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왕사지(四天王寺址) 녹유전(綠釉塼)과 첨단과학기술의 만남
사천왕사지 녹유전 출토상태
문화재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소장 지병목)는 통일신라의 호국사찰인 경주 사천왕사지(四天王寺址)에서 출토된 녹유전(綠釉塼)에 대해 최첨단 3D Scan 장비를 이용한 정밀 실측조사를 추진하고, 관련정보를 획득하였다.
현재 경주시 배반동 935-2번지에 폐허된 상태로 남아 있는 사천왕사지는 통일신라 초기인 문무왕 19년(679년)에 창건된 쌍탑식(雙塔式) 가람으로, 2기의 목탑(木塔)이 배치되어 통일신라 사찰가람의 전형을 처음으로 이룬 곳이다. 특히, 일제강점기에 수습되어 섬세한 조각과 생동감이 넘치는 표현으로 그동안 학계의 주목을 끌었던 녹유전편이 2006년 서목탑지(西木塔址)에 대한 발굴조사에서 확인됨으로써, 녹유전이 탑 기단부를 장식하였던 면석(面石)임이 밝혀지게 되었다.
이번에 최첨단 3D Scan 장비를 사용하여 정밀 실측을 한 녹유전은 A상과 C상(강우방 교수의 분류에 의함)의 것으로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에서 발굴 조사한 서목탑지에서 출토된 것이다. 이 녹유전은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 무렵 사천왕사지에서 수습되어 현재 국립경주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관련 편들과 함께 3차원 영상촬영을 시도하여 도상으로 복원하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 연구된 사천왕사지 출토 녹유전의 모습은 모두 3종류의 도상으로 복원되는데, 대부분이 부분적인 파편형태로만 남아 있어 도상의 형태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는 실정이었으나, 이번 작업을 통하여 녹유전의 크기(높이 90cm, 너비 70cm, 두께 7~9cm)와 A상과 C상에 표현된 섬세한 문양까지 모두 확인 할 수 있게 되었다.
녹유전A상
녹유전 A상은 주상(主像)이 둥근 천정을 이룬 감실(龕室)에 무릎을 꿇은 좌우 악귀(惡鬼)를 올라타고 왼손에는 긴 칼을 들고 우측면을 비스듬히 응시하고 있는 모습으로, 머리에는 보관(寶冠)을 쓰고 사자머리 장식을 한 흉갑(胸甲)과 작은 소찰로 장식된 요갑(腰甲)을 착용하고 있는 형상이다.
C상은 그 동안 허리아래의 모습만이 부분적으로 파악된 상태이고, 얼굴 모습을 전혀 알려지지 않았으나, 이번 정밀 실측작업을 통하여 얼굴형태와 전체적인 모습을 추정할 수 있게 되었다.
C상의 주상 얼굴모습은 둥근 감실 속에서 작은 비늘모양의 소찰(小札)로 구성된 엉성한 투구를 머리에 착용하고, 크게 부릅뜬 두 눈과 넓게 퍼진 큰 코를 가진 화난 얼굴로 좌측면을 노려보는 아주 험상궂은 인상의 상이다. 또한, 오른손을 들어 술이 길게 달린 칼을 쥐고 천의를 휘 날린 채, 두 마리의 악귀에 걸터앉아 왼손은 오른발에 걸린 왼다리의 무릎에 대고 있는 반가부좌(半跏趺坐)하고 있는 신장상의 모습이다.
사천왕사지 출토 녹유전의 3차원 스캐닝작업을 통해, 접합가능한 잔편의 가상 접합 및 도상복원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나아가 녹유전의 틀(范)을 추정하여 동일범 제작품여부, 틀과 조상의 차이 등 고고미술사적 관점에서의 연구를 진전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또한, 향후 결과물을 이용한 복제품의 제작 등 독창적인 우리문화재에 대한 전시나 학습에 크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녹유전상에 대한 구분은 강우방교수의 분류를 기준으로 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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