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트럼프 '선출된 독재' 행보, 윤석열과 닮은꼴

道雨 2025. 2. 14. 16:57

트럼프 '선출된 독재' 행보, 윤석열과 닮은꼴

 

 

 

포린어페어스 “두려움·체념이 토양”

윤 쿠데타 실패를 '낮은 지지'와 연결

정부 기구 악용해 반대 세력 공격

'표적 기소'…걸리면 거의 멸문지화

사주 압박해 탐사·비판 보도 재갈

반민주 동맹 세력 범죄는 '불기소'

 

"경쟁적 권위주의 체제에서 반대 세력은 매우 힘들 수 있다. 괴롭힘과 위협에 지쳐 있는 많은 트럼프 비판자는 옆으로 빠질 유혹을 받을 것이다. 그런 도피는 위험하다. 두려움과 지침, 또는 체념이 민주주의에 대한 시민의 책무를 밀어낼 때 부상하는 권위주의(독재) 체제는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다."

 

 

"두려움·지침·체념이 독재의 토양"

포린 어페어즈, 트럼프 독재 경고

 

스티븐 레비츠키 하버드대 교수(정부학)와 루칸 웨이 토론토대 교수(정치학)는 '미국 권위주의로의 길'이란 <포린 어페어즈> 11일 자 공동 기고에서 "미국은 경쟁적 권위주의 체제를 눈앞에 두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국가 기구 무기화에 들어갔고, 그것을 반대 세력을 향해 활용하고 있다. 헌법만으론 미국 민주주의를 구할 수 없다"라면서 '참여'를 독려했다.

 

먼저 레비츠키-웨이는 '경쟁적 권위주의'(competitive authoritarianism) 체제를 설명했다.

선거 사기와 반대 세력에 대한 투옥, 망명, 살해를 일삼는 '고전적 독재'와는 달리, 여러 정당이 선거를 통한 경쟁을 하지만, 집권 세력이 권력을 악용해 반대 세력에 불리하게 운동장을 기울여 놓은 시스템이다.

다당제 선거 등 민주주의의 공식 구조물은 건드리지 않는다. 적어도 형식적으론 민주주의 헌정질서 자체를 파괴하는 데까지 가진 않는 것이다.

그러나 집권 세력이 정부 기구를 야당 등 반대 세력 공격과 비판자 통제를 위해 악용함으로써 게임을 조작한다. 정적에 대한 수사·기소, 시민사회 통제, 우호 세력 불기소와 특혜 제공 등을 들 수 있다.

'선출된 독재자'들이 국가를 '무기화'하는 것이다.

당연히 경쟁은 있으되 불공정하다.

 

* 캐시 파텔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 지명자가 30일 연방 상원 사법위원회의 인준청문회에 출석했다. 2025. 01. 30 [AP=연합뉴스]

 

 

 

정부 기구 악용해 반대 세력 공격

'표적 기소'…걸리면 거의 멸문지화

 

가장 가시적 수단은 표적 기소다.

법무부, 검찰, 세무 당국, 정보기구를 활용해, 정적과 언론사 사주, 언론인, 기업가, 대학 등에 포진한 비판자들을 수사, 기소하는 것이다.

레비츠키-웨이는 "전통적 독재에선 비판자들을 선동, 반역, 또는 내란 음모 관련 범죄로 엮었다. 그러나 오늘날 독재자들은 부패, 탈세, 명예훼손, 심지어 훨씬 더 경미한 범죄로도 엮는다"라고 소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장된 임기가 끝나기도 전에, 연방 법무부 장관에 충성파인 팜 본디, 연방수사국(FBI) 국장에 캐시 파텔을 각각 지명해 '보복'을 예고했다. 본디는 "트럼프를 기소한 자들은 기소될 것"이라고 했고, 파텔은 트럼프 정적을 기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던 인물이다.

두 교수는 "물론 선별 기소의 표적들이 모든 감옥에 가는 건 아니다. 그러나 그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며 "수사의 표적들은 자기를 방어하고자 엄청난 시간과 에너지,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 저축한 돈을 변호사비로 쓰고, 생활은 망가지고, 직업 경력은 옆으로 새게 되며, 평판은 훼손된다. 최소한 그들과 가족은 몇 달, 몇 년 걱정으로 잠 못 이룰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진입이 임박한 가운데 14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캠브리지의 하버드대 교정에서 학생들이 팔레스타인들의 안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3.10.23. AFP 연합뉴스

 

 

 

교육부, 대학 압박해 학생운동 탄압

사주 압박해 탐사·비판 보도에 재갈

 

다음은 시민사회 통제다.

