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화재

573년만에 복원된 신자격루는 ‘타격루’

道雨 2008. 1. 19. 16:33

 

 

       

              573년 만에 복원된 신자격루는 '타격루'

    

                       시간 알리는 구슬 흐르다 멈춰… 사람이 흘려줘야 
                       계측 8시간 동안 26분 빨라… “시계 기능 없다”

 

 

 

             



  573년 만에 복원한 자격루(自擊漏)는 ‘공식 운행’ 첫날인 28일부터 삐걱댔다. 이날 오전 9시에 맞춘 시계는 오후 4시30분쯤, 26분 정도 빨라졌다.

  시간을 알리는 구슬이 종종 궤도에서 흐르다가 멈춰 사람이 구슬을 흘려보내야 했다. 스스로 시간을 알리는 ‘자격루’가 아니라 ‘타격루(他擊漏)’인 것이다.

  자격루는 국립고궁박물관의 의뢰로, 건국대 산학협력단(총괄책임 남문현 교수)이 중심이 돼 11억2000만원을 들여 복원했다.

  본지는 복원된 자격루가 일반에 첫 공개된 28일 오전 9시10분부터 ‘하루 운행’을 마친 5시13분까지 8시간 동안 자격루를 살폈다.

  고궁박물관은 “매 2시간 정각 종소리와 함께 12지신상이 나오고, 90분(경·更)마다 북을, 18분(점·點)마다 징을 치도록 했다”며 “28일 오전 9시에 사시(巳時·오전9~11시)가 시작되도록 했다”고 밝혔다.

  573년 만에 복원한 자격루는 운행 첫날인 28일, 시간이 부정확했고 고장도 잦았다.

  측정 결과, 오전 11시에 등장해야 할 오시(午時·오전 11시~오후 1시)는 오전 10시45분10초에 나타났다. 14분50초 빨랐다.

  오전 11시37분에는 시간(점)을 알리는 구슬이 통에서 나와 궤도에서 흐르다가 멈추는 ‘사고’가 발생, 직원이 강제로 흘렸다.

  미시(未時·오후 1~3시)는 낮 12시 35분 54초(24분6초 빠름)에 나왔다. 신시(申時·오후 3~5시)에는 구슬이 예정보다 25분 이상 빠른 오후 2시34분쯤 나왔지만, 또 흐르지 않았다.

  유시(酉時·오후 5~7시)도 예정보다 26분 빠른 오후 4시34분 5초쯤 구슬이 나오다가 밖으로 튀었다.

  이날 8시간의 운행 동안, 시간을 알리는 구슬은 28개 흘렀는데, 이중 7개가 제대로 흐르지 않았다.

이에 대해 남 교수는 “오차는 중요한 게 아니다. 자격루 같은 물시계가 하루 30분 오차면 굉장히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고궁박물관은 지난 21일 “자격루의 하루 오차는 3~5분”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문중양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과학사)는 “자격루는 조선 왕조의 공식적인 시계”라며 “8시간 운행해서 26분 틀렸다면 시계로서 기능할 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