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관의 뿌리는 시베리아 아닌 신라가 맞다
임재해 교수 "금관장식은 계림 神樹"
서봉총 금관
서봉총금관의 봉황
스웨덴서전)의 '서'와 위 사진과 같이 금관에 봉황이 있어'봉'을 따서 서봉총이라 이름지었다
세계 무대에서도 경쟁력을 갖춘 한국 문화유산은 두 가지뿐이라는 말을 문화유산계 인사들조차 심심찮게 한다. 두 점뿐인 금동미륵반가사유상과 모두 6점이 보고된 신라금관이 그것이다.
이는 그만큼 신라 금관이 세계 어느 지역에서도 보기 힘든 독자적인 산물임을 보여준다. 이 때문인지 그 유래를 찾는 움직임이 활발했다.
지금까지 대세는 시베리아다. 19세기 이후 활발한 민속지 조사를 통해 보고된 시베리아 지역 샤먼들이 쓰는 관이 신라 금관을 닮았다 해서 그 뿌리를 아예 시베리아에서 구한 것이다.
고고미술사 연구는 편년(編年)이 절반을 차지한다고 할 만큼 제작 연대 추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편년이 확립되지 않으면 21세기에 제작돼 깔린 서울 종로구청 앞 보도블록이 서기 200년 무렵 풍납토성 백제 전돌로 둔갑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19세기 이후에 제작되고 사용된 시베리아 샤먼들의 철제 관을 그보다 천 수백년 전에 제작돼 사용된 신라시대 금관의 뿌리로 간주하는 시대착오적인 기원 캐기 작업이 이뤄져 왔다.
이런 연구경향에 대해 민속학자인 임재해 안동대 교수가 "너는 여기 있는데 나는 어디로 갔지"라며 다른 곳으로 달려나가 자기를 찾아나선 얼빠진 사람으로 비유하면서 호된 비판을 가하고 나섰다.
근간 '신라 금관의 기원을 밝힌다'(지신산업사 펴냄)에서 저자인 임 교수는 "신라 금관의 기원 연구도 꼭 그 짝이다. 신라는 금관왕국이라 할 만큼 일정한 양식의 금관이 경주지역에 집중 분포되어 있는데도 금관이라고는 찾아보기 어려운 시베리아의 철제 무관(巫冠.무당이 쓰는 관)에서 그 기원을 찾는다"고 비난했다.
그 결과 "신라 김씨 왕실의 시조를 알타이족에서 찾는가 하면, 아예 신라왕들을 무당왕으로 취급하기도 한다"고 말한다.
그의 지적이 얼마나 정곡을 찔렀는지 말해주는 증좌가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1층 역사관 중 무속코너에는 주변 전시품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금빛 찬란한 신라시대 유물이 복판을 차지한다. 경주 서봉총 출토 신라금관이다. 왜 이곳에다가 신라금관을 전시했을까? 임 교수의 말마따나 신라왕을 무당으로 취급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신라 금관이 대표하는 한국문화 기원을 외부에서만 찾은 흐름을 임 교수는 다음과 같이 냉소적으로 말한다.
"(우리 민족의 기원이) 시베리아에 없으면 알타이에 있고, 알타이에 없으며 몽골에 있고, 몽골에도 없으면 흉노에 있다. 흉노에도 없으면 또 다른 북방민족으로부터 연원을 찾아낸다. 북방에서 찾지 못하면 중앙아시아에서 찾고, 거기에도 없으면 남방에서 찾는다. 마침내 우리 문화의 남방기원설이 득세하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이런 그가 찾은 신라금관의 기원은 어디일까? 여기 있는 나를 두고 엉뚱한 데 가서 그것을 찾는다고 요란을 떤다고 비판했으니, 이런 그에게 그 기원은 자연 한반도와 신라 자체로 귀결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실제로 그는 이번 단행본에서 신라금관이 5세기 무렵 김알지 후손인 김씨왕조에서 출현한 사실을 주목하면서 김씨왕조가 그들의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시조 김알지 신화를 시각적으로 형상화한 것이 바로 금관이라고 주장한다.
그에 의하면 금관의 세움장식은 출(出)자나 사슴뿔 모양이 아니라 모두 다양한 형태의 나무를 표현한 것으로 김알지의 탄강지(誕降地.임금이나 성인이 태어난 곳)라고 김씨왕권이 주장한 경주 계림(鷄林)의 신수(神樹)를 형상화한 것이다. 따라서 금관 세움장식은 계림의 신성한 숲이라는 것이다. 700쪽. 3만5천원
이번 책과 같은 시리즈에 포함되어 동시에 선보인 상명대 사학과 박선희 교수의 연구서 '우리 금관의 역사를 밝힌다' 또한 신라금관의 중국 혹은 북방지역 기원설을 부정하고 고조선 시대 관모(冠帽)에서 그 뿌리를 찾는다.
박 교수의 주장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신라금관은 한민족 고유성과 정체성 및 계승성을 갖는다는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2008.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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