선출된 독재자들은 자금을 지원하는 교육부를 활용해 비판적 학생운동의 중심지인 대학들을 압박하고, 언론 내 비판자들을 침묵시키고자 명예훼손 소송을 벌이며, 야당과 시민사회 등을 지원하는 기업들에 대한 세무조사나 반독점 조치, 정부 계약 배제, 인·허가 보류, 면세 지위 박탈을 추진한다.

 

트럼프의 경우 지금까지 ABC뉴스 CBS뉴스 등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벌여, 지난해 ABC로부터 1500만 달러(약 217억 원)를 받기로 합의했으며, CBS도 합의를 검토 중이라고 한다.

그리고 자신의 저격수였던 리즈 체니 전 공화당 의원과 뉴욕타임스나 하버드대 같은 세간의 이목을 끄는 상대들을 골라, 시범케이스로 소송을 벌임으로써, 자신의 비판자 일반에 '위축' 효과를 노리고 있다고 두 교수는 분석했다.

 

* 도널트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6일 미국 워싱턴D.C. 의회 의사당 앞에서 폭동을 벌이고 있다. 2021. 01. 06 [AP=연합뉴스 자료사진]

 

 

 

반민주 동맹 세력 범죄는 '불기소'

우호적 개인·회사·조직들엔 특혜

 

대조적으로 '반민주' 우호 세력에는, 각종 범죄에 대한 불기소 처분 등 방패 역할을 하고 특혜까지 제공한다. '충성스러운' 법무부는 언론인, 선거 당국, 정적과 시민운동가에 대한 공격이나 위협 등 친트럼프 정치폭력 행위에 눈감을 수 있고, 트럼프 지지자들의 유권자 협박 및 선거 결과 조작 시도에 대한 수사를 거부할 수도 있다.

 

트럼프는 백악관 복귀 직후 '1·6 의회 폭동' 관련자 거의 전원을 사면함으로써, 폭력이나 반민주적 행위자들을 보호할 것이란 메시지를 보냈다.

이는 거꾸로, 정부 비판자들과 독립적 언론인들은 더 잦은 위협과 노골적 공격에 직면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는 점을 뜻한다고 이들은 봤다.

 

또한 레비츠키-웨이는 "정부의 경제 정책과 규제 결정을, 정치적으로 우호적인 개인, 회사, 조직들을 보상하는 데 사용한다"며 "이런 결정들이 기술적이 아닌 정치적 근거에 의해 이뤄진다고 생각하면, 그들은 집권 세력을 지지할 강한 동기를 갖게 된다"라고 우려했다.

 

 

극렬 트럼프 세력의 모델 '헝가리'

"미국 조직들 좌파 이념에 오염"

 

두 교수는 "미국 민주주의는 2기 트럼프 행정부에서 무너질 것 같다. 성인 참정권,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 광범위한 시민 자유 보호 등 리버럴(자유) 민주주의의 표준 충족을 더는 못한다는 뜻에서 그렇다"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1기 때만 해도 대다수 공화당 지도자들이 여전히 민주적 게임 규칙에 전념하고, 기성 공화당원들과 테크노크라트들이 통치했다. 그러나 이제는 트럼프가 반트럼프 세력을 제거하고, 충성파들과 함께 공화당을 완전히 장악했기 때문이다.

 

두 교수에 따르면, 오늘의 미국 정당들은 1950년대보다 훨씬 더 양극화돼있고, 급진화된 공화당은 선거 패배 인정과 명시적 폭력 거부 같은 기본적 민주주의 규칙에 대한 오랜 헌신을 포기했다.

또한 공화당 대부분이 이제 연방정부와 공립학교에서 언론과 사립대학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조직들이 좌파 이념에 오염됐다고 여기고 있고, 권위주의 대중운동은 미국의 제도들이 '적들'에 의해 와해됐다는 생각을 품고 있다.

 

특히 1·6 폭동을 자행한 트럼프 지지자들은, 선출된 극우 독재자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이끄는 헝가리를 '모델'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레비츠키-웨이는 "오르반은 한 세대의 보수세력을 상대로, 국가는 해체돼선 안 되고 오히려 우익 대의를 추구하고, 반대자에 맞서기 위해 휘둘러야 한다고 가르쳐왔다"라고 썼다.

