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검경, 공권력, 공공 비리

검사는 무슨 짓을 해도 봐준다…'검사징계법'이 뒷배

道雨 2024. 8. 8. 11:37

검사는 무슨 짓을 해도 봐준다…'검사징계법'이 뒷배

 

 

 

어쩌다 '재수 없게' 걸려도 견책‧감봉 등 솜방망이

음주운전 잦자 검찰총장이 기껏 '금주령' 허무개그

'검사징계최소화법' 덕에 특수계급 행세 온갖 비위

지난 2년간 징계 총 15건 불과…그나마 6건 경징계

해임 3건이 신성식·이성윤·박은정, 정직 1건 정진웅

'반윤' 검사만 표적…징계위원장 '친윤' 박성재 장관

'제 식구 감싸기' 아니면 '배신자 죽이기' 수단일 뿐

박은정, '폐지법안' 발의…"탄핵 아니라도 파면 가능"

 

* '고발 사주'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검사장)가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공무상 비밀누설 등 혐의 사건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청사를 떠나고 있다. 2024.1.31 [공동취재] 연합뉴스

 

 

 

상당수 검사가 사건 조작을 비롯해 무소불위의 검찰권을 행사함은 물론 평소 부도덕하거나 안하무인의 언행을 버젓이 일삼곤 하는 이유는 이들이 처벌받지 않기 때문이다.

 

대기업에서 떡값을 받고, 비리 혐의자들과 강남 룸살롱에서 질펀하게 어울리며, 사건 관계자와 내연 관계를 맺기도 하고, 별장에서 엽기적 성접대까지 받고, 간첩 조작에 '보복 기소'까지 감행하는가 하면, '고발 사주'라는 정치검찰다운 음모를 기획하고, 위장전입은 예사로 벌이고, 툭하면 음주운전을 하고, 경찰관을 폭행하고, 피의자를 협박하거나 참고인에게 폭언을 퍼부어도 이들은 대부분 형사처벌은커녕 내부 징계도 받지 않는다. 일반 공무원이라면 파면을 포함해 중징계감이지만 검사들은 어쩌다 언론 등에 '재수 없게' 걸려봐야 견책, 감봉 등 솜방망이 수준의 경징계 처분에 그친다.

 

아무리 여론의 지탄이 빗발쳐도 검찰 조직은 문제 검사들의 비행을 덮어주고 축소하며 '누가 감히 우리를 건드려?'라는 식으로 꿈쩍도 하지 않는다. 최대한 뭉개고 버틴다. 심지어 "외압에 절대 굴복하지 말자"고 적반하장으로 나오기도 한다.

검사들이 연달아 음주운전을 하고 경찰의 음주 측정을 거부한 채 도주까지 한 사례가 적발되자, 지난 5월 이원석 검찰총장이 기껏 칼을 뺐다는 게 전국 검찰청에 "지나친 음주를 자제하라"며 '금주령'을 내린 것이었다. 이런 허무개그 같은 지시가 검사들도 우스웠는지, 불과 두 달 뒤인 7월엔 또 한 명의 수도권 검사가 음주운전을 하다 차량 전복 사고까지 냈다.

 

* 이정섭 검사. 연합뉴스 자료사진

 

 

검사들이 헌법이 금하는 '특수계급' 행세를 하며, 다른 공무원들과는 전혀 다른 특권을 만끽할 수 있는 주요 배경 중 하나가 '검사징계법'이다.

검사징계법이란 검사가 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하거나 직무를 게을리했을 때, 그리고 직무 관련 여부에 상관없이 검사로서의 체면이나 위신을 손상하는 행위를 했을 때 징계하는 법이다(검사징계법 제2조). 그러나 법률 명칭과는 달리 사실은 검사 징계를 안 하거나 시늉만 내기 위한 '검사징계최소화법'으로 작동한다. 비위 검사들의 방탄막이자 뒷배인 것이다.

 

모든 행정부 소속 공무원의 징계에 관한 사항은 대통령령인 '공무원 징계령'에 따라 정해진다. 유독 검사에 대해서만 검사징계법이라는 별도의 법률이 존재한다. 이는 '검찰청법' 제36조 1항 "검사는 특정직공무원으로 하고, 그 정원, 보수 및 징계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따로 법률로 정한다"는 조항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처럼 징계에 관한 사항이 시행령이 아닌 법률로 규정돼 있는 경우는, 행정부 소속 특정직공무원 중 검사가 유일하다. 경찰, 군인, 국가정보원 직원도 공무원 징계령에 따라 처분된다.

 

특히 검사징계법에는 공무원 징계령과 달리 '파면'에 관한 조항이 없다. 다른 공무원들과는 차원이 다른 특권을 누리는 것이다. 검사를 파면(탄핵)하려면 국회의원 3분의 1 이상의 발의가 필요하고,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재적 의원의 과반수가 찬성해야 의결된다. 힘들게 본회의를 통과해도 헌법재판소가 최종 결정을 내리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헌재는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피해자인 유우성 씨를 상대로 '보복 기소'를 함으로써 공소권을 남용한 안동완 부산지검 2차장검사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를 기각해, 헌정사 첫 검사 탄핵을 무산시킨 바 있다.

