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검찰은 죽었다...이재명, 문재인 전철 밟지 않아야"

道雨 2025. 3. 14. 09:40

"검찰은 죽었다...이재명, 문재인 전철 밟지 않아야"

 

 

[인터뷰] 불평등 경제학의 대가, 이정우 전 경북대 명예교수의 충언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전 청와대 정책실장)가 지난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식당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12.3 윤석열 내란사태와 향후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시대정신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유성호

 

 

 

어지러운 세상이다. 작년 말부터 초유의 현직 대통령 내란사태가 계속되고 있다.

시민들의 저항과 국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으로 민주주의 복원 기대감은 올라갔지만, 극우 세력의 폭동에 일부 정치권의 헌법재판소 흔들기가 이어지면서 국가적 혼란은 더 커졌다. 게다가 윤 대통령의 구속까지 취소되면서 사회적 긴장과 갈등은 더욱 높아지고, 민생은 점점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11일 오후 이정우 전 경북대 명예교수(경제통상학부)는 기자와 통화에서 "검찰은 죽었다"고 짧게 답했다. 이어 "오로지 대통령 한 명을 위한 자신들만의 법 논리는 국민들의 공분을 일으킬 것"이라며 "검찰 개혁이 왜 필요한지를 다시 한번 확인해 줬다"고 일갈했다.

이 전 교수와는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 식당에서 만났다. 그를 찾은 이유는 윤석열 탄핵 이후 한국 사회의 개혁 방향을 듣기 위해서였다. 그는 대구에서 태어나 경북고와 서울대 경제학과, 미국 하버드대에서 소득과 분배를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7년부터 경북대에서 '분배와 평등'을 주제로 30년 넘게 학생을 가르쳐 왔다. 학계에선 '불평등 경제학'의 대가로 꼽힌다.

시장을 중심으로 한 주류경제학에 반기를 들고, 성장과 분배의 동반성장론을 이야기 해 왔다. 지난 노무현 정부의 대통령직인수위 시절에 '참여정부'라는 이름을 지은 사람도 이 전 교수였다. 청와대 정책실장 등을 맡아 2년이 넘는 시간동안 참여정부의 경제, 사회적 정책의 토대를 만들었다.

"윤석열 석방, 검찰은 죽었다"

큰사진보기
이정우 전 경북대 명예교수(사진 오른쪽 두번째)가 지난 2월 28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 한일극장 앞에서 열린 100회 촛불집회에 참석해 윤석열 탄핵과 적폐청산을 외쳤다. ⓒ 조정훈관련사진보기

 

 


올해 나이 75세, 그는 여전히 건강해 보였다. 이날 오후에도 3시간짜리 국회 일본군 위안부 관련 토론회 좌장으로 참석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청와대 재직시절부터 지금까지 여러 경제사회 현안에 대해서 또렷하게 기억했고, 차분하면서도 분명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택시 안에서 들었다는 그는 "이번 윤석열 내란 사태가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어떤 면에서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하는가.

"우선 무능한 대통령이 5년 임기 중 절반 만에 내려오게 돼 역사가 좀 더 빨리 진행된 면이 있고, 또 하나는 상관이 대통령일지라도 명령이 잘못됐다면, 저항하고 반대해야 한다는 교훈을 국민들에게 남겼다고 본다."

- 아직 끝난 것은 아니지만, 사실 국민들이 이번에 직접 나서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단했고, 존경스러울 정도였다. 이번 사태를 통해, 회사의 사장이든, 대통령이든, 누가 명령하더라도 '이건 아니다' 싶으면 '아닙니다' 라고 말하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 이것이 민주사회다."

-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도 이제 선고만 남았다. 어떻게 예상하시나.

"당연히 재판관 전원일치, 8 대 0으로 탄핵될 거라고 본다."

- 14일(금요일) 선고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있는데( 13일 현재, 헌재의 대통령 탄핵 선고가 좀 더 늦춰질 가능성도 나온다-기자 말).

"(목소리를 높이며) 빨리 끝내야 한다. 헌재 재판관들이 장고 할수록 나라에 큰 피해가 간다. 국민들이 바로 피해자다. 국민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속전속결로 해야 한다."

"헌법재판관 좌편향? 법관 90% 보수 성향…법 위에 상식과 양심"

큰사진보기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전 청와대 정책실장)가 지난 6일 ?<오마이뉴스>와 만나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탄핵심판 선고에 대해 "헌재 재판관들이 장고 할수록 나라에 큰 피해가 간다. 국민들이 바로 피해자다. 국민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속전속결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 유성호관련사진보기

 

 


이 전 교수는 "내가 재판관이었다면, 3시간 만에 결론을 내릴 것"이라며 "그동안 이처럼 무능한 대통령이 어디에 있었는가. 당장 쫓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조용하게 말을 이어가던 그의 목소리 톤은 이미 올라가 있었다. 윤 대통령 쪽 변호인단과 극우 보수진영에서 헌법 재판관의 성향을 문제 삼는 것에 대해서도,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잘라 말했다.

