022년 정기국회에서 법인세 인하와 종합부동산세제 개편 등 부자감세안을 들이댔다. 그러나 여기서 그친 게 아니라, 연이어 양도세와 상속증여세 등 세제 전반에서 부자감세를 밀어붙였다.



집권하자마자 양도세 상속증여세 종부세…줄줄이 감세 시작

윤 정부 임기 첫해인 2022년 한 해에만 양도세, 증권거래세, 상속증여세, 종합부동산세 등, 자산관련 세수만 전년도에 비해 10조 원 넘게 줄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폐지하고, 종부세를 사실상 무력화시켰기 때문이다.

감소 규모를 세목별로 보면, 양도세가 전년보다 4조 5000억 원 줄어 가장 큰 폭 감소했고, 증권거래세도 3조 9500억 원 줄었다. 주식거래 등에 붙는 농어촌특별세 1조 9000억 원, 상속증여세는 4000억 원이 감소했다.

윤석열 정부의 부자감세로 인한 세수펑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임기 2년차인 2023년에는 세수 부족액이 60조 원 가까이로 불어났다. 기획재정부가 필사적인 재추계로 줄인다고 줄인 세금 공백이 59조 1000억 원이다.

주요 세목별로는 법인세가 25조 4000억 원 줄어 전체 세수펑크의 40%를 넘었다. 대기업의 세금을 크게 깎아주는 인심을 후하게 쓴 결과다. 이밖에 양도세 12조 2000억 원, 부가가치세 9조 3000억 원, 종합소득세 3조 6000억 원, 관세 3조 5000억 원, 상속증여세 3조 3000억 원 등으로 구멍이 났다.

 

                                                   * 법인세, 종부세 개편 세수 효과. 자료 : 기획재정부 [연합뉴스]

 

 

 

기재부 등 정부 당국은 애초 세제 개편으로 2023~2027년 5년간 약 20조 원의 세수 감소를 예상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2022년 한 해만 10조 원이 넘는 감소를 기록했고, 이듬해인 2023년에는 5년 누적 전망치의 3배가 되는 세수 부족을 만들었다.

윤 정부가 이처럼 막대한 세수펑크에도 불구하고, 부자감세 고집하면서 내세우는 명분은 단 하나 '낙수효과'다. 대기업과 부자들의 소득이 늘어나면 소비와 투자를 확대할 것이고, 이게 중소기업과 저소득층에까지 흘러들어 경제가 성장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 낙수효과 이론은 이미 허황되고 근거 없다는 게 입증된 지 오래다.

국제통화기금(IMF)이 1980년부터 2012년까지 전 세계 159개국의 소득과 경제성장 관련 자료를 토대로 실증 분석한 결과, 소득 상위 20% 고소득층(5분위)의 소득이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p 높아지면, 향후 5년간 경제 성장률이 0.08% 후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꾸로 하위 20%(1분위)의 소득 비중이 1%p 증가하면, 5년간 0.38%의 경제 성장 효과가 생기는 것으로 분석됐다.

감세가 중산층과 서민에게 혜택으로 돌아간다는 논리는 이미 폐기됐다.



낙수효과는커녕 대기업과 부자들만 살찌우는 감세정책

우리나라에서도 이명박 정부의 감세정책의 혜택이 주로 대기업과 고소득자에게 돌아갔다는 정부 자체의 보고서도 있다. 국세청의 '2008~2011년 기업 규모별, 종합소득세 계층간 공제감면액 현황' 분석 자료에 따르면, 감세 혜택 대부분이 대기업에 돌아갔다. 2008년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공제감면액 비율은 66.7% 대 33.3%였지만, 이명박 정부의 감세정책 이후에는 75%대 25%로 바뀌었다. 부자감세 정책이 기업 규모별 격차를 더 크게 하고, 그 결과 양극화는 심화됐다.

윤석열 정부도 총선이 다가오면서 부자감세에 대한 유권자들의 반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듯하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민생토론회에서 "정부의 감세 정책의 목표는 국민 전체, 어디까지나 중산층과 서민"이라고 강변했다.

부자감세의 시동을 건 추경호 경제부총리에 이어 경제수장이 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국회 대정부 질문 답변에서 아예 "윤석열 정부는 부자감세를 한 적이 없다. 내수 촉진을 위한 감세와 투자자를 위한 감세를 했을 뿐"이라고 강변했다.

