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얼어붙은 경제 심리…추경 필요성 더 커졌다
12.3 내란 사태로 경기 비관론 확산
1차 탄핵 불발 후 뉴스심리지수 급락
올해와 내년 성장률 더 하락할 수도
한국은행·경제단체 “추경 편성 시급”
적기 놓치면 경기 회복 비용 더 들어
12.3 내란 사태 여파로 한국 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 14일 국회에서 윤석열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후 불안 심리가 다소 완화했으나, 비상계엄 선포 이전으로 회복되지 않았다. 깊은 늪에 빠진 경제가 활기를 되찾기 위해서는, 헌법재판소가 가급적 빨리 윤석열 파면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도 헌재가 탄핵을 인용한 뒤에야 경제가 안정됐다.
1차 탄핵 불발로 뉴스심리지수 2년여 만에 최저치
국민이 경제에 불안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은, 한국은행 공개한 ‘뉴스심리지수’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뉴스심리지수는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4일 떨어지기 시작해, 11일 77.47로 2022년 12월 2일(77.32) 이후 2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뉴스심리지수는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경제 분야 기사를 분석해 기업과 가계 등 경제주체들의 심리 상태를 지수로 산출한 지표다. 한국은행이 지수를 개발해 2021년 4월 둘째 주부터 경제통계시스템에 공개하고 있는데, 소비자심리지수(CCSI)와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등 주요 경제심리지표와 실물 경제지표들보다 1~2개월 선행한다는 점에서, 향후 경제 상황을 보여준다.
뉴스심리지수는 올해 들어 11월까지 8월과 9월을 빼고 100을 넘었다. 8, 9월에도 100에 근접한 수준을 유지했다. 지수가 100 이상이면 경제 심리가 과거 장기평균보다 낙관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달 들어 심리지수가 급락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느닷없는 비상계엄 선포가 한국 경제에 대한 부정적 심리를 증폭시킨 결과다.
비상계엄 직후인 4일 92.97이었던 뉴스심리지수는, 1차 탄핵안이 불발되자 9일 83.19로 급락했다. 그 후에도 추세적 하락이 이어지며 11일 최저점을 찍었다.
지난 14일 2차 탄핵안이 가결되며 16일 85.35까지 회복됐다.
소상공인 10명 중 9명은 비상계엄 선포 후 매출 감소
하지만 100을 넘었던 평소 수준을 회복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 비상계엄에 놀란 시민들이 연말 모임과 여행을 취소하는 등, 소비를 줄이면서 내수 경기가 더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 10일부터 3일간 회원 163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설문에서, 10명 중 9명은 12.3 내란 사태 이후 매출이 줄었다고 답했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매출이 절반 이상 줄었다는 응답이 36.0%로 가장 많았다.
이는 한국신용데이터 자료에서도 드러난다. 지난 2일부터 9일까지 전국 소상공인 외식업 사업장 신용카드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 감소했다. 예상하지 못한 사태로 소비 심리가 급속히 위축된 것이다.
부동산시장도 마찬가지다. 이번 일이 일어나기 전에도 주택매매 소비심리지수는 떨어지고 있었다. 심지어 서울도 지난 7월 140.6으로 정점을 찍고 4개월 연속 하락 중이다. 지난달만 해도 서울 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109.8로 전달보다 7.9포인트 내렸다.
이달에도 지수가 하락할 확률이 높다. 부동산시장도 이번 내란 사태가 완전히 종결될 때까지 매수세가 약해질 게 뻔하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에서 “무엇보다 경기 심리지표가 많이 떨어진 상태다. 경제 정책이 차질 없이 진행되는 모습을 보여 심리를 올리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내란 사태로 경제성장률 추가 하락할 수도
한국 경제에 대한 비관적 전망으로 성장률이 더 떨어질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 총재는 “과거 두 차례 탄핵 사례와 같이 경제 정책이 정치와 분리돼 유지된다면 영향이 제한적이겠으나, 대외 환경이 예전과 다른 만큼 변화에 유의해야 한다”며 “올해 경제성장률이 (현재 전망치인 2.2%보다) 조금 내려갈 가능성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올해 4분기 성장률을 전 분기 대비 0.4%로 예상했으나, 12.3 내란 사태로 여기에 미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한국은행은 내년에도 잠재성장률보다 낮은 1.9%로 제시했다. 이 총재는 감액 예산안이 성장률을 0.06%포인트 끌어내릴 수 있다고 밝혔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가 더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는 이야기다.
소매 판매지수는 2022년 2분기부터 올해 3분기까지 10개 분기 연속 하락했다. 내란 사태로 4분기도 반등이 힘들 것이다. 연말연시 특수를 기대할 수 없을 정도로 얼어붙은 소비 심리에 온기를 불어넣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돈을 풀어야 한다.
내년 예산 조기 집행만으로는 역부족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내년 예산을 상반기에 집중적으로 투입해 내수 경기를 살리겠다고 했다. 그는 18일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공동으로 한 외신간담회에서도 “673조 원의 내년 예산을 1월 1일부터 즉시 집행하고, 공공기관·민간투자·정책금융 등 가용재원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추경 편성에 대해선 유보적이었다. 일단 내년 예산 집행이 먼저라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통상적인 대응만으로는 소비의 불씨를 살리기 어렵다. 소비 진작에 필요한 추경을 신속하게 편성할 필요가 있다. 일각에서는 재정 부담과 물가 자극 등을 이유로 여전히 추경에 반대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도 건전재정을 내세워 추경을 막아왔다. 하지만 적기에 내수 경기를 살리지 못하면 재정은 더 악화할 게 뻔하다. 경기 침체로 소비와 투자가 감소하면 세금도 줄기 때문이다.
재계도 전문가도 “신속한 추경이 해법”
이창용 총재도 추경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그는 17일 긴급 현안 질의에서 민주당 정태호 의원이 현재 우리 경제가 추경이 필요한 수준이냐는 질문에 “현재 재정은 긴축 수준이라 (추경 편성에) 동의한다”고 했다.
경제단체들도 추경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윤진식 한국무역협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등 경제 4단체장은 17일 우원식 국회의장을 만난 자리에서 내수 진작을 위한 추경 예산 편성을 요구했다.
정부와 여야는 하루빨리 추경 규모와 구체적인 사용 방안에 대한 논의에 들어가야 한다. 침체가 더 깊어지면 되살리는 비용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말이 있다. 추경 편성 시기가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을 수 없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장박원 에디터jangbak6219@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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