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6419

특검이 입증할 것은 ‘국민주권’

특검이 입증할 것은 ‘국민주권’ 1972년 6월17일 백악관과 리처드 닉슨 재선 위원회의 사주를 받은 5명의 괴한이,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워싱턴디시의 워터게이트 지역에 있는 민주당 전국위원회 사무실에 침입해 불법적인 도청 등을 하다가 적발됐다.이 사건은 처음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상원에 의해 진상조사위원회가 설치되고, 언론들이 보도를 시작하며 사건이 커졌다. 닉슨이 임명한 엘리엇 리처드슨 법무장관은, 하버드 로스쿨 교수이며 송무차관을 지낸 아치볼드 콕스를 특별검사로 임명했다.상원 청문회를 통해서 닉슨이 백악관 집무실에 녹음기를 설치해서 모든 대화를 녹음한 사실이 밝혀지자, 콕스는 닉슨에게 워터게이트 사건과 관계된 녹음테이프 전부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닉슨은 이를 거절하고 콕스..

시사, 상식 2025.06.27

민주주의 후퇴가 부른 전쟁의 암운을 우려하며

민주주의 후퇴가 부른 전쟁의 암운을 우려하며 * 3D 프린팅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미니어처가 호르무즈 해협과 이란을 표시한 지도를 가리키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2025년 6월, 세계는 두개의 전쟁을 동시에 목도하며 불안한 여름을 맞이하고 있다.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폭격.지리적 맥락과 표면적 명분은 다르지만, 두 전쟁은 마치 거울처럼 서로를 비추며, 21세기 국제정치의 치명적인 공통점을 드러낸다. 그것은 바로 실패한 외교와 파탄 난 국제질서의 폐허 위에서, 오직 ‘승리’만을 외치는 권위주의적 지도자들이 자국민과 세계를 위험한 도박으로 밀어 넣고 있다는 점이다. 러시아는 6월 들어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를 향해 문명 파괴에 가까운 공습을 퍼붓고 있다. 자신이 보..

시사, 상식 2025.06.27

호르무즈는 봉쇄된 적이 없다

호르무즈는 봉쇄된 적이 없다 지난 22일 미국이 이란의 핵시설 3곳을 공습하자, 이란 의회가 보복 차원에서 당일 곧바로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의결해, 전세계가 긴장했다. 호르무즈해협은 페르시아만에서 인도양으로 빠져나오는 좁은 바닷길로, 전세계 석유 무역의 30%, 액화천연가스(LNG) 무역의 20%가 이뤄지는 수송로다. 폭이 좁아 군사적으로는 이란이 육지에서도 지나는 배를 공격할 수 있다. 만일 이 해협이 봉쇄된다면, 석유운송망이 마비돼 국제 유가가 급등하게 된다. 특히 한국은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쿠웨이트,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산 수입 원유의 99%를 이 해협을 통해 들여오기 때문에, ‘호르무즈해협 봉쇄’는 곧바로 한국 경제 마비로 이어질 수 있다. 호르무즈해협은 이란 본토에서 6㎞ 떨어..

시사, 상식 2025.06.26

미국의 이란 공습, 명분도 목표도 이라크 침공 ‘빼박’

미국의 이란 공습, 명분도 목표도 이라크 침공 ‘빼박’ 핵무기화 막으려고? 혼돈 씨뿌리기!자유와 민주주의로 거듭난 이란은 'NO'"핵이 아닌 지역강국 이란 자체 노려""세계가 이스라엘에 압력을 가해, 정착민-식민 프로젝트 포기시켜야" "이란에 대한 합동 공격의 목표는 지역적 지배 확보를 위한 혼란과 불안정의 씨 뿌리기다." 캐나다 마운트 로얄대의 무한나드 아야쉬 교수(사회학)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 진짜 바라는 것'이란 23일 자 알자지라 기고에서 단도직입으로 이렇게 지적했다.팔레스타인 정책 분석가이기도 한 그는 알-쿠드스(동예루살렘)의 실완 태생으로 캐나다로 이민 갔다. 이 글에서 아야쉬 교수는 미국이 21일 포르도·나탄즈·이스파한 등 이란의 3개 핵시설을 폭격한 걸 보면서, 2003년 조지..