하지만 최 부총리의 강변은 문자 그대로 강변이고 궤변일 따름이다. 최근 기재부 스스로 세금 감면과 비과세 정책이 고소득층과 대기업에 집중되고 있다는 분석 자료를 내놓았다.

윤석열 정부의 경제 정책 실패는 부자감세로 인한 세수펑크에 국한된 게 아니다. 폭망이라는 말이 당연하다싶게 성한 지표를 찾기 어렵지만, 경제성장률과 무역수지를 예로 들어보자.



성한 지표 찾기 어려운 참담한 경제 성적표

                                                         * 한국-일본 경제성장률 추이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4%이다. 전년도인 2022년 2.6%, 그 전년도 2021년 4.3%에 비해 현저히 낮은 성장률이다. 단순히 하락하고 있는 게 아니라, 2년 연속으로 해마다 반토막으로 급감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성장률이 한 국가의 성장 단계나 국제 환경에 따라 오르고 내릴 수는 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집권 이후 성장률 성적은 도저히 그런 식으로는 설명할 수가 없다.

지역적으로든 여건으로든 비교 대상일 수 있는 일본의 성적과 살펴보면 확연하다. 지난해 한국의 GDP 성장률은 일본보다 낮았다. 지난해 1.9% 성장률을 기록한 일본보다 0.5%p 아래다. 외환위기가 닥쳤던 1998년 이후 25년 만에 일본에 뒤졌다. 그렇다고 일본이 지난해 좋은 성적을 낸 것도 아니다.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위였던 일본의 명목 GDP는 55년 만에 독일에 뒤지면서 4위로 밀려났다.

수출로 먹고 살았고 앞으로도 그래야만 하는 처지의 우리나라의 지난해 무역수지는 더욱 참담한 수준이다. 무역협회가 국제통화기금(IMF) 자료를 인용해 발표한 국가별 수출입 통계를 보면, 올해 상반기(1~6월) 우리나라의 무역수지는 264억 6700만 달러(약 35조 원) 적자로 집계됐다. IMF가 선정한 주요 208개국 중 200위에 해당한다. 명실상부 최하위 꼴찌권이다. 방글라데시(184위), 이집트(194위), 오만(195위), 멕시코(199위) 등 보다 아래다. 심지어 북한도 109위에 자리했다.

 

                               * 무역수지 세계 순위 추이

 

 

 

어쩌다 일본은 물론 북한에까지 뒤지게 됐을까

올해 상반기만 유독 그런 게 아니다. 윤석열 정부 첫 해였던 지난해에도 한국의 무역수지 국가별 순위는 197위였다. 문재인 정부였던 2021년은 18위, 2020년 8위, 2019년 11위, 2018년 5위였다. 한국은 미국발 금융위기 때였던 2008년 161위였던 것을 빼면, 2000년 이후 무역수지 국가 순위가 20위권 밖으로 벗어난 적이 없다.

무역수지가 5위에서 200위로 추락한 원인은 뭘까?

무엇보다 중국과의 관계 악화가 주 원인이다. 지난 2001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한국 수출의 중국 비중은 30%가 넘었다. 한국의 수출 증대와 무역수지 흑자에 중국은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그럼에도 윤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무모하게 '탈 중국'을 선언했다. 그렇게 미국, 일본과의 동맹을 강조하면서 중국과 거리를 둔 결과가 대규모 무역적자로 귀결된 것이다.

 

                                        * 대 중국 무역수지 추이(2011~2023)

 

 

 

부자감세로 인한 세수펑크, 이로 인한 정부 지출 축소, 성장률 저하와 무역수지 적자 등 윤석열 정부의 경제 성적표는 문자 그대로 참담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그 책임의 중심에 있는 전현직 경제관료들이 4.10 총선에서 보수의 텃밭에 후보로 출마하거나, 여전히 경제권력을 움켜쥔 채, 대놓고 여당 지원을 서슴지 않는다.

 

파산으로 치닫는 우리 경제를 살리는 길은, 이번 총선에서 경제 폭망의 주역들을 심판하는 일로 시작하는 수 밖에 없다.

 

 

 

유상규 에디터skrhew@mindlenews.com



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https://www.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