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6430

칼럼: 문자문화 유적지에 선 사유의 기둥

칼럼: 문자문화 유적지에 선 사유의 기둥 * 일러스트레이션 유아영 신문 용어로서 칼럼(column)은 특별한 데가 있다. 단어의 원래 뜻은 원주 또는 두리기둥이다. 그 이미지에서 신문 용어가 탄생했다. 영자신문에서 세로로 길게 뻗은 난의 배열을 지면 레이아웃 방식으로 사용했는데, 그것이 원주의 이미지를 상기시켰기 때문이다. 칼럼은 이런 레이아웃 방식의 각 난을 가리킬 뿐만 아니라, 그 난에 실린 글 역시 가리키게 되었다.우리말 신문은 초기에 세로쓰기를 했기 때문에 지면의 난은 오히려 가로로 누운 기둥의 형태처럼 보였다. 1980년대 말부터 일간지들이 본격적으로 가로쓰기를 도입하면서 우리 신문도 세로로 된 지면 난을 갖게 되었다. 글쓰기 양식으로서 칼럼이라는 용어도 이와 더불어 널리 ..

시사, 상식 2025.06.25

코피와 망치

코피와 망치 이란 현지시각으로 22일 새벽 2시10분부터 25분 동안 이뤄진 미국의 ‘한밤의 망치’(midnight hammer) 작전이 수행됐다는 소식을 들은 뒤 공포가 엄습했다. 한동안 잊고 지냈던 한반도의 악몽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미국은 1994년과 2017년 등 최소 두번 북한의 핵시설 타격을 진지하게 검토했다. 1994년 상황을 증언한 이는 윌리엄 페리 당시 국방장관이다. 그는 2017년 10월 방영된 엔에이치케이(NHK) 인터뷰에서 “북한 핵개발 위험성을 확실히 인식한 건 취임 두달 뒤인 1994년 4월이었다. 북한이 핵을 가지면 파멸이 온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미국은 작전 수행을 위해 일본에 기지를 쓰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전쟁이 시작되면 일본 역시 북한 공격에 노출될 수밖에 없어 “..

시사, 상식 2025.06.25

‘인사청문회’라는 늪

‘인사청문회’라는 늪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를 둘러싼 공방은, 국회 인사청문회가 얼마나 정파적 다툼의 끝자락까지 갔는지를 보여준다. 대통령의 인사권 남용을 제어하기 위한 인사청문 제도는, 미국에선 200년 넘게 지속되며 문제점을 노출하긴 하지만 여전히 기본 골격은 유지하고 있다. 그에 비하면 2000년 김대중 정부 시절에 시작한 한국의 고위 공직 인사청문 제도는, 불과 20여년 만에 긍정적 의미를 거의 상실한 채 정쟁과 진영 간 쟁투의 장으로 변해버렸다. 단적인 사례가 김민석 후보자의 전 부인을 겨냥한 국민의힘 공세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의 전 부인을 인사청문회 증인으로 세우자고 요구했다.며칠 전엔 전 부인이 2020년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비상임이사로 선임된 게 의혹이 있다며 기자회견을 ..

시사, 상식 2025.06.24

‘정보 업무 정부부처 연합체’ 만들 때가 왔다

‘정보 업무 정부부처 연합체’ 만들 때가 왔다 사람은 역사를 만들고, 제도는 그것을 지속시킨다. 인사만큼 조직이 중요하다. 새 정부가 정부조직 개편을 시작했다. 외교 안보 분야의 조직 혁신도 활발하게 토론해야 한다. 다양한 쟁점이 있지만, 그중에서 핵심은 정보다. 우리도 선진국처럼 ‘정보공동체’, 즉 ‘정보 업무를 수행하는 정부 부처 연합체’를 만들 때가 왔다. 안타깝게도 현재 국가안보실의 조직도를 보면, 부처 간 정보 공유가 어려워 보인다. 국방, 외교, 통일과 같은 기능별 조직으로는 실무 수준의 부처 간 협력을 할 수 없다. 특히 정보 융합이 별도의 부서 없이 위기관리센터 안에 포함된 것도 아쉽다. 정보 융합은 수직적 차원의 정보 수집만이 아니라, 수평적 차원에서 부처가 모여 정보를 공유하고 토론..

