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뉴시스】6일 대구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지난 3일 자체 현장조사 결과 대구 달성군 낙동강 강정고령보 아래 사문진교 부근까지 녹조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낙동강 중상류 지점인 대구 달성군 달성보에 녹조 덩어리가 떡져 있는 모습이다. (사진 = 대구환경운동연합 제공) |
현장 한강·낙동강 녹조 확산
팔당호 온통 진초록빛
한강 서울구간까지 번져
고도정수시설 없는 경기
“수돗물서 악취” 민원 빗발
북한강에서 시작된 녹조가 한강 서울구간까지 번지면서 2500만 수도권 시민들의 수돗물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독성물질인 남조류를 처리할 고도정수처리시설을 거치지 않은 팔당호 원수를 가져다 쓰는 경기도 15개 시·군에서는 수돗물에서 악취가 난다는 민원이 이어지고 있다.
팔당댐에서 상류 쪽으로 12㎞쯤 떨어진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 금남리에서 지난 6월 말 녹조현상이 나타났던 북한강은, 6일 오후 상수원보호구역인 조안면 삼봉리·진중리를 거쳐 하류 쪽으로 갈수록 더욱 짙은 녹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남한강과 만나는 두물머리를 지나 팔당호에 이르자, 강물에 초록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 청록색 막이 수도권 시민들의 식수원인 호수를 완전히 뒤덮고 있었다.
팔당호와 상수원보호구역에서 선박 7척이 스크루를 돌려 물속에 산소를 공급하며 쓰레기를 걷어내고 있었고, 하남시 취수구 주변에는 펜스가 드리워져 있었다. 하지만 녹조류 확산·유입을 저지하려는 안간힘일 뿐, 녹조류를 없애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였다.
북한강의 녹조는 주로 남조류 일종인 ‘아나베나’가 퍼져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 이 남조류가 생성하는 ‘지오스민’이란 물질이 제대로 정수처리되지 않으면 수돗물에서 심한 악취가 난다. 남조류란 하천이나 호수의 물에 발생하는 식물성 조류(algae)의 일종으로, 과다 증식하면 짙은 청록색을 띠기 때문에 남조류라고 불린다. 녹조류·규조류 등 다른 조류와 달리 세포 안에 독소물질을 생성하는 빈도가 높아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북한강 녹조는 팔당댐 하류 한강 서울구간까지 번져, 서울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구의·암사·풍납취수원 수질이 한차례 조류주의보 발령 기준을 넘겼다. 서울시가 지난 1일 잠실수중보 인근 5개 취수원에서 수질을 측정한 결과, 구의·암사·풍납취수원 3곳이 조류주의보 발령 기준을 넘겼다. 8일 예정된 수질 측정 때도 5개 취수원 가운데 한 곳이라도 기준치를 넘기면 조류주의보가 발령될 것으로 보인다. 조류주의보가 발령되면 수돗물을 3분 이상 끓여 먹어야 하고, 한강에서 수상활동을 할 수 없게 된다.
한강 서울구간에서 지오스민이 감시 기준치를 초과한 곳도 있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5개 취수원의 지오스민 농도가 감시항목 기준치인 20ppt(물 1ℓ에 10억분의 1g)를 넘겨 78ppt까지 검출됐다”며 “서울시 6개 정수장에서 분말활성탄을 주입하는 등 정수처리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감한 사람은 지오스민 농도가 10ppt만 넘어도 악취를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에선 지오스민이 감시 기준치를 수십배까지 초과해 흙·곰팡이 냄새 비슷한 쾨쾨한 냄새가 물에서 나면서 수돗물 악취 민원이 이어지고 있다. 남양주·양평 등에선 ‘며칠 전부터 수돗물에서 역한 흙냄새가 난다’는 민원이 잇따랐다.
현재 팔당에서 하루에 경기도에 공급하는 식수량은 365만t이다. 이 중 294만t을 수자원공사가 공급하고, 나머지 71만t은 자치단체가 팔당호 등에서 곧바로 취수해 주민들에게 공급한다. 그러나 수공이 공급하는 294만t 가운데 정수처리를 거친 물은 하루 197만t이고, 97만t은 조류가 뒤섞인 채 원수 그대로 공급한다. 97만t에다 시·군이 직접 취수하는 71만t까지 모두 168만t(약 46%)이 제대로 정수처리되지 않은 채 가정에 공급되고 있다. 수공에서 원수를 공급하는 경기도 시·군은 15곳(수원 성남 부천 용인 안산 안양 광명 군포 광주 하남 의왕 양평 과천 남양주 구리)으로, 식수 인구는 731만여명에 이른다. 경기도는 팔당호 원수의 정수를 위해 7개 시·군의 지방정수장 22곳에 고도처리시설을 갖추도록 정부에 10여차례 요구했으나 수용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낙동강 유역도 더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날 오후 낙동강 수질점검을 나섰던 대구시 직원들은 달성군 낙동강 달성보에서 상류 쪽으로 6~7㎞에 걸쳐 강을 푸르게 물들인 녹조현상을 확인했다. 현장을 둘러본 한 직원은 “녹조와 함께 유독성 남조류도 상당히 포함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굿둑 등 낙동강 하류에서 주로 발생하던 남조류가 대구 등 중·상류 지역에까지 발생한 이상현상에 대해, 대구지방환경청 쪽은 “폭염으로 수온이 올라가면서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달성보 상류에까지 남조류가 포함된 녹조현상이 발생하자, 대구·경북지역 수돗물 관리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달성보 상류 쪽에 있는 강정·고령보의 상류 2~3㎞엔 대구시민 100만 여명의 식수를 취수하는 매곡취수장과 문산 취수장, 고령 등에 물을 보내는 광역정수장 등 3곳이 있다. 하지만 강정·고령보 상류 쪽 칠곡보엔 구미·김천·칠곡 주민들에게 생활용수를 보내는 구미정수장이 있는데, 이곳엔 고도정수처리시설이 없다.
배기철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장은 “강정·고령보엔 아직 녹조가 발생하지 않았고, 매곡·문산취수장에는 남조류의 독성을 걸러내는 고도정수처리시설을 갖췄기 때문에 심각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남양주 수원 대구/박경만 홍용덕 구대선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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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라떼 된 낙동강