"저쪽에서 일부 재판관이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 전체 법관 가운데 연구회 출신 법관은 극소수예요. 오히려 우리 법관들이 너무 보수중심으로 편향돼 있습니다. 거의 90%가 보수 성향이에요. 저는 항상 법 위에 상식과 양심이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요즘 법관들을 보면, 기술적으로 조문을 외우고 해석하는 전문가일 뿐이죠. 이를 극복해야 합니다."

- 법 위에 상식과 양심, 중요한 말씀 같다.

"미국에서 공부할 때, '차별과 불평등의 경제학' 과목을 들은 적 있다. 역대 미국 대법원의 판결문을 많이 공부했는데, 처음에는 '법을 전공하지 않은 내가 잘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선입견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판결문이 너무 쉽고, 논리가 단순해서 법률 지식이 별로 필요 없을 정도였다. 깜짝 놀랐다. 역사적인 판례들이 상식과 양심에 기초해 있었다."

- 그에 비하면 우리의 판검사들은 법 조문만을 따진다?

"그렇다. 대구에서 고용노동부 대구지방노동위원회(대구지노위) 위원을 해오다가, 윤석열 정부 들어 그만뒀다. 오랫동안 대구지노위에서 사건을 다뤘는데, 저를 포함해 위원 3명 가운데 2명이 변호사다. 사건을 다룰 때 이들 하고 많이 부딪혔다. 법 조문으로 주장하고, 저는 상식과 양심에 따라 이야기하고…어떤 날에는 3건을 심사했는데, 모두 2대 1로 결정 나기도 했다."

- 어떻게 하셨는가.

"사실 집에 돌아와 너무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어, 법조문을 다 찾아보고 했다. 그런데 이미 대법원 판례로 바뀐 것도 있었고, 해당 변호사는 그것도 모르고 다른 주장을 했다. 그래서, 대구지노위에 소수의견으로 나의 주장을 남겨달라고 했다. 중앙노동위원회에서 결과가 뒤집히기를 바랐다. 이런 경험을 너무 많이 했다."

"20년 전 대구아파트값 서울 3분의1, 지금은 10배 차이"

- 본인의 바람대로 헌재의 탄핵선고가 나오게 되면,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게 된다. 그동안 꾸준히 우리 사회의 불평등과 양극화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 오셨지만, 여전히 쉽지 않고, 오히려 더 격차가 커지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다. 사회 전반에 걸친 양극화가 심해진 지는 오래됐고, 특히 부동산을 중심으로 한 자산 불평등이 최대 수준까지 와 있다. 20년 전 청와대에서 일할 때 노무현 대통령이 '대구 아파트는 얼마 합니까'라고 물어본 적이 있었다. 내가 '대구는 서울의 3분의 1 입니다. 서울이 3배입니다'라고 했더니 '(노 대통령이) 그렇게 차이 납니까'라고 한 적이 있었다."

- 지금 서울 강남 아파트 값은 수십 억 원이 넘는데.

"지금은 대구에 비교하면 3배가 아니라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 30평형대 아파트가 수십 억 원씩 한다는 것이 말이 되나. 부동산 거품이 너무 심하다고 생각한다. 부동산 거품을 잡아야 경제가 살아난다. 그 거품을 그대로 두고는 경제가 제대로 굴러갈 수가 없다."

그는 윤석열 정부 이후, 차기 정부가 해야 할 세 가지를 꼽았다. 부동산 등 자산 거품에 의한 양극화 해소와 비정규 노동자의 노동 불평등, 교육으로 인한 부의 세습 문제 등을 들었다. 이 전 교수는 "다음 정부는 윤 정부보다 분명 진일보할 것"이라며 "이들 가운데 하나만이라도 해결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성공"이라고 했다. 그의 이야기다.

"부동산 개혁을 통해 집 없는 서민들의 고통을 어떻게 덜어주느냐가 매우 중요합니다. 점점 더 커지는 자산 양극화 문제에 적극 대응해야 하고요. 비정규 노동자들의 처우도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아요. 이들의 고통을 없애줘야 하고, 교육 문제도 매우 중요합니다. 현대판 신분 세습문제가 바로 교육과 연결돼 있죠. 저는 이 세 가지가 시대정신이라고 생각하죠."

- 사실 쉽지 않은 과제들이다.