시사, 상식 2025.06.23

경부, 인터넷, 에너지 고속도로

경부, 인터넷, 에너지 고속도로 “인공지능(AI)과 예의 바르게 대화할수록 전기를 낭비하게 된다.”오픈에이아이의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이 던진 한마디가 얼마 전 화제가 됐다. 인공지능과 나누는 인사말 한줄조차도 상당한 전력을 소모한다는 사실은, 지금 우리가 맞이하고 있는 시대의 본질을 단적으로 보여준다.인공지능의 도래와 함께 전기는 공장이나 가정의 동력원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를 작동시키는 핵심 자원이 되고 있다.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인류가 ‘석탄의 시대’와 ‘석유의 시대’를 넘어 ‘전기의 시대’로 본격 진입했음을 선언했다. 뭔 새삼스러운 선언인가 싶다. 하지만 이마저도 부족하다.필자가 보기엔, 산업의 전기화를 넘어, 인지와 신뢰마저 전기로 구현하는 ‘문명의 전기화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시사, 상식 2025.06.23

박근혜 정부가 영구정지한 핵발전소

박근혜 정부가 영구정지한 핵발전소 “만약 26일 해체 승인이 나면,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에 따라 2017년 6월 고리 1호기가 영구정지된 이후 8년 만에 본격 해체 작업이 진행된다.” 부산 기장군에 있는 고리 원전 1호기 해체와 관련한 한 언론 기사다.원자력안전위원회가 오는 26일 8년 만에 성안된 고리 1호기의 해체계획을 승인할지를 정하는데, 기사는 당시 한달 남짓 된 문재인 정부가 고리 1호기를 영구정지한 것처럼 써놨다. 고리 1호기는 1978년 4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상업운전을 시작한 핵발전소다. 또 다른 기사는 고리 1호기가 “2007년 최초 설계수명인 30년 운전을 마친 뒤 2008년 ‘10년간 계속 운전’을 승인받았지만, 2017년 6월 ‘탈원전 정책’하에 영구정지됐다”고 전했다..

시사, 상식 2025.06.23

이재명과 룰라, 참 닮은 두 지도자의 삶과 투쟁

이재명과 룰라, 참 닮은 두 지도자의 삶과 투쟁 가난과 역경 뚫고 성취 이룩한 공통점극한 탄압을 민중의 지지로 돌파 복귀개인의 시련을 사회적 연대로 이겨내자신의 영광보다 민중의 행복 우선시 인생은 때때로 잔인하다. 특히 가난한 이들에게, 사회는 더 깊고 날카로운 상처를 남긴다. 그러나 가난이 운명이 아닌 투쟁의 출발점이 될 때, 우리는 그 속에서 인간의 위대한 가능성을 본다.한국의 이재명 대통령(1963- )과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1945- ) 대통령, 이 두 사람의 이름은 그 자체로 ‘밑바닥에서 피어난 희망’의 상징이다. 단지 성공한 정치인이 아니라, 진짜 삶을 살아낸 사람이라는 면에서 그들의 삶은 서로 닮아 있다.가난, 노동, 억압, 그리고 민중을 향한 한결같은 마음까지. * 이..

