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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는 삼성전자, 나는 TSMC…기업가치 격차 커진 이유

道雨 2024. 7. 10. 12:22

뛰는 삼성전자, 나는 TSMC…기업가치 격차 커진 이유

 

 

 

TSMC 시총 1조 달러…삼성전자의 2.5배

2020년 이전엔 삼성전자가 TSMC 앞서

급성장하는 AI 반도체에 한발 늦게 대응

이재용 회장 등 최고경영진 책임 가장 커

정부 정책 헛발질도 삼성전자 주가 발목

 

 

대만의 반도체 기업인 TSMC 질주가 무섭다. TSMC 시가총액(시총)이 현지시간으로 8일 미국 뉴욕 증시에서 장중 1조 달러를 넘어섰다. 한국의 삼성전자가 반도체 실적 부진에서 이제 막 벗어나 회복 국면에 진입했다면, 대만의 삼성전자라고 할 수 있는 TSMC는 절정을 향해 달리고 있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도 열심히 뛰고 있으나 TSMC는 훨훨 날고 있다.

성장 속도가 다르다 보니 기업가치 격차도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TSMC의 시총은 삼성전자의 2.5배에 달한다. 2020년 이전만 해도 삼성전자 시총이 TSMC보다 많았다. 

 

 

대만 TSMC 시가총액 장중 1조 달러 돌파

 

두 회사의 기업가치가 뒤바뀐 이유는 뭘까?

TSMC의 주력 제품이 인공지능(AI) 관련 수요가 급증하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이고, 삼성전자는 성장에 한계가 있는 범용 메모리 반도체라는 점이 작용했을 것이다.

TSMC는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이 60%가 넘는다. 하지만 미래 반도체 시장 변화에 대응하는 두 회사 최고경영진의 안목과 실력 차이도 무시할 수 없다.

여기에 더해 일반주주와 회사 가치를 높이기보다 지배주주의 이익을 앞세우는 재벌기업 구조와 정부가 장기간 공매도를 금지하는 등, 한국 자본시장의 후진성도 삼성전자 주가가 지지부진한 요인이다.

 

TSMC는 미국 뉴욕 증시에서 8일(현지시간) 장중 시가총액이 1조 달러를 찍었다. 장이 열리자마자 4.8% 급등하며 주당 192.80달러까지 뛰었다. 이때 시총이 1조 달러를 돌파했다. 상승 폭이 줄며 종가는 1조 달러 아래로 내려왔으나,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모건스탠리는 TSMC 목표주가를 9% 상향 조정했다. TSMC가 제품 단가를 올리면서 연간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봤다.

 

TSMC는 파운드리 부문에서 추격자인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더 벌리기 위한 투자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9일 대만언론에 따르면, TSMC는 북부 신주과학단지의 바오산 공장에서 2nm(나노미터·10억분의 1m) 반도체를 다음 주 처음 시험생산하고, 내년에는 양산하기로 했다. 현재 주력은 3나노 제품이다.

나노는 반도체 회로 선폭을 의미하는 단위다. 선폭이 좁을수록 전력 소비를 줄이면서 높은 효율을 낼 수 있다. AI 칩은 처리 속도가 빨라야 한다. 회로 폭을 줄이는 게 핵심 기술이다. 삼성전자도 파운드리 분야에 천문학적 자금을 투입해 신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나, 아직 TSMC에는 미치지 못한다. 

 

 

AI 칩 시장 석권한 엔비디아와 AI 칩 위탁생산하는 TSMC  

 

세계 반도체 산업 생태계에서 가장 높은 곳엔 엔비디아와 인텔 등 팹리스 기업이 있다. 반도체 칩을 설계해 TSMC 같은 파운드리 기업에 생산을 맡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칩에 들어가는 메모리 반도체를 공급한다. 엔비디아는 AI 칩에 탑재되는 GPU 시장에서 독보적인 기업이다. TSMC는 이런 엔비디아에서 AI 칩을 위탁받아 생산한다. 

 

엔비디아는 작년 5월 시총 1조 달러를 돌파했는데, 1년 만에 3조 달러를 넘어서는 등 기염을 토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를 제치고 시총 1위에 등극하기도 했다.

TSMC는 엔비디아의 핵심 거래업체다. AI 관련 산업이 커지고 있어, 엔비디아와 TSMC의 기업가치는 계속 높아질 것이다. 주식 투자자로서는 매력적인 종목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단기간에 주가가 많이 올라 일시적으로 조정을 받을 수는 있다. 그러나 반도체 산업의 큰 흐름을 보면 상승 동력이 충분하다.

