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경주박물관에 가짜 유물 5점 있다
▲ 중앙박물관에 소장된 경주 입실리 출토 진품 투겁창(왼쪽)과 이를 복제한 경주박물관 투겁창. 좌우가 바뀌어 촬영됐지만, 겉보기에는 거의 똑같다. 경주박물관 것은 지금까지 복제품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해외에도 전시됐다. 진품 길이 31.7㎝.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이건무 前국립중앙박물관장 주장 동검 등 초기 철기시대 대표유물 발견 직후 제작되었던 복제품들 해방 후 일본인 소장자가 반환
국립경주박물관이 소장·전시하고 있는 초기 철기시대의 대표적 유물 5점이 사실은 가짜(복제품)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문제의 유물은 1920년 경주 입실리에서 동해선 철도공사 도중 발견된 동검 2점, 투겁창(동모) 2점, 꺾창(동과·銅戈) 1점이다.
BC 2~1세기 것으로, 발견 직후 복제품이 제작됐지만 광복 직후 일본인으로 추정되는 복제품 소장자가 경주박물관에 놓고 갔다는 것이다. 진품은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사실은 그간 알려지지 않았으며, 가짜 유물은 초기 철기시대를 대표하는 문화유산으로 각종 책자에 소개됐다.
해외에서도 전시됐다. 이건무 전 국립중앙박물관장(현 용인대 교수)은 오는 13~15일 경주박물관에서 열리는 국제 학술대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한다.
이 교수가 가짜라고 지적한 유물 5점은 1945년 8월 경주박물관에 들어온 것으로 유물카드에 기록돼 있다. 그러나 조선총독부박물관은 1921년 3월 31일, 이 유물과 ‘똑같은’ 입실리 출토 유물 5점을 일본인 모루오카로부터 구입했다. 이 유물은 광복 이후 중앙박물관이 인수했다.
이 교수는 1970년대 중반, 경주박물관에서 일하면서 중앙박물관과 경주박물관에 ‘똑같은’ 유물 5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같은 거푸집에서 주조하면 동일한 청동기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이후 면밀히 검토한 결과 두 박물관에 소장된 유물은 동일한 거푸집에서 만든 게 아니었다.
우선 경주박물관 유물의 무늬나 가는 선 등은 중앙박물관 것만큼 선명하지 않았다. 크기도 경주박물관 것이 중앙박물관 것에 비해 모두 1~2㎜씩 작았다.
경주박물관 것은 중앙박물관 것에 비해 색깔도 짙었다. 제작 양식 등으로 볼 때 두 박물관이 소장한 유물 5점은 ‘한 세트’였지만, 똑같은 유물은 아닌 것이다.
이 교수는 “중앙박물관 진품을 진흙에 찍어서 틀을 만든 뒤 경주박물관 것을 주조했기 때문에 초래된 결과”라고 했다. 복제품인 경주박물관 것의 무늬가 선명하지 않은 이유는 여기에 있다. 또한 진흙틀은 진흙이 마르면서 축소되기 때문에, 이것으로 만든 복제품(경주박물관 것)은 진품보다 약간 작을 수밖에 없다.
경주박물관 것이 복제품이라는 결정적인 증거는 자루를 꽂는 투겁창 내부 공간에 있었다.
중앙박물관 것은 나무로 된 창 자루를 꽂을 수 있도록 창 내부에 10㎝ 이상 구멍이 깊게 패어 있었지만, 경주박물관 것은 3~4㎝ 정도밖에는 파이지 않았다. 투겁창의 자루 구멍을 만들 때는 진흙 같은 것으로 자루 구멍 모양을 만든 뒤 이를 거푸집에 넣어서 빈 공간을 만든다.
그러나 경주박물관 것은 진품을 진흙틀에 찍어 만들면서 이 과정을 생략하다 보니 구멍이 깊게 파이지 못한 것이다. 때문에 자루가 창에 깊게 박힐 수 없는 경주박물관 것은 실제 창으로 사용할 수 없다.
문화재 전문가들은 “반론의 여지가 없는 주장”이라며 “최근 청동기 복제품 제작이 더욱 정교해진 만큼 청동기 유물의 진위 여부를 살필 때 반드시 참고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발표 논문에서 “BC 4세기 유적인 대전 괴정동이나 충남 예산 동서리, 아산 남성리 등에서 출토된 청동기 유물 중 제작 시기가 차이가 나는 것들이 있는데, 선대(先代)로부터 물려받은 유물이 있다는 것을 뜻한다”며 “이는 당시 권력이나 지위가 세습되는 등 조직화된 정치체제가 출현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도 지적했다.
***************************<조선일보/ 신형준 기자 2007.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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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박물관 '가짜유물' 입장 표명
소장하고 있으나 전시되진 않아
국립경주박물관이 홈페이지를 통해 가짜유물에 대한 입장을 표명했다.
경주박물관은 현재 ‘복제품 유물’을 소장하고는 있지만 현재 전시되어 있지 않다고 밝혔다. ‘가짜 유물’에 대한 기사는 10월 13일~14일 국립경주박물관이 개최하는 국제학술심포지엄에서 발표될 예정인 이건무(전 국립중앙박물관장) 용인대학교 교수의 글을 토대로 작성되었으며,
이 발표문에 언급된 바와 같이, 경주 입실리 출토 청동기는 1920년에 발견되었으나 민간에 흩어졌고, 이후 여러 곳에 흩어진 유물 가운데 5점을 조선총독부박물관이 구입하여 이후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이 되었으며, 현재 경주박물관에서 대여하여 진품을 전시하고 있다.
광복 이후 몇 차례 이 복제품을 전시에 활용한 적이 있지만, 80년대 초 이건무 교수에 의해 복제품인 것이 확인되어 창고에 격납하고 중앙박물관으로부터 진품을 옮겨와 전시에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10월 13일~14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개최되는 국제학술심포지엄에 맞추어 복제품을 공개할 예정이다.
********************************** <경주인터넷신문 2007.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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