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사찰 관련

잠복까지 하며 뒷조사… 명패는 '비위 감찰' 실제는 '정권 흥신소'

道雨 2012. 3. 31. 10:43

 

 

 

 잠복까지 하며 뒷조사… 명패는 '비위 감찰' 실제는 '정권 흥신소'

 

 

[MB정부 무차별 사찰]

 

■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드러난 실체
촛불에 데인 직후 신설 정권보위 비선조직으로
말 안듣는 이 쫓아내고 충성 인사에 자리 주기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이 공직자 비위 감찰이라는 명분으로 사실상 현 정부의 '흥신소' 역할을 했다는 의혹은 결국 사실이었다. 한국일보가 30일 입수한 지원관실 점검1팀의 사찰 문건 2,169건에는 참여정부에서 임명됐던 인사들을 축출하려 하고, 반대로 현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이들을 주요 보직에 앉히기 위해 온갖 뒷조사를 가리지 않았던 정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2008년 하명사건 처리부'를 보면 이세웅 전 대한적십자사 총재와 김광식 전 한국조폐공사감사, 김문식 전 국가시험원장, 박규환 전 소방검정공사 감사 등이 목록에 올라 있다. 지난 정부 때 임명된 이들이 지원관실의 조사 대상이 된 이유는 '공기업 임원 사표 거부'라는 것이었고, 진행상황은 '완료'라고 기재돼 있다. 청와대 또는 국무총리의 하명을 수행해 냈다는 뜻이다. 실제로 이들은 모두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지원관실의 집요한 사찰이 벌어졌고 그 결과 사표를 받는 데 성공했다는 추정이 가능한 것이다. 이 전 총재 등 각 인사에 대한 구체적인 사찰 보고서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당시 대체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는 알 수 없지만 사찰 과정에서 불법과 탈법이 자행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현 정부 들어 임명된 고위 공직자들에 대한 사찰 보고서도 수두룩하다. 어청수 강희락 전 경찰청장, 조현오 현 경찰청장은 물론 장수만 전 국방부 차관, 윤여표 전 식품의약품안전청장, 최성룡 전 소방방재청장 등에 대해 지원관실은 상세한 보고서를 작성해 상부에 보고했다. 평가항목은 총 4개로 국정철학 구현, 직무역량, 대외관계, 도덕성 및 복무기강이었는데 지원관실은 각각에 대해 별 5개 만점 기준으로 점수를 줬다.

주목할 부분은 '국정철학 구현' 항목이다. 이명박 정부에 친화적인지 아닌지를 최우선으로 검증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09년 1월 방위사업청장에 임명된 변무근 전 청장은 국정철학 구현 항목에서 별 4개반을 받았는데, "롯데월드 신축 허용, 제주해군기지 건설 등 주요 정책 담당자를 초청, 전 직원들에게 설명토록 해 국가정책의 이해도를 높이고 국정철학 확산에 노력했다"고 적혀 있다.

이 같은 지원관실의 보고서는 공무원 인사에서 주요 지표로 활용된 것으로 보인다. 2009년 4월 보고서에서 이상희 전 국방부 장관은 '독불장군형이고 국가정보원과 불협화음을 빚었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그는 5개월 후 경질됐다. 또 경찰청 정보계통의 한 호남 출신 간부에 대해서는 "터놓고 이야기를 잘 하지 않고 자신에 대한 이야기나 행적에 대해 일절 말하지 않는 등 다소 크레믈린 같은 면도 있다"며 "호남정권의 혜택을 입었으며 호남인사와 활발하게 교류해 지역색을 다소 띤다는 평가가 있다"고 기재했다. "앞으로는 해당 보직은 충성심이 담보되는 인사로 발령하는 게 타당하다"는 게 보고서의 결론이었다.

지원관실 직원들은 수사기관 요원들이나 할 법한 잠복근무도 마다하지 않았다. 2009년 12월 작성된 이희성 식품의약품안전청장(당시 서울식약청장)에 대한 보고서에는 "2009년 9월 관련업체 신용카드를 사용한다는 첩보가 있어 총리실에서 노래방을 나오는 현장을 확인한 바 국회 관계자 2명, BH(청와대) 행정관 1명을 접대하는 자리였다"는 부분이 있다. 지원관실 측에서 이 청장의 일정을 은밀히 파악, 노래방에서 나오는 시점까지 대기한 뒤 확인작업을 벌였다는 말이다.

이런 정황들은 공직자들에 대한 무차별적이고 광범위한 뒷조사가 행해졌을 가능성을 의심케 한다. 2008년 상반기 촛불집회에 혼쭐이 났던 청와대가 같은 해 7월 총리실 산하에 지원관실을 신설한 뒤 '비선 조직'으로 삼아 정권 보위의 도구로 활용하는 과정에서 불법사찰 사건이 벌어졌다는 주장이 강한 설득력을 얻고 있는 이유다.