 

 삼성전자 실적 추이. 연합뉴스

 

 

 

메모리 반도체 1등에 안주한 삼성전자의 실책

 

TSMC와 비교해 삼성전자는 경쟁력이 다소 떨어진다. 메모리 반도체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사실이 아킬레스건이다. AI 반도체가 대세가 되기 전만 해도,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기술력으로 경쟁사를 압도했다. 산업 생태계로 보면 갑을관계에서 을에 해당하는 납품업체지만,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 제품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인텔과 삼성전자가 반도체 산업 전체를 주도했다. 이때만 해도 D램과 낸드플레시 등 메모리 시장 1등이라는 위상이 장점이었다.

 

그러나 시장 판도가 AI 반도체로 바뀌고, 산업을 주도하는 기업이 인텔에서 엔비디아로 넘어가면서, 삼성전자의 영향력도 약해졌다. 특히 파운드리 수요가 급증하는데도, 1위 업체인 TSMC보다 한발 늦은 투자로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파운드리 분야에서는 기술력이 떨어질 뿐 아니라, 수주 경쟁에서도 밀리고 있다.

 

삼성전자가 강점이라고 자부했던 메모리 반도체에서도 SK하이닉스에 선수를 빼앗기는 수모를 당했다. AI 칩에 들어가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 타이밍을 놓치면서,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후발 주자가 되고 말았다. 뒤늦게 HBM 개발팀을 만들고 엔비디아 물량을 따내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메모리 반도체 1등 기업의 명성이 실추된 것만은 분명하다.

 

삼성전자가 이렇게 된 것은, 전적으로 이재용 회장을 비롯한 최고경영진 책임이다. 절대 우위를 점하는 D램과 낸드 등 메모리 반도체 성과에 만족해 미래 시장의 흐름을 놓쳤다.

이는 이 회장이 국정농단과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 등으로 재판받으며, 경영에 오롯이 집중하지 못한 이유도 있을 것이다. 이 회장은 자신의 앞날이 불안해서인지 외부 인재를 발굴하기보다 기존 경영진을 중용하는 인사를 했다. 이는 삼성전자가 기존 사업에 안주하게 된 원인일 수 있다. 

 

조직관리도 마찬가지다. 기존에 없었던 노조가 생기면서 노사관계에 관심을 기울여야 했는데도 그렇지 않았다.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8일부터 사상 첫 총파업에 돌입한 것은, 경영진의 안이한 대응 탓이 크다. 아직 생산 차질이 빚어지지는 않았으나, 파업이 장기화하면 삼성전자의 기업가치를 떨어뜨리는 또 다른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

 

* 8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앞에서 열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7.8. 연합뉴스

 

 

재벌 지배구조·정부 정책 헛발질도 기업가치 떨어뜨려

 

최고경영진이 무능하다고 해도,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절대 강자인 세계적인 기업이다. 시총이 TSMC의 절반도 안 되는 것은 과도한 저평가다. 하지만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측면에서 보면,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은, 재벌기업 지배구조를 비롯해, 불투명한 공시,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간섭 등 다양하다.

 

이중 회사 가치나 일반주주보다 지배주주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재벌기업의 이사회 의사결정 구조가 가장 심각한 문제다. 삼성전자도 여기에 해당한다. 이재용 회장 사법 리스크가 기업가치에 결정적 영향을 준다. 정부가 장기간 공매도를 금지하는 등, 자본시장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것도, TSMC 시총이 1조 달러를 향해 질주하는 동안 삼성전자 주가가 정체된 원인 중 하나다.

 

엔비디아와 TSMC 등 외국 반도체 기업과 비교했을 때, 삼성전자 주가 흐름은 한국 증시가 저평가받는 이유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재벌 구조에서는 회사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투자가 이루어지기 어렵다.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한다며 상속세와 종부세 완화 등 엉뚱한 정책을 추진하는가 하면, 거래 활성화와 투기 종목의 거품 제거 등 순기능이 있는 공매도를 오랜 기간 금지하는 헛발질이 종합적으로 작용한 결과가 지금의 삼성전자 주가다.

만약 뉴욕 증시에 삼성전자와 TSMC가 나란히 상장돼 있었다면, 시총 격차가 지금처럼 크지 않을 것이다.

 

 

 

장박원 에디터jangbak6219@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