검사에겐 향후 5년간 공직 취임이 금지되는 파면 처분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탄핵 제도는 검찰의 폭주를 통제할 거의 유일한 수단이지만, 윤석열 정권에서 갈수록 보수화하는 헌재의 벽에 가로막혀 한계를 나타내고 있다.

 

* 헌정사상 최초로 국회에서 탄핵 소추가 이뤄진 안동완 부산지검 2차장검사와 대리인인 이동흡 전 헌법재판관(왼쪽)이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첫 변론에 참석하고 있다. 2024.2.20. 연합뉴스

 

 

 

검사 징계의 종류에는 해임, 면직, 정직, 감봉, 견책 등 5단계가 있다(검사징계법 제3조). 이중 경징계에 해당하는 감봉은 1개월 이상 1년 이하의 기간 동안 보수의 3분의 1 이하를 감액하는 것이고, 견책은 해당 검사가 그대로 직무에 종사하면서 그가 저지른 잘못을 '반성'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말 그대로 솜방망이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의원실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2년 5월 1일부터 올해 4월 29일까지 만 2년간 검사들이 받은 징계는 총 15건에 불과했다. 2022년 4건, 2023년 3건, 2024년 8건이다. 그 가운데 6건은 그나마 경징계였다(감봉 3건, 견책 3건).

 

중징계에 해당하는 면직은 1건도 없었고, 최고 수위인 해임 역시 2022년과 2023년엔 0건이었으나 2024년 갑자기 3건이 발생했다.

해임 대상자가 누굴까? 바로 신성식·이성윤·박은정 검사다. 모두 '윤석열 사단'에게 단단히 미운털이 박혔던 '반윤 검사'들로, 검찰과 법무부는 조직에 저항하는 이런 양심적인 검사들에게만, 죄의 유무 및 경중에 관계없이 막무가내로 중징계의 철퇴를 휘두른다. 해임되면 3년간 변호사 개업도 못 한다.

 

지난 3월 당시 신성식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은 소위 '한동훈 녹취록 오보 사건'에 연루됐다는 이유로,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윤석열 사단을 '전두환 하나회'에 빗대는 등 검찰을 모욕·폄훼했다는 이유로, 박은정 광주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는 법무부 감찰담당관을 맡고 있을 때 '채널A 사건'과 관련해 한동훈 검사장(현 국민의힘 대표)을 감찰하는 과정에서 확보한 법무부·대검찰청 자료를 법무부 감찰위원회에 무단 제공했다는 이유로, 검사징계위원회에 의해 각각 해임 처분을 받았다.

 

*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채상병 특검법안과 관련해 국무회의 의결 내용을 브리핑하고 있다. 2024.7.9. 연합뉴스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의 업무를 총괄하고 회의를 소집할 권한을 가진 위원장은 현재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맡고 있다. 검사징계위원회는 법무부 장관을 포함해 총 9명으로 구성되는데, 법무부 차관, 법무부 장관이 지명하는 검사 2명,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으로서 변호사의 자격이 없는 사람 2명 등, 장관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장관은 윤 대통령에 의해 법무부 수장으로 임명된 직후, 신속하게 신성식·이성윤·박은정 검사를 줄줄이 해임한 데 이어, 한동훈 검사장 압수수색 과정에서 몸싸움을 벌였다는 이유로 기소됐다가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된 정진웅 대전고검 검사(법무연수원 연구위원)에게 정직 2개월 징계를 내리는 등, 노골적으로 '보복 징계'를 진두지휘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검사징계위원회의 징계 심의는 검찰총장이 위원회에 서면으로 징계를 청구해야 시작된다. 그래서 징계를 하고 말고는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이 짬짜미로 얼마든지 좌우할 수 있다.

이렇게 검사들에 대한 징계가 '내 식구 감싸기' 아니면 '배신자 죽이기'로 악용되면서, 검사징계법을 전면적으로 뜯어고치거나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점점 확산돼 왔다.

그중에서도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은 이를 실행에 옮길 수 있는 법을 발의해 향후 현실화 여부가 주목된다.

 

*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이 6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박 의원은 검사의 징계 제도를 일반공무원과 동일하게 적용하도록 하는 내용의 '검사징계법 폐지법안'과 '검찰청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다고 밝혔다. 2024.8.6. 연합뉴스

 

 

 

박은정 의원은 6일 검사징계법 폐지법률안과 검찰청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검찰청법 개정안의 경우 제36조 1항 "검사는 특정직공무원으로 하고 그 정원, 보수 및 징계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따로 법률로 정한다"는 문구에서 '징계' 부분을 빼고, 2항에 "징계의 절차, 징계위원회의 구성·권한·심의절차, 그 밖에 검사의 징계와 징계부가금 부과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는 내용을 신설한다는 게 골자다.

