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고추성분 캅사이신, 모르핀 대신 쓴다

道雨 2007. 10. 31. 11:51

 

 

 

     고추성분 캅사이신, 모르핀 대신 쓴다


 
(워싱턴 AP=연합뉴스) 고추의 매운맛을 내는 주성분인 캅사이신이 차세대 강력진통제로 부상하고 있다.

세계 의학계는 캅사이신이 신경의 핵심적인 통증감지세포를 차단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를 부작용 없는 만성진통제로 개발하기 위한 연구와 실험에 열을 올리고 있다.

만성통증을 감지하는 신경세포에는 출입문이라고 할 수 있는 수용체(TRPV-1)가 있는데 캅사이신은 이 수용체와 결합해 그 안으로 들어가 다른 기능을 가진 신경은 건드리지 않고 만성통증을 감지하는 신경만을 마비시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의 아네시바 제약회사는 순도가 매우 높은 캅사이신인 아들레아(Adlea)를 개발, 무릎관절 또는 고관절치환수술 같은 상당한 통증을 수반하는 수술에서 수술상처 조직에 직접 이를 투입한 뒤 수술상처를 봉합하는 실험을 시도하고 있다.

수술로 노출된 신경조직에 캅사이신을 대량 투여하면 수술상처가 회복되는 몇 주동안 통증감지신경이 마비돼 환자가 통증을 덜 느끼고 따라서 모르핀같은 마약성 진통제 투여량도 줄일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실제로 무릎관절치환수술을 받는 환자 50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에게만 캅사이신을 수술상처 조직에 투입한 뒤 5분 기다렸다가 봉합하고 수술 후 통증의 정도를 관찰한 결과 캅사이신 그룹이 대조군에 비해 수술 후 48시간동안 모르핀 주사를 덜 맞고 수술 후 2주동안 통증도 덜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네시바 연구팀은 캅사이신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현재 더 많은 수술환자를 대상으로 더 많은 양의 캅사이신을 투여하는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한편 덴마크의 통증전문의 에스케 아스방 박사는 최근 미국마취학회 학술회의에서 연구발표를 통해 개복 탈장수술 환자 41명 중 일부에게 봉합 전 수술상처에 캅사이신을 투여한 결과 수술 후 3일동안 다른 환자에 비해 통증을 덜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세계 의학계는 캅사이신의 이러한 임상시험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많은 통증이 수반되는 수술환자에게는 진통제로 모르핀 주사가 필수처럼 돼있지만 부작용이 많아 사용이 제한되고 있는데 비해 캅사이신은 몸 전체가 아닌 수술상처 조직에만 단 한 번 투여로 끝나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s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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