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8년 캐나다 회사 소송 계기, 2002·2004년 결의해 관철
미국의 장례식장 사업에 투자한 캐나다 회사 로웬은 법정분쟁에 휘말렸다.
미국의 장례식장 소유주 제레미아 오키프가 로웬이 계약을 위반했다며 미시시피 주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주법원의 배심원들은 로웬이 5억달러를 배상해야 한다고 평결했다. 항소심 진행 중에 파산 위기에 직면한 로웬은 오키프에게 1억7500만달러를 주고 합의했다. 이후 로웬은 주법원의 판결이 북미자유 무역협정(NAFTA·나프타)의 수용 및 보상 의무를 위반했다며 투자자-국가 소송제(ISD)를 청구했다.사법부 판결에 도전하는 첫 나프타 사건이었다.
중재판정부는 1998년 “배심원 평결은 명백히 부당하고 국제관습법에 견줘 적합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비록, 국내 절차가 끝나지 않았다며 중재청구를 기각했지만, 사법부의 판결이 투자자-국가 소송제의 대상임이 명백해진 것이다.
위기감을 느낀 미국의 주 검찰총장들이 먼저 움직였다. 이들은 2002년 3월22일 결의안을 내어 “자유무역협정이 시민의 복지와 환경을 보호하는 주 정부의 권한에 잠재적 위협이 되고 있다”며 “미 의회는 외국 투자자가 미국 시민보다 더 많은 권리를 누리지 않도록 조처하라”고 요구했다.
2004년 7월29일 미국의 주 대법원장들도 결의안을 채택해 “투자자-국가 소송제는 미국 기업과 시민에는 허용되지 않는 ‘판결에 대한 도전’을 외국 투자자에게 인정해, 주 대법원 판결의 최종적인 효력과 집행을 훼손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 무역대표부와 의회는 사법주권과 법원 판결의 최종성을 인식·지지하는 조항을 포함하도록 통상협정을 협상·승인하고, 앞으로 외국 투자자가 미국 시민이나 기업보다 절차적 권리를 더 누리지 못하도록 통상협정에 명시하라”고 촉구했다.
미국 정부와 의회는 대법원장과 검찰총장 회의의 결의안을 받아들여 투자자-국가 소송제를 수정·보완한 새로운 투자협정 모델을 만들었고, 이 모델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투자 분야에 적용됐다.
미국 투자자는 한국에 진출할 때 중요한 보호를 받지만, 한국 투자자는 미국에서 미국 투자자보다 더 실질적인 권리를 부여받지 못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사법부에 대한 권한 침해로 미국에서 이미 심각한 문제가 제기된 투자자-국가 소송제가 우리에게는 아무런 제동 장치 없이 그대로 강요되고 있는 것이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
'(한미 FTA) 관련'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종훈 거짓해명이 ‘한미 FTA’ 불안케 한다 (0) | 2011.12.08 |
---|---|
"ISD 피해, 중남미 국가에 집중…미국과 FTA 때문" (0) | 2011.12.06 |
‘사법주권’ 이어 ‘법률 해석권’까지 위협받는 사법부 (0) | 2011.12.05 |
한-미FTA 발효되면 통상교섭본부장 ‘막강 권한’ (0) | 2011.12.05 |
판사들이 봐도 ‘불평등 조약’인 한-미 FTA (0) | 2011.12.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