시사, 상식 2025.06.25

칼럼: 문자문화 유적지에 선 사유의 기둥

칼럼: 문자문화 유적지에 선 사유의 기둥 * 일러스트레이션 유아영 신문 용어로서 칼럼(column)은 특별한 데가 있다. 단어의 원래 뜻은 원주 또는 두리기둥이다. 그 이미지에서 신문 용어가 탄생했다. 영자신문에서 세로로 길게 뻗은 난의 배열을 지면 레이아웃 방식으로 사용했는데, 그것이 원주의 이미지를 상기시켰기 때문이다. 칼럼은 이런 레이아웃 방식의 각 난을 가리킬 뿐만 아니라, 그 난에 실린 글 역시 가리키게 되었다.우리말 신문은 초기에 세로쓰기를 했기 때문에 지면의 난은 오히려 가로로 누운 기둥의 형태처럼 보였다. 1980년대 말부터 일간지들이 본격적으로 가로쓰기를 도입하면서 우리 신문도 세로로 된 지면 난을 갖게 되었다. 글쓰기 양식으로서 칼럼이라는 용어도 이와 더불어 널리 ..

시사, 상식 2025.06.25

코피와 망치

코피와 망치 이란 현지시각으로 22일 새벽 2시10분부터 25분 동안 이뤄진 미국의 ‘한밤의 망치’(midnight hammer) 작전이 수행됐다는 소식을 들은 뒤 공포가 엄습했다. 한동안 잊고 지냈던 한반도의 악몽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미국은 1994년과 2017년 등 최소 두번 북한의 핵시설 타격을 진지하게 검토했다. 1994년 상황을 증언한 이는 윌리엄 페리 당시 국방장관이다. 그는 2017년 10월 방영된 엔에이치케이(NHK) 인터뷰에서 “북한 핵개발 위험성을 확실히 인식한 건 취임 두달 뒤인 1994년 4월이었다. 북한이 핵을 가지면 파멸이 온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미국은 작전 수행을 위해 일본에 기지를 쓰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전쟁이 시작되면 일본 역시 북한 공격에 노출될 수밖에 없어 “..

시사, 상식 2025.06.25

‘인사청문회’라는 늪

‘인사청문회’라는 늪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를 둘러싼 공방은, 국회 인사청문회가 얼마나 정파적 다툼의 끝자락까지 갔는지를 보여준다. 대통령의 인사권 남용을 제어하기 위한 인사청문 제도는, 미국에선 200년 넘게 지속되며 문제점을 노출하긴 하지만 여전히 기본 골격은 유지하고 있다. 그에 비하면 2000년 김대중 정부 시절에 시작한 한국의 고위 공직 인사청문 제도는, 불과 20여년 만에 긍정적 의미를 거의 상실한 채 정쟁과 진영 간 쟁투의 장으로 변해버렸다. 단적인 사례가 김민석 후보자의 전 부인을 겨냥한 국민의힘 공세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의 전 부인을 인사청문회 증인으로 세우자고 요구했다.며칠 전엔 전 부인이 2020년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비상임이사로 선임된 게 의혹이 있다며 기자회견을 ..

시사, 상식 2025.06.24

‘정보 업무 정부부처 연합체’ 만들 때가 왔다

‘정보 업무 정부부처 연합체’ 만들 때가 왔다 사람은 역사를 만들고, 제도는 그것을 지속시킨다. 인사만큼 조직이 중요하다. 새 정부가 정부조직 개편을 시작했다. 외교 안보 분야의 조직 혁신도 활발하게 토론해야 한다. 다양한 쟁점이 있지만, 그중에서 핵심은 정보다. 우리도 선진국처럼 ‘정보공동체’, 즉 ‘정보 업무를 수행하는 정부 부처 연합체’를 만들 때가 왔다. 안타깝게도 현재 국가안보실의 조직도를 보면, 부처 간 정보 공유가 어려워 보인다. 국방, 외교, 통일과 같은 기능별 조직으로는 실무 수준의 부처 간 협력을 할 수 없다. 특히 정보 융합이 별도의 부서 없이 위기관리센터 안에 포함된 것도 아쉽다. 정보 융합은 수직적 차원의 정보 수집만이 아니라, 수평적 차원에서 부처가 모여 정보를 공유하고 토론..