제37조 "검사는 탄핵이나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파면되지 아니한다"고 못박은 '신분 보장' 규정도 고쳐, 탄핵에 의하지 않고도 비위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징계 절차로 파면할 수 있도록 했다.

 

박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윤석열 대통령의 명예훼손 사건 수사를 위해, 검찰이 야당 국회의원과 보좌진뿐만 아니라 언론인과 민간인들까지 전방위적으로 통신을 조회한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다"면서 "그럼에도 서울중앙지검은 적법한 절차에 따른 수사에 불과하다며, 전가의 보도인 제 식구 감싸기에 나섰다"고 운을 뗐다.

이어 "지난 대선 때 윤석열 후보는 공수처의 통신 조회에 대해 '미친 사람들' '공수처장을 구속해야 한다'며 격노했지만, 검찰은 3000명에 육박한다는 이번 대대적인 통신 조회에,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해당 검사들에 대한 진상 조사나 감찰에 나서지 않을 것임이 분명하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검사들은 행정공무원임에도 불구하고, 제 식구인 검찰총장을 징계 청구권자로 하는 검사징계법으로 특별한 대우를 받고, 중대한 비위를 저질러도 국회의원 3분의 1 이상을 요하는 탄핵소추에 의하지 않고는 파면도 되지 않는다"며 "후배 여검사에 대한 성폭력 범죄를 저질러도 징계 절차는 아예 진행되지 않았고, 간첩 조작 사건의 담당 검사는 겨우 정직 1개월 처분을 받고 명예롭게 검찰을 떠났다. 심지어 법원에서 실형 선고를 받은 검사에 대해서도 징계 무혐의 처분으로 신속하게 봐주기를 해 왔다"고 지적했다.

 

* 일반 공무원과 검사 징계 사례 비교.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 제공

 

 

박 의원은 또 일반 공무원과 검찰은 징계 양정에서 현저히 차이가 난다고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예컨대 공금 횡령의 경우 검찰은 '견책 이상' '정직 이상'으로만 돼 있어서, 어떤 방대한 공금 횡령을 벌인 검사에 대해서도 견책이나 정직이 가능하도록 해놨다는 것이다. 그에 반해 일반 공무원은 파면까지 상세하게 규정돼 있다.

 

개인정보 무단 유출의 경우 검찰은 징계도 아닌 '주의‧경고'부터 시작해서 '견책 이상'으로만 돼 있다. 검사들은 심각한 개인정보 무단 유출 행위를 저질러도 주의‧경고 아니면 견책 처분에 그칠 수 있는 반면, 일반 공무원들은 정직, 강등, 해임, 파면에까지 이를 수 있다.

 

부정 청탁의 경우 검찰의 징계 양정에는 그냥 '견책 이상'으로만 돼 있다. 예를 들어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법무부 장관 재직 때 나경원 의원으로부터 공소 취소 청탁을 받았다고 폭로했는데, 검사가 그런 부정 청탁을 받는 과정에서 어떤 비위가 발생했더라도 '반성'으로 대충 넘어갈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공무원은 파면까지 가능하다.

구체적으로 비교해 보면, 2018년 10월 한 외교부 공무원은 현지 기업으로부터 379만 원 상당의 항공권과 숙박비 등을 제공받은 사실이 적발돼 해임됐다. 그러나 2014년 6월 서울고검 검사는 수사 중인 사건을 두고 청탁과 함께 366만 원어치의 향응을 받아 징계부과금이 738만 원에 달했음에도 정직 6개월로 끝났다.

 

음주운전의 경우 공무원 징계령과 검찰 내규는 같은 징계 양정 기준을 두고 있지만, 2023년 10월 인천시 소속 2급 공무원은 혈중알코올농도 0.0385% 상태로 음주운전을 해 감봉 3개월 처분을 받은 반면, 2022년 12월 서울고검 소속 검사는 혈중알코올농도 0.034%로 비슷했음에도 견책만 받고 말았다. 2023년 12월 부산고검 검사는 혈중알코올농도가 더 높은 0.044%로 음주운전을 하다 교통사고까지 냈는데도 역시 견책이라는 가장 싼 티켓을 끊었다.

 

박 의원은 "검사가 징계에 관한 여러 특권을 누리고 있으므로, 공직 간 형평을 고려해 징계 제도를 일반 공무원과 동일하게 적용하도록 검사징계법을 폐지하고, 이에 따라 검찰청법도 개정하고자 한다"면서 "검사에 대해서도 공무원 징계령에 따라 징계하고 파면이 가능하도록 했다. 검사가 특권 계급이 아닌 일반 공무원이라는 점을 명확히 해 공정성을 도모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일반 공무원과 검사 징계 양정 비교표.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 제공

 

 

 

김호경 에디터haojing610@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