 

한국일보 | 김정우기자 | 입력 2012.03.31 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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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부, 서울에 혼자 살아 성매매 업소 자주 출입"

 

  
지원관실의 합법적 업무… 정부 산하기관·공기업 직원 비리 첩보·암행 감찰
"△△소방서장 인사 청탁" "○○세무서장 금품수수"
"△△경찰서장 대운하 반대" "○○임원들 사표 거부"
"靑 행정관이 성매매 적발돼 청와대 감사팀 3명이 마포서에 와 보안유지 부탁"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점검 1팀의 USB에 담겨 있는 감찰자료의 대부분은 공직자, 정부 산하기관, 공기업 직원 등 지원관실 업무 대상에 속하는 사람들에 대한 비리 첩보, 감찰 내용이었다. 이들 공직자들의 비위와 관련된 민간 기업이나 개인도 감찰 대상이 된 경우도 있었다. 총리실은 "정부 부처, 공기업 등과 관련된 인사들에 대한 암행 감찰은 본연의 업무 영역에 속한다"고 했다.

청와대 행정관 성매매사건 개입

2009년 3월 청와대 행정관이 성매매를 하다 경찰에 적발됐을 당시 '청와대 감사팀'이 당일 개입한 것으로 돼 있다. 3월 31일 작성된 문건을 보면 '(서울 마포경찰서가) 25일 밤 행정관을 적발 조사 중 본인의 신분을 청와대 행정관이라고 밝혔고, 자정께 청와대 감사팀 3명이 마포서에 와 보안 유지를 부탁하고 돌아갔다'고 적혀 있다.

한국관광공사 가 51%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카지노업체인 그랜드코리아 사장 출신인 박정삼 전 국정원 2차장 및 직원들의 비위 첩보도 상세히 기록돼 있다. 2009년 자료다. 박 전 차장은 김대중 정권 때 국정원 차장을 했다. 감찰 보고서에는 이 회사의 특정 간부와 관련해 '서울에서 혼자 생활하고 있어 성매매업소도 자주 출입하고 있음', 다른 간부에 대해서는 '관광공사 출신 그룹과 맞서는 세력의 좌장'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공직자들의 인사 청탁 내용 적나라

인사(人事)에 활용하기 위해 만든 고위 공직자들의 이른바 '존안 자료'도 있다. '동향' '주변 인물' '종합 판단' 등의 항목으로 분류돼 있다. 한 차관급 관료에 대해서는 '전 정부 최대 수혜자로 평가받았으며 독선적인 조직 운영과 동생 관련 압력 행사 의혹 등으로 경질되었음에도 다시 고위직에 진출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는 취지의 내용이 들어 있다. '○○○ 전 의원을 비밀리에 만나 인사 청탁하였다는 소문'이라는 내용도 들어 있다.

또 △김○○ 사단장의 부적절한 비위행위 △교육청 장학사의 10박11일 관광성 외유 △방통위 간부 신○○씨의 민간기업 인사 청탁 △조○○ 소방서장의 인사 청탁 △이○○ 세무서장의 금품 수수건 등이 내사 또는 첩보문서 목록에 올라 있다. 백○○ 차관보에 대해서는 '평소 100달러짜리 지폐를 소지해 부산 지인들로부터 용돈 명목으로 수수했다'고 적고 있다. 박○○ 경찰서장은 '호남향우회를 결성, 고문으로 활동하면서 호남 편중 인사로 조직 내 위화감과 불신을 조성했다'고 돼 있다. 임○○ 경찰서장은 '대운하 반대 등 국정 철학에 배치되는 언행', ○○○ 서기관은 '이혼하면서 처제를 성폭행하려 했다'고 적혀 있다.

청와대 하명(下命)사건 처리 결과 포함

'2008년 청와대 하명사건 처리부'에는 사표 제출 요구를 거부한 공기업 임원들의 이름이 다수 들어가 있다. 그러나 '완료' 등 처리 결과만 표시돼 있고 구체적인 내용은 기록돼 있지 않다. '완료'라는 의미는 사표를 내도록 처리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 산하기관 감사의 경우는 '2008년 12월 1일 사표'라고 처리 결과가 표기돼 있다.

전 정권 고위 공직자들 중 서울 시내 강남·서초·송파 등지의 고급 아파트의 펜트하우스 소유자를 조사했다는 기록도 나온다. 금융결제원 자료를 이용한 것으로 돼 있다.

일부 현직 지방자치단체장들도 감찰 대상이 된 것으로 보인다. 2008년 당시 모 광역단체장 관련 문제가 '완료'라고 되어 있으나 어떤 내용인지는 포함돼 있지 않다.

 

[ 황대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