시사, 상식 2025.06.23

경부, 인터넷, 에너지 고속도로

경부, 인터넷, 에너지 고속도로 “인공지능(AI)과 예의 바르게 대화할수록 전기를 낭비하게 된다.”오픈에이아이의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이 던진 한마디가 얼마 전 화제가 됐다. 인공지능과 나누는 인사말 한줄조차도 상당한 전력을 소모한다는 사실은, 지금 우리가 맞이하고 있는 시대의 본질을 단적으로 보여준다.인공지능의 도래와 함께 전기는 공장이나 가정의 동력원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를 작동시키는 핵심 자원이 되고 있다.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인류가 ‘석탄의 시대’와 ‘석유의 시대’를 넘어 ‘전기의 시대’로 본격 진입했음을 선언했다. 뭔 새삼스러운 선언인가 싶다. 하지만 이마저도 부족하다.필자가 보기엔, 산업의 전기화를 넘어, 인지와 신뢰마저 전기로 구현하는 ‘문명의 전기화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시사, 상식 2025.06.23

박근혜 정부가 영구정지한 핵발전소

박근혜 정부가 영구정지한 핵발전소 “만약 26일 해체 승인이 나면,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에 따라 2017년 6월 고리 1호기가 영구정지된 이후 8년 만에 본격 해체 작업이 진행된다.” 부산 기장군에 있는 고리 원전 1호기 해체와 관련한 한 언론 기사다.원자력안전위원회가 오는 26일 8년 만에 성안된 고리 1호기의 해체계획을 승인할지를 정하는데, 기사는 당시 한달 남짓 된 문재인 정부가 고리 1호기를 영구정지한 것처럼 써놨다. 고리 1호기는 1978년 4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상업운전을 시작한 핵발전소다. 또 다른 기사는 고리 1호기가 “2007년 최초 설계수명인 30년 운전을 마친 뒤 2008년 ‘10년간 계속 운전’을 승인받았지만, 2017년 6월 ‘탈원전 정책’하에 영구정지됐다”고 전했다..

시사, 상식 2025.06.23

이재명과 룰라, 참 닮은 두 지도자의 삶과 투쟁

이재명과 룰라, 참 닮은 두 지도자의 삶과 투쟁 가난과 역경 뚫고 성취 이룩한 공통점극한 탄압을 민중의 지지로 돌파 복귀개인의 시련을 사회적 연대로 이겨내자신의 영광보다 민중의 행복 우선시 인생은 때때로 잔인하다. 특히 가난한 이들에게, 사회는 더 깊고 날카로운 상처를 남긴다. 그러나 가난이 운명이 아닌 투쟁의 출발점이 될 때, 우리는 그 속에서 인간의 위대한 가능성을 본다.한국의 이재명 대통령(1963- )과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1945- ) 대통령, 이 두 사람의 이름은 그 자체로 ‘밑바닥에서 피어난 희망’의 상징이다. 단지 성공한 정치인이 아니라, 진짜 삶을 살아낸 사람이라는 면에서 그들의 삶은 서로 닮아 있다.가난, 노동, 억압, 그리고 민중을 향한 한결같은 마음까지. * 이..

