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관련 합리적 의문 5가지
그 날 그들의 이해할 수 없는 행태와 행위들
1. 횡경사 52도까지 기울어진 세월호 – 고박되지 않았던 대형 화물
유체 위에 떠 있는 선박은 여러 원인에 의해 좌우로 기울어지기를 반복한다. 정박 중이라도 적재 화물의 위치에 따라 기울어지며 항해 중 연료 소모에도 기울어지고 사고나 침수의 경우엔 더 심각하게 기울어질 수 있다. 선박이 기울어지는 정도를 횡경사(healing)라고 한다.
선박 횡경사는 몇 도까지 안전할 수 있을까? 선박은 몇 도 이상 기울면 위험해 질까? 그에 대해 딱히 정해진 답은 없다. 화물의 적재나 고박의 상태, 악천후 혹은 선체 손상 등 여러 요인과 복원력 상실 여부에 따라 변수가 크기 때문이다.
필자는 컨테이너선 항해사로 근무할 당시 겨울철 북태평양 알류산 열도 아래를 항해하면서 대략 50도까지 기울어지는 것을 경험한 적이 있다. 선교에 달린 힐링게이지(healing gauge, 기울기 측정 계기)에는 좌우로 45도까지 표기되어 있는데 바늘침이 끝까지 달라붙고도 더 기울어졌기 때문이다.
▲ 사고 당일 시간대별 세월호 기울기 변화 ⓒ 뉴스타파 기사 갈무리
2014년 4월 16일 오전 08:49:48초 세월호의 횡경사는 최대 52도까지 기울어졌고 회복되지 못했다. 기울어진 배는 반드시 원상태로 돌아오려는 힘을 받게 되는데 그것을 '복원력'이라고 한다. 그러나 세월호는 복원력이 작용하지 않았고 다. 갑판 위 컨테이너 화물이 좌현으로 무너져 내렸고 화물창에는 대형 화물차 4대(드라이어3대, 레미콘1대)가 좌현쪽으로 쏠렸으며 그때부터 해수가 화물칸으로 쏟아져 들어왔기 때문이다.
물 위에 떠 있는 선박에서 갑판 위 적재 화물을 출항 전에 고박(lashing)하지 않았다? 그에 더해 모두 합쳐100톤이 넘는 대형 화물 4대 역시 화물창 바닥에 제대로 고박되어 있지 않았다? 그러한 행위를 단순히 작업자의 실수나 착오라고 말할 수 있을까?
2. 발라스트 펌프 3대가 동시에 고장 날 확률은?
선박의 심한 횡경사는 안전에 위험을 초래하므로 즉각 힐링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기능이 당연히 마련되어 있는데 그것을 ‘발라스팅(ballasting) 시스템’이라고 한다. 발라스트 펌프를 가동하여 선박 좌우에 구획된 발라스트 탱크에 해수를 넣거나 빼는 방식, 혹은 해수를 좌·우로 이동시키는 방식으로 선박의 기울기를 바로잡는 것을 말한다.
그때 작동하는 펌프가 발라스트 펌프(ballast pump)다. 기울어진 배를 바로 세워야 하므로 펌핑 용량도 크다. 세월호에는 모두 3대의 발라스트 펌프가 있었다. 메인 펌프는 발라스트 전용이고 나머지 두 대는 소화용과 빌지(bilge) 배출을 겸하며 긴급하나 경우 3대 모두 발라스트 용도로 가동할 수 있다.
▲ 세월호에는 발라스트 펌프가 3대 있었다 ⓒ 세월호 선조위 보고서
그러나 세월호가 기울어졌을 때 발라스팅 펌프는 단 한 대도 작동하지 않았다. 세월호가 기울자 항해당직사관인 3등항해사는 즉각 발라스트 펌프 스위치를 눌렀다. 그러나 발라스트 펌프는 하나도 작동하지 않았다. 심각한 상황에 놀라서 달려온 2등항해사가 제일 먼저 확인한 것이 발라스트 펌프 스위치였지만 무용지물이었다.
배가 기울면 즉각 작동시키는 것이 발라스트 펌프이고 선교 판넬의 발라스트 스위치만 누르면 즉각 작동해야 하는 것이 발라스트 펌프다. 그런데 발라스트 펌프가 한 대도 아니고 3대 모두 작동하지 않았던 상황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운항 중인 선박에서 발라스트 펌프 3대가 동시에 고장 날 가능성과 확률은 얼마나 될까?