시사, 상식 2025.06.20

LA에 군 투입한 트럼프, 계엄령 빌드업인가

LA에 군 투입한 트럼프, 계엄령 빌드업인가 극우세력, 내란 선동…미국 배회하는 파시즘 유령 * 지난 6월 14일 미국 LA 다운타운 시청사 앞에서 모인 시위대의 모습. 뉴스M 제공. 2백여 년 전 미국은 혁명을 통해 영국 왕정으로부터 독립을 쟁취했고, 인류 역사상 최초로 근대적 민주헌법을 토대로 한 민주공화정을 세웠다. 그러나 지금 미국 민주주의는 벼랑 끝에 서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의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것을 우려하는 사람들은 최근에 발표된 두 개의 기고문에 주목해야 한다. 존 페퍼 미국외교정책포커스 소장과 데이비드 프럼 비평가의 기고글이다. "트럼프에게 LA 군대 투입은 드레스 리허설" 존 페퍼 소장은 최근 한겨레신문 기고문, '트럼프의 점진적 계엄령'에서 이렇게 밝혔다."개빈 뉴섬 ..

시사, 상식 2025.06.20

부동산 양극화와 종부세 트라우마

부동산 양극화와 종부세 트라우마 지인은 50년 된 아파트에 산다. 집 앞 현관 천장에 덮개 없이 덩그러니 형광등이 달렸다. 바퀴벌레가 출몰해 밤잠을 설친 적도 잦았다.낡은 아파트엔 지상 주차장만 있다. 빈틈없이 빼곡히 주차된 차들은 하나같이 고급 외제 차다. 주차 요원은 능숙한 솜씨로 방문객 차량까지 발레파킹해 줬다.이곳은 오랫동안 강남의 부를 상징한 압구정 현대아파트다. 지난해 봄 지인 집을 찾아갔을 때, 한강변을 접한 지인이 사는 동의 아파트는 80억원에 거래됐다. 호가가 크게 뛰어 이제 115억원이 넘는다.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재지정과 재건축 기대감이 겹쳐 매물은 자취를 감췄다.이곳은 보통 사람에게 현실감 있게 와닿지 않는 또 다른 세계다. 필자가 사는 서울 외곽 30년 된 아파트 단지들은..

시사, 상식 2025.06.20

돌아온 '민주 한국' 브릭스 주요국과 소통 길 텄다

돌아온 '민주 한국' 브릭스 주요국과 소통 길 텄다 [이재명 대통령, 캐나다 G7 정상회의 참석 총평]남아공, 인도, 브라질 잇단 회동 교역, 자원 협력 논의두 차례 업무오찬 연설…에너지 안보, AI 생태계 강조영국, 일본, 캐나다 정상과도 상견례, 협력 강화 약속G7은 '공동 코뮈니케' 도출에 실패, 트럼프 반대 탓우크라전, 러시아 지위 둘러싸고 미·유럽 이견 확인 중동사태로 빛 바랜 캐나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17일 끝났다. 전통적인 폐막 공동 코뮈니케는 채택하지 못했다. 첫 국제무대에 진출한 이재명 대통령도 다양한 양자, 다자 접촉을 마무리하고 귀로에 올랐다. * 이재명 대통령이 17일 캐나다 앨버타주 카나나스키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가 정상 기념촬영 뒤 루이스 이..

시사, 상식 2025.06.19

대한민국 법원은 판결문을 공개하라

대한민국 법원은 판결문을 공개하라 “그래서 그런 연구를 안 하잖아요.”한국에 올 때마다 법학자들에게 매번 듣는 말이다. 나의 주요 연구 주제 중 하나는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들을 대상으로 행해지는 사법폭력이다. 다만, 나는 몇건의 판결을 중심으로 한 사례 연구보다는, 특정 시기, 특정 사안에 대한 판결 전체를 분석함으로써, 그 경향을 이론화하는 것에 관심이 있다.그래서 지난 수십년 동안의 판결문을 전수조사 중이라고 얘기하면, 항상 똑같은 반응이 돌아온다. ‘경악스러움’과 ‘안쓰러움’.판결문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든데, 전수조사를 한다는 사실에 경악하고, 굳이 그 고생을 사서 하는 내가 안쓰럽다고 한다. 솔직히 힘든 것은 사실이다. ‘인공지능(AI) 3대 강국’을 목표로 한다는 이 시대에, 판결..

