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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권력의 몰락…‘MB의 사람’ 19번째 심판대

道雨 2012. 7. 4. 11:55

 

 

 

▷ [인포그래픽] 한눈에 보는 ‘MB 가문·측근의 비리’

 

 

‘피의자’ 이상득 검찰 출석
검찰, 사전영장 청구 방침

이상득(77) 전 새누리당 의원이 3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 나왔다. 솔로몬저축은행과 기업체 등으로부터 수억원을 받은 혐의에 대해 조사받기 위해서였다. 변호사·수행원과 함께 차에서 내린 이 전 의원은 혼자 계단을 걸어 올라가다가 발을 헛디뎌 휘청거렸다.

이 의원은 이날 밤늦게까지 조사를 받은 뒤 일단 귀가했다. 검찰은 이번주 중 이 전 의원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의 알선수재 등의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이 전 의원은 이명박 정권의 최고 실세였다. 집권 초부터 ‘영일대군’ ‘상왕’으로 불렸다. 그는 2008년 2월 국회에서 열린 한 공청회에 참석해 기자들에게 “내가 ‘이명박’이 시키는 대로 하는 똘마니냐”고 말하는 등 대통령의 이름을 스스럼없이 부를 정도로 위세를 떨쳤다.

그만큼 국정운영에 깊숙이 개입했다. 2008년 3월 국회 본회의장에서 그가 장관 희망자들의 이력서를 훑어보던 모습은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실제로 정부와 청와대, 여당, 공공기관 등 권력 핵심 곳곳에는 ‘이상득 사람’들이 포진했었다. 정부 쪽에서는 김주성 국정원 초대 기조실장과 박영준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 장다사로 청와대 정무1비서관 등이 대표적이며, 당 쪽에서는 이방호 당시 한나라당 사무총장 등이 그의 인맥으로 분류됐다.

이런 측근 그물망을 통해 그는 권력의 보이지 않는 손으로 작용했다. 개각 때마다 ‘형님’의 입김이 묻어났다. 2009년 초 포스코 회장 인사에서도 ‘형님’ 뜻이 관철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만사형통’(모든 일은 형님으로 통한다)이라는 신조어가 유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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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도 어쩌지 못했던 형님, 비극의 끝일까 시작일까

‘휘청’…최고실세서 피의자로 이명박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왼쪽)이 3일 오전 솔로몬저축은행 등에서 수억원을 받은 혐의로 조사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계단을 오르다 휘청거리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정권 초기부터 국정 주물러
개각·입법·예산까지 ‘좌우’
박영준·장다사로·이방호 등
‘형님인맥’ 권력 곳곳에 포진
여당서도 “권력 사유화” 비판

국회 운영에서도 형님은 큰 힘을 발휘했다. 2009년 2월 방송법 등 언론관계법을 놓고 여야가 대립할 때 그는 “여당이 지리멸렬해서는 안 된다. 강하게 가자”고 강행처리를 독려했다. 앞서 2008년 12월 정기국회 때는 산업은행 민영화법 등 ‘이명박 정부의 개혁입법’ 처리가 늦은 정무위의 여당 의원 성향을 파악한 문건을 보고받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그는 매년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에 이르는 ‘형님 예산’을 고향인 경북 포항지역에 끌어갔다.

형님의 힘은 이 대통령과의 특수관계에서 비롯됐다. 이 대통령보다 여섯살 위인 그는 어릴 때부터 집안의 기둥이자 보호막이었다. 1965년 6·3시위를 주도한 뒤 도망다니던 동생을 자신이 아는 경찰관에게 자수시켜 인생의 중대 전환점을 만들어준 것도 그였다.

혈육 관계로만 그치지 않고, 정치적으로도 이 대통령의 실질적인 멘토였다. 2006년 6월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이 박근혜 대표가 이끄는 한나라당의 사학법 반대 투쟁에 대해 “해변가에 놀러 온 사람들 같다”고 비판해서 당에서 강하게 반발했을 때였다. 형님은 전화로 동생을 심하게 꾸짖고는 “내가 박 대표였더라도 기분 나빴을 것”이라고 말해 당내 불만을 다독였다. 2007년 당내 대선후보 경선 때 박희태, 김덕룡, 최병렬 등 중진들을 이명박 캠프에 끌어들인 것도 형님이었다. 친이계의 핵심 의원은 “이 전 의원은 덕이 없는 동생을 대신해 젊은 의원들의 술자리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폭탄주를 마시는 등 성심을 다했다. 형님이 아니었다면 이명박 시장은 대통령 후보가 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영일대군의 앞길은 집권 초부터 험난했다. 첫해인 2008년 18대 총선 때는 당내 소장파 의원 55명으로부터 불출마 요구를 받았다. 이듬해 6월에는 이명박 정권 창출의 동지이자 공신이었던 정두언·정태근 의원 등한테 ‘권력 사유화’의 배후인물이라는 직격탄을 맞고, 결국 정치 2선으로 후퇴했다. 그 뒤 페루와 볼리비아, 리비아 등을 수차례 방문하는 등 자원외교를 다니면서 조용하고 영예로운 퇴진을 꿈꾸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는 지난해 12월 오랜 측근인 박배수 보좌관이 에스엘에스(SLS)그룹의 이국철 회장한테 수억원의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면서부터 검찰의 칼날에 노출되기 시작했다. 그는 그동안 에스엘에스나 프라임저축은행 연루 의혹 등이 나올 때마다 “제발 검찰에서 수사를 해서 진실을 밝혀주길 바란다”고 큰소리쳤다. 하지만 이날 솔로몬저축은행 로비 사건 앞에서는 “성실한 답변”을 약속하며 고개를 숙였다.

이 전 의원은 2007년 대선 이전뿐 아니라 집권 이후 ‘상왕’ 시절에도 솔로몬저축은행 등으로부터 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로 밝혀지면, 형님의 비극은 끝이 아니라 이제부터 시작일지 모른다.

김종철 김원철 기자 phillkim@hani.co.kr

고개숙인 MB 형님, 이상득 검찰 소환

【서울=뉴시스】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새누리당 전 의원이 3일 오전 서울 대검찰청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이 전 의원은 17대 대선 직전인 지난 2007년부터 임석 솔로몬 저축은행 회장 등으로부터 몇차례에 걸쳐 수억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고개숙인 MB 형님, 이상득 검찰 소환

웃는 형님?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이 4일 저축은행 로비와 함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조사를 마친 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