3. 라이프자켓 입은 학생들에게 선장, “선내 그대로 있으라!”
선박에 라이프자켓이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선박에 위급한 사고가 발생하였을 경우 바다로 탈출하기 위해서다. 라이프자켓은 부력에 의해 물에 뜨는 재질로 만들어졌고 라이프자켓을 입고 바다에 뛰어들면 악천후가 아닌 한 생명을 지킬 수 있다.
그 날 그 바다는 무척 평온했고 잔잔했다. 그러나 선체가 기울어지고 완전히 물에 잠길 때까지 오로지 자의적 판단으로 탈출한 사람들만 구조될 수 있었고 대부분 학생과 승객들은 라이프자켓을 입은 채 선박 안에 머물러 있어야 했다. 구조나 탈출은커녕 “선내 대기하라”는 방송만 여러차례 반복되었기 때문이다.
▲ 이준석 선장이 승객 선내대기 지시했다 ⓒ 연합뉴스 기사 갈무리
제일 먼저 구조선에 올라탄 사람들은 기관부 선원들이었고 선장 역시 팬티바람으로 구조선에 올라탔다. 그 많은 학생과 승객들을 선내에 남겨 둔 채.
아무리 정신이 나간 사람들이라고 해도 이해할래야 이해할 수 없는 행태와 행동들을 보여주었던 그 상황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하고 해석해야 할까?
4. 섬 쪽으로 밀어 좌초시키기에 충분했던 시간
세월호 침몰 당시 사진을 보면 세월호와 함께 나오는 섬들이 있다. 병풍도와 동거차도다. 당시 세월호와 병풍도 사이 거리는 불과 2~2.5km 밖에 되지 않았다. 8시 40분경 기울어지기 시작한 세월호는 선체가 완전히 잠길 때까지 120분의 시간이 있었다.
▲ 침몰직전 기울어진 세월호 ⓒ 인터넷 갈무리
당시 주변에 있던 여러 선박들이 세월호를 병풍도 쪽으로 밀어 <인위적인 좌초>를 시켰다면 인명 손실을 막을 수 있었거나 최소화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유체 위의 선박은 큰 힘이 아니어도 쉽게 밀린다. 그렇게 하기에 충분한 선박이 주변에 있었고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 그런데 아무도 그렇게 하지 않았고 그렇게 하라는 지시도 없었다.
그 많은 소중한 생명들이 라이프자켓을 입은 채 선박과 함께 물 속으로 잠길 때까지 속수무책으로 바라만 보고 있었던, 이 상황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5. 구조 위해 달려왔어야 할 통영함과 고속정, 왜 출동하지 않았나?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하였던 2014년 4월 16일 오후 최신 구조장비를 갖춘 해군의 <구조전문함-통영함>이 거제 대우조선소에서 건조가 완료된 상태여서 즉시 출동이 가능한 상태였다.
그날 오후 해군참모총장, 방위사업청장 그리고 대우조선소장은 세월호 사고현장에 통영함을 출동시키기로 합의를 하였고 그 서류에 모두 서명을 하였다.
그러나 통영함은 출동하지 않았다. 아니 출동하지 못했다. 모처로부터 해군측에 통영함을 출동시키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왔기 때문이다.
▲ 해군의 최신 구조함 통영함과 3함대 고속정 ⓒ 인터넷 갈무리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가. 최악의 해난사고가 발생했는데, 구조함 출동을 저지시키는 자가 도대체 누구이며, 무슨 이유란 말인가.
그 지시가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하였던 당시 황기철 해군참모총장은 통영함 출동을 재차 지시하였으나, 그 또한 상부의 강력한 제지로 무력화되었다는 사실이 추후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그 뿐인가. 사고 현장으로부터 멀지 않았던 목포의 해군 3함대, 수십 척의 고속정들이 세월호 사고 즉시 출동했다면 세월호가 완전히 기울기 전에 사고 현장에 도착할 수 있었을 것이고 적극적인 구조가 시작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라는 명령은 없었다.
왜 일까?
그 이해할 수 없는 상황들은 1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관련자들의 침묵 속에 여전히 베일에 감추어져 있고,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가족분들과 우리의 마음은 갈기갈기 찢기어 너덜너덜 해진 채 말라만 가고 있다.
*** 십 년 전 오늘 하늘의 별이 된 아이들을 기억합니다. 견디기 힘든 고통을 안고 살아 오셨을 가족분들의 아픔을 함께 합니다.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약속합니다. 반드시 진실을 밝혀 내겠습니다.
[ 신상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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