시사, 상식 2025.06.20

LA에 군 투입한 트럼프, 계엄령 빌드업인가

LA에 군 투입한 트럼프, 계엄령 빌드업인가 극우세력, 내란 선동…미국 배회하는 파시즘 유령 * 지난 6월 14일 미국 LA 다운타운 시청사 앞에서 모인 시위대의 모습. 뉴스M 제공. 2백여 년 전 미국은 혁명을 통해 영국 왕정으로부터 독립을 쟁취했고, 인류 역사상 최초로 근대적 민주헌법을 토대로 한 민주공화정을 세웠다. 그러나 지금 미국 민주주의는 벼랑 끝에 서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의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것을 우려하는 사람들은 최근에 발표된 두 개의 기고문에 주목해야 한다. 존 페퍼 미국외교정책포커스 소장과 데이비드 프럼 비평가의 기고글이다. "트럼프에게 LA 군대 투입은 드레스 리허설" 존 페퍼 소장은 최근 한겨레신문 기고문, '트럼프의 점진적 계엄령'에서 이렇게 밝혔다."개빈 뉴섬 ..

시사, 상식 2025.06.20

부동산 양극화와 종부세 트라우마

부동산 양극화와 종부세 트라우마 지인은 50년 된 아파트에 산다. 집 앞 현관 천장에 덮개 없이 덩그러니 형광등이 달렸다. 바퀴벌레가 출몰해 밤잠을 설친 적도 잦았다.낡은 아파트엔 지상 주차장만 있다. 빈틈없이 빼곡히 주차된 차들은 하나같이 고급 외제 차다. 주차 요원은 능숙한 솜씨로 방문객 차량까지 발레파킹해 줬다.이곳은 오랫동안 강남의 부를 상징한 압구정 현대아파트다. 지난해 봄 지인 집을 찾아갔을 때, 한강변을 접한 지인이 사는 동의 아파트는 80억원에 거래됐다. 호가가 크게 뛰어 이제 115억원이 넘는다.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재지정과 재건축 기대감이 겹쳐 매물은 자취를 감췄다.이곳은 보통 사람에게 현실감 있게 와닿지 않는 또 다른 세계다. 필자가 사는 서울 외곽 30년 된 아파트 단지들은..

시사, 상식 2025.06.20

돌아온 '민주 한국' 브릭스 주요국과 소통 길 텄다

돌아온 '민주 한국' 브릭스 주요국과 소통 길 텄다 [이재명 대통령, 캐나다 G7 정상회의 참석 총평]남아공, 인도, 브라질 잇단 회동 교역, 자원 협력 논의두 차례 업무오찬 연설…에너지 안보, AI 생태계 강조영국, 일본, 캐나다 정상과도 상견례, 협력 강화 약속G7은 '공동 코뮈니케' 도출에 실패, 트럼프 반대 탓우크라전, 러시아 지위 둘러싸고 미·유럽 이견 확인 중동사태로 빛 바랜 캐나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17일 끝났다. 전통적인 폐막 공동 코뮈니케는 채택하지 못했다. 첫 국제무대에 진출한 이재명 대통령도 다양한 양자, 다자 접촉을 마무리하고 귀로에 올랐다. * 이재명 대통령이 17일 캐나다 앨버타주 카나나스키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가 정상 기념촬영 뒤 루이스 이..

시사, 상식 2025.06.19

대한민국 법원은 판결문을 공개하라

대한민국 법원은 판결문을 공개하라 “그래서 그런 연구를 안 하잖아요.”한국에 올 때마다 법학자들에게 매번 듣는 말이다. 나의 주요 연구 주제 중 하나는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들을 대상으로 행해지는 사법폭력이다. 다만, 나는 몇건의 판결을 중심으로 한 사례 연구보다는, 특정 시기, 특정 사안에 대한 판결 전체를 분석함으로써, 그 경향을 이론화하는 것에 관심이 있다.그래서 지난 수십년 동안의 판결문을 전수조사 중이라고 얘기하면, 항상 똑같은 반응이 돌아온다. ‘경악스러움’과 ‘안쓰러움’.판결문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든데, 전수조사를 한다는 사실에 경악하고, 굳이 그 고생을 사서 하는 내가 안쓰럽다고 한다. 솔직히 힘든 것은 사실이다. ‘인공지능(AI) 3대 강국’을 목표로 한다는 이 시대에, 판결..

시사, 상식 2025.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