"물론이다. 다음 정부는 이를 해결하겠다고 달려들어야 한다. 도전과 용기가 있어야 하고, 굉장한 지혜와 참을성도 필요하다. 이 가운데 한 가지만이라도 제대로 해낸다면 성공이라고 본다."

"이재명 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전철을 밟지 않았으면…포용사회로 나가야"

큰사진보기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전 청와대 정책실장)가 지난 6일 ?<오마이뉴스>와 만나 향후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시대정신에 대해 "새 정부는 포용적 성장을 바탕으로, 포용 사회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 유성호관련사진보기

 

 


-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최근에 중도보수를 지향하면서, 여러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아마 당 내부에서도 이런저런 말들이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현실적으로 민주당이 거대 야당으로서 개혁적이지 못하고, 현실에 안주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고... 개인적으로는 (이같은 지적들이)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당의 정체성, 방향성을 중도보수 놓고 가는 것보다 진보개혁을 표방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 이 대표와 민주당 입장에선 국민의힘의 극우화에 맞춰, 합리적 보수를 끌어안고 정권교체에 좀더 힘을 싣기 위한 포석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이 대표를 보면 과거에 상당히 개혁적인 발언을 해왔다. 물론 현재 지지율이 높고, (조기 대선이 치뤄질 경우) 당선 가능성이 높으니까, 몸조심을 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정치인은 몸 조심을 하면 실패하게 된다. 과감하게, 용기 있게 개혁을 이끌어야 한다."

- 일부에선 선거는 현실이다라는 의견도 여전하다.

"저는 이재명 대표가 나설 경우, 이번 대선이 치러지면 승리할 것이라고 본다. 선거에서 이기는 것이 중요하지만, 방향성을 잘 잡아야 한다. 안전하게 표를 얻기 위해 온건하고, 보수적인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정권을 잡은 후에도 그렇게 가게 된다. 그러면 결과적으로 실패하게 된다. 문재인 정부가 그랬다."

- 좀 더 설명해주신다면.

"박근혜 탄핵이후, 2017년 대선 때 문재인 캠프를 보고 걱정을 많이 했었다. 당시 캠프에 속해 있는 인사와 이야기를 나눴는데, '왜 개혁적인 정책이나 목소리가 나오지 않느냐'고 물었다. 부동산 문제를 포함해서... 그랬더니, 답변이 '그런 이야기를 하면 표 떨어진다. 몸조심 하고있다'고 하더라. 그런 몸조심이 대선 이후에도 계속 이어졌고, 결국 남는 것이 없었다. 성과가 없었다고 생각한다."

이 전 교수의 문재인 정부에 대한 평가는 냉혹했다. 이어 "'욕 먹어도 좋다'면서 대신 나라와 국민을 위해 이것만은 반드시 하겠다는 정신이 필요하다"면서 "이재명 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전철을 밟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 당선보다 중요한 것은 역사에 어떤 평가를 남기느냐가 중요하다"면서 "국민의 심판보다 더 두려워야 할 것은 역사의 심판"이라고 강조했다.

그와의 이야기는 1시간을 훌쩍 넘어섰다. 이 전 교수는 기자와 약속 이후 국회로 이동해야 했다. 정치권의 개헌 논의에 대해서도 회의적이었다. 특히 현행 소선거구제로 인한 지역주의 심화에 대해서, "굳이 헌법을 바꾸지 않고, 현행 선거법을 중대선구제로 바꾸면 될 일"이라고 했다.

자신의 대구지역에서 민주당 등 야당을 지지하는 시민들이 20%가 넘지만, 이들 의사가 전혀 시의회와 국정에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이 전 교수는 "정치 개혁의 핵심은 지역주의 타파와 금권 정치를 막는 것"이라며 "그 어려운 개헌보다 여야 합의로 선거법만 바꿔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포용'과 '관용'이라는 단어를 들면서, 차기 정부에 대한 고언도 내놓았다.

"새 정부는 포용적 성장을 바탕으로, 포용 사회로 가야 한다고 봅니다. 다양한 의견과 견해를 존중하고, 소수의 의견도 존중하는 포용 사회가 됐으면 하고요. 이를 위해서 경제사회 정책 방향도 포용적 성장에 맞췄으면 합니다. 이것은 유럽 등 서구사회에서도 학문적으로 정립돼 있고, 자산불평등, 비정규를 비롯한 노동개혁, 대중소기업간의 격차 등을 줄여 나가는 정책들이 중요하죠. '함께 잘살기', 다음 정부가 캐치 프레이즈로 걸고 했으면 합니다."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전 청와대 정책실장)가 지난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식당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12.3 윤석열 내란사태와 향후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시대정신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유성호

 

 

 

 

 

 

사진·영상: 유성호(hoyah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