시사, 상식 2025.06.19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가 놓쳐서는 안 될 것들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가 놓쳐서는 안 될 것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통합과 실용을 강조했다.이 대통령은 “분열의 정치를 끝낸 대통령이 되겠다.(…) 민생·경제·안보·평화·민주주의 등 내란으로 무너지고 잃어버린 것들을 회복하고, 지속적으로 성장 발전하는 사회를 만들겠다”며 “정의로운 통합정부, 유연한 실용정부가 될 것”이라 했다. 윤석열 검사정권은 국민들을 분열시키고 민생을 도탄에 빠뜨렸으며 안보를 위태롭게 했다. 3년 내내 극단적인 정치 분열을 조장하고, 경제·외교안보 등 국정 전반을 경직적·편향적으로 운용한 탓이 크다.통합과 실용은 이런 총체적 난국을 헤쳐나가는 데 적절한 나침반으로 여겨진다. 윤 전 대통령은 입만 열면 자유 타령을 했으나, 실제로는 매우 이념적이고 경직적이었다. 재정 정책만..

시사, 상식 2025.06.19

후기파시즘 사회를 넘어서

후기파시즘 사회를 넘어서 * 지난 1월25일 오후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로 열린 퇴진 촉구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내란 피의자 윤석열 전 대통령을 히틀러처럼 풍자한 천을 두르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윤석열 내란 사태를 겪으며, 우리는 한국 사회가 민주주의 사회라기보다는 후기파시즘 사회에 가깝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시 말해, 군사독재에서 민주주의로 이행한 사회가 아니라, 전기파시즘에서 후기파시즘으로 이행한 사회가 아닐까라는 충격적인 인식에 이르게 된 것이다. 권위 있는 파시즘 연구자인 테오도어 아도르노는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파시즘보다 민주주의 속에서의 파시즘이 더 위험하다”고 했다.‘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파시즘’이 전기파시즘이라면, ‘민주주의 속에서..

시사, 상식 2025.06.18

방어적 민주주의와 유튜브 규제

방어적 민주주의와 유튜브 규제 * 신남성연대 대표 배인규씨가 지난 2월27일 서울시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 촉구 시국선언’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이들이 들고 있던 손팻말을 빼앗아 뜯어 먹고 있다. 신남성연대 유튜브 갈무리 ‘방어적 민주주의’라는 개념이 있다.민주주의는 민주주의를 파괴하려는 세력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할 수단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다.민주주의는 자유와 다원주의를 표방하는데, 이런 속성 탓에 내재적 취약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 주장의 핵심 논거다. 다원주의를 강조하다 보면 ‘민주주의의 적’마저 용인하게 되고, 결국 그들이 힘을 키워 민주주의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민주적인 헌법을 가졌던 바이마르공화국이 히틀러의 ..

시사, 상식 2025.06.17

이란은 왜 이스라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나?

이란은 왜 이스라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나? 결정타는 방어망 허문 첩보요원 사전침투 공작침투공작에 반영된 이란의 내부 분열과 약체화핵협상 진행 중 공격 않을 것으로 본 이란 오판미국, 이스라엘 사전 통지받는 등 공모 가능성반이스라엘 친이란 이슬람 ‘협력 세력’의 붕괴공격은 연립정권 유지 위한 네타냐후의 선택? *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받고 있는 이스라엘 텔아비브. 요격망을 뚫고 도심에 떨어진 미사일이 폭발하면서 밝은 빛과 연기를 내뿜고 있다. 뉴욕타임스 6월 14일 “우리 방공망은 도대체 어디 있는거야?” “어떻게 이스라엘이 뭐든지 그들이 원하는 대로 공격하고 우리 군 사령관들을 죽일 수 있었나? 우린 왜 그걸 막지 못했지?” 13일 새벽에 시작된 이스라엘군의 공격에 사실상 속수무책으로 ..

시사, 상식 2025.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