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살찌워야
먹을 것이 귀한 시절에는 그저 배고픔만을 면할 수 있으면 최상이었다. 쌀의 부족으로 잡곡의 혼식과 분식을 장려하여 쌀밥이 귀한 시기였으며, 영양부족으로 대부분 깡마른 모습들이라, 자식들의 살을 찌게 하는 것이 부모들의 목표였었다.
산업화가 되면서 약간 여유가 생기면서부터는, 영양가가 높고 맛이 있는 고기(아직 쇠고기를 먹을 정도는 못되어서 주로 돼지고기)를 많이 먹는 것이 최상이었다. 그래서 이때부터는 삼겹살이 회식의 대명사가 되었다.
얼마 전부터 선진국의 턱밑에 이르러서는 회식 때 주로 갈비나 쇠고기, 오리고기 등 비교적 가격이 비싼 육류들이 회식의 주요 메뉴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이제 소득 2만 달러 시대에 이르러서는 이른바 웰빙 식품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되어, 무공해 유기농식품과 한우쇠고기 등이 주류를 이루게 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이른바 많이 먹는 것 보다는 가격이 조금 더 비싸더라도 건강에 도움이 될 양질의 것을 찾게 되었다.
살찐다는 것은 비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고 풍요로움을 의미하는 말이다. 건강한 몸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고 했다. 그만큼 몸의 건강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역으로 말하면 건전한 정신, 곧 마음의 건강이 더욱 중요하므로 그 마음의 건강을 위해서는 몸의 건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요즘에는 각종 헬스클럽이나 휘트니스센터, 체육공원 학교운동장 등에서 운동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만큼 신체의 건강을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 그리고 경제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의료기술도 비약적으로 발전하여 예전에 비해 신체적인 건강은 많이 좋아졌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빠르게 변화하고 발전하며, 복잡하고 다양한 사회에서 각종 스트레스에 시달려 마음의 병이 되고, 곧 신체의 병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졌다. 현대의 난치병들은 대개가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그리하여 신체보다도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 이제 신체보다도 마음을 살찌워야 할 시대가 온 것이다.
사람의 바이오리듬에는 세 가지 리듬이 있다고 한다. 지성리듬, 감성리듬, 그리고 신체리듬이다.
보다 인간답게 여유롭고 풍요로운 생활을 즐기기 위해서는, 위의 세 가지(지성, 감성, 신체)를 모두 고르게 살찌워야 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지성과 신체에 더욱 주력해왔다고 볼 수 있다.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초등학교 아니 유치원 시절부터 대학입시만을 위한 지식의 습득에 온갖 노력을 기울였고, 놀고 잠자는 시간까지 줄여서 학습에만 치중하였다. 그러다보니 일단 대학에 들어가고 나면 놀러 다니느라 책을 읽는 것에 소홀해지고, 대학을 졸업하고 나면 더욱 더 책과는 거리가 멀어지게 되었다.
중고등학교 시절, 대학입시를 위한 공부에 매달리느라, 운동도 소홀하니 신체적인 건강까지도 상하게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였으며, 학습이 부진하다고 자살하는 학생들까지 나오게 되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하게 되면, 그때서야 다시 건강에 관심을 갖고 운동에 많은 시간과 노력 그리고 경제적인 투자를 하게 된다. 그리하여 요즘에는 40대 이후에 운동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실제로 신체적인 건강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제 우리는 마음을 살찌워야 균형 잡힌 생활을 할 수가 있다.
지성을 살찌우는 대표적인 것은 독서이다(물론 책의 장르에 따라 감성도 살찌운다).
감성을 살찌우는 대표적인 것은 문화생활을 향유하는 것이다. 연극, 영화, 음악 등의 공연, 그리고 문화유산을 답사하거나, 체험활동 등을 통하여 마음을 살찌게 할 수 있다.
이제 우리는 문화 활동에 대한 투자를 과감히 늘려야 한다. 그리하여 지성과 감성과 신체의 세 리듬이 조화롭게 균형 잡힌 생활이 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그것이 곧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하고, 사람답게 사는 길이 될 것이다.
백범 김구는 1947년에 발표한 소논문 ‘나의 소원’에서, 자신이 원하는 국가의 상은 군사적 강국도 아니요, 경제적으로 부강한 나라도 아니요, 오직 문화의 힘을 잘 갖추고 있는 문화적인 강국이 되기를 소원한다고 하였다.
자, 오늘은 어떤 음식을 먹을 것인가 생각하기보다, 어떤 문화생활을 할 것인가 고민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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