 

 

윤 쿠데타 실패를 '낮은 지지"와 연결

"인기 낮은 지도자들 큰 저항 직면"

 

물론 미국은 그동안 주요 국가 기관들의 정치화를 막고자 광범위한 규칙과 규범을 개발했다.

대통령 임명직에 대한 상원 인준, 종신 대법관, 연방준비제도(Fed) 의장과 FBI 국장, 연방국세청(IRS) 청장 등에 대한 임기 보장과 군의 중립 보장, 직업 공무원 고용 보호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백악관에 복귀한 트럼프는 연방 공무원 해고를 위한 '스케줄 F' 정책을 재추진하고, 임기 중에 법무장관과 FBI 국장을 교체하는 등, 기존의 관행과 규칙을 깨뜨리고 있다.

 

레비츠키-웨이의 고민 지점은, 과연 미국 민주주의의 회복력이 견고하냐는 점이다. 두 사람은 "미국은 몇몇 (민주주의) 회복력의 잠재적 원천을 지니고 있다"며 "독립된 사법부, 연방주의, 의회 양원제, 중간 선거 등은 트럼프의 권위주의 범위를 제한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1기 때 트럼프 지지율이 50%를 넘은 적이 없었다. 무능과 과도함, 인기 없는 정책, 당파적 극단성이 결합하면서, 집권 2기에도 그에 대한 지지는 제한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트럼프는 취약할 것이다. 그 행정부의 제한된 대중적 지지와 불가피한 실수는, 의회와 법정, 그리고 투표소에서 민주 세력에게 기회를 줄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두 교수는 "인기 낮은 지도자들은 입법, 법원, 시민사회, 심지어 자신의 동맹 세력으로부터 더 큰 저항에 직면한다. 그들의 권력 장악(친위쿠데타)은 실패할 가능성이 훨씬 크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페루 대통령 페드로 카스티요와 한국 대통령 윤석열은, 그들이 초헌법적 권력 장악 시도를 했을 때, 각각 지지율이 30% 미만이었다"라고 소개했다.

 

 

 

독재 저지 첫발은 '도피' 아닌 '참여'

문제는 공개적 독재 반대 비용 급증

 

문제는 '무기화된'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공개적으로 반대할 때 치러야 할 비용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두 교수는 "트럼프의 비판자들은 투옥되거나 망명하고 정치활동이 금지되진 않아도, 정치적으로 이들이 뒤로 빠지도록 만들 것이다"라면서 "FBI 수사, 세무감사, 의회 청문회, 소송, 온라인 괴롭힘, 또는 비즈니스 기회 상실 전망 등에 직면해, 정상이었으면 정부에 반대했을 많은 이들이 그냥 그런 위험과 노력이 가치가 없다고 결론 내릴 수 있다"고 썼다.

 

"이런 자기 배제 과정은 많은 대중의 주의를 끌지 못하지만, 그 결과는 매우 클 수 있다. 다가올 수사에 직면한 유망한 정치인들이 공직 생활을 떠난다.

정부 계약과 관세 면제나 유리한 반독점 결정을 구하는 CEO들은, 민주당 후보에 기부하고 시민권이나 민주주의 구상에 돈을 대고 독립 언론 투자를 중단한다.

소송과 정부의 괴롭힘을 걱정하는 사주를 둔 언론사는, 탐사팀과 그들의 가장 공격적인 기자들을 억누른다. 편집진은 자기 검열을 통해 헤드라인을 순화하고, 정부에 비판적 스토리를 출고하지 않는다.

그리고 정부 수사, 지원 자금 삭감이나 기부금에 대한 가혹한 세금을 걱정하는 대학 지도자들은, 학내 시위를 탄압하고, 거침없는 교수들을 자르거나 강등한다. 그렇게 해서 성장하는 권위주의를 맞이해 침묵하게 된다."

 

'선출된 독재'로 역행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펼쳐질 디스토피아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레비츠키-웨이 두 교수는 "반대 세력은 게임에 남아 있을 때만 승리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도피'가 아닌 '참여'가, 독재로의 진화를 막고,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출발점이란 얘기다.

 

 

 

이유